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권우 “책읽기, 만화책부터 시작해도 좋다”
흔히 말하지 않는 것들을 제가 얘기하겠다고 생각했어요. 경험으로는 자기도 그랬으면서 공식적으로는 말하지 않는 것, 그걸 말하겠다고요. 다른 게 아니라 ‘재미’로 시작하면 된다는 거예요. 재미있는 매체가 뭐냐는 거죠.
글ㆍ사진 신연선
2015.12.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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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나, 재미있는 책을 들어라. 둘, 쓰기 위한 책읽기를 하라. 셋, 독후감을 써라.
도서평론가 이권우가 제안하는 책읽기와 글쓰기 방법이다. “잘 쓰려고 해야 잘 읽을 수 있다”는 저자의 말처럼 쓰기를 염두에 둔 읽기는 전혀 다른 독서법을 구축한다. 지극히 수동적인 행위인 독서가 아주 적극적인 행위인 글쓰기로 자연스럽게 연결되는 모양새다. 그리하여 누구나 논리적인 사유를 하고, 책을 쓸 수 있다면 우리 사회의 폐쇄성이 조금은 무너지지 않을까.

 

“특별한 장르가 엄청 신성한 것처럼, 기득권을 갖고 있는 것처럼 여기죠. 작가나 인문학자의 말이 굉장히 특별한 것처럼 생각하는데요. 그건 문제가 있죠. 우리 사회가 보다 의사소통이 잘 되고, 민주화 되려면 논리 싸움에서 이겨야 하는 거잖아요. 나이가 많아서도, 남성이어서도, 좋은 학교 나와서도 아니고 과정을 통해 쓰인 결과물이 논리성, 타당성이 높아 수용이 되고, 칭찬 받고, 대가를 받는 사회가 돼야 해요.”

 

맞다. 책읽기, 글쓰기는 특별한 행위가 아니다. 누구나 향유할 수 있는 문화적 행위, 책읽기와 글쓰기를 어떻게 시작해야 할지 몰라 고민하는 모두에게 ‘지독한 독서가’ 이권우가 전한다. ‘무엇을 읽고, 어떻게 쓸 것인가?’에 대한 대답이 여기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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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미’로 시작하면 된다


이권우의 독서론이자 창작론, 더 나아가서는 인생론으로까지 읽을 수 있을 것 같아요. 읽기와 쓰기 두 부분으로 나누어 쓰셨는데 어느 쪽에 더 무게를 두고 있나요?


쓰기 쪽이죠. 쓰기도 두 부분으로 나누었는데요. 앞부분은 일반론이고 뒷부분은 그걸 바탕으로 한 서평 쓰기예요. 편집자 분이 글쓰기 일반론만으로는 아무래도 설득력이 떨어진다고 하더라고요. 이 책은 잘 쓰려고 해야 잘 읽을 수 있다는 말을 하는 거잖아요. 쓰는 것만으로는 잘 설득이 안 될 테니 앞부분에 읽기를 넣자고 했어요. 『책읽기의 달인, 호모부커스』 이후에 책읽기에 대한 글은 써둔 게 좀 있었고요. 그 책을 썼기 때문에 더 이상 얘기가 안 나올 줄 알았는데 또 쓰려니까 쓸 거리가 많긴 하더라고요.(웃음) 제일 싫어하는 것이 얘기를 반복하는 거니까 그걸 피하느라 애를 쓰긴 했죠.


관점을 바꿔보자는 거예요. 읽기가 중요하다지만 잘 안 읽잖아요. 그렇다면 잘 읽게 하는 방법이 무엇이냐, 쓰면 된다는 거예요. 잘 쓰는 사람들 보면 대부분 많이 읽는 사람들이거든요. 그 얘기를 좀 해보자고 생각했어요. 써야만 읽으니까 쓰기에 무게가 더 있긴 하죠.

 

사실 그리 마음 편하게 읽을 수 있는 책은 아니거든요. 고전 읽기 사례도 있고, 글쓰기 부분도 단번에 따라할 수 있는 내용은 아니에요. 여기에 딜레마가 있습니다. 읽기와 쓰기가 좋은 사람들은 이미 책에서 제시한 이야기들을 실천하고 있을 테고, 그렇지 않은 사람들에게는 책이 조금 어렵게 느껴질 테고요. 균형 잡기에 고민이 많으셨을 것 같아요.


서평은 전문적인 영역이잖아요. 서평부터 시작하면 기가 죽을 수 있어요. 그럴 필요는 없고, 독후감이 무척 중요하다는 거예요. 저는 그걸 강조한 거고요. 욕심을 낸다면 비판적 서평까지 나아가야 할 텐데요. 그걸 언급하진 않았어요. 이 책은 처음 읽는 책이었으면 하는 바람이니까요. 경험 있는 사람들이 친절하고 성실하게 얘기해주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이런 책은 사실 위험하죠. 복불복이에요.(웃음)


쓸 때 술술 읽히게 쓰자고 생각했어요. 입말로 쓴 이유가 그건데요. 『책읽기의 달인, 호모부커스에서 평서문으로 써봤고 다음에 쓴다면 더 편안하게 써야 한다는 마음이 있었어요. 특히 글쓰기 부분 때문에 그랬어요. 쓰기 책은 제가 굉장히 잘 써야 하잖아요. 한편 이건 굉장히 실용적인 글이죠. 그걸 잘 쓰려고 하는 건 헛된 일이고, 스트레스 받는 일이에요. 낭비가 되는 거죠. 그런 고민 끝에 입말로 쓰기로 결정한 거죠. 강의하듯 쓴 것이 최선의 방법이었어요. 주변에서 녹취한 것이냐고 하는데요. 그렇다면 성공한 거죠.

 

입말로 쓴다는 것은 또 새로운 글쓰기라 그것대로 어려움도 있었겠네요.


느낌도 다르고, 실제로 어렵기도 해요. 새롭게 배운 점도 있죠. 서술을 어떻게 끝맺느냐 하는 부분에 있어서는 저도 배웠어요. 구어체로 써서 최대한 잘 읽히게 하겠다는 것이 최선의 방법이었어요. 꼼수죠.(웃음)

 

앞서 이전 책에서 했던 얘기를 또 하고 싶지는 않았다고 하셨는데요. 그렇다면 이 책에만 있는 새로운 내용은 뭔가요?


일단은 기초적인 얘기를 많이 했죠. 사전에 대한 내용, 만화책 읽어라, 외국어 영역 공부하듯 읽으라고 하는 내용 같은 것들은 어떻게 보면 문제가 될 수도 있어요. 수준이 너무 낮다고 생각하실 수도 있고요. 개인적으로는 이 책의 난이도를 주지하고 싶었어요. 그렇게 끌고 가서 초보자들도 글을 쓰는 단계까지 가면 좋지 않겠냐고 생각했죠. 흔히 말하지 않는 것들을 제가 얘기하겠다고 생각했어요. 경험으로는 자기도 그랬으면서 공식적으로는 말하지 않는 것, 그걸 말하겠다고요. 다른 게 아니라 ‘재미’로 시작하면 된다는 거예요. 재미있는 매체가 뭐냐는 거죠. 더 쓴다면 외국 작가들이 독서에 입문한 사례를 다 조사하고 싶었는데요. 시간 관계로 못했지만 고급문화를 향유하는 사람들 대부분 저급문화로 시작해요. 고급, 저급의 구분이 가능하냐는 논의도 있지만요. 즐거움을 주는 게 있고, 깨달음을 주는 게 있다면 깨달음을 주는 걸 고급문화라고 하잖아요. 그런데 고급문화부터 시작하는 사람은 거의 없어요. 그 얘기를 하고 싶었던 거예요.

 

힘을 빼고 시작하자는 이야기군요.


그렇죠. 워낙 책을 안 읽는데 그 이유 중 하나가 책읽기라는 수동적 행위에만 목표를 둔다는 점이거든요. 글쓰기는 능동적 행위죠. 글을 쓰려면 잘 읽어야 한다는 동의를 하면 읽을 테죠. 어떻게 하면 독서 인구를 확장하느냐에 관심이 있어요.

 

신영복 선생은 “독자도 불손해도 된다”고 하셨고, 책을 읽는 데도 근육이 필요하다는 데 동의한다면 입문 단계에 말씀하신 ‘재미’를 확보하는 것은 당연히 아주 중요한 일이라고 생각해요.


강연할 때 자주 하는 말인데요. 쓸 때도 다 이해하고 쓰는 게 아니라고 종종 말해요.(웃음) 문장을 보면 알잖아요. 필요하니까 썼지만 저자도 이해 못한 것 같은 느낌이 들 때가 있죠.

 

그 같은 말을 쓰는 분이 하니까 독자 입장에서는 한결 응원이 되네요.


고전은 처음에 읽으면 30%도 이해 안 돼요. 그게 자꾸 쌓여서 90%까지 가야 하는 거죠. 몇 년에 걸쳐야 하는 거고, 몇 번 읽어야 하는 거예요. 바쁜 세상에 몇 번 읽을 책이 어디 있겠어요. 그런 책이 있다면 바로 고전인 거죠. 목록이란 것이 무척 중요한 거거든요. 그곳까지 가려면 사다리가 필요해요. 그런데 사다리가 없어요. 다들 점핑하라고 해요. 예전에는 점프 했겠죠. 지금은 왜 해요? 재미있는 게 이렇게 많은데 말이에요. 자꾸 사다리를 놓으려 하는 거고, 유혹하려 하는 거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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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락 중심의 글쓰기


스티븐 킹과 가상 대화 나누는 대목에서 오히려 이런 시대에 글쓰기가 갖는 힘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는 내용에 공감했어요. 디지털 공간에서 글쓰기가 큰 자리를 차지하잖아요.


SNS가 의외로 글을 쓰는 매체잖아요. 디지털 혁명이라는 게 대단히 재미있어요. 그림이나 영상일 줄 알았는데 의외로 글이에요. 사람들에게 자기표현 욕구가 있는 거고 이때 글을 잘 쓰고 싶어지는 거고요. 잘 쓰면 ‘좋아요’ 눌러주는 거잖아요. 자기 생각을 올곧게 표현해서 동의를 구하려면 좋은 글을 써야 해요.

 

10년 동안 글쓰기 강연을 하시면서 받는 질문들도 바뀌어 왔을 것 같아요. 최근에 새로 등장한 질문이라면 어떤 것들이 있을까요?


글쓰기를 두려워한다는 게 제일 큰 문제예요. 성급하죠. 특히 젊은 친구들은요. 빨리 성취를 보려고 하는데요. 글쓰기는 절대 빠르게 성취 안 돼요. 그걸 어떻게 제어하느냐가 고민이죠. 그 다음, 올바른 문장 표현에 대한 감각이 별로 없어요. 영어의 영향도 많이 받고요. 영어 표현, 우리말 표현 차이를 물어보면 잘 몰라요. 참 어려운 문제예요. 글쓰기 초반에 문장론을 중요하게 여기면 안 되는데요. 강연을 하다보면 저도 거기에 걸려요. 고민이 되죠.


중요한 것은 어떻게 머릿속에 있는 걸 설득력 있게 옮겨 놓느냐예요. 그게 단락 중심의 글쓰기고요. 그런데 막상 강연을 하면 이 부분에 대해서는 관심이 없고, 문장에 더 관심이 많다는 거죠. 이걸 깨는 게 수업의 가장 큰 목표예요. 아무리 오랫동안 단락 중심의 글쓰기를 통해 자신감을 얻자고 해도 많은 사람들은 문장에 더 관심이 많아요.

 

그 이유가 방금 이야기 한 디지털 환경에서의 글쓰기와 닿아 있을 것도 같아요. 호흡이 짧고, 자극적인, 관심을 끌 수 있는 문장을 고민하는 것이지 구조에 맞는 글을 생각하진 않는 부분이 있잖아요.


그런 면이 있죠. 한 강연에서는 한 장 쓰기를 하는데요. 한 장을 쓰는 요령을 알고 한 꼭지로 석 장까지 쓰면, 그 다음 30개 아이템만 있으면 책 한 권이 나와요. 때문에 A4 한 장 분량의 글쓰기를 익히면 책을 쓸 수 있다는 설득을 하는 거죠.

 

요즘에는 짧은 호흡의 글을 담은 책들도 많이 출간이 되고 있거든요. 어떠세요?


그런 분들 보면 정말 존경스러워요. 어떻게 이렇게 빨리 대응할까, 생각이 들어요. 저는 10년 걸렸어요.(웃음) 저는 그런 재주가 없어서요. 어쨌든 모르겠어요. 저는 이 방법이 정통이라 생각해요. 단락 중심의 글쓰기가 가장 정통이고, 이걸 활용해서 독후감과 서평 쓰는 건 제 영역인 거죠. 이렇게 해야 된다고 생각해요. 이렇게 하면 짧은 글도 잘 쓸 수 있어요.

 

바로 그 ‘정통이라고 생각’한다는 부분이 책에도 많이 읽히거든요. 그런데 이것을 오독하면 고전을 도구적으로 해석하거나 책읽기와 거리를 좁히지 못하는 결과도 가능할 것 같아요.


오로지 재미로 읽기를 시작하라는 거고요. 깨우쳐야 한다는 거예요. 그래서 어렸을 때 책 읽는 게 좋아요. 그때는 아무런 이유가 없는 거잖아요. 재미있으면 몰입하는 거고요. 지금은 워낙 미디어가 많아져서 재미있기 때문에 몰입하는 것들이 많죠. 그렇지만 그 안에 책이 반드시 들어가야 해요. 어렸을 때 언어로 구성된 어떤 매체가 나에게 즐거움을 줬다는 경험은 다양한 매체와 경쟁하는 과정에서도 책을 꾸준히 읽어 나가게 해줘요. 그렇다면 이후에는 문제될 게 하나도 없어요. 책읽기에 있어 너무 시작이 늦기 때문에 문제인 거예요. 그렇기 때문에 자꾸 다른 곳에 눈을 못 돌리게 해야 하는 거고요.


논박 당할 가능성은 충분히 열어두고 있어요. 누군가 반론을 제기하면 좋죠. 그렇게 해서 새로운 독서론이 나오는 거고요. 오로지 디지털로만 성장한 세대가 쓸 때 어떻게 될지는 모르겠지만 결국 독서론은 비슷할 수밖에 없어요. 특히 인터넷에서 얻은 정보를 지식이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에게 어떻게 얘기할까 고민하다보니 논법이 자꾸 이렇게 되는 거죠. 어쩔 수 없는 것 같아요.

 

말씀 중에 ‘사다리를 놓’는다는 표현을 하셨는데요. 재미로 시작한 사람들이 계속 책을 읽을 수 있는 동력은 또 다른 측면이잖아요.


출발은 무게감이 없도록 해줘야 하지만 어떻게 끌어올리느냐가 또 중요해요. 계속 재미에만 머물면 안 돼요. 그것도 대단히 위험해요. 재미로만 책을 읽으면 결국 안 읽게 돼요. 더 재미있는 게 많기 때문이죠. 특히 요즘은 하루 종일 TV 볼 수도 있겠더라고요. 이런 시대에 재미를 얘기한다는 건 굉장히 조심스럽죠. 재미를 느꼈다면 그것을 어떤 가치로 빨리 전환시켜야 해요. 고전을 강조한 것도 그런 이유예요. 결국 시간 지나고 보면 남는 건 고전 밖에 없잖아요. 왜 북한산을 올라가요? 지리산을 오르려고 가는 거죠. 목표는 분명하다는 거예요. 처음에는 뒷동산부터 다니다가 지리산, 설악산, 그러다가 에베레스트까지 가는 거죠. 자기 수준에 맞는 산을 올라야 하지만 근력이 생기면 높은 산을 가야 한다는 거예요. 그건 반드시 얘기하려고 해요.

 

대중들의 독서력이라는 것이 조금 더 폭넓고 깊어진다면 책의 풍경도 달라질 거란 생각이 들어요.


아쉬운 게 있죠. 더 다양한 사람들의 책이 읽힐 수 있는데 그렇지 못하고 소통 능력이 강한 사람들의 책만 읽히니까요. 소통 능력이 강한 것을 부정하면 안 돼요. 대단한 내공이 있는 거고 그런 건데요. 독자도 그런 책을 읽고 단계를 높여가면 좋은데 그런 책을 수평적으로만 읽잖아요. 상향해서 안 읽고요. 그런 게 아쉬운 거죠. 강연을 하면서도 그래요. 조금만 두꺼워지고, 조금만 수준이 높아져도 힘들어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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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별하면 안 된다


어렸을 때 책 읽는 게 중요하다고 하셨지만 지금 교육현장에서는 말하자면 책 읽을 시간이 없는 거잖아요. 독서 교육에 대한 문제의식도 있으시죠?


물론이죠. 책을 읽는 건 교육의 문제예요. 세상에 우리 같은 곳이 어디 있어요. 책 읽고, 토론하고, 질문하는 과정에서 성장하는 거고 교사나 교수는 지도를 해주는 건데 말이에요. 우리는 책을 읽으면 왜 공부 안 하느냐는 소리를 들어야 하고, 책 읽는 게 별도의 일이 되고 있죠. 이런 시대 속에서 책을 읽을 수 있는 제도적인 도움을 받지 못한 거죠. 한국 사회에서 책을 읽고 글을 쓰는 사람은 특별한 사람이에요. 특별하면 안 된다는 거예요. 우리 사회가 보면 글 쓰는 사람들에 대해 지나치게 과대평가가 돼 있어요. 그건 좀 문제가 있다 생각해요.

 

글 쓰는 사람들이 특별한 사람이라는 말이 무척 닿네요.


문학에서 표절 문제가 생기는 것도 그런 이유라고 생각해요. 지나치게 글 쓰는 행위에 대해 경외시하다보니 작가들이 갖는 양면성이 있는 거예요. 특별한 장르가 엄청 신성한 것처럼, 기득권을 갖고 있는 것처럼 여기죠. 작가나 인문학자의 말이 굉장히 특별한 것처럼 생각하는데요. 그건 문제가 있죠.   


우리 사회가 보다 의사소통이 잘 되고, 민주화 되려면 논리 싸움에서 이겨야 하는 거잖아요. 나이가 많아서도, 남성이어서도, 좋은 학교 나와서도 아니고 과정을 통해 쓰인 결과물이 논리성, 타당성이 높아 수용이 되고, 칭찬 받고, 대가를 받는 사회가 돼야 해요. 이런 사회가 되려면 교육이 그렇게 됐어야 하는 거죠. 그게 제일 아쉬운 거죠.

 

하다못해 TV 토론을 봐도 제대로 된 토론이 진행되는 걸 본 경험이 드물어요. 논리적인 의사소통의 부재 탓이겠죠.


책 읽고 토론하는 것이 좋은 게 이해관계가 없잖아요. 그러니까 훈련을 해보자는 거죠. 정치 영역에서는 잡음이 생기는데 문화 영역에서 훈련을 해보자고요. 결국 정치 영역에서 자기 이해를 대변한다 할지라도 문화 영역에서 훈련을 하면 경청하는 자세도 배울 거고, 상대방의 논리적 압박에 대해서도 논리적으로 답변하려고 노력하게 될 거라는 거예요. 어렵고 힘들겠지만 노력하게 되겠죠. 안 된다고 탓만 할 건 아니고요. 학교가 안 되면 학교 바깥에서 시민 사회, 문화 영역에서 해보자는 거죠. 한국 사회의 힘은 늘 그런 곳에 있었어요. 제도 안에서 있었던 게 아니잖아요. 제도화 되는 게 좋지만 아직 안 되고 있으니까 시스템 바깥에서 하면 돼요. 시스템을 절대 부정하지 않고, 시스템의 변화를 원하지만 그 과도기에 시스템 바깥에서 일련의 과정들을 계속 해보자는 거예요. 실제로도 많이 이뤄지고 있어요.

 

책에서도 독서 토론을 강조하셨는데 요즘에는 각자의 영역에서 작은 모임이 많이 운영되고 있잖아요. 알고 보면 이런 욕구는 많이 있었던 거고, 필요한 건 장(場)이었던 게 아닌가 싶기도 해요.


페이스북 같은 데도 보면 모임이 많이 생겨나고 있더라고요. 모임 장소도 다양해지고요. 예전엔 모여서 얘기할 곳이 없었잖아요. 이렇게 생기는 걸 보면 참 묘하다는 생각이 들어요. 산업적 마인드가 무서운 거란 생각도 들고요. 처음엔 실험적이었을 거고, 모험적이었을 텐데 성공 사례가 생기니까 쫙 퍼져 나가는 거잖아요. 그런 것 보면 다행히 역동성이 있는 것 같아요. 죽어있진 않다는 건데 그게 정말 놀랍고, 감사한 일이죠. 수치를 보면 절망이잖아요. 책 읽는 횟수, 시간 등 모든 지표는 줄어들고 있는데 어쨌든 간에 그 상황에서도 꾸준히 해나가는 부분이 있다는 건 대단한 거죠. 깜짝깜짝 놀라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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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의 책


자서전에 심취한 적이 있었다고도 적으셨는데요. 요즘에는 어떤 책에 빠져있으세요?


동양 철학에 대한 책을 준비하고 있어요. 그와 관련된 책들을 모으고 있죠. 아마 내년부터는 강의도 할 거예요. 1년 정도 강의하고 강의한 글을 모아 책을 낼 계획인데요. 그 이후에는 뭘 할지 아직 모르겠어요.


최근 얼마 간 한국 문학을 거의 안 읽어서요. 반성하고 요즘 조금씩 읽고 있어요.

 

그렇게 발견한 작가가 있나요?


최근에 장강명 작가 작품이 재미있었어요. 장점이 많은 작가라고 생각해요. 현명한 작가더라고요.

 

한 달에 몇 권이나 읽으세요?


그런 질문을 받으면 답을 안 하죠.(웃음) 첫 번째는 일반 독자들이 들으면 기가 죽을 테고요. 두 번째는 저도 약간 기분이 나빠져요. 더 읽어야 하는데, 생각이 들어서요. 직업이니까요.

 

올해도 거의 끝나가는데요. 2015년에 읽은 ‘올해의 책’ 세 권, 꼽아주세요.


안 그래도 글을 써야 하는데요. 첫째는 『현앨리스와 그의 시대』예요. 최고의 책이에요. 대단히 중요한 책이에요. 박헌영 사건에 대한 공식 결과를 뒤집는 아주 중요한 자료를 동원해 말하고 있어요. 대중들이 얼마든지 읽을 수 있는 대단히 탁월한 책이에요. 둘째는 장강명의 『댓글부대』예요. 한국의 보수 세력이 어떻게 체제를 유지하려고 하는가를 얘기하는 흥미로운 책이에요. 셋째는 제 책이죠.(웃음) 나만의 올해의 책이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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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읽기부터 시작하는 글쓰기 수업 이권우 저 | 한겨레출판
《책읽기부터 시작하는 글쓰기 수업》은 저자 이권우가 책을 읽고 소개하는 글을 쓰며, 대학 및 여러 교육기관에서 학생들에게 글쓰기를 가르치면서 얻은 깨달음과 노하우를 섬세하게 정리한 실용적인 지침서다. 단순히 이렇게 읽어라, 저렇게 쓰라 가르치는 얄팍한 비법이 아니라 책을 통한 내면의 성장과 더 나은 세상으로의 발돋움, 타인을 이해하고 공감하는 힘으로, 궁극적으로는 성찰을 유도하는 글쓰기, 새로운 존재로 도약하기 위한 글쓰기의 능력을 갖게끔 도와주는 안내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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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권우 #책읽기부터 시작하는 글쓰기 수업
2의 댓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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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강이숨트는새벽

2015.12.29

어떻게든 기회가 되서 활자가 눈에 들기만 하면 그럼 반은 성공한게 아닌가 싶을 만치 ㅡ책으로의 관심돌리기가 어렵다고 느끼는 요즘 ㅡ저도 이 글에 적극 응원을 합니다 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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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귤

2015.12.28

호흡이 짧은 글을 선호한다는 말이 공감됩니다. 저부터도 길다 싶으면 휙휙 넘기곤 하거든요. 나중에는 지금 시대의 글도 길다하는 시대가 오겠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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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연선

읽고 씁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