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수에서 앨범 아티스트로의 진화. 김범수
김범수 8집의 가장 큰 이슈는 앨범 커버다
글ㆍ사진 이즘
2014.12.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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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범수 < HIM >

김범수 8집의 가장 큰 이슈는 앨범 커버다. 영예로운 '비주얼 가수'라는 호칭이 만족스러웠는지 측면이나 원근법이 아닌, 과감한 정면 사진을 내걸었다. 깊은 자신감의 표현으로는 이보다 더 효과적인 이미지 전략이 없겠지만, 애잔한 눈빛과 좀처럼 어울리지 않는 강렬한(?) 인상은 왠지 모를 부담으로 다가온다. 각설하고.

 

애꿎은 표지를 핑계로 삼는 이유는 그만큼 새 앨범이 흠을 찾기 어려운, 세련된 완성도를 자랑하는 작품이기 때문이다. 전작 < Solista > 시리즈가 '나가수 열풍'에서 각인된 보컬리스트로서의 면모를 유감없이 보인 작품이라면, < HIM >을 채우는 것은 김범수라는 한 아티스트의 자신감이다. 리메이크곡 「너의 집 앞에서」와 해외 작곡가에게 맡긴 「Casanova」를 제외한 전곡 프로듀싱을 도맡으며 일관성을 더하고, 전곡 작사 작곡에 참여하며 능동적 모습을 추구하는데 이것이 절대 무겁지 않고 친근하게 다가온다. 유쾌하면서도 편안하게 음악적 진화를 꿈꾸는 김범수다.

 

오프닝 트랙 「So so」부터 그루비한 기타 연주와 코러스는 흥을 한껏 돋우며 스타일의 확장을 암시한다. 스윙스가 참여한 「상남자」는 베이스 리프가 돋보이는 힙합곡이며, 제니퍼 로페즈의 프로듀서 데이먼 샤프의 작품 「Casanova」는 펑키한 기타 리프와 빅 비트의 조화가 새로움을 더한다. 어쿠스틱 사운드를 전면에 내세운 타이틀 트랙 「집 밥」은 최신 유행의 흐름을 따랐다는 점에서 다소 흔한 트랙이기도 하지만 김범수의 보이지 않았던 매력을 발견하는 좋은 사례다.

 

일곱 장의 정규 앨범과 다양한 경연 프로그램을 통해 이미 검증이 끝난 김범수의 보컬은 다양한 곡 스펙트럼에서도 매끄럽게 이어지며 개성을 통일한다. 부드러운 R&B 사운드 「Lonely」나 「띠동갑」에서부터 1970년대 디스코 풍의 「욕심쟁이」나 앞서 언급했던 빠른 비트의 곡까지 균형의 흐트러짐 없이 곡마다 최적의 목소리로 완성도를 높인다.

 

피아노 한 대로 구성한 감미로운 「너의 집 앞에서」와 어떤 의미로든 인상적인 뮤직비디오의 「눈물나는 내 사랑」은 다소 심심한 결과물이나 기존 팬들에게는

여전히 사랑받을 트랙이다. 자칫 '백화점식 구성'이라는 오명을 쓸 수도 있는 상황에서 영리하게 '흑인 음악'과 '목소리'라는 양대 축으로 균형을 잘 잡았다.

 

비록 철저히 현 대중의 니즈에 집중된 형태의 실험이라지만 전권을 잡은 첫 앨범이라는 점에 주목하고 싶다. 몇몇 아티스트들이 '온전한 자신의 결과물'이라는 사실에 집착하다 이도 저도 아닌 결과물을 만들어내는 경우를 상기해보면, 김범수는 편안하면서도 유쾌한 마음가짐으로 자신의 위치에서 만들 수 있는 최적의 앨범을 만들어냈다. '가수 김범수'가 아닌 '아티스트 김범수'로의 진화, 시작이 좋다.

 

앨범 커버만 빼고.

 

 

 

 

글/ 김도헌(zener1218@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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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범수
1의 댓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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앙ㅋ

2015.01.24

'백화점식 구성'이라는 오명을 쓸 수도 있는 상황에서 영리하게 '흑인 음악'과 '목소리'라는 양대 축으로 균형을 잘 잡았다니 듣고 싶어지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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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즘

이즘(www.izm.co.kr)은 음악 평론가 임진모를 주축으로 운영되는 대중음악 웹진이다. 2001년 8월에 오픈한 이래로 매주 가요, 팝, 영화음악에 대한 리뷰를 게재해 오고 있다. 초기에는 한국의 ‘올뮤직가이드’를 목표로 데이터베이스 구축에 힘썼으나 지금은 인터뷰와 리뷰 중심의 웹진에 비중을 두고 있다. 풍부한 자료가 구비된 음악 라이브러리와 필자 개개인의 관점이 살아 있는 비평 사이트를 동시에 추구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