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4회 비룡소 문학상 대상은 우미옥 작가의 『두근 두근 걱정 대장』이다. 김진경, 김리리, 김지은, 한윤섭 심사위원은 심사평에서 “아이들 마음 구석구석을 잘 들여다본 작가만이 쓸 수 있는 사랑스럽고 놀라운 작품”이라 평했다. 심사평대로 이 이야기는 누구나 어린 시절 한 번쯤은 근거 없는 걱정으로 힘들어했던 경험을 소재로 한다.
주인공 소녀 소이에게 이모가 걱정 인형을 선물한다. 걱정 많은 소이가 염려되어 걱정 인형을 샀다는 이모. 상자에서 나온 걱정 인형은 신기하게도 말을 한다. 이쯤 되면, 대개는 걱정 인형이 소이에게 걱정을 이기는 법을 알려줄 것 같지만 이야기는 엉뚱하게 전개된다. 소이보다 더 걱정이 많은 걱정 인형. 결국 주인공은 자기 자신이야말로 걱정을 이기는 원동력이라는 사실을 깨닫는다.
책에는 『두근 두근 걱정 대장』를 포함해서 총 4편의 단편이 실렸다. 외모로 고민하는 한 소녀의 성장 이야기를 유쾌하게 그린 「등 뒤에 고양이」와 어린이의 다양한 소원을 묘사한 「소원을 들어주는 상자」, 꿈 속에서 나무가 된 주인공의 상상을 담은 「포도나무가 될지도 몰라」 모두 짧은 이야기지만, 그 안에 우미옥 작가 특유의 상상력이 발휘된 작품이다.
어른에게는 작은 걱정이지만 어린이에게는 큰 걱정
어떻게 지내셨나요.
4회 비룡소 문학상 발표가 2014년 8월이었고, 수상식은 12월에 있었어요. 책이 나온 게 3월인데 그 동안 겨울잠을 잤어요. 아무 것도 안 했다는 의미가 아니라, 한 가지에 집중했다는 뜻입니다. 엉뚱하게 들릴지도 모르겠지만, 동시를 열심히 공부하고 썼어요.
이 작품에는 작가님의 실재 경험도 있나요?
당연히 제 이야기가 들어갈 수밖에 없죠. 첫 번째와 네 번째 이야기가 제 경험에 가깝고 두 번째와 세 번째는 상상한 이야기에요.
제목에도 나오지만 이번 작품집에서 한 가지 주된 심정이 걱정이에요.
제가 걱정, 근심이 많아요. 최근에는 여러 가지 무서운 일이 사회적으로도 일어났고요. 아이들도 두려울 거예요. 심사평에서는 사소한 걱정을 다뤘다고 했지만, 작은 걱정이 아이들에게는 정말 큰 걱정일 수 있어요. 우리들도 그랬잖아요. 어른이 되면서 잊었겠지만 어릴 때는 성인이 보기에는 작아도 자신에게는 정말 큰 걱정이거든요. 어른들은 이런 아이를 이해하고, 아이들은 걱정을 이겨내는 힘을 이 책으로 좀 키웠으면 좋겠어요.
요즘 아이들은 어떤 걱정을 할까요?
걱정은 비슷하겠죠. 학교 생활, 친구, 가족과 여러 가지 문제가 있을 거예요. 더 큰 걱정을 하는 친구도 있겠죠. 우리나라의 통일을 염려한다든지 하는. 구체적으로 어떤 걱정인지는 다 다르지 않을까요.
상상은 아이들이 누릴 수 있는 특권
걱정을 이겨내는 힘은 어디서 찾아야 하나요.
결국은 자기 자신에게서 나오지 않을까요. 「등 뒤에 고양이」에도 거울을 보면서 주인공이 생각하잖아요. 알고 보면 큰 걱정이 아닌데 부풀려지는 게 많아요. 그럴 때는 걱정을 똑바로 보고, 자기 안에 강한 힘이 있다고 믿어야 해요. 제 글을 읽기만 하면 안 되고, 엄마나 친구와 함께 이야기를 많이 나누면 좋겠어요. 이야기를 나누다 보면 큰 걱정이 아니라는 걸 알게 될 거예요. 이 책이 걱정을 다뤘지만, 읽으면서 깔깔 웃는 아이도 있어요. 그럴 때 기분이 되게 좋아요. 책을 읽을 때는 그 이야기 안에서 즐겁게 놀고 대화할 수 있는 편안한 독서가 되면 좋겠어요.
걱정 인형이 말을 한다든지, 소원을 들어주는 소원 상자가 등장한다든지 하는 상상적 요소가 작가님 이야기에 자주 등장해요.
어른의 현실과 아이의 현실은 달라요. 나이가 어릴수록 많은 걸 상상할 수 있죠. 백화점 같은 공간에서도 아이들은 판타지를 만들어요. 공간, 물건으로 상상할 수 있는 게 그 나이 대의 특권인데요. 생각의 틀을 깰 수 있는 이야기를 주고 싶었어요.
「소원을 들어주는 상자」에는 다양한 소원이 등장하는데 작가님 소원은?
책이 잘 팔리는 것? (웃음) 제 글을 많은 사람이 읽고 재밌다고 해 주시면 좋겠어요.
동화는 희망과 사랑의 문학
아동문학 쓰기로 결심한 계기가 있었나요?
희곡으로 박사 과정에 들어갔는데, 아동 문학, 특히 창작을 공부하면서 정말 하고 싶은 걸 깨달았어요. 아이에게 선물을 주고 싶었어요. 내 안에 있는 아이의 존재를 느꼈는데요. 마냥 행복하지만은 않잖아요. 상처받고 나약하고 외로운 아이를 느끼면서 그 아이를 위해서 동화 창작을 시작했어요. 다른 일, 다른 공부보다 세상에서 가장 행복하고 즐거운 일이라는 걸 동화 쓸 때마다 느껴요. 지금도 그렇고요. 동화가 희망의 문학, 사랑의 문학이라고 이야기하는데요. 쓰면서 저도 밝아지고 긍정적으로 변하는 걸 느끼죠. 덕분에 선물을 많이 받았죠. 이 책도 제게 선물이고요.
어린 시절 작가님은 어땠어요?
전학을 많이 다녔어요. 초등학교만 5군데를 다녔는데요. 덕분에 새로운 환경에서 일어난 일을 되게 선명하게 기억해요. 이런 경험이 동화 쓰는 데 씨앗이죠. 책 쓰는 작가의 공통점일 텐데, 저도 나가서 노는 것보다는 집에서 노는 게 좋았어요. 아버지가 국문과 교수님이었는데, 집에 책이 많아서 온갖 책을 섭렵했죠. 글을 써 보고 싶다는 생각은 어릴 때부터 했어요. 초등학교 때 쓴 일기부터 다 보관하고 있는데요. 일기 쓰기를 좋아했어요. 동화를 쓰기 위해 본 적은 없지만, 가끔 정리하다 꺼내면 기억이 생생히 떠올라요.
2011년에 등단하셨는데요. 그 뒤로 중간에 슬럼프는 없었나요.
당연히 있죠. 혼란스러운 고비가 있었어요. 결국 마음을 다시 잡는 건 저 자신이니까, 할 수 있는 일과 하고 싶은 일을 생각해요. 다른 사람 속도가 아니라 저만의 속도를 지키려고 노력하죠. 창작을 시작했을 때도 단기간에 이루겠다는 게 아니라 머리가 하얀 할머니가 되어서 쓰는 모습을 상상했기 때문에, 느려도 상관 없다는 마음으로 이겨냈어요.
창비어린이 문학상과 비룡소 문학상 등 큰 상 두 가지를 받으셨는데요. 스스로 비결을 생각해 보셨나요.
잘 쓰는 사람이 많은데 왜 제가 됐는지 생각해 볼 때가 있는데요. 아직 모르겠어요. 심사하신 분들은 제 이야기가 독특하다고 해요. 그게 뭔지는 고민이지만, 제가 자랑할 만한 건 정말 즐겁게 쓴다는 점? 글 쓸 때 힘들고 어렵게 쓰는 작가님도 있는데, 저는 즐겁게 써요. 글을 쓸 때 가장 최적의 상태에서 쓰죠. 늦잠을 자는 편이라 주로 오후에 그런 상태가 되어요.
이야기가 다양한 형태로 발전하는 작품을 쓰고파
혹시 글쓰기에 영향 받았던 사람이 있나요.
우리나라 작가 중에는 마해송 작가님, 현덕 작가님을 좋아하고요 외국 작가 중에는 미하엘 엔데, 크리스티네 뇌스틀링거, 아놀드 노벨, 오르한 파묵, 사무엘 베케트, 외젠 이오네스코를 좋아해요. 제 독서 취향은 잡식성이에요. 커피의 역사, 향수의 역사 같은 미시사를 좋아하기도 하고 철학자가 쓴 수필집도 즐겨 읽어요.
이야기 소재는 어디서 찾으시나요.
독서 논술 과외를 10년 정도 하면서 아이들을 많이 봤어요. 그 후로는 아이를 만날 일이 많지는 않은데요. 조카와 이야기를 하거나, 제 또래 친구가 엄마니까 또래 이야기를 들으면 도움이 돼요. 제가 결혼을 안 해서 보이는 장점일 수도 있는데요. 엄마들에게는 일상이지만, 제게는 정말 특별하게 보이는 그런 소재가 있어요.
조카 만나면 주로 어떤 이야기 나누시나요.
휴대폰만 봐서 이야기를 나누기가 쉽지는 않아요. (웃음) 어릴 때는 조카가 상상한 이야기를 주고 받으면서 재밌었는데, 크니까 시들해졌나 봐요. 요즘은 학교 생활 이야기를 많이 하죠. 책은 많이 안 읽는 듯해요. 요즘은 필독서, 이렇게 해서 책을 읽으라고 강요하는 분위기라 더 안 읽는 원인 같아요. 하고 싶어도 강요하면 하기 싫어지잖아요.
그럼에도 우리가 이야기를 책을 읽어야 하는 이유는?
이야기가 가장 원형이잖아요. 이야기의 힘은 공감이라고 봐요. 아이들이 동화를 봤을 때 공감의 능력이 커지죠. 상황을 이해하는 훈련이 되고요. 갈수록 사회가, 아이들이 이기적이 된다고 하는데 그렇기에 공감력을 키울 수 있는 문학을 읽어야 한다고 생각해요.
마지막 질문 드릴게요. 20~30년 뒤에 어떤 작가로 기억되길 원하나요.
소망하는 건, 원 소스 멀티 유즈가 될 만한 작품을 쓰는 게 최종 목표인데요. 사실 생각해 본 적은 없어요. 많은 좋은 작품을 쓴 작가? 좋은 아동문학은 공감하고 이야기에 빠져들 수 있는 이야기여야 해요. 그 작품이 다양한 형태로 발전한 작가가 되면 좋겠고요. 재밌고 공감하고 사람의 마음을 울릴 수 있는 작품을 많이 쓰고 싶어요. 전세계 아이도 즐겁게 읽을 수 있는 이야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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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근두근 걱정 대장우미옥 글/노인경 그림 | 비룡소
제4회 비룡소 문학상 대상 수상작 우미옥의 『두근두근 걱정 대장』이 비룡소에서 출간되었습니다. 올해 대상작으로 선정된 『두근두근 걱정 대장』은 십 대 시절로 접어들기 전 성장기의 고민을 네 명 아이들의 일상을 통해 재치 있게 다룬 단편 모음집입니다. 유아기를 벗어나 몸과 마음이 쑥쑥 커 가는 아이들의 마음 구석구석을 보듬어 주며 공감의 선물을 선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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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민규(인문 P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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별따라
2015.04.1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