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통 사람들보다 책을 ‘쪼끔’ 더 좋아하는 3명이 매주, 책을 1권씩 추천합니다.
매우 사적인 책 추천이지만, 정말 좋은 책, 재밌는 책, 정말 읽으려고 하는 책만 선별해 소개합니다.
KBS2 <태양의 후예>의 한 장면
종이 한 장으로 요약하는 기술
아사다 스구루 저/서경원 역 | 시사일본어사
드라마 속의 어느 날, 폭탄이 발견된다. 위에서는 모든 폭탄 제거는 미군에게 맡기라고 명령이 내려와 있다. 잘생긴 유시진 대위님은 미군에게 일을 맡기면 귀찮게 업무협조전과 보고서를 써야 한다는 이유로 직접 자기 팀을 시켜 폭탄 제거 작업을 끝낸다. 물론 드라마 상에서는 다칠지도 모르는 원주민 아이들을 위한 선의의 행동이었지만, 보고서 쓰기 싫다고 부하들에게 죽을지도 모르는 작업을 시키는 유시진 대위 같은 상사를 만난 모우루중대 군인들에게 묵념. 한국에 돌아오시면 유시진 대위에게 살포시 이 책을 건네주자, '보고서 쓰는 건 그렇게 어렵지 않지 말입니다' 하면서. 하지만 추측건대, 일목요연하고 아름다운 한 장의 보고서를 상사 앞에 내밀면 유시진 대위는 또 크게 혼날 것이다. 왜 기존에 하던 양식 안 쓰고 멋대로 새로 만들어 오냐고. 드라마 속의 군대 같은 비합리적인 조직이 아니라면 어디든 잘 만든 보고서는 환영 받기 마련이다. (바셀린)
홀 The Hole
편혜영 저 | 문학과지성사
나는 드라마를 보지 않는 심심한 여성. 하지만 주위 친구들이 죄다 <태양의 후예>를 보는지라 유시진 대위가 누구인지, 대강의 줄거리는 무엇인지 안다. 어쨌거나 대위님이 읽을만한 책을 골라보니 말랑말랑한 책은 추천하면 안될 것 같더라. 소설이 읽고 싶다는 남성들에게 내가 추천해주는 작가는 '편혜영'이다. (그러고 보니 '내일 뭐 읽지'를 처음 시작할 때도 편혜영 작가의 작품을 추천하긴 했다.) 그녀의 『아오이가든』부터 차근차근 올라가서 읽는 걸 추천하지만, 그래도 작가의 신간부터 보는 것도 좋다. 초기작과 지금 작품을 비교해보며 동시에 읽는 것도 좋다. 날씨 따스한 4월. 편혜영의 네 번째 장편소설 『홀The Hole』이 출간되었다고 한다. 내가 아는 그녀의 작품이라면 이번에도 퍽퍽한 빵을 먹는 기분으로 책장을 넘겨야겠지. 하지만 그 퍽퍽한 빵을 먹는 재미가 있다고나 할까. 대위님, 전쟁터나 험한 곳에 자주 가신다고 들었습니다. 편혜영 소설 속 배경이 어쩜 더 잔혹하고 그로테스크할 수도 있으니 위안 삼으면서 읽으세요. (땡감)
동아시아, 해양과 대륙이 맞서다
김시덕 저 | 메디치미디어
유시진 대위가 누군지 모른다. 찾아 보니 드라마 <태양의 후예> 등장 인물이라고 한다. 드라마를 정주행하여 유시진 대위가 누군지 파악할 시간은 차마 없는지라, 그가 군인이라는 점에 착안하여 책을 추천해본다. 『동아시아, 해양과 대륙이 맞서다』는 유라시아 전쟁사를 연구해온 김시덕 교수가 쓴 책이다. 조일전쟁, 청일전쟁 등 한국에서 벌어진 굵직한 전쟁은 물론이고 러시아와 청나라의 충돌, 서구와 일본의 대결, 그리고 그 과정에서 없어진 류쿠국 등을 다뤘다. 역사가 조예가 깊지 않은 독자도 이 책 한 권으로 16~20세기 동북아시아 정세를 파악할 수 있는 교양서다. 한 마디로 말하면, 이 시기 한국은 끊임없는 전시 상황은 아니었으나 굵직한 전쟁 몇 번을 치르면서 초토화된 바 있다. 비록 1950년 한국전쟁 이후 평화가 이어지고 있지만 한국은 여전히 군사대국과 마주하는 상황이다. 이 시점에서 위국헌신 군인본분이라는, 안중근 선생의 말을 곱씹을 필요가 있다. 위국헌신을 위해서는 현재가 어떻게 형성되었는지, 과거에는 어떻게 역사가 흘러갔는지를 알 필요가 있다. 『동아시아, 해양과 대륙이 맞서다』는 이러한 단서를 알기 위해 충분한 책이다. 유시진 대위님, 연애도 좋지만 전쟁사 관련한 책을 읽는 건 어떨까요. (드미트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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