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로부터 스무 발자국>, 백업 싱어들의 숨겨진 이야기
음악 산업은 나날이 성장한다고 해도 트렌드가 급변하며 노래를 제작하는 추이도 많이 달라졌다. 때문에 백업 싱어의 일은 점점 줄어든다.
글ㆍ사진 이즘
2016.08.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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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력자로 머무르길 원하는 이는 많지 않다. 본인의 실력이 뛰어나다고 믿으며 그 능력을 많은 이에게 인정받는 상황이라면 대부분 독립이라든가 대표로 나서기를 꿈꾼다. 성자가 아닌 이상 사람은 누구나 지금보다 더 잘되거나 나아지고 싶은 최소한의 욕구를 갖고 있기 때문이다. 남들이 출중함을 알아줄 때 자신의 존재를 더 드러내고 싶은 마음을 품는 것은 당연하다.

 

국내에서는 흔히 코러스라고 칭하는 백업(back-up) 싱어들에게 그러한 심리는 일반적일 것이다. 재능이 뛰어나지만 언제나 스타 가수의 보조인 탓이다. 무대 위에서 열정적으로 노래를 부른다고 해도 화려한 조명과 관중의 뜨거운 함성은 자신을 위한 것이 아니다. 단 한 번이라도 주인공으로서 감격을 맛보고자 하는 일부 백업 가수는 자신의 이름을 걸고 음반을 취입하기도 한다. 오디션 프로그램이 데뷔의 새로운 판로가 된 현재, 업계에서는 이미 알아주는 백업 싱어 천단비는 2015년 <슈퍼스타K> 일곱 번째 시즌에 출전하며 얼굴을 알리고 음반 발표의 기회도 잡았다. 하지만 대부분 백업 가수가 솔로로 데뷔하는 데에 많은 어려움을 겪는다. 음반을 내더라도 성공하는 경우는 지극히 적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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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큐멘터리 영화 <스타로부터 스무 발자국(20 Feet From Stardom)>은 백업 가수들의 인생과 서포터로서 체험하는 특유의 애환을 담아낸다. 1960년대 많은 히트곡을 장식한 달린 러브(Darlene Love), 롤링 스톤스(The Rolling Stones)가 1969년에 발표한 「Gimme shelter」의 백업 보컬로 유명한 메리 클레이튼(Merry Clayton), 1989년부터 롤링 스톤스의 투어 공연에 참여하고 있는 리사 피셔(Lisa Fischer), 2009년 마이클 잭슨(Michael Jackson)의 <디스 이즈 잇(This Is It)> 공연에서 듀엣 파트너로 낙점된 주디스 힐(Judith Hill) 등 대중음악계에서 명성이 높은 보컬리스트들이 경험을 털어놓고 현실을 이야기한다. 흥미로운 음악계 야사, 씁쓸한 현상, 낙관적인 암시가 공존한다.

 

가수들의 삶을 기록한 영화답게 사운드트랙은 우수한 내용을 뽐낸다. 달린 러브가 1963년에 발표한 팝, 소울 넘버 「A fine, fine boy」, 닐 영(Neil Young)의 오리지널을 걸쭉한 소울로 재해석한 메리 클레이튼의 「Southern man」, 백업 가수로서 느끼는 고충을 바탕으로 만든 주디스의 힐의 발라드 「Desperation」 등 연달아 훌륭한 가창을 감상할 수 있다. 주요 출연자들이 함께 부른 빌 위더스(Bill Withers) 원곡의 「Lean on me」는 농익은 기량의 결정이다.

 

영화에서 언급된 다른 뮤지션들의 노래는 듣는 즐거움을 배가한다. 조 카커(Joe Cocker)의 「Space captain」, 데이비드 보위(David Bowie)의 「Young americans」, 토킹 헤즈(Talking Heads)의 「Slippery people」은 백인 뮤지션들이 소울 느낌을 내기 위해 흑인 백업 가수를 섭외한 작품들이다. 뒤에서 받쳐주는 가수가 곡의 특징과 분위기를 명확하게 함을 이 노래들로 확인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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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운드트랙에는 수록되지 않았지만 영화에서 레너드 스키너드의 1974년 싱글 「Sweet home Alabama」가 배경음악으로 잠깐 흐른다. 이 노래는 미국 남부 지방 사람들을 비하한 닐 영의 「Southern man」에 대한 답가로 유명하다. 닐 영의 여러 작품에 참여했으며 「Southern man」을 리메이크하기까지 한 메리 클레이튼은 「Sweet home Alabama」의 백 보컬도 담당했다. 이에 대한 그녀의 소회 또한 잔재미를 제공한다.

 

주변에서는 이들의 역량을 높이 사지만 정작 이들 중 몇몇은 당장의 생계를 걱정할 만큼 경제적인 어려움을 호소한다. 음악 산업은 나날이 성장한다고 해도 트렌드가 급변하며 노래를 제작하는 추이도 많이 달라졌다. 때문에 백업 싱어의 일은 점점 줄어든다. 힙합, 전자음악 같은 1인 프로덕션 장르가 시장을 지배하고 있으며 장비의 발달 덕에 한 번의 녹음만으로도 많은 이가 부른 것인 양 목소리와 음정을 바꿔 가면서 여러 번 덧입히는 작업이 가능해졌다. 백업 싱어의 필요성은 과거보다 절실하지 않다. <스타로부터 스무 발자국>은 변화로 말미암아 소외되는 직종, 사람에 대한 사색도 부추긴다.

 

한동윤(bionicsoul@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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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업 싱어 #스타로부터 스무발자국 #조력자 #코러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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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즘

이즘(www.izm.co.kr)은 음악 평론가 임진모를 주축으로 운영되는 대중음악 웹진이다. 2001년 8월에 오픈한 이래로 매주 가요, 팝, 영화음악에 대한 리뷰를 게재해 오고 있다. 초기에는 한국의 ‘올뮤직가이드’를 목표로 데이터베이스 구축에 힘썼으나 지금은 인터뷰와 리뷰 중심의 웹진에 비중을 두고 있다. 풍부한 자료가 구비된 음악 라이브러리와 필자 개개인의 관점이 살아 있는 비평 사이트를 동시에 추구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