폴 매카트니 [출처 : 위키피디아]
50년을 기다렸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일본 근처에 온다는 소식만 접하더라도 한국의 비틀매니아는 올해에는 방문하지 않을까, 오매불망 내한 소식에 촉각을 곤두세웠던 것이 사실이다. 끝내 '마지막 기회'라고 까지 여겼던 작년 11월경 일본에서 진행되었던 < Out There Tour Japan >에서도 기다렸던 '그 사건'은 끝내 벌어지지 않았다.
꿈은 그저 꿈으로 끝날 줄로만 알았다. 하지만 모두의 염원이 하늘(?)에 닿았는지 비로소 '루머'는 마무리되었다. 홍대 거리에는 흰색 종이에 검정 글씨로 'Madonna', 'Helen', 'Mary'라는 세 장의 포스터가 붙여졌고, 「Hey Jude」만 삽입된 TV 광고가 방영되었다. 이제는 다른 누구의 목소리를 빌리지 않아도 된다. 헌정하며 추억하는 장면도 아니다. 바로 비틀스의 음악을, 비틀스의 목소리로 들게 될 순간이 우리에게 다가오고 있다.
5월 28일 있을 폴 매카트니의 역사적인 내한 공연을 위해 이즘은 '폴 매카트니 공연 세트리스트' 분석을 준비했다. 소개할 39곡의 작품은 2011년 11월 21일 일본 도쿄돔에서 있었던 공연의 세트리스트를 반영했으며, 한국 공연에서 예정된 곡은 아님을 밝힌다.
※우선 20곡을 소개한다. 나머지 19곡은 추후에 업데이트될 예정이다.
「Save us」
작년 발매된 새 앨범 < New >의 톱 트랙이자 'New Paul McCartney'의 화려한 귀환을 알린 곡이다. 시작과 동시에 터져나오는 거친 기타 리프의 로큰롤은 '회춘'이라는 표현보다 '영원한 젊음'이라는 칭송이 적합할 정도로 파워풀한 에너지를 발산한다. 웅장한 하모니를 자아내는 후렴부의 환희는 공연장에 있는 모든 이들에게 '영웅 강림'이 꿈이 아닌 실제 상황임을 실감케 한다. 경배하라. 폴 매카트니 경께서 이 땅에 오셨도다. 가장 확실하고도 현명한 개선 행진곡이다.
김도헌(zener1218@gmail.com)
「Eight days a week」
비틀즈의 네 번째 앨범 < Beatles For Sale >(1964)의 수록된 트랙. 흔치 않은 폴 매카트니 작곡 / 존 레논 보컬의 곡이다. 원래 싱글로 선보일 예정이었으나 존 레논의 「I feel fine」이 선택되며 영국에서는 빛을 보지 못했다. 그렇게 묻어놓기에는 아까웠던지 후에 미국 시장을 겨냥해 싱글 커트하며 빌보드 정상을 꿰차는 쾌거를 거뒀다. 과연 폴 옹의 목소리로 직접 듣는 「Eight days a week」는 어떨지.
황선업(sunup.and.down16@gmail.com)
「All my loving」
1964년 2월 9일 <에드 설리반 쇼>, 미국 진출의 기회를 잡은 비틀스가 첫 무대의 첫 곡으로 선택했다. 당시의 연인인 제인 애셔를 위해 폴 매카트니가 쓴 것으로 비틀스에게도 폴 매카트니 개인에게도 큰 의미가 담긴 곡이라 하겠다. 단숨에 만들어진 멜로디는 이후 50년이 넘도록 세계인들의 넘치는 사랑을 받는 중이다.
조아름(curtzzo@naver.com)
「Listen to what the man said」
폴 매카트니는 사랑에 대해 늘 긍정적이고 낭만적이었다. 윙스 시절이던 1975년에 발표한 「Listen to what the man said」는 폴의 그런 생각을 담은 노래로 어떤 이들은 여기서 말하는 The man이 신이라고 해석하기도 한다. 「Only you know and I know」와 「Feelin' alright」의 주인공 데이브 메이슨이 기타리스트로 참여한 「Listen to what the man said」는 소프라노 색소포니스트 탐 스코트가 참여하고 나서야 폴 매카트니의 마음에 들어 녹음했다.
소승근(gicsucks@hanmail.net)
「Let me roll it」
폴 매카트니의 대표작으로 꼽히는 앨범 < Band On The Run >의 수록곡으로, 제목은 조지 해리슨의 곡 「I'd have you anytime」의 첫 소절 'Let me roll it to you'에서 따왔다. 발표 당시 존 레논의 「Cold turkey」와의 유사성 논란이 있었다. 마치 비틀즈 시절의 곡들처럼 전면에 나서는 기타 사운드를 맛볼 수 있는 곡.
여인협(lunarianih@naver.com)
「Paper back writer」
1966년 여름, 2주간 넘버원을 한 이 노래의 가사는 작가가 되고 싶은 한 남자가 출판사에 보내는 편지다. 사랑 노래가 아니라는 것이 흥미롭다. 반복되는 구성과 묘하게 맞아떨어지는 프레이징이 재미있다. 전형적인 로큰롤 사운드를 들려주지만 귀에 감기는 코러스로 차별화를 둔다.
전민석(lego93@naver.com)
「My valentine」
2012년 스탠더드 재즈 작품 < Kisses On The Bottom >의 수록곡 「My valentine」은 부인 낸시 쉬벨 (Nancy Shevell)에게 바치는 곡이다. 스튜디오 버전에서는 오랜 친구인 에릭 클랩튼의 연주가 담겼고, 54회 그래미에서는 이글스의 조 왈쉬와 공연하기도 했다. 느슨하고 나지막한 육성에서 들려오는 사랑의 메시지와 클랩튼 특유의 블루지한 톤은 아름다운 하모니를 이룬다. 특히 할리우드 스타 나탈리 포트만(Natalie Portman)과 조니 뎁(Johnny Depp)의 수화로만 채워진 뮤직비디오는 팬들에게 강하게 각인되어있다.
신현태(rockershin@gmail.com)
「Nineteen hundred and eighty-five」
폴 매카트니가 비틀즈 해체 이후 그의 아내와 밴드 윙스(Wings)로 활동하던 시절 앨범 < Band On The Run >에서 발표한 곡이다. 음반의 가장 중추적이고도 극적인 역할을 담당했던 트랙답게 급박하고도 긴장감 넘치는 전개가 특징이다. 공연에서는 폴 매카트니의 건반에 화려한 기타 솔로까지 대동하며 분위기를 한 층 고조시킨다. 기타 솔로를 몰아치며 절정으로 달하는 후반부는 특히 압권이다.
「The long and winding road」
폴 매카트니가 스코틀랜드에서 만들었다는 이 노래는 비틀즈의 마지막 넘버원 싱글이다. 시기적으로 그래서인지 더 쓸쓸하다. 오케스트라, 합창 편곡이 분위기를 조성하고 보컬 선율로 곡의 전개를 주도한다. 노래를 만들 당시 폴은 장중한 편곡이 본인의 의도와 달라, 프로듀서 필 스펙터에게 불만이 컸다고 한다. 후에 다른 버전도 발매하지만 공연에서는 원곡에 가까운 편곡으로 한다.
전민석(lego93@naver.com)
「Maybe I'm amazed」
폴 매카트니의 솔로 작품 중에서 팬과 평단 모두에게 가장 높은 평가를 이끌어낸 노래다. 발표 당시 프랑스와 독일을 제외하고는 싱글로 발매되지 않았지만 폴 매카트니 자신도 가장 좋아하는 곡으로 꼽으며 애정을 드러낸 바 있다. 비틀스 해산 등으로 힘든 시기에 곁을 지켜준 아내 린다에게 사랑과 감사를 담아 만든 곡.
조아름(curtzzo@naver.com)
「I've just seen a face」
레코딩 전부터 'Aunty Gin's Theme'라는 별칭이 붙어있었는데, 이는 그의 고모가 이 노래를 끔찍이 아꼈기 때문이라고. 컨트리 스타일의 가창과 연주가 돋보이는 곡으로 베이스를 뺀 채 기타와 마라카스만으로 단출한 멋을 살려내고 있다. 후렴구의 화음은 여느 보컬그룹 저리가라 할 정도의 아름다운 하모니를 보여주며, 운율을 살린 가사가 이를 거들며 대중성에 박차를 가한다. 라이브에서 자주 선보이는 노래이기도 하다. < Beatles for Sale >의 수록되어 있다.
황선업(sunup.and.down16@gmail.com)
「We can work it out」
비틀즈의 11번째 넘버원이다. 폴 매카트니가 당시 연인이었던 제인 애셔와의 관계에 대해 쓴 이 노래는 폴 매카트니가 작곡한 노래 중에서 리듬감이 가장 돋보인다. 조지 해리슨의 건의로 중간 간주에 왈츠를 도입한 것이 화룡점정이다. 존 레논은 이 곡 대신 「Day tripper」를 강력하게 밀었다. 결국 A면에 「We can work it out」을, B면에 「Day tripper」를 수록한 싱글을 발표했지만 「Day tripper」는 전미 차트 5위를 기록해서 정상에 오른 「We can work it out」에 판정패했다.
소승근(gicsucks@hanmail.net)
「Another day」
비틀즈 해산 이후 발표한 폴 매카트니의 첫 싱글이라는 남다른 의미가 있는 곡으로, 매카트니 특유의 편안한 멜로디가 돋보이는 곡이다. 아내인 린다 매카트니가 백보컬로 참여한 사실로도 유명하다. 1971년 빌보드 싱글차트 5위에 올랐다.
여인협(lunarianih@naver.com)
「And I love her」
이 곡을 두고 존 레논은 '폴의 첫 번째 Yesterday'라 평했다. 멜로디 히트메이커 폴 매카트의 출발점을 「And I love her」로 설정한 것이다. 폴도 '나 자신에게 감명 받은 첫 번째 곡'이라 칭할 정도로 중요한, 비틀즈 역사의 출발점에 위치한 감미로운 발라드 곡이다. 거대한 미국 침공의 서막을 알린 < A Hard Day's Night >에 수록된 이 달콤한 러브 송은, 비록 폴 매카트니의 손에서 탄생했지만 초창기 비틀즈의 든든한 팀워크가 빛난다. 인상적인 기타 리프는 조지 해리슨의 것이었고 링고 스타는 드럼 대신 봉고를 두드렸으며 존 레논은 함께 노래를 불렀다. 비틀즈의 순수함은 50년 세월이 지나도 청정하다.
김도헌(zener1218@gmail.com)
「Blackbird」
< The Beatles [White Album] >에 수록된 곡. 어린 시절 조지 해리슨과 함께 시도했던 요한 세바스찬 바흐의 류트(lute) 모음곡 e단조 중 5번째 부분인 「Bourree」에서 영감을 받아 작곡했다. 가사는 1968년 작곡 당시, 인종 간의 긴장이 일던 미국 사회의 현장에서 가져왔다고 한다. 잔잔하게 흐르는 보컬과 어쿠스틱 기타 연주는 모두 폴 매카트니의 것이다. 음악적으로 주도권을 쥐고 있던 비틀즈의 말미에서 많이 손꼽히는 폴매카트니의 대표곡이다.
이수호(howard19@naver.com)
「Here today」
비틀즈 해체 이후 존 레논과 폴 매카트니는 천하에 둘도 없는 앙숙이 되었다. 비틀즈 때부터 깊어졌던 감정의 골은 추구하는 방향이 전혀 달랐던 솔로 활동 시기에 더욱 극명해졌다. 존 레논은 「How do you sleep」으로 팝스타가 된 폴을 조롱했고 폴은 이에 대한 비꼼으로 「Silly love songs」를 내놓았다. 하지만 그들은 둘도 없는 친구이자 동료였다. 존 레논의 사망 2년 후, 1982년 앨범 < Tug of war >에 수록된 「Here today」를 통해 폴은 존 레논과 나누는 상상의 대화를 그리며 그를 추모하고 그리워했다. 싱글로 공개하지 않았음에도 곡은 빌보드 싱글 차트 46위까지 올랐다. 세월이 지나도 그들은 어쩔 수 없는 비틀(Beatle)이었던 것이다.
김도헌(zener1218@gmail.com)
「New」
'새로운' 폴 매카트니의 젊은 사운드가 담겨진 신작 < New >를 대표하는 작품이다. 어려서부터 즐겨듣던 고전으로만 구성한 전작 < Kisses On The Bottom >의 트랙 리스트를 상기한다면 '더욱 새로운' 매카트니로 다가온다. 일흔이 훌쩍 넘은 나이에 팬들에게 바치는 「New」는 젊은 날 그와 함께 울고 웃었던 추억을 함께 떠올리기에 부족함이 없다.
신현태(rockershin@gmail.com)
「Queenie eye」
< Out There Tour >는 새 앨범 투어인 만큼 신곡을 다수 연주한다. 그렇다고 해도 늘 그렇듯 이번 한국 공연에서도 40여 곡의 세트리스트로 '중무장'한 폴 매카트니일테니 “신곡만 하다가 끝나는 거 아니야?”라는 기우는 필요 없을 것이다. 「Queenie eye」는 음악적인 부분은 논할 것도 없이 세련된 팝적 센스가 돋보이며, 음악이야기와는 별개로 애비로드 스튜디오에서 촬영된 뮤직비디오에서 매카트니의 위력을 확인할 수 있다. 출연진 한 명, 한 명이 '대박'급이다.
신현태(rockershin@gmail.com)
「Lady madonna」
지난 4월 1일, 현대 카드 글씨체로 'MADONNA'라고 적힌 현수막이 걸려있었다. 비틀즈의 「Lady madonna」를 활용한 재치 있는 홍보였다. 이러한 만우절 장난처럼 노래도 유쾌하다. 가사는 힘겹게 가정을 이끄는 어머니를 그리고 있지만 피아노가 흥겹다. 여기에 추가적인 색소폰 세션으로 부기우기의 들썩임을 차용하여 요란한 로큰롤 넘버를 완성했다. 다른 곡들과 다르게 마음 보다 몸이 먼저 반응하는 노래다.
전민석(lego93@naver.com)
「All together now」
곡 자체는 < Magical Mystery Tour >(1967)를 작업할 때 완성되었지만, 정작 세상에 빛을 본 건 < Yellow Submarine >(1969)에 실리면서다. 2013년부터 시작된 < Out There > 투어에서 처음으로 라이브화 되었다. 알파벳으로 시작하는 가사처럼 마치 동요를 연상케 하는 멜로디와 구성이 돋보이며, 그 또한 '편한 마음으로 즐겼으면' 하는 의도에서 만든 곡이라고 한다. 노랫말이 단순해 이만큼 떼창에 어울리는 곡도 없을 듯 싶다. 남은 건 연습 또 연습!
황선업(sunup.and.down16@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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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즘
이즘(www.izm.co.kr)은 음악 평론가 임진모를 주축으로 운영되는 대중음악 웹진이다. 2001년 8월에 오픈한 이래로 매주 가요, 팝, 영화음악에 대한 리뷰를 게재해 오고 있다. 초기에는 한국의 ‘올뮤직가이드’를 목표로 데이터베이스 구축에 힘썼으나 지금은 인터뷰와 리뷰 중심의 웹진에 비중을 두고 있다. 풍부한 자료가 구비된 음악 라이브러리와 필자 개개인의 관점이 살아 있는 비평 사이트를 동시에 추구하고 있다.
서유당
2014.05.1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