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이 킴 < Home >
「영원한 건 없지만」 로이 킴의 추락은 급격했다. 오디션 프로그램 우승자, 학벌 좋고 잘생긴 '엄마 친구 아들' 등의 이미지도 표절이라는 의혹 앞에 무용지물이었다. 아무 말 없이 학업을 이유로 한국을 떠난 지 1년, 그는 새 앨범 < Home >을 통해 그간 보여주지 않았던 감정을 담담히, 때로는 격정적으로 토로한다.
전작의 재기발랄함 대신 자기 성찰적인 가사와 잔잔한 포크 사운드로 앨범을 가득 채웠다. 지난 과오를 반성하며 잃어버린 '그대'를 찾아 끊임없이 방황하고 다짐하는 화자에서 로이 킴 본인을 어렵지 않게 떠올릴 수 있다. '영원한 건 없지만 내 마음의 목소리는 영원하길'이라 노래하는 「영원한 건 없지만」, '난 걱정 안 해도 돼 / 너만 괜찮으면 돼'라는 「Home」은 자신을 옅게 함으로서 건네는 간접적 사과의 제스처다. '누가 봐도 내가 다 잘못했죠 / 실수라고 받아주길 바랬죠'라는 「멀어졌죠」의 직접적 표현도 그 의혹을 짙게 한다. 솔직한 노랫말을 속죄와 해명의 길로 택한 셈이다.
회고록으로서는 안성맞춤의 앨범이나 음악적으로는 감정의 표현이 아닌 감정의 과잉이다. 아홉 곡들 중 단 하나 치고나오는 곡이 없이 밋밋하게 그저 흘러가기만 한다. 1990년대의 감성을 강조하지만 굳이 1990년대의 노래를 찾아 들을 수 있는 상황에서 로이 킴의 음악은 더욱 힘이 빠진다. 기타 신동으로 유명한 정성하와 함께했음에도 특징적이지 못한 「Curtain」, 컨트리 록을 가져온 「날 사랑한다면」, 「잘 있나요 그대」 등 절절한 자기 고백에 멜로디나 곡 구성은 너무나도 형식적이며 일반적이다. < Love Love Love >에서도 똑같이 제기되었던 문제를 전혀 해결하지 못했다. 그나마 있던 상쾌함이나 발랄한 개성도 찾아볼 수 없다.
로이 킴의 실책은 크게 두 가지다. 첫 번째는 의혹에 대한 명쾌한 해명 없이 한국을 떠났던 것이고, 두 번째는 이 묵혀둔 마음을 지나치게 음악에 투영했다는 점이다. 과거의 실책을 솔직함으로 타개하려 했으나 오히려 자신의 강점을 잃어버리는 결과를 낳았다. 로이 킴의 오랜 팬이나 지인이 아닌 이상 < Home >의 고백을 완벽히 이해하기는 힘들어 보인다.
글/ 김도헌(zener1218@gmail.com)
이즘
이즘(www.izm.co.kr)은 음악 평론가 임진모를 주축으로 운영되는 대중음악 웹진이다. 2001년 8월에 오픈한 이래로 매주 가요, 팝, 영화음악에 대한 리뷰를 게재해 오고 있다. 초기에는 한국의 ‘올뮤직가이드’를 목표로 데이터베이스 구축에 힘썼으나 지금은 인터뷰와 리뷰 중심의 웹진에 비중을 두고 있다. 풍부한 자료가 구비된 음악 라이브러리와 필자 개개인의 관점이 살아 있는 비평 사이트를 동시에 추구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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