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정희는 여성 특유의 섬세한 묘사와 맛깔스런 문장으로 한국 현대문학사에 튼튼한 뿌리를 내린 작가다. 40년이 넘도록 작가로서, 여자로서 숱한 계절을 반복하면서도 튼튼한 작품들을 바탕으로 자신 있게 새 계절을 맞이하는 큰 작가다. 삶에 대한 깊은 성찰을 담은 작품으로 가지각색의 삶을 작품을 통해 담아낸다.
1947년 서울 종로구 사직동에서 태어나 1970년 서라벌예술대학 문예창작과를 졸업했다. 1968년 중앙일보 신춘문예에 「완구점 여인」이 당선되어 문단에 데뷔했다. 1979년 「저녁의 게임」으로 이상문학상을 수상한 이래 1982년 「동경」으로 제15회 동인문학상, 1996년 「구부러진 길 저쪽」으로 오영수문학상, 1996년 「불꽃놀이」로 동서문학상 등을 수상했다. 2003년에는 독일에서 번역 출간된 『새』로 독일의 주요 문학상 중 하나인 리베라투르상을 수상했는데, 해외에서 한국인이 문학상을 받은 최초의 사례로서 한국문학의 해외 진출사에서 매우 의미 깊은 사건으로 평가 받고 있다.
초기에는 육체적 불구와 왜곡된 관능, 불완전한 성(性) 등을 주요 모티프로 삼아 타인들과 더불어 살지 못하고, 철저하게 단절되고 고립된 채 살아가는 인물들의 파괴 충동을 주로 그렸으나 1980년대 이후에는 중년 여성들을 주인공으로 내세워 사회적으로 규정된 여성의 존재보다는 본질적이고 근원적인 여성성을 찾는 작품들을 썼다.
국어의 미학적 지평을 넓힌 작가의 문장이 빚어낸 작품들은 존재와 현실의 괴리에서 오는 간극을 극복하기 위한 여성적 자아의 내밀한 감정을 형상화하고 있으며, 또한 형체가 없는 내면의 복잡한 사건들에 형태를 부여함으로써 시시때때로 찾아오는 일상의 슬픔과 고통, 허무의 정체를 추적하고 있다. 저서로는 『불의 강』, 『유년의 뜰』, 『바람의 넋』, 『불꽃놀이』 등의 작품집이 있으며, 장편소설로는 『새』 등이 있으며, 많은 작품이 영어ㆍ독일어ㆍ프랑스어 등으로 번역 출판되었다. 2007년에는 그의 문학인생 40년을 기념하는 문집 『오정희 깊이 읽기』가 출간되기도 했다.
오정희 작가의 대표작
유년의 뜰
오정희 저 | 문학과지성사
소녀기로부터 중년기에 이르는 여성 주인공들의 내면을 세대의 흐름으로 구성, 한국 여성들이 지니는 보편적인 한과 절망, 삶과 죽음, 방황과 질서를 일관되게 정리한 오정희 작가의 창작집이다.
돼지꿈
오정희 저 | 랜덤하우스코리아
오정희의 우화소설집 『돼지꿈』. 저자가 데뷔 이후 여러 사보와 대중매체에 발표했던 스물다섯 편의 짧은 소설들을 담았다. 작가는 현실과 존재의 간극, 그 건널 수 없는 강에서 표류하는 주인공들의 모습을 통해, 단지 '일상'이라고 말할 수만은 없는 기쁨과 슬픔, 고통과 번민의 디테일한 감정들을 녹여내고 있다. 이 책에 실린 이야기들은 한 순간 큰 파문을 일으키며 찾아왔지만 그 정체를 알지 못해 오래 잡아두지 못한 일상의 무늬와 마음속 언어들을 인화한 삶의 앨범이다. 그리고 고단한 일상을 살아내는 동안 상처 받은 우리의 마음을 어루만지며 작은 위안을 준다.
새
오정희 저 | 문학과지성사
1996년 6월에 초판을 발행한 『새』는 그간 16쇄를 증쇄하며 독자들로부터 꾸준한 사랑을 받아온 작품이다. 장편소설 『새』는 순수한 영혼을 지닌 열두 살 소녀의 눈을 통해, 세상의 황폐하고 구석진 삶의 현장을 서럽고도 치열하게 그려내고 있다. 이 작품에서 저자는 주인공 우미를 통해 불우한 상처와 그 기억이 한 영혼을 어떻게 병들어가게 하는지를 담박한 문장 속에 잔잔히 녹여내고 있다. 작가는 새로이 덧붙인 '작가의 말'에서 "마땅히 받아야 할 사랑과 보호로부터, 존중으로부터 내쳐진 아이들은 문 없는, 단단히 봉인된 방과 같았고, 나는 있지도 않은 문을 찾아 안타깝게 더듬대는 형국이었다"고 회고한다. 그러나 작가는 『새』를 집필하는 내내 철저하게 어린 소녀의 시각을 견지함으로써 이 세상의 선과 악, 행과 불행의 뿌리를 더욱 극명하게 드러내 보여주고 있다.
가을 여자
오정희 저 | 랜덤하우스코리아
『가을 여자』는 데뷔 41년을 맞은 작가의 데뷔 초기부터 지금까지 다양한 방법으로 발표한 작품들을 추리고, 발표된 적 없는 가장 최근의 작품들도 함께 실었다. 데뷔 후 41년간의 인생 여정이 고스란히 담겨 있는 셈이다. 일상의 소소하면서도 번쩍하는 순간들을 콩트 형식으로 가볍고 깊게 풀어낸 25편의 작품 속에는 소설가 오정희의 일상, 그리고 놀랍도록 크게 다르지 않은 우리의 일상이 담겨 있다. 특별할 것도 없었건만 이상하게 지워지지 않는 기억들, 인생이 뒤집힐 것처럼 아슬아슬했지만 사실은 아무것도 아니었던 한때들, 그리고 겨울보다 더 춥고 쓸쓸했던 우리 인생의 가을들이 민낯으로 드러나 있다.
내 마음의 무늬
오정희 저 | 황금부엉이
『유년의 뜰』 등의 작품으로 한국 문학사에서 독보적인 위치를 점하고 있는 작가 오정희가 오랜만에 산문집을 펴냈다. 공지영, 최영미, 신경숙 등 수많은 후배 작가들에게 지대한 영향을 미쳐온 그녀가 이제 자신의 문학인생을 돌아보며 '글쓰기의 행복'을 말한다. 이 책에는 소설가이자 한 남자의 아내, 두 아이의 엄마로 살아온 그녀의 치열한 삶이 오롯이 담겨 있다. 글쓰기만이 자신의 남루한 삶을 구원해주리라는 기대와 희망에 한껏 들떠 있었던 문학소녀 시절, 남편과 아이들 뒷바라지하느라 정신 없으면서도 시간을 쪼개 창작에 매달렸던 30대 시절, 아이들이 성장함에 따라 다시 얻게 된 자유와 고독 사이에서 방황한 중년 이후의 삶을 섬세하고도 담백하게 풀어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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