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대 번화가에서 멀리 떨어진 끝자락 상수역 근처에 간판조차 잘 보이지 않는 파스타집이 있다. 6가지 파스타와 전채요리, 생선요리, 고기요리 각각 하나씩만 만들어 내지만 때때로 품절이 되거나 계절에 따라 메뉴가 바뀌기도 한다. 간판이 워낙 작아 사진을 찍으려 서자 비로소 문 옆에 작은 영문이 눈에 들어왔다. 그리고 문 옆에도 ‘이태리식당 달고나’가 귀엽게 손글씨로 적혀있다. 빨간 테두리의 유리문을 열고 들어가자 테이블이 10개도 안되게 옹기종기 모여있다. 벽면에는 메뉴와 높이 걸어놓은 코트, 아기자기한 분위기가 마치 동경의 어느 한 골목에 들어온 기분이다.
주문을 하자 꽤 오랜 시간이 걸려서야 나온 파스타는 김이 모락모락 올라와 더 맛있어 보였다. 봉골레는 특이하게 홍합(담치)이 더 들어있고 바지락은 제철이라 살이 올라 쫄깃했다. 담백한 소스와 두툼한 마늘, 올리브오일의 풍미가 잘 어우러졌고 면은 바로 삶아 만들어서 면이 불지 않고 살아있었다. 직접 구워 나오는 따끈한 빵에 남은 파스타 국물을 찍어 먹으니 <먹고 기도하고 사랑하라>의 줄리아 로버츠가 맛있다고 외치는 장면이 떠올랐다.
딸리아뗄레 알 라구 볼로네제는 생면을 곁들여서 불기 전에 바로 섞어주라는 당부를 곁들인다. 다진 소고기와 당근, 양파를 푹 익혀 만든 도톰한 소스와 눈처럼 곱게 갈아 준 치즈를 뜨거운 생면과 섞자 면 사이사이로 소스가 스며 든다. 딸리아딸레라 불리는 납작한 생면은 미트소스에 잘 어우러지고 달걀 맛이 많이 나서 고소하고 부드럽다. 또한 스테이크도 수준급이며 풍기 파스타도 담백하니 버섯의 맛을 잘 살려 감칠맛이 좋았다.
맥주는 딱 세 종류로 모레띠 더블 몰트와 흑맥주, 그리고 스페인 맥주 세르도스 에일 맥주로 모두 흔하지 않아 마니아 층이 있는 맥주들이다. 모레띠 더블 몰트는 보통 맥주 도수보다 높지만 몰트의 풍미에 도수가 세게 느껴지지 않으며 이탈리아 맥주라서 그런지 파스타와도 잘 어울린다. 또한 직접 만든 상그리아도 인기가 좋으니 도수가 낮은 와인을 곁들여 보고 싶다면 추천한다.
이탈리아의 대표음식으로 떠올리는 파스타는 쉽고도 어려운 음식이다. 면과 소스의 단순한 조합이 오히려 어려운 건지 맛있는 곳이 드물다. 특히 면 익힘이 중요한데, 면을 삶는 시간은 (면의 종류와 굵기에 따라 차이가 있으나) 대략 8-11분 사이어서 식사시간에 몰려드는 주문을 소화시키위해 대부분 미리 면을 미리 삶아 놓고 주문 시 소스와 한번 더 볶아 준다. 그러면 음식은 빨리 나오지만 면은 불어 있다. 하지만 달고나에서는 주문 후 면을 삶기 시작해서 음식이 나오기까지는 시간이 조금 더 걸리지만 면이 살아있는 맛있는 파스타를 맛볼 수 있었다. 특히 반가운 사람과 함께라면 기다림이 오히려 더 즐거운 시간이 될 수 있을 것이다. 기다림이 즐거운 누군가와 함께 맛있는 파스타를 먹고 싶다면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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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지원 (선임 기자)
달걀을 깨지 않으면 오믈렛을 만들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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