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라인 네트워크가 일상이 되면서 이젠 운동이나 다이어트도 모니터 앞에 앉아 인터넷 검색으로 시작하는 세상이 되었습니다. 온라인 커뮤니티에서 자료를 찾고, 질문하고, 심지어 다쳤을 때도 병원보다 온라인상에 질문을 먼저 하는 난감한 경우까지도 봅니다.
2006년 말에 블로그를 개설해서 8년 가까이 운영해오며 항상 절감하는 사실이 있습니다. 8년 전에 올라오던 질문이나 2014년 버전의 질문이나 거의 변한 게 없다는 점이죠. 웬만한 헬스, 다이어트 커뮤니티에는 ‘질문 전 검색부터’라는 문구가 대문에 걸려 있습니다. 질문 10개 중 9개는 한두 명도 아니고 수많은 사람들이 이전에도 묻고 또 물었던 내용이기 때문이죠. 뒤집어 생각하면 다이어트나 운동을 시작한 사람들이 궁금해 하는 내용이 대개는 거기서 거기라는 말입니다.
시중에는 식단이나 운동을 ‘어떻게’ 하는지 설명하는 자료들이 이미 넘치게 많습니다. 바벨 컬이 뭔지, 케틀벨 스윙을 어떻게 하는지 같은 건 쉽게 찾을 수 있습니다. (저자에 따른 색깔 차이가 있다는 건 논외로 하고요.) 심지어 몇 주 만에 살을 빼 준다거나 몸짱을 만들어 줄 테니 묻지도 따지지도 말고 시키는 대로만 하라는 책도 많습니다. 가능한지는 접어두고라도 최소한 뭘 어떻게 할지에 대해서는 명확하게 제시하고 있죠.
그런데 실상 가장 궁금해 하는 것은 바벨 컬을 하는 법도 아니고, 케틀벨 스윙에서 팔을 어디까지 들어야 하는지도 아닙니다. 진짜 궁금해 하는 것은 ‘어떻게’보다는 ‘왜’입니다. 초보자는 바벨을 10회씩 들라고 하던데 1회도 아니고 100회도 아닌, 왜 하필 10회인지? 알배긴 허벅지로 오늘 운동을 나가야 할지 말아야 할지? 무얼 (안) 먹어야 운동을 더 잘할지? 이처럼 지극히 현실적인 고민들 말이죠.
사실 ‘하루 30분씩 뛰라’는 식으로 말하기는 쉽습니다. 관심 없는 다수를 상대하는 대중매체의 건강정보는 대개 머리, 꽁지 다 떼고 결론만 전달하죠. 하지만 운동이나 다이어트에 정말 마음을 먹었다면 왜 30분인지, 왜 뛰는지 정도는 알아야 합니다. 이쯤에서 운동생리학이니 해부학이니 하는 두통 생기는 용어들이 떠오르기 쉽지만 보통의 운동을 이해하는 데는 고등학교 수준의 과학 지식과 상식이면 충분합니다. 문제는 그 정보를 내 몸과 연결해서 응용하는 데 애를 먹는다는 것이죠.
제 블로그가 호응을 얻었던 것도 몸의 원리와 운동, 다이어트 시 맞닥뜨리는 현실적인 궁금증을 상식선에서 설명하기 때문이 아니었나 싶습니다. 이 책은 몇 주 만에 몸짱이 되는 눈 돌아가는 운동법이나 한 달에 10kg을 빼주는 신통방통한 다이어트 법을 설명하지 않습니다. 그보다는 근육이 만들어지고, 체지방이 빠지는 원리를 설명하며 위의 말들이 왜 허무맹랑한지를 설명하는 책이 될 겁니다.
제가 ‘왜’에 주목한 건 수많은 정보들 속에서 옥석을 가려내는 기본 정도는 갖췄으면 하는 바람 때문입니다. 지금은 정보를 찾는 능력보다는 필요한 정보만 골라내는 능력이 더 필요한 때입니다. 피트니스 분야도 과거에 비해 관점이 넓어지면서 수많은 정보가 쏟아집니다. 사회체육의 범주가 다양해지면서 실전 경기력을 중시하는 사람도 생겨났고, 크로스핏이나 파워리프팅 같은 하드코어 운동으로 몸을 극한까지 몰아붙이는 것을 즐기는 사람들도 생겨났습니다. 물론 한편에는 오직 살을 뺄 (혹은 찌울) 수 있다면 건강도 기꺼이 희생하는 사람들도 여전히 있습니다.
이렇게 사람들의 목적이 전보다 다양해지다보니 운동이나 식단에 대해서도 누구에게나 딱 들어맞는 공통의 답이 나오지는 않습니다. 온라인에서 정보를 접하는 초심자들이 주의해야 할 건 수많은 사람의 의견이 뒤섞여 있는 온라인이라는 채널의 특성입니다.
사람들은 자신의 경험을 위주로 모든 것을 해석합니다. 어떤 글은 살 빼기에 목숨을 건 사람이 썼을 수 있습니다. 또 어떤 글은 ‘살이 찌건 말건 스쿼트 200kg이 목표’인 사람이 썼을 수도 있고요. 그래서 온라인상의 정보는 쓴 사람의 관점을 모르기 때문에 덥석 믿고 받아들이기가 어렵습니다. 특히나 초심자일수록 특정한 룰, 남의 경험담, 속설 같은 것에 집착하기 쉽다보니 온통 제각각인 말들 사이에서 혼란에 빠지곤 하죠. 도리어 경력자들은 원리를 이해하기 때문에 다양한 관점과 접근에 너그럽습니다.
그렇다면 남의 경험담보다는 객관적인 정보와 원리를 바탕으로 방향을 잡는 게 정답입니다. 이 ‘객관적인’ 정보는 대체 어디서 어떻게 얻을 수 있을까요? 모든 사람이 이론서를 통독할 수는 없는 노릇이니까요. 현실적으로 일반인이 접하는 운동, 다이어트 정보는 대부분 TV나 잡지 같은 대중매체를 통한 것입니다. 그런데 이 정보의 상당수는 편집자의 의도가 더해지거나 ‘머리 꽁지 다 잘려나가고’ 결론만 남은 선정적인 가십 수준의 기사에 불과합니다. 심지어 상업성을 몰래 감추고 있는 왜곡된 칼럼들이 새로운 속설을 탄생시키기까지 합니다. 대중매체의 건강 정보를 무조건 신뢰하기 어려운 이유가 여기에 있습니다.
제 결론은 간단합니다. (이 역시 제 경험임을 전제로 합니다.) 운동과 건강에서 정확성이 가장 높은 최고의 진리는 ‘상식’입니다. 상식을 벗어나는 정보나 이론은 왜곡되었을 가능성이 높고, 상식을 벗어나는 경험담은 보편적으로 적용할 수 없는 그 사람만의 경험담일 가능성이 높습니다. 상식을 벗어난 건강법, 운동법, 특정 식품을 과도하게 띄운다면 그건 여러분의 주머니를 노리는 잠깐 동안의 유행일 공산이 큽니다.
몸과 운동에 관한 이론은 이미 90% 이상이 상식의 범주가 되었습니다. 나머지 10% 이하는 일반인이 관심을 둘 필요 없는 선수나 전문가의 영역입니다. 그나마 옳다 그르다 논란의 한복판에 있는 경우도 많고요. 새롭고 놀라운 것은 항상 사람들을 혹하게 하지만 여러분이 노벨상을 노리는 학자가 아니라면, 그것도 세상에 하나뿐인 내 몸이 걸려 있다면, 불명확하고 새로운 것보다는 결과가 보장된 확실한 길을 택하는 것이 당연합니다.
따지고 보면 제일 단순하고, 상식적이고, 우직하게 하는 분들이 몸만들기든 다이어트든 끝에 가서 성공합니다. 비법을 찾고, 혹하는 기사를 볼 때마다 귀가 팔랑거리고, 책 구석에나 나옴직한 이론이나 최신 논문을 뒤지는 분들이 많지만 그런 분들은 이미 절반은 실패에 발을 들여놓은 것이나 마찬가지입니다. 이 책의 제목을 어딘지 케케묵은 것으로 느껴질 수도 있는 ‘정석’이라고 한 이유입니다.
책 제목이 『헬스의 정석』이라고 해서 헬스장에서 바벨을 드는 운동만 다루지는 않습니다. 바벨을 드는 것이나 축구나 철인 3종 경기나 몸을 단련한다는 틀 자체는 똑같기 때문입니다. 이 책에서는 몸, 우리가 운동이라고 말하는 동작 그 자체, 몸을 만드는 재료가 되는 영양에 대해서 다룹니다. 여기에 ‘근육 만드는 약’이라는 오해와 환상을 동시에 불러일으키는 스포츠 보충제에 대해서도 다룹니다.
이 책이 나오기까지 시간이 꽤 오래 걸렸습니다. 올 봄에 전자책으로 먼저 출간되었는데 예상보다 좋은 반응과 격려를 받았습니다. 단행본이 아니라 아쉽다는 분들도 많았는데 다행히 이번에 한문화멀티미디어의 도움으로 단행본이 출간되면서 전자책에서 미흡했던 부분을 일부 보완했습니다.
이 책이 그간 제 블로그와 전자책에 관심을 가져주신 분들에게 보답이 되기를 바랍니다. 끝으로 전자책 출판 당시부터 물심양면 도움을 준 NSCA-CPT 김민우(김슨생) 트레이너에게 감사의 뜻을 전합니다.
2014년이 끝을 향해 달리는 어느 날
수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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헬스의 정석수피 저 | 한문화
더 이상 자신의 몸을 담보로 남의 경험이나 정체불명의 엉터리 속설에 기대지 말자. 잘못된 운동은 통증과 상처를 남기고, 잘못된 식이요법은 요요를 부르는 법이다. 피트니스나 다이어트 산업의 ‘봉’으로 전락하고 싶지 않다면, 지금부터는 가장 상식에 가까운 운동을 선택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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