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의 일, 새로고침』은 작년 여름 무더위 속에서 했던 6번의 대담을 엮은 책입니다. 기획을 준비하면서 어떤 분들이 어떤 이야기를 해주시면 좋을까? 대한민국에서 일하는 여성들은 어떤 이야기를 듣고 싶을까? 회의 시간에 참 많은 이야기들을 나눴습니다.
곽정은, 김희경, 김현정, 장영화, 은수미. 섭외를 마치고 사전인터뷰를 하러 가면서 참 긴장이 되었습니다. 물론 대외적인 활동으로 보여지는 이미지들이 있었지만 실제로 그분들을 만나보면 어떨지, 어떤 이야기를 해주실지, 그 이야기는 과연 지금 우리가 원하는 이야기일지 걱정 반, 설렘 반으로 약속 장소로 향했습니다. 우리가 듣고 싶었던 건 그들의 ‘성공기’가 아니었기 때문입니다.
결과는 매번 기대 이상이었습니다. 모든 대담자들이 너무나 솔직하게 자신의 이야기를 털어놓았고, 그 경험에서 느끼고 배운 것들을 이야기해주었습니다. 인터뷰를 하고 돌아오는 길이면 저는 수다쟁이가 되었습니다. 내 이야기가 하고 싶었습니다. 말을 많이 한 날은 허전한 마음도 들고 후회를 한 적이 많아 대체로는 말을 아끼는 편이지만 그날만큼은 내 경험이나 평소 생각하던 것들이 나도 모르게 술술 나왔던 것이죠. (그때 항상 이야기를 들어줬던 ㅈ님 감사합니다.) 그리고 각자의 자리에서 고군분투하고 있는 나의 친구들, 선배들, 후배들이 한 명 한 명 생각나고 너무 보고 싶어졌습니다. ‘우리 앞으로 어떻게 살지 그런 얘기 했었잖아, 내가 오늘 누구를 만나고 왔는데 말야...’ 하면서 이야기도 나누고 싶고, ‘선배, 그때 난 선배가 너무 이해가 안 됐는데 이제는 왜 그랬는지 알 것 같아요’ 하고 회포도 풀고 싶고, ‘나 때문에 힘들었지? 미안해, 나도 서툴러서 그랬던 것 같아’ 하고 용서도 구하고 싶어졌습니다.
5번의 대담과 함께 20-50대의 일하는 여성들이 오픈테이블에서 나눈 이야기까지 담아 『여성의 일, 새로고침』을 만들었습니다. 녹취를 풀고, 내용을 정리하고, 사진을 고르고, 원고를 살피면서 그 과정들이 다시 떠올랐습니다. 아마 이 원고는 제가 가장 많이 읽었을 텐데, 읽고 읽어도 좋더라고요. 매번 꽂히는(?) 부분이 달랐습니다. 기혼이든 비혼이든, 아이가 있든 없든, 나이가 많든 적든 모든 여성들이 각자 자신만의 공감 포인트와 깨달음 포인트를 만들 수 있는 책이라고 생각합니다.
이 책을 먼저 읽은 조남주 작가는 이렇게 말했습니다. “이 책은 성공하고 싶은 여성들을 위한 비법서가 아닙니다. 같은 길 위에 서 있는 여성들이 서로를 도닥이고, 응원하고, 고민을 나누는 책입니다. 그러니 가장 힘들 때, 외로울 때, 허무할 때 읽어보세요. 분명 든든해질 겁니다.” 이 책이 직접 말을 하며 손을 내미는 것 같은 기분이 들었습니다.
오늘도 여러분은 일을 하고 계시겠죠? 지금 그곳에서 일하고 계신 여러분을 응원합니다. 그리고 우리 더 많이 ‘설치고 말하고 생각합’시다. 이 책을 읽으면 그렇게 하고 싶어질 거예요.
홍지연(편집자)
책 만드는 사람, 책과 관련된 이것저것을 하는 사람.
iuiu22
2017.01.2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