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지금 LP를 다시 듣는가!
예스24가 예술의전당과 함께 주최한 ‘클래식 LP 신보 감상회’가 지난 4월 7일 예술의전당 오페라하우스 컨퍼런스홀에서 열렸다. LP로 듣는 명음반에 대한 기대로 클래식 애호가 200여 명이 자리했다.
글ㆍ사진 신연선
2015.04.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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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P로 음악을 들은 사람들은 그 따뜻하고 자연스러운 음색에 늘 감동한다. 편리하고 용이한 디지털 음악이 들려주지 못하는 아날로그 감성을 무한히 느끼는 것이다. 익숙하면서도 새로운 음악에 매료된 사람들은 더욱 고집스럽게 좋은 음악을 찾아 헤맨다. 사양의 길을 걷는 듯 했던 LP가 놀랍게도 다시 주목을 받는 이유는 LP가 주는 편안하면서도 깊이 있는 소리 때문일 것이다. LP에서만 들을 수 있는 독보적인 소리 말이다.

 

지난 4월 7일, 예스24가 예술의전당과 함께 주최한 ‘클래식 LP 신보 감상회’가 예술의전당 오페라하우스 컨퍼런스홀에서 열렸다. LP로 듣는 명음반에 대한 기대로 클래식 애호가 200여 명이 자리했다. 또한 이날 행사에는 KBS 1FM <명연주 명음반>의 진행을 맡고 있는 정만섭 음악 평론가가 설명을 더하는 것으로 진행되었는데, 그가 들려주는 이야기 덕에 음악과 소리, 음반에 대한 이해가 훨씬 깊어졌다. 특히 감상회 마지막 차례에 무소르그스키(Mussorgsky)의 `‘전람회의 그림’전곡을 감상했는데, 이 앨범은 클래식 애호가들에게만 알려져 있는 폴란드 출신의 프랑스 지휘자 르네 라이보비츠가 지휘한 숨겨진 명반이었다.

 

왜 LP인가?


먼저 정만섭 평론가는 “나름대로 소명감을 갖고 나왔다”라고 말하며 “LP로 편안하게 노는 시간이라고 생각해주셨으면 좋겠다”며 편안한 분위기로 이야기를 시작했다. 

 

LP를 감상하기에 앞서 LP가 좋은가, CD가 좋은가에 대한 논쟁에 대해 생각해 보았다.

 

“CD 나온 것이 벌써 80년 대 초반 아니에요? 어떻게 보면 LP보다 더 오래 나오고 있는데요. 하지만 몇 십 년이 흘렀는데도 불구하고 새로 LP가 나오고 있다는 점을 생각해야 합니다.”

 

다른 이야기들을 들어 설명하는 것보다 이런 사실 자체로도 LP가 큰 매력이 있다는 반증 같다는 설명이었다. 그는 어느 쪽이 옳다기보다는 LP가 왜 지금까지 살아남았고, 이것을 새로 만들어내는 사람들이 존재하고, 새로이 관심을 일으키며, 어떻게 LP를 향유하는 사람들이 점차 많아지고 있느냐로 판가름할 수 있을 것 같다고 말했다.

 

그도 그럴 것이 약 10년 전부터 새로 LP를 내는 레이블이 생기더니 LP에 대한 수요가 꾸준히 증가해 현재는 젊은 계층까지 LP에 호기심을 갖기 시작했다. 어느 정도 해답을 드려야 할 것 같아서 이런 자리를 빌어 말씀드려야겠다고 생각했다는 정만섭 평론가는 무엇보다도 LP의 기술적인 특장점, CD와의 비교 등에 대해서는 다 잊어야 한다고 말했다.

 

“따뜻한 아날로그도 있고, 차가운 아날로그도 있어요. 차가운 디지털도 있지만 따뜻한 디지털도 있죠. 꼭 한 군데로 생각할 필요는 없어요. 다만 CD의 엄청난 공세 속에서도 LP가 살아남고, 새로 음반이 발매되고, 이런 것을 보면 그 자체에 뭔가 이론적으로 형언할 수 없는 매력이 있다고 생각합니다.”

 

기술이 발전하고, 세월이 지나도 변함없이 사랑받는 LP의 매력이란 무엇일까.

 

“LP는 리모컨이 없죠. 일단 걸어놓으면 될 수 있는 한 끝까지 듣게 돼요. 음악에 몰입할 수 있도록 합니다. 일어나서 다른 음반 걸면 되지, 하시지만 오디오 듣는 사람들이 게으르잖아요.(웃음) 그냥 듣죠.”

 

그만큼  LP에는 감성적인 부분이 있다. 아주 예민하고 섬세하므로 소리가 안 나면 뭔가 정성을 들이게 한다. 바로 그런 점이 가장 큰 LP의 매력이자 지금까지 사랑받는 이유라고 정만섭 평론가는 말했다.

 

LP를 잘 모르는 사람들마저도 LP에 대해 이야기를 할 때면 무엇보다 음질에 대해서 많이들 얘기한다. CD 제작의 기술적 이유를 들어 근본적으로 LP와의 비교를 거부하는 사람들도 있다. 하지만 정만섭 평론가의 생각은 꼭 그렇지만은 않다.

 

“디지털은 엄밀한 의미에서 소리를 잘라먹은 것이다, 그러므로 차이가 나지 않겠느냐, 그것도 일리가 있어요. 하지만 사람 귀에 현미경을 단 것도 아니고 세밀하게 차이를 느끼기는 힘들죠. 그걸 CD도 많이 보완했기 때문에요.”

 

오히려 그는 LP에도 고품질의 LP가 있고, 그렇지 않은 LP가 있기 때문에 그것을 찾고 그에 대해 이야기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의견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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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이블 ‘아날로그 프로덕션(Analogue Productions)’


정만섭 평론가가 들려주는 클래식 LP 감상회는 레이블별로 소개, 진행될 예정이다. 이번 첫 번째 차례는 아날로그 프로덕션(Analogue Productions)의 타이틀로 구성한 목록이었다.

 

“10여 년 전부터 새로 나오는 새 LP를 꾸준히 구입해왔지만 최근까지도 들어본 결과, 아날로그 프로덕션의 LP를 추천합니다. 저는 그 회사와 아무 관계없어요.(웃음) 미국 LP의 황금시대(1957~1962, 5년간을 지칭)의 최고를 ‘리빙 스테레오(미국 RCA사의 전설적 레이블)’로 보는데, 지금까지 리빙 스테레오를 복각한 수많은 LP가 있지만 그 LP보다는 적어도 확실하게 뛰어난 LP를 만들겠다고 해서 나온 음반들이 아날로그 프로덕션의 LP들입니다. 24장을 목표로 현재는 절반정도 나왔어요.”

 

소개할 음반들을 듣기 전에 ‘리빙 스테레오’에 대한 시대적 배경을 이해하면 훨씬 음악을 풍성하게 감상할 수 있다.

 

“1957년부터 1962년 사이가 왜 중요한 시기였느냐면, 그 시기에 대가들이 아직 살아있었거든요. 루빈스타인(Arthur Rubinstein), 프리츠 라이너(Fritz Reiner), 하이페츠(Jascha Heifetz) 이런 사람들이죠. 그 시기 이후 모두 세상을 떠났어요. 그런 엄청난 대가들이 최고의 원숙한 기량을 발휘할 수 있는 마지막 시간이 공교롭게도 그 시기와 맞아 떨어진 거예요. 리빙 스테레오는 운도 좋았는데, 스테레오가 54년부터 가능해졌지만 마이크 셋팅을 어떻게 하느냐가 엔지니어들의 관건이었어요. 운 좋게 나중에 레퍼런스가 되는 형태를 잡아낸 게 리빙 스테레오예요.”

 

오케스트라 사운드를 어떻게 잡을 것인가는 당시 음반 업체의 큰 화두였다. 마이크를 3개를 사용하여 녹음하는 방식을 운 좋게 처음 찾아낸 곳이 바로 RCA사의 리빙 스테레오였다. 이는 현재의 스탠다드로 정착된 방식이다. 

 

정만섭 평론가는 전쟁을 통해 스테레오 기술이 발전하게 된 흥미로운 이야기를 덧붙여 설명했다. 2차 세계대전 당시 잠수함의 음파 탐지 기술이 전쟁 후에 오디오 기술로 전수되었다는 설명이었다. 음향 기술은 전쟁 이후 비약적인 발전했다. 음악과 사회의 밀접한 관계에 대해 생각하게 하는 대목이었다.

 

아날로그 프로덕션은 그들 레이블만이 갖고 있는 회사 소유의 공장에서 오리지널 아날로그 마스터테이프만을 사용, 정확하고 세밀한 제작공정을 거쳐 음질이 뛰어난 LP를 내놓기로 소문난 레이블이다. 사운드 홀도 깊고, 그루브도 좋고, 버진 비닐을 사용해 음악 감상을 방해하는 요소가 거의 없는, 명반이 탄생할 수 있는 조건이라는 부연 설명이다.


“요즘 LP를 의심하는 분들이라면 한 번쯤 ‘아날로그 프로덕션’의 음반을 가져보십사 말씀을 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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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 번째로 감상한 곡은 천일야화를 주제로 림스키 코르사코프(Rimsky-Korsakov)가 작곡한< Festival at bagdad: the sea> 라는 곡이었다. 마지막 배가 난파되는 부분을 연주한 부분을 들었다.

 

“큰 음량에서도 LP가 자연스러워요. CD를 큰 음량으로 들으면 상당히 부담스러운 느낌이 있는데, LP는 그런 느낌을 상당히 적게 줍니다.”

 

큰 소리 중에서도 특히 현악기의 소리를 담기에 큰 매력이 있는 것 같다. 현악기에 관한 정만섭 평론가의 짧은 멘트가 이어졌다.

 

“첼로나 바이올린 같은 현악기 계통, 특히 방송을 해보니까 우리나라 분들은 피아노보다는 압도적으로 현악기를 좋아하시는 분들이 많더라고요. 좀 구성지죠.(웃음) 샵, 플랫되면서 슬라이딩이 가능하니까 그런 데서 오는 애틋함, 이런 것들 때문에 좋아하시는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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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번째는 바이올린 소리를 들어보기로 했다. 바로 야사 하이페츠(Jascha Heifetz)의 <시벨리우스: 바이올린 협주곡>이었다. 행사장을 가득 채우는 바이올린 소리는 자리한 모든 사람들의 가슴을 울리기에 조금도 부족함이 없는 깊이를 전해주었다.

 

다음 감상할 음반은 LP의 저음 실력을 들려줄 수 있는 것이라 소개한 정만섭 평론가는 “처음에 리빙 스테레오의 엔지니어들이 오르간을 어떻게 잡을 것인가, 어떻게 저음을 잡을 것인가, 별 짓을 다 했대요. 들어보면 처음에 저음 깔리는 소리가 대단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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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중들과 들은 곡은 프리츠 라이너(Fritz Reiner)의 <슈트라우스: 차라투스트라는 이렇게 말했다> 시간 관계 탓에 30분가량 되는 곡이지만 도입부의 저음 부분만 들어보았다. 짧지만 강렬한 저음과 풍성한 소리가 귀를 사로잡는 음악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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샤를 뮌시(Charles Munch)는 리빙 스테레오의 혜택을 많이 본 지휘자다. 황금기에 좋은 소리를 잘 만난 리빙 스테레오의 주인공 중의 주인공이라고 정만섭 평론가는 설명했다. 생상스의 <오르간 교향곡 3번>이 곧이어 흘러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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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엇보다도 이번 LP 감상회의 압권은 폴란드 출신의 지휘자 르네 레이보비츠(Rene Leibowitz)의 <무소르그스키: 전람회의 그림>이였다. 이 곡을 향해 달려왔다고 해도 과언이 아닌 만큼 30분 동안 전곡을 다 듣기로 했다.

 

“LP 사운드의 정점이라고 생각해요. 사람들이 르네 레이보비츠라는 사람을 잘 모르는데요. 몇 년 전에 레이보비츠의 베토벤 교향곡 전곡 연주한 것이 소개되어 전시까지 한 일도 생겼지만, 정작 레이보비츠가 남긴 것은 슈만과 그 외 몇 곡이 있고요. 진짜는 ‘전람회의 그림’과 ‘민둥산에서의 하룻밤’입니다. 특히 음악 자체가 그로테스크하고 표현력을 극대화한 작품이죠. 그것이 가능했던 것은 무소르그스키(Mussorgsky)가 아마추어 작곡가였기 때문일 겁니다. 가장 러시아적인 작품이 ‘무소르그스키의 전람회의 그림’이라고 얘기를 해요.”

 

정만섭 평론가는 전해들은 스님 이야기를 들려주었다. 한 사람에게 어느 스님이 아주 훌륭한 오디오가 있으니 들어보자고 했다. 스님을 따라 갔더니 산중에 휴대용 CD 플레이어 하나, 컴퓨터용 스피커 한 대만 있었다고 한다. ‘오디오는 공간’이라고 말하는 정만섭 평론가는 턴테이블이 먼 곳에 있는 것이 아니라는 말로 인사를 대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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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연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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