<화신>을 통해 본 토크쇼의 한계와 기대
<강심장> 후속으로 방영된 <화신>의 시작은 나쁘지 않았다. 전작의 인지도가 컸던 탓에 시청자의 아쉬움을 불식시킬 만한 차별화된 전략이 없어 아쉽지만 신동엽이 <강심장>의 바통을 그대로 이어받았고 오랜만에 예능 프로그램에 진행자로 출연한 김희선은 예전만큼 솔직했고 예전보다 성숙한 모습이었다.
글ㆍ사진 최창순
2013.10.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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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주 31회를 마지막으로 SBS <화신-마음을 지배하는 자>가 막을 내렸다. 국내 최초 생방송 예능 토크쇼라는 새로운 체제까지 시도를 했지만 결국 도전한 것에 만족해야만 했다.

꼭 예능 프로그램만 그런 것은 아니지만 방송은 같은 시간대의 프로그램끼리 경쟁을 하면서 시청자를 끌고 오는 것이 중요하다. 특히 예능 프로그램은 게스트 싸움이라고 볼 수 있다. 고정 패널들이 고유한 스토리를 만들어내면서 극을 끌어나가는 것이 아니라 게스트가 어떤 이야기를 하느냐에 프로그램의 운명이 걸린다. 게스트에게서 시청자들이 이제껏 들어보지 못한 이야기를 꺼내는 것이 바로 진행자들의 능력이다.

<강심장> 후속으로 방영된 <화신>의 시작은 나쁘지 않았다. 전작의 인지도가 컸던 탓에 시청자의 아쉬움을 불식시킬 만한 차별화된 전략이 없어 아쉽지만 신동엽이 <강심장>의 바통을 그대로 이어 받았고 오랜만에 예능 프로그램에 진행자로 출연한 김희선은 예전만큼 솔직했고 성숙한 모습이었다. 다만 두 진행자와 게스트를 연결해주는 윤종신과 최근에는 김구라와 봉태규까지 전체적으로 조화를 이루지 못했다. 눈, 코, 입 따로 보면 너무나 예쁜 사람인데 얼굴 전체적으로는 조화를 이루지 못하는 사람 같다고 할까. 모두의 개성은 살아있지만 그들이 어울려 시너지 효과를 만들어내지는 못했다. 예능 토크쇼의 경우 게스트에게서 이끌어내야 하는 말의 분야가 진행자마다 있기 마련인데 서로 배려하고 눈치만 보다가 결국 제 역할을 다 하지 못한 꼴이 되고 말았다.

단연 리얼 예능 버라이어티가 대세인 상황 속에서 새로운 포맷의 프로그램들이 생산되고 있지만 토크쇼는 결코 없어지지 않을 것이다. 인간은 본능적으로 이야기를 듣고 또 말하기를 원한다. 그 본능에 가장 충실한 것이 바로 예능 토크쇼다. 요즘 예능 토크쇼 중에서 성공한 프로그램을 꼽자면 <라디오스타>와 <힐링 캠프>를 들 수 있다.

<라디오스타>는 전형적으로 코너가 자생해 결국에는 메인 프로그램으로 자리 잡은 경우다. 레비스트로스의 말에 따르면 인간이 가장 흥미를 느끼는 서사 구조는 ‘이항 대립’이라고 한다. 선과 악처럼 단순하게 구별되는 두 편이 서로 갈등을 이루는 것에서 인간은 흥미를 느낀다고 본 것이다. 이를 가장 잘 이용한 것이 <라디오스타>다. 네 진행자 중에서 게스트를 달래주는 사람은 없다. 캐릭터가 조금씩 다르기는 하지만 모두다 악마의 캐릭터로 분해서 시청자가 알고 싶어 하지만, 그동안 말하기 꺼려왔던 것을 게스트에게 돌직구로 들이댄다. 게스트는 설령 그 분위기가 불편할 수도 있지만 이미 그런 상황 자체가 진행자와 게스트, 시청자에게 동의를 구한 것이기 때문에 말을 할 수밖에 없다. 이 때 시청자들은 카타르시스를 느끼게 되고 이것이 프로그램의 성공 요인이 되는 것이다.

물론 아픈 곳을 건드릴 때 솔직한 답변에 카타르시스를 느끼기도 하지만 때로는 진행자들이 너무 한다는 생각이 들 때도 있다. 모든 세대들이 아픈 시대에 우리는 살고 있다. 이를 반영한 것이 <힐링 캠프>이다. 요즘 방송을 보면 굳이 게스트의 힐링에 초점이 맞춰진 것 같지는 않지만, 토크가 진행되는 방식은 편안하다. 스튜디오가 아니라 마치 캠핑을 온 듯한 분위기에 게스트는 마음이 한결 가벼워지고 보는 시청자 또한 편안해진다. 거기에 진솔한 이야기까지 더해진다면 말 그대로 힐링 프로그램이 되는 것이다.


이런 프로그램이 서로 경쟁하는 예능 정글 속에서 <화신>은 포지셔닝을 제대로 하지 못했다. 처음에는 꽁트를 시도하기도 했으나 흐지부지되었고, 최근에는 김구라가 복귀하고 예능 프로그램 진행자로서는 처음으로 봉태규까지 영입했으나 이 역시 큰 효과는 없었다. 마지막으로 시도한 것이 ‘생방송 예능 토크쇼’라는 새로운 포맷이었다. 제작진은 물론 시청자 또한 걱정을 감출 수 없었다. 첫 방송에서 그 우려가 그대로 드러났다. 예능뿐 아니라 모든 방송은 편집의 예술인데, 편집을 배제한 토크쇼는 한 마디로 재미없었다. 물론 tvN 이 그렇듯 생방송이 주는 솔직함과 게스트의 긴장감까지 그대로 묻어나는 묘미는 있었지만 <화신>은 예능 토크쇼지 시사 토론 프로그램은 아니지 않은가. 수십 년간 반복되는 예능 포맷 속에서 새로운 것을 보여주려는 시도는 존중하나 꼭 그것이 좋은 결과로만 이어질 수는 없다는 것 또한 명백한 사실이다.

아이러니하게도 <화신>에서 가장 기억에 남았던 것은 마지막을 대하는 진행자들의 태도였다. 그들은 결코 프로그램 종영을 가슴 아파하며 아쉬워하지 않았다. 가요프로그램 마지막 방송에서 울고불고하다가 다른 프로그램에서 너무나 환하게 나오는 아마추어가 아니었다. 방송 베테랑들답게 쿨하고 깔끔하게, 노력했지만 어쩔 수 없는 상황에서 마지막까지 최선을 다하는 프로들의 태도는 앞으로도 쉽게 잊힐 수 없을 것 같다. 물론 그런 프로들이 만났다고 해서 꼭 프로그램이 잘 되는 것은 아니라는 사실은 안타깝지만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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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창순

이제 막 세상에 발을 내딛은 신입기자. 한 후배는 한 번도 먹어 보지 않은 젤리 같은 사람이라고 평했다. 공연과 영화, 전시회를 보고 누리꾼들과 소통하는 지식소매상. 내가 쓴 글이 세상을 바꿀 수 있다는 믿음 대신 그래도 세상은 움직이고 있다는 희망의 증거가 되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