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널예스>에서 매주 금요일, ‘내일 뭐 읽지?’를 연재합니다. 보통 사람들보다 책을 ‘쪼끔’ 더 좋아하는 3명이 매주, 책을 1권씩 추천합니다. 매우 사적인 책 추천이지만, 정말 좋은 책, 재밌는 책, 정말 읽으려고 하는 책만 선별해 소개합니다. 엄숙주의를 싫어하기에 가벼운 마음으로 추천하지만, 닉네임을 걸고 약속 드립니다. 나만 읽긴 아까운 책이라고! ‘오늘 뭐 먹지?’ ‘내일 뭐 먹지?’ 만 고민하지 말고, 때로는 ‘내일 뭐 읽지?’ 생각해보는 건, 어떤가요?
한 달에 한 도시
김은덕,백종민 공저 | 이야기나무
여행에세이 읽는 거, 개인적으로 내 취향이 아니다. 여행을 못 떠날 거면 차라리 동네 앞 누렁이랑 놀면서 슈퍼에서 쭈쭈바를 빠는 편을 택하겠다. 그런데 하물며, 떠나지도 못할 여행지에 대한 기록물을 내가 왜 읽어야 하는가? 『한 달에 한 도시』를 이야기하기까지 서문이 길었다. 이 책의 저자는 부부다. ‘아프다는 말을 입에 달고 사는 남자’ 사람과 ‘자기만 똑똑하다고 생각하는 여자’ 사람. 신혼집 전세 계약을 해지한 돈으로 한 나라에서 한 달씩, 24개국을 여행한 무지막지한 부부다. 요즘, 이런(?) 부부가 많아졌고 책도 많이 나오는데, 『한 달에 한 도시』는 ‘에어비앤비’라는 콘셉트가 분명한 여행이다. (에어비앤비란, 자신의 주거 공간 중 일부를 다른 사람에게 빌려주는 온라인 서비스). 대리만족하자고 이 책을 읽은 건 아니다. 그렇다면, ‘역시 나는 남편이랑 이런 여행을 절대 못 가’라는 확신을 얻고자? 그것도 아니다. 다만, 세상에는 참 다양하게 사는 방식이 있다는 걸 눈으로라도 보고 싶었다. 지금도 휴가 계획은 딱히 없다. 다만, 읽고 싶은 책 리스트만 가득할 뿐. 미미여사의 신작 『십자가와 반지의 초상』도 읽고 싶다. 시원한 원두막에서 수박 반 쪽 베어 물고.(꾸러기)
파이어플라이관 살인사건
마야 유타카 저/김영주 역 | 북스토리
여름 방학과 겨울 방학이 있던 학생 시절에는 몰랐다. 휴가란, 여름 휴가를 의미하는 것인 줄. 겨울 휴가도 있을 줄 알았는데, 한국 대부분의 회사에서 겨울 휴가는 딱히 없었다. 그래서, 키워드를 '휴가'로 받았을 때 떠오른 단어는 바로 여름이다. 여름, 하면 생각나는 게 바로 공포, 스릴러다. 지금 읽고 있는 책이 마침 『파이어플라이관 살인사건』이다. 10년 전 잔인한 연쇄 살인이 있었던 깊은 산 속의 산장. 공포 체험을 위해 그곳을 찾은 오컬트 동호회 사이에서 10년 전 사건을 재현한 듯한 살인이 연쇄적으로 벌어진다. 밀실 상황에서 벌어진 연쇄 살인이라는 고전적인 설정이고 영상이 아니라 활자일 뿐인데도, 깊은 밤에 이 작품을 읽다 보면 등 뒤가 서늘해지면서 제대로 피서 느낌이 난다. (드미트리)
프리덤 서머, 1964
브루스 왓슨 저/이수영 역 | 삼천리
작년 여름 휴가의 든든한 동반자였던 『프리덤 서머, 1964』. 대체 왜 내가 576 페이지의 두꺼운 이 책을 휴양지에 가져 갔는지 모를 일이다. 작년은 ‘프리덤 서머’의 50주년이었다. 버락 오바마가 대통령인 지금의 미국에서는 상상도 할 수 없었던 일들이 남부에서 이어졌다. 그 해 여름, 미국 전역에서 모인 대학생 자원활동가들이 흑인인권운동가들과 함께 미시시피 주에서 ‘자유학교’를 연다. KKK단을 비롯한 백인우월주의자의 테러와 납치, 살인이 일어나는데도 자유를 향한 학생들의 열정은 식지 않는다. 그 열정의 사투가 있었던 여름을 ‘프리덤 서머’라고 부른다. 난 아직도 이 책을 2014년 최고의 책 중 하나로 꼽는다. 이렇게 학생운동가 한 명, 한 명에게 공들여 서술한 저자가 있을까? 고통스럽고 아픈 기억이지만 그 속에서 뜨겁게 투쟁했던 영혼들을 대면하는 일은 참 감동적이다. 이 책을 읽으며, 당신은 지독한 ‘혐오’들과 마주칠 것이다. 미국에서 일어난 일인데도 그것들은 어딘가 모르게 낯익다. 적어도 난 그랬다. 여름 휴가 계획이 없다면, 지금 살고 있는 우리를 돌이켜 보게 하는 이 역사책을 읽어보는 건 어떨까? 본래 휴가란 지금의 내 삶을 다른 눈으로 보게 하는 것이니까. 아참, 무엇보다 이 책, 상상외로 정말 재미있다. (땡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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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u1250
2015.07.04
감귤
2015.07.0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