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셜미디어는 여러 면에서 ‘거리’의 의미를 변화시키고 글로벌 대화를 일상 속의 상호작용으로 발전시켰다. 이 ‘생활 속 국제화’가 한때 유일하게 상품을 구매하는 방법이었던 파머스 마켓의 매력과 새로움을 새삼 일깨워주고 있다. 전 세계를 아울러 로컬 마켓의 인기가 높아지고 개인 소비자들이 다시 전통적인 커뮤니티를 추구하고 있다는 점에서 괄목할만한 트렌드라 할 수 있다. 노르웨이 셰프이자 ‘예이트뮈라Geitmyra’ 푸드컬처센터 소장인 안드리아드 비에스타드Andread Viestad는 지역 문화에 집중하며 거리와 이웃이 과거 잃어버렸던 관계를 회복하는 모습을 흥미롭게 주시하고 있다.
예이트뮈라는 정부 보조금과 민간단체, 기업 후원으로 운영되는 비영리단체로 18세기 오슬로에 있는 한 농가에 터를 잡고 있다. 이곳의 핵심 목표는 아이들이 건강한 음식을 요리해서 먹는 즐거움을 발견하는 것이다. 그래서 예이트뮈라는 “아이들이 요리를 하거나 먹을 때마다 자신을 푸드체인의 참여자라고 깨닫고 단순한 소비자가 아닌 공동 생산자라는 사실을 인지하는 데” 초점을 맞춰 교육한다. 이처럼 파머스 마켓이 커뮤니티에 불어넣는 것은 막중한 개인의 책임감이다.
“와인처럼 당근도 전문가가 있습니다. 당근이 가지고 있는 개별적인 맛을 다양한 음식과 매치할 수 있는 것이 바로 기술이죠.” 예이트뮈라 농장에서 원예사로 있는 스웨덴 출신의 칼레 페르손Kalle Persson은 애인을 따라 노르웨이에 왔다가 예이트뮈라에서 원예사로 일하면서 정착했다.
칼레는 발밑 땅속에서 잠자는 당근을 다채로운 맛에 물이 한창 올랐을 때 뽑기 위해 항상 계절의 면모를 예의 주시한다. 노르웨이의 당근 재배는 여름과 가을에 걸쳐 이루어지는데, 8월 초 당근을 심기 시작해 첫 서리가 내려앉는 10월에서 11월 전에 수확한다. 당근의 풍부한 즙과 아삭한 식감을 살리고 영양가를 높이려면 햇살과 연갈색을 띤 촉촉한 토양이 적절하게 조화를 이뤄야 한다.
칼레는 당근을 손질해서 보관하는 데 예전 방식이 가장 좋다고 한다. “당근의 질감, 색깔, 비타민을 잘 보존하기 위해서는 구매한 뒤 땅속이나 지하실 또는 몇 달 동안 둘 수 있는 서늘하고 어두운 바깥에 보관하세요.” 또 당근을 지나치게 많이 씻는 것은 수고스러울 뿐 아니라 풍미와 영양도 잃게 만든다고 한다. “당근의 표면에는 맛을 내는 성분과 비타민이 있어서 당근은 되도록 깎지 않고 물로 씻어서 먹는 것이 좋습니다.”
오늘 칼레는 예이트뮈라의 선홍색 오두막들이 옹기종기 모인 곳에서 진한 노란색부터 선명한 빨간색까지, 색도 종도 다양한 수확물을 사람들에게 선보이고 있다. 나무 판자들이 둘러싼 공간이 금세 사람들로 북적대던 1700년대의 시장터로 탈바꿈한 것 같다. 찾는 사람이 뜸하던 시절, 덩굴로 덮였던 벽들은 말끔하게 새 단장을 했고 생명을 되찾은 로컬 마켓은 이것저것 묻는 사람들의 목소리로 활기차다. 공기마저 신선함과 소생의 기운으로 가득 차 있다. 오늘 저녁 식탁에 올릴 지역 식재료를 꼼꼼히 고르고 있는 가족들 머리 위로 펼쳐진 아침의 푸른 하늘을 양떼구름이 예쁘게 수놓고 있다.
* 이 글은 『시리얼』의 일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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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리얼 CEREAL vol.1 시리얼 편집부 저/김미란 역 | 시공사
영국의 격조 높은 감성을 선사하는《시리얼》의 창간호가 한국어판으로 정식 출간됐다. 이번 vol.1에서는 독특한 유럽의 정서를 자랑하는 세 곳으로 유랑을 떠난다. 《시리얼》에는 여행뿐 아니라 먹을거리를 다각도로 들여다보는 이야기도 무척 흥미롭다. 하나의 대상을 독특한 시선으로 포커싱한 사진과 함께, 견식과 철학을 바탕으로 하면서도 가끔은 엉뚱하게 또는 유머러스하게 풀어낸 글이 또 다른 매력을 선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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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리얼 편집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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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02.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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