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의도 아일렉스 상가에 있는 카스테라 전문점 키세키는 일본 나가사키 지방의 카스테라 레시피를 바탕으로 한다. 홍대를 본점으로 여의도, 신사동 등 여러 분점이 있는 키세키는 1983년 4월 13일에 오픈하여 현재는 아들이 물려받아 32년째 이어가고 있다. 따뜻한 병아리가 떠오르는 연한 노란색의 실내에 아기자기한 장식들이 가득하고 쇼케이스 안에는 별그림이 그려진 카스테라가 들어있다. 옹기종기 모여있는 별들을 보면 왠지 반짝거리는 보물상자 같다.
상자를 열어보면 비닐 안에 단단하고 쫀득한 카스테라가 가득 들어있고 껍질 아래로 굵은 설탕 입자가 보인다. 비닐을 벗기자 진하고 달콤한 향이 풍기며 친절하게 한 조각씩 잘려져 있어 좋다. 꺼내보니 상자와 비닐 사이에 원수연 만화가의 그림을 곁들인 친절한 설명서까지 들어있었다.
“나가사키 카스테라가 뭐에요?”
“원래 포르투갈 사람들이 즐겨먹던 서양 과자로 포르투갈 상인들이 나가사키로 가져오면서 카스테라라는 이름으로 발전을 이루었습니다. 카스테라는 여러 제과에서 응용되고 있지만 나가사키 카스테라는 일본의 유명 과자로서 전 세계적으로 사랑받고 있습니다.”
“한국의 카스테라와 뭐가 달라요?”
“한국의 카스테라가 식감이 보슬보슬하다면 일본의 카스테라는 식감이 묵직한 편입니다. 그 이유는 버터나 오일류가 들어가지 않고 달걀과 꿀 함량이 높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카스테라의 풍미가 깊고 진합니다.”
한입 맛보니 꺼낼 때의 느낌처럼 단단하고, 쫀득하고, 묵직하다. 아주 진한 달걀 노른자와 꿀, 그리고 설탕의 풍미는 진한 아메리카노나 담백한 우유와 잘 어울린다. 껍질 사이에 있는 설탕은 단맛이 찡해 처음에는 너무 달게 느껴지지만 중독성이 있다. 마치 벨기에 리에쥬 와플에 뿌려진 펄슈가 같지만 부드러운 카스테라와 더 대비되어 아삭거렸다. 한 조각은 생각보다 포만감이 많이 들고 합성첨가제가 안 들어 있다는 설명에 더 기분 좋게 먹을 수 있었다.
또한 식빵 러스크처럼 카스테라 러스크를 판매한다. 부서지는 식감의 카스텔라로 만드니 식빵보다 더 바삭거리고 달다. 너무 묵직한 단맛이 바삭한 식감에 덜 달게 느껴져 오히려 더 많이 먹을 수 있다. 명함 한 구석에는 재미있는 문구가 눈에 띈다. 키세키는 한국말로 기적이라는 뜻이니, “소중한 사람에게 기적을 선물하세요”라고 적었다. 다 아는 말장난인데도 왠지 키세키 카스테라를 먹으면 기적이 이루어 질 것만 같았다. 별에게 소원을 빌 듯, 카스테라를 먹으며 소원을 빌어본다.
메뉴: 오리지널 풀사이즈 13,000원, 하프사이즈 7,500원, 러스크 4,000원.
서울특별시 영등포구 여의도동 37 아일렉스상가 1층 | 02.761.87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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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지원 (선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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