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염된 국어, 저도 방조자입니다
광복을 맞이하고 세대가 바뀌었지만 아직도 우리 삶 깊숙한 곳에는 그 뜻을 알면 도저히 쓸 수 없는 일본 말들이 넘쳐난다. 더 기가 막힌 것은 이러한 잘못 쓰인 일본 말 찌꺼기를 거르고 올바른 국어사전을 만들어가야 할 국립국어원조차 이 문제를 안이하게 생각하거나 무대응으로 일관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2013.10.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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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어 표현을 지양하고 우리 고유의 말을 쓰자는 수많은 책들 중에서도 이 책은 조금 특별합니다. ‘쓰메끼리’나 ‘와리바시’같은, 이제는 수명을 다한 말이 아니라 표준국어대사전에 등재된 낱말을 대상으로 분석과 비판을 가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이 책의 부제는 ‘표준국어대사전을 비판한다’로, 부제 그대로 우리말 속에 녹아 있는 일본어의 잔재를 지적하고 있습니다. 또한 이를 표준국어대사전, 나아가 국립국어원이 무분별하게 수용하고 있는 모습도 보여줍니다.
일본식 단어를 몰아내자는 주장은 간혹 언어계의 러다이즘 운동으로 이어지기도 합니다. 하지만 일본식 표현을 무조건 배척하자면 당장 근대에 새로 도입된 관념과 개념을 지칭하는 낱말부터 점검하고 새로운 이름을 붙여주어야 하니 사실상 무리가 있습니다. 또 문화의 교류와 더불어 어느 정도 외래어가 들어오는 것은 막을 수 없는 현상입니다. 그래서 이 책 역시 일본 것은 무조건 나쁘다고는 말하지 않습니다. 대신 일본제국주의 사상이 반영된 단어들을 그대로 등재하거나, 일본 사전의 뜻풀이를 그대로 가져오는 것 등 우리가 근절해야 할 일본식 표현의 확고한 기준을 제시합니다.
그리고 근거를 조목조목 들면서 구체적인 단어로는 어떤 것들이 있는지도 소개합니다. 예를 들어 국민의례, 국위선양, 멸사봉공 등이 우리나라의 문장에서 소개된 시점이 일제 강점기이며 그 용례는 주로 일본 제국주의를 옹호하는 데 사용되었다는 것을 알려주는 식입니다. 과연, 일본의 덴노에게 충성을 바치겠다는 뜻이 담긴 말들이 광복 68주년을 맞이하도록 끈질기게 살아남아 있는 것을 보면 이를 대체할 표현은 무엇이 있는지 자연스럽게 고민하게 됩니다. 반대로 국립국어원에서 일본식 표현이니 우리말로 순화하자는 낱말이, 사실은 조선왕조실록과 정약용의 시에도 사용된 유서 깊은 우리말인 것도 짚어주고 있어서 오해를 풀 수 있습니다.
이렇게 우리말이 일본말로, 일본말이 우리말로 둔갑한 현장을 명료하게 드러나면 드러날수록, 책을 읽으면서 씁쓸해졌습니다. 저 역시 방조자 중 한 명이기 때문입니다. 국어를 공부했지만 사실은 ‘표준어’를 머릿속에 넣는 데만 급급했었습니다. 국립국어원이 순화어를 소개하면서 순화해야 하는 이유를 들어주지 않아도, 말의 어원을 속 시원하게 밝혀주지 않아도 으레 그러려니 하고 넘기고 있었습니다. 이런 행동 하나하나가 사실은 국어사전을 오염시키고 있는 줄은 모른 채로 말입니다. 책을 읽은 다음에는, 그 동안 무관심 했던 것을 만회하고자 노력하고 있습니다. 국립국어원과 개개인들이 힘을 합치면 언젠가는 우리 글이 일본말로부터 독립할 수 있겠지요.
[추천 기사]
-박유천 “그래, 이런 느낌이었구나”
-골퍼 안신애, 박유천의 연인 맞나?
-<그래비티> 무한 우주에서 개인의 심장을 품다
-아이유 vs 마일리 사이러스 - 국민 여동생들의 역습
-전설을 꿈꿨던 청춘의 뜨거운 실패담 - 뮤지컬 <보니 앤 클라이드>
일본식 단어를 몰아내자는 주장은 간혹 언어계의 러다이즘 운동으로 이어지기도 합니다. 하지만 일본식 표현을 무조건 배척하자면 당장 근대에 새로 도입된 관념과 개념을 지칭하는 낱말부터 점검하고 새로운 이름을 붙여주어야 하니 사실상 무리가 있습니다. 또 문화의 교류와 더불어 어느 정도 외래어가 들어오는 것은 막을 수 없는 현상입니다. 그래서 이 책 역시 일본 것은 무조건 나쁘다고는 말하지 않습니다. 대신 일본제국주의 사상이 반영된 단어들을 그대로 등재하거나, 일본 사전의 뜻풀이를 그대로 가져오는 것 등 우리가 근절해야 할 일본식 표현의 확고한 기준을 제시합니다.
그리고 근거를 조목조목 들면서 구체적인 단어로는 어떤 것들이 있는지도 소개합니다. 예를 들어 국민의례, 국위선양, 멸사봉공 등이 우리나라의 문장에서 소개된 시점이 일제 강점기이며 그 용례는 주로 일본 제국주의를 옹호하는 데 사용되었다는 것을 알려주는 식입니다. 과연, 일본의 덴노에게 충성을 바치겠다는 뜻이 담긴 말들이 광복 68주년을 맞이하도록 끈질기게 살아남아 있는 것을 보면 이를 대체할 표현은 무엇이 있는지 자연스럽게 고민하게 됩니다. 반대로 국립국어원에서 일본식 표현이니 우리말로 순화하자는 낱말이, 사실은 조선왕조실록과 정약용의 시에도 사용된 유서 깊은 우리말인 것도 짚어주고 있어서 오해를 풀 수 있습니다.
이렇게 우리말이 일본말로, 일본말이 우리말로 둔갑한 현장을 명료하게 드러나면 드러날수록, 책을 읽으면서 씁쓸해졌습니다. 저 역시 방조자 중 한 명이기 때문입니다. 국어를 공부했지만 사실은 ‘표준어’를 머릿속에 넣는 데만 급급했었습니다. 국립국어원이 순화어를 소개하면서 순화해야 하는 이유를 들어주지 않아도, 말의 어원을 속 시원하게 밝혀주지 않아도 으레 그러려니 하고 넘기고 있었습니다. 이런 행동 하나하나가 사실은 국어사전을 오염시키고 있는 줄은 모른 채로 말입니다. 책을 읽은 다음에는, 그 동안 무관심 했던 것을 만회하고자 노력하고 있습니다. 국립국어원과 개개인들이 힘을 합치면 언젠가는 우리 글이 일본말로부터 독립할 수 있겠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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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유천 “그래, 이런 느낌이었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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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유 vs 마일리 사이러스 - 국민 여동생들의 역습
-전설을 꿈꿨던 청춘의 뜨거운 실패담 - 뮤지컬 <보니 앤 클라이드>
- 오염된 국어사전 이윤옥 저 | 인물과사상사
생활 속에 뿌리 깊게 자리 잡은 일본 말 오용 사례를 밝힌 책. 광복을 맞이하고 세대가 바뀌었지만 아직도 한국어인양 버젓이 사용하는 일본 말들이 넘쳐난다. 이 책은 ‘유도리’나 ‘단품’, ‘다구리’와 같이 일본말 찌꺼기인 줄 뻔히 짐작하면서도 쓰는 말뿐만 아니라 ‘국위선양’, ‘잉꼬부부’, ‘다대기’, ‘기합’, ‘품절’처럼 우리말인 줄로만 알고 쓰던 일본말 찌꺼기의 역사와 유래, 쓰임새에 대해 낱낱이 밝힌다. 저자는 일본에서 온 말이니 무조건 쓰지 말아야 한다는 말 대신, 일본말 찌꺼기를 순화해야 하는 필연성을 제시해 읽는 이가 스스로 일본말 찌꺼기 사용에 대해 각성하도록 유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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