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몸이 아프면 당연하게 병원을 찾는다. 의사와 환자는 많은 대화를 통해 정확한 병명을 찾고 이에 맞는 처방을 통해 말끔하게 병을 치료한다. 이때 환자는 전문가인 의사에 대한 신뢰를 전제로 상담과 치료가 이루어지는 것이다.
금융지식이 많고 투자 경험이 다양한 사람들, 그리고 부자들의 특징 중의 하나는 새로운 정보를 계속해서 찾는다는 점과 함께 다른 사람들의 조언을 중요하게 여긴다는 점이다. 주변에 여러 조언자를 두고 그들의 말 한마디에 귀를 기울이며 가장 합리적인 방법을 찾으려고 노력한다. 이를 통해 투자를 결정하는 과정에서 위험요소를 줄이는 것이다. 자산을 관리하는 데 도움을 주는 조언가들은 금융 전문가뿐만 아니라 변호사, 세무사, 주변의 지인들까지 다양할 수 있다. 때로는 그들이 서로 반대되는 조언이나 해결책을 제시할 수도 있지만 이를 종합해보면 그 투자가 어떤 위험성이 있는지 알게 해주는 좋은 계기가 되며, 이런 다양한 의견들을 들을수록 더 많은 길이 보이게 된다. 그러고 나서 최종 결정은 본인의 몫이다.
이처럼 자산관리에 있어서 의사와 같은 역할을 해주는 사람을 재무주치의(자산관리 전문가)라고 한다. 금융소비자 각자가 부단히 정보를 수집하고 투자 경험을 쌓아 전문가가 되는 방법도 있겠지만, 자신이 가진 직업과 업무가 있는 만큼 자산관리에 있어서는 금융 분야의 전문가를 적극적으로 활용하는 것이 좋다. 다만 무조건 의존해서는 안 되고, 스스로도 최소한의 금융지식과 관심은 필요하다.
은행 거래를 하고 있다면 나의 자산관리를 담당하는 재무주치의 한 명 정도는 갖고 있는 것이 필요하다. 그렇다면 인생을 살아가면서 금융의 길잡이가 되어줄 전문가는 어떻게 만들면 좋을까?
첫째, 자신과 궁합이 맞는 전문가를 찾는다.
많은 사람들이 자산관리 전문가는 이름 꽤나 날리는 유명인이거나 투자 실적이 우수한 사람이 좋다고 생각한다. 일부 그런 측면도 물론 있겠지만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자신과 투자 성향이나 성격이 맞아야 한다는 점이다. 자신만의 자산관리 전문가를 정한다는 것은 인생의 파트너를 만나는 것이며, 그 전문가의 성향이 반영된 재무관리가 이루어진다는 것을 의미한다. 나는 상당히 안정적이고 보수적인 성향인데 자산관리 전문가가 공격적인 성향이라면 상담도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고 몸에 맞지 않는 옷을 입고 있는 것처럼 계속해서 불편함을 느끼게 된다. 그러므로 나와 성향이 비슷해서 대화가 잘 이루어지고 적극적으로 지원해주는 신뢰가 가는 사람을 찾아야 한다. 진실함과 성실성은 가장 중요한 판단 기준이다.
둘째, 자주 만나야 한다.
한 번의 만남으로 모든 것을 결정하고 행동하지 말아야 한다. 거래하고 있는 은행이거나 지인의 추천이라는 이유로 한 번 본 자산관리 전문가를 결정할 필요는 없으며, 가능한 여러 명과 상담을 해보고 천천히 결정하는 것이 좋다. 그리고 결정했으면 전화, 인터넷보다는 방문을 통해 지속적으로 만나야 한다. 정기적인 만남을 통해 시장 상황과 금융상품에 대한 정보를 획득하며, 경우에 따라서는 해당 금융회사의 각종 세미나에 초청받거나 각종 서비스를 받을 수도 있다.
셋째, 조금 시간을 두고 관리 자산을 점진적으로 늘려나간다.
서로 관계가 좋다고 꼭 결과가 좋은 것은 아니다. 당신은 친절한 의사를 원하는가, 아니면 잘 고치는 의사를 원하는가? 우리는 기본적으로 잘 고치면서 더불어 친절하기까지 한 의사를 원한다. 마찬가지로 자산관리에 있어서는 재무목표 달성의 가능성을 높여주고 높은 수익을 가져다주는 전문가를 원한다. 하지만 이에 대한 검증이나 확신이 없다면 일단 상담에 따른 조언을 따르되 큰 자금이 아니라 작은 금액부터 맡겨보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이렇게 시간을 두고 관계를 이어가다가 신뢰할 수 있다는 확신이 들었을 때 전적으로 맡기는 방법을 활용해보자.
넷째, 포트폴리오나 추천 상품이 객관적인지 검증한다.
자산관리 전문가가 포트폴리오를 구성하여 제안했다면 구체적인 이유와 방법 등에 대해 자세하게 물어보고 충분히 공감할 수 있어야 한다. 전문가가 해준 거니까 잘되겠지 하는 생각은 금물이다. 다른 전문가의 제안도 받아보고 서로 비교도 해봐야 한다. 추천 상품도 상당수의 전문가들이 자기 회사 상품으로만 채우는 경향이 있으므로 객관적으로 추천해도 좋은 상품인지 파악하는 노력을 해야 한다.
다섯째, 기브 앤 테이크(Give and Take)다.
우리나라는 아직까지 자산관리, 재무설계에 따른 상담 수수료를 받지 않고 있다. 그러므로 포트폴리오 추천 상품의 필요성을 느낀다면 적극적으로 가입하여 실적을 챙겨주고, 신상품 출시에 따른 프로모션이 있다면 지인들을 소개해주는 등 자산관리 전문가에게 도움을 주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그만큼 자산관리 전문가도 당신을 위해 최적화된 컨설팅과 이익 증대, 그리고 사후 관리에 더욱 신경을 쓰게 될 것이다. 이것이 인지상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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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동규
현재 KB국민은행 팀장으로서 23년째 은행원으로 살아가고 있다. 은행 영업점에서 오랜 기간 VIP 팀장으로서 많은 부자들을 상담하고 관리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