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스갯소리를 조금 보태어 디 엑스엑스(The XX)의 가장 큰 적은 제이미 엑스엑스(Jamie XX)일지도 모른다. 절세의 데뷔 음반
사실, 디 엑스엑스하면 단번에 떠오르는 이미지는 제이미 엑스엑스가 아니라 두 보컬인 올리버 심(Oliver Sim)과 로미 크로프트(Romy Croft)다. 제이미 엑스엑스는 최소한의 리듬 파트와 멜로디만을 가지고 두 멤버의 기타와 베이스를 받쳐줄 뿐이다. 비어있는 여백 사이에 끼어드는 것은 무기력한 올리버와 로미의 보컬이고 이 목소리가 특유의 묘한 분위기와 비감을 만들어내는 것이다. 데뷔작
신보 는 반대의 노선을 취한다. 제이미 엑스엑스 스스로가 존재감을 스스로 드러내는데 전에 없던 활기 넘치는 사운드를 차용하는 쪽으로 전략을 바꾼 것이다. 첫 곡 「Dangerous」부터 낯선 향기를 풍기는데 디 엑스엑스에게서 트럼펫 사운드를 듣는 것은 처음이다. 개중에는 「Performance」처럼 현악 사운드를 전면에 부각시키는 노래도 있는데, 이를 오려붙인 제이미 엑스엑스의 솜씨는 현악 세션을 기용해서 라이브를 해도 이질적이지 않을 정도로 능숙하다.
전에 없던 시도를 선택했음에도 는 어긋남 없이 빼어난 완결성을 보인다. 먼저 로미와 올리버의 보컬이 한 층 풍부해지면서 불어난 사운드의 몸집에 걸맞은 노래를 선보이는데 「Dangerous」의 후렴을 들어보면 기존 색을 유지하면서도 무기력한 느낌에 천착하지 않고 힘 있는 가창을 한다. 또, ‘VCR’을 연상시키는 「On hold」같은 곡들은 샘플링으로 정겨운 정경을 그려냄과 동시에 이전
처음 디 엑스엑스가
덧. 디 엑스엑스가 항상 그래왔듯이 이번 「On hold」의 뮤직비디오도 꼭 권하고 싶을 만큼 좋다. 이들이 「On hold」를 통해서 그리고 싶던 정감 어린 순간들이 무엇인지 그 시공간을 어떻게 우리에게 전하려고 하는지 그대로 보여준다. 뮤직비디오 역시 이들의 음악처럼 최소한의 것만으로 말하고자 하는 바를 전한다.
이즘
이즘(www.izm.co.kr)은 음악 평론가 임진모를 주축으로 운영되는 대중음악 웹진이다. 2001년 8월에 오픈한 이래로 매주 가요, 팝, 영화음악에 대한 리뷰를 게재해 오고 있다. 초기에는 한국의 ‘올뮤직가이드’를 목표로 데이터베이스 구축에 힘썼으나 지금은 인터뷰와 리뷰 중심의 웹진에 비중을 두고 있다. 풍부한 자료가 구비된 음악 라이브러리와 필자 개개인의 관점이 살아 있는 비평 사이트를 동시에 추구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