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을 기다리는 5월. 어디로 떠나면 좋을까? 산도, 들도, 바다도 좋다.
<채널예스>가 제안하는 아웃도어 라이프를 눈여겨보자.
인터넷이 생기고 스마트폰이 보급되면서 요즘 사람들은 책보다는 인터넷에서 정보를 얻는다. 블로그나 카페에서 단편적인 정보에 접근하기는 인터넷이 쉽다. 여행이라든지 맛집, 요리법 등이 그렇다. 그렇다면 가까운 미래에 정보를 전달 매체로써의 책은 사라질까? 그렇지 않다. 단편적인 정보를 체계적으로 분류하여 보기 편하게 모으기로는 책이 여전히 우월하다. 예를 들어 ‘떡갈비 만드는 법’을 인터넷에서 검색하기는 쉽지만, ‘한국 전통음식의 역사와 종류’를 알기 위해서는 건으로 검색하는 것보다는 책에서 찾는 게 편하다.
등산도 마찬가지다. 인터넷으로 등산로를 검색할 수도 있지만 전국의 유명한 산의 지도와 코스를 수록한 책이 블로그 포스팅보다 정확하고 보기 편하다. ‘깊은솔’은 10년 넘게 등산책을 전문으로 내온 출판사다. 2001년 8월 31일에 창립하여 지금까지 40여 종의 책을 냈다. 그중에서는 『한국 1000산』과 같은 기념비적인 책도 있다.
등산책을 내는 출판사라 그런지 사무실이 있는 곳부터 남다르다. 파주출판단지나 홍대 인근에 있는 출판사가 많은데, ‘깊은솔’은 북한산이 보이는 구기동에 자리 잡았다. 출판사가 지향하는 바를 반영한 위치이기도 하고, 장인행 대표와 김영진 이사가 모두 산을 좋아한다. 장인행 대표는 산을 넘어서 출퇴근을 할 때도 있다고.
앞서 인터넷 이야기를 잠시 하기도 했지만, ‘깊은솔’의 가장 큰 경쟁자는 인터넷이다. 실제로 인터넷이 확산되면서 등산 코스를 안내하는 책이 해가 갈수록 덜 팔린다고 한다. 그럼에도 깊은솔에서 낸 책을 찾는 독자가 꾸준히 있다고 한다. 여기에는 두 가지 이유가 있다.
첫째, 정확성. 인터넷에 있는 정보는 업데이트가 잘 안 된다. 등산 블로거가 자신의 경로를 올리고는 최신 정보로 갱신하는 일은 드물다. 그에 비해 책은 최신 정보를 반영하여 판을 갱신한다. 대개 깊은솔은 책을 낸 지 1년 만에 판을 다시 찍는다고 한다. 사실, 이점은 꽤 중요하다. 10년이면 강산이 변한다고 하지만, 등산로는 수시로 변한다. 입산통제 구역으로 정해지기도 하고, 자연재해가 일어나면 복구할 때까지 등산로가 폐쇄되기도 한다. 교통편, 숙소 등도 마찬가지다. 그래서 깊은솔에서 나오는 책은 ‘쇄’ 개념보다는 ‘판’의 개념이 강하다.
둘째, 방대함. 등산 인구가 늘었다고는 하지만 도시 근교에서 멀리 떨어진 산에 관한 정보는 드물다. 장인행 대표는 “등산 인구가 늘어났지만, 유가가 급등하면서 지방에 있는 산에 가 보면 오히려 등산객이 드물다. 지방에 있는 산에 관한 정보는 인터넷에 없을 때가 많다.”라고 말했다. 그래서 일부 등산객은 인터넷으로 정보를 찾다가도 결국 깊은솔의 책을 구매한다. 깊은솔의 충실한 독자는 각 지역의 산악회 회장, 총무라고.
(좌)장인행 대표 (우) 김영진 이사
그리고 우리가 생각해 봐야 할 문제가 있다. 바로 저작권이다. 등산 코스를 중심으로 책을 내는 출판사가 한국에서는 깊은솔이 유일하다 보니, 인터넷에 떠도는 정보 중 상당수가 깊은솔의 책을 캡처한다거나 스캔해서 올린 것이다. 연구나 비평을 위해 책에서 문장 단위를 인용하는 것과 등산 지도를 통째로 올리는 것은 다르다. 후자는 저작권을 어긴 것이다. 저자들이 산을 하나하나씩 답사해서 지도를 손수 제작했는데, 『한국 1000산』은 지도 제작비만 수천만 원이 들었다. 이렇게 큰 비용과 노력이 들어간 콘텐츠를 즐기기 위해서는 정당한 비용을 지불하는 게 필요하지 않을까.
『한국 1000산』과 같은 책은 지도 제작에도 노력이 들어가지만 저자 섭외부터 쉽지는 않다. 1,000이라는 엄청난 숫자가 주는 압박감에서 느껴지듯, 등산 경력이 최소 20~30년은 있는 사람이 시작할 수 있다. 그리고 인세에서 나오는 수입이 그리 크지 않기 때문에 경제적인 이유가 아니라 열정이 있는 저자라야 책을 만들 수 있다. 그래서 깊은솔과 함께 책을 만드는 저자는 모두 등산 경력 20~30년에 산에 대한 열정이 대단한 사람이다.
앞으로 깊은솔에서는 어떤 책이 나올까. 『한국 1000산』이 나왔으니 『한국 1500산』, 『한국 2000산』도 나오지 않을까? 그렇지는 않다고 한다. 언덕이나 이름 없는 야산을 빼면 한국에는 대략 1,500여 개 정도의 산이 있는데, 그중에서 1,000산을 다뤘으니 더 소개할 산이 없어서다. 대신 개개의 산을 좀 더 심층적으로 다룰 예정이다.
* 깊은솔에서 낸 책
한국 1000산
신명호 저 | 깊은솔
『한국 1000산』은 산행 안내서이다. 36년 동안 1,500산을 오른 한 산악인이 한국의 대표적인 산 1,000개를 선정하여 그동안 산행기록과 경험을 모아 최근 10년 동안 재답사를 거쳐 그 산의 개념도와 개요, 등산로, 교통편, 산행지, 부근에서 잘하는 식당, 깨끗한 숙박 집, 가볼 만한 명소, 자연휴양림 등 산행에 도움이 되는 생생한 실전 내용을 담았다.
서울 산 가는 길
신명호 저 | 깊은솔
한국의 산 중 명산은 강원도에 많지만, 거기까지 가기는 너무 멀다. 서울 근교에도 아름다운 산이많다. 이 책은 북한산, 도봉산, 관악산, 청계산, 남한산성의 수많은 등산로를 정리하여 1일 산행코스로 적절하다고 판단된 코스를 선정하여 기록했다. 기타 수도권 산은 대표적인 코스 한 곳씩만 소개한다.
한상갑 저 | 깊은솔
우리나라 국토의 70%는 산. 어쩌면 우리에게 산은 숙명이다. 한국등산지원센터가 발표한 우리나라 등산인구는 1천만 명. 월 1회 이상 산에 오르는 사람만도 1,500만 명에 달한다. 웬만한 아파트나 동창회엔 등산모임이 기본적으로 깔리고 전국에 산악회만 1만 8천여 개에 달한다고 한다. 『에세이로 읽는 한국 100대 명산』은 100대 명산 등정에 대한 기록이며, 100대 명산에 숨겨져 있는 에피소드를 찾아내어 기자 특유의 날카로운 시선으로 쉽고 재미있게 이야기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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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민규(인문 PD)
티끌 모아 태산.
서유당
2014.05.2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