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송 출연을 일체 고사하던 그가 최근 <유희열의 스케치북>, <무한도전> 등 프로그램에 등장하기 시작했다. “앨범 홍보 목적 때문에 방송에 출연한다”는 솔직한 발언을 서슴없이 하는 그의 진솔함은 음악 안에서도 발현된다. 전달하고자 하는 소재와 메시지를 자신만의 스타일로 가감 없이 들려주는 것은 분명하지만 개운하지 않다. ‘장범준 신보 봄철’이 특수(特需)를 낳고 있다는 것만을 확인할 뿐이다. 「사랑에 빠졌죠」 하나로 알 수 있듯 신보는 자기복제에 머물러 있다.
따스한 햇볕에 봄이 돌아왔음을 알아차릴 즈음, 장범준의 목소리가 거리에 울려 퍼짐에 누구든 봄날을 실감할 것이다. 버스커 버스커를 시작으로 이제는 봄의 대명사로 자리 잡은 그의 두 번째, 두 장 시디 앨범이다. 예측 가능한 콘셉트와 사운드, 가사의 조합은 너무도 빤하여 대중적 고지를 공고히 하려는 의도적 용의가 아닐까 생각이 들지만, 그 안을 들여다보면 이마저도 그의 진실한 음악적 거취로 비추어진다.
웹툰 이야기를 안 할 수 없다. 앨범 발매 이전에 만화가 박수봉과의 협업을 통하여 앨범 수록곡에 맞는 이야기를 웹툰으로 연재했고 실제 앨범에도 만화를 수록했다. 단순히 홍보 목적으로 만든 브랜드 웹툰이 아닌, 만화가 음악이 되고 음악이 만화가 되는 상호작용을 통해 가사의 몰입을 강화하고 대중들의 공감대를 자극한다. 20대의 끝자락에서, 20대만이 겪고 느낄 수 있는 사랑 이야기를 담고 싶었다는 그의 목적을 효과적으로 전달한 셈이다.
첫 번째 시디인 ‘언플러그드’는 어쿠스틱 사운드를 중심으로 서정적인 정서를 다루고 있다. 대중이 가장 기대함과 동시에 그가 가장 잘할 수 있는 장르를 무난히 소화해낸다. 이를 증명하듯 기라성 같은 드라마 OST를 물리치고 음원차트 정상을 차지한다. 그러나 보컬은 여전히 미진하다. 낮은 음역 대와 ‘동네 아는 형’일 법한 친근한 비음의 조합은 충분히 매력적이지만 노래의 전반적인 기조의 불안정함을 극복하기 위한 기술적 연습이 필요해 보인다. 밝은 분위기의 「빗속으로」에서 반복되는 후렴은 중독성이 강하여 귀에서 입으로 맴돌지만 곧바로 이어지는 우울한 정서의 「봄비」는 같은 소재인 비에 대한 상반된 감성을 숨 가쁘게 자극하여 구성적 감동을 저해한다.
다음은 ‘장범준 트리오’로 명명된 두 번째 시디이다. 전반적으로 빠른 템포와 리듬이 가미된 밴드 사운드 음악으로 구성되어 있다. 전작인 <장범준 1집>의 「주홍빛 거리」, 「신풍 역 2번 출구 블루스」 등에서 들려준 복고스러운 펑키 스타일을 「울랄라」, 「담배」 등을 통해 재연(再演)한다. 소재만 달라졌을 뿐, 특별한 사운드적 변화나 발전은 보이지 않는다.
최대한 한 호흡에 녹음하려 노력했다는 그의 말대로, 보컬의 목소리나 악기 사운드 등이 마치 바로 옆에서 버스킹을 하듯 사실적으로 다가온다. 세련되기보단 투박하고 담백한 맛이 장범준의 특장점이다. 또한 만화와 음악의 상호 연상은 앨범의 만족도를 높인다. 그럼에도 어쩔 수 없이 이 말을 해야겠다. ‘소문난 잔치에 먹을 것이 없다.’
2016/04 현민형(musikpeople@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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