흔한 농담 하나 던지기 어려운 요즘, 독자님들은 안녕하신가요? 곧 4월 1일, 만우절입니다. <채널예스>는 생각해 보았습니다. 저자들은 어떤 거짓말을 듣고 싶을까? 그러다 저희 멋대로 상상했습니다. 우리가 만약 책을 내고 인세, 1억 원이 생긴다면 무엇을 하고 싶을까? 분기별로 찍히는 통장 속 인세. 언젠가 ‘0’ 아니, ‘00’, ‘000’’이 더 붙으면 얼마나 좋을까? 곧장 작가 10인에게 메일을 띄웠습니다. “인세 1억 원이 생긴다면 무엇을 하고 싶으신가요? 어떤 이야기도 좋습니다.” 필자는 10인의 원고를 받고, 책을 두 권 샀습니다. 이 짧은 글도 이렇게 재밌는데, 책은 얼마나 재밌을지 궁금해서요.
권용득(만화가)
『하나같이 다들 제멋대로』
|
어느 날 갑자기 인세 1억 원이 생긴다고? 말도 안 된다. 나는 그와 같은 ‘기적’을 꿈꿔본 적이 없다. 오죽하면 그 흔한 로또도 한 번 안 샀을까. 혹시나 당첨되면 심장마비가 걸릴까봐 안 샀다. 내가 그만큼 심약하다. 그런데 만약 초판도 다 안 팔린 『하나같이 다들 제멋대로』와 간신히 3쇄는 찍은 『예쁜 여자』로 인세 1억 원을 받으려면, 대체 얼마나 더 팔려야 하는 걸까. 책 두 권의 권당 인세를 합하면 2,580원이니까 약 38,760권만 더 팔리면 되네? 예스24 이용자들이여, 조금만 더 분발해 주십시오! 저에게 인세 1억 원의 기적을 보여 주십시오! 그런데 인세 1억 원이 생기면 정말 뭐할 거냐고요? 그건 그때 가서 생각하려고요. 깜짝 놀라는 바람에 심장마비로 안 죽으면 그나마 다행이겠죠.
서유미(소설가)
『끝의 시작』
|
개인적으로 내 책 중 『끝의 시작』을 좋아하지만 인세로 1억을 번다는 것에 대해서는 한번도 상상해보지 않았다. 죽기 전에 그런 날이 올까. 슬프게도 그 일은 영원히 나와 먼 곳에서 반짝일 거 같다. 그런데 더 슬픈 것은 로망인 인세 1억이 삶을 바꾸기에는 부족한 돈이라는 점이다. 만약에 비현실적인 금액의 인세가 생긴다면 현실의 빚을 갚고 싶다. 좀 더 가벼워진 어깨로 계속 써 나갈 수 있게.
이라영(예술사회학 연구자)
『환대받을 권리, 환대할 용기』
|
나는 상상 속의 컵’애자’다. 컵이나 잔은 내 입과 직접 접촉하는 식기이고 손으로 감싸 쥘 수도 있기 때문이 아닐까. 집에 있는 컵들은 대부분 1달러샵에서 사왔지만 머릿속에는 은, 유리, 주석 등으로 만든 별별 모양과 온갖 색깔의 잔들이 서로 공중에서 부딪치며 스타일을 뽐낸다. 상상이야 뭔들 못하리. 심한 거짓말이지만, 『환대받을 권리, 환대할 용기』로 인세 1억이 들어온다? 일단 러시아 미술관에서 나를 사로잡은 로마노프 스타일의 잔을 골라볼 테다. 각종 컵을 여섯 세트씩 사서 네 명 이내의 사람들을 종종 초대하여 술과 차를 즐겨야지.
장강명(소설가)
『호모도미난스』
|
3년 전에 펴낸 SF 스릴러 『호모도미난스』로 인세 1억 원을 벌게 되면, 무료 전자책을 한 권 발간하겠다. 내가 재미있게 읽은 국내 대중소설, 장르소설 단편 10편을 모아 재수록료를 제대로 지불하고 e북을 만드는 거다. 조건은 잘 안 알려진 요즘 작가의 작품일 것. ‘작가의 말’도 한 페이지씩 부탁하련다. 한국소설을 읽고 응원하려는 예비독자는 결코 적지 않은데, 적절한 소개와 추천이 부족하다고 생각한다. 특히 대중소설과 장르소설 영역에서. 인세 1억 원은 상금이나 판권 수입과 전혀 다른 의미의 성취다. 그 중 일부는 뜻있게 쓰고 싶다.
이승한(칼럼니스트)
『예능, 유혹의 기술』
|
1억, 참 애매한 액수다. 자잘하게 쓰기엔 너무 크고, 전세를 얻기엔 작은 돈 아닌가. 그래서 하는 말인데 절반쯤은 비싼 운동화나 화장품 같은 사치품을 사서 보육원에 보내면 어떨까? 어떤 이들은 아이들이 나이키 신발을 신었다는 이유로 속았다고 화를 내며 후원을 중단한다더라. 그럼 애들이 거적대기만 걸치고 있었으면 좋겠나? 소소한 사치의 경험은 생의 감각을 일깨우고 자존을 높여준다. 난 후원을 받는 이들에게 "불쌍한 모습"을 강요해 후원자의 우월감과 시혜의식을 충족시키는 이 거래가 신물이 난다. 그들이 조던을 신고 립스틱을 바르며 즐거워하는 모습을 보고 싶다. 그러니까 여러분 『예능, 유혹의 기술』을 많이 사주세요. 인세 1억 벌어서 애들 조던 한번 신겨봅시다.
최정화(소설가)
『지극히 내성적인』
|
인세 1억 원이 생긴다면, 공부를 더 하고 싶다. 한국사회의 조금 이상한 방식의 교육열 때문에 공부라는 단어가 딱딱하고 재미없게 느껴질 것 같은데, 사실 공부는 엄청 재밌다. 나는 지금도 바이올린과 카포에이라와 빤데이루를 배우고 있고 내 나이의 다른 친구들에 비하면 배우는 것이 많은 편이지만, 배우고 배워도 또 배우고 싶은 게 자꾸만 더 생긴다. 얼마 전에 이슬람 문화원에서 에브루라는 미술 체험 수업을 진행한다는 정보를 입수했는데 물 위에 그림을 그린다는 그 미술수업이 자꾸 아른거린다. 1억 원이 생긴다면 난 공부를 하겠다. 미술과 음악, 그리고 많은 세상에 있는 운동 종목들을 모조리 배우고 싶다.
장세이(작가)
『후 불어 꿀떡 먹고 꺽!』
|
최근에 제 전작 『서울 사는 나무』와 『엄마는 숲해설가』를 펴낸 1인 출판사 목수책방과 함께 옥수동에 생태공간 목수木水라는 공간을 열었습니다. 책방만 해서는 먹고 살기는커녕 전기세도 못 낼 게 뻔해 목수다방(오색 빛깔의 우리 차를 우리는 찻집)과 목-수다방(생태 교실)도 함께 마련했지요. 세 개의 공간이 모였지만 크기는 열다섯 평 정도로 아담한데 막상 내부공사를 시작하니 통장에 밑이 빠졌나 싶게 돈이 삽시간에 술술 빠져나가더라고요. 꼭 필요한 데만 고쳤는데도 주거래 통장의 잔고가 638원이 될 때까지 말이죠. 값비싼 재료로 으리으리하게 꾸민다면 1억 원도 부족하겠더군요. 만약 지난해 10월 출간된 『후 불어 꿀떡 먹고 꺽!』으로 1억 원의 인세가 들어왔다면 분명 생태공간 목수가 후 불어 꿀떡 먹고는 꺽! 해 버렸을지도 모르지만, 다행스럽게(?) 아직 1억 원까지는 못 받았네요. 이 참에 깨달은 사실은 1억 원을 버는 데는 수 년, 길게는 수십 년이 걸리겠지만 쓰는 데는 일주일도 길다는 것입니다. 이 깨달음이 제게는 1억 원보다 더 귀했고, 앞으로 새 공간에서 많은 이들과 책과 차를 사이에 두고 천금보다 귀한 생태 이야기를 나누고 싶습니다. 어느 날에는 세 들어 사는 건물을 통째 사서 생태빌딩의 (건물)주님이 될래요~
실키(만화가)
『나 안 괜찮아』
|
지금 당장 필요하지 않다고 여기며 내려놓았던 많은 것들이 생각난다. 대게 내게 정말 필요한 것들이었고, 긴 고민 끝에 특별한 날 자신에게 주는 선물이라며, 큰 결심해야 했다. 그 와중에 또 마음에 드는 것과 딱히 나쁘지 않은 것 사이에서 고민해야 했지만. 내게 1억이 생긴다면? 망설였던 그 모든 일들을 주저 없이 할 것이다. 실행하지 못해 계획에서만 그치는 일들이 줄어들 것이고, 욕심을 내려고 하지 않았던 것들에 눈독 들일 여유가 생기겠지. 사실은 내가 작게 꿈꿔왔던 계획이 하나 있는데, 갑자기 여행을 떠나고 싶다는 마음이 들면, 외출한 차림 그대로 공항으로 가는 것. 그 날 가고 싶은 곳의 가장 빠른 비행기 티켓을 끊고 떠나는 여행. 자리가 없으면 퍼스트 클래스를 주저 없이 고르면서 말이다. 여행지에서 가격비교 없이 원하는 것을 선택하며, 큰 캐리어를 낑낑 끌고 다닐 필요 없이 필요한 건 그때그때 사고 돌아가고 싶은 마음이 들 때서야 끝나는 여행. 그 여행이 나의 버킷리스트는 아니지만, 난 언제든지 여권만 챙겨 훌쩍 떠날 수 있다는 생각과 여유를 가진 채 연어를 한번 더 추가한 연어덮밥을. 아니, 쌀 한 톨 없이 연어회를 먹을 것이다. 물 대신 콜라를 마셔가면서! 그나저나 『나 안 괜찮아』의 인세가 1억이라니! 대체 몇 권의 책일까, 얼마나 많은 독자 분들이 계신 걸까. 작가로서 큰 기쁨이다.
전승환(작가)
『100 나에게 건네는 말』
|
1억 원이라니! 먼저, 인세가 들어올 수 있게 글을 쓴 나에게 고맙다고 표현을 해야 될 것 같아요. 대견할 것 같으니까요. 치열하게 살아오며 남들을 걱정하기에 급급했지 나를 위한 위로의 말과 칭찬의 말을 많이 하지 않았을 테니까요. 그리고 나선, 스스로에게 부끄럽지 않은 일에 그 돈을 사용하고 싶어요. 기부를 처음에 하겠고 부모님께 못다 한 효도도 해야 하겠죠. 그리고 나서는 다양한 경험을 해 보고 싶네요. 여행을 가거나 무엇인가를 배우거나 말이죠. 보물을 찾으러 떠나는 항해사처럼 글감을 찾으러 떠나는 작가. 매력 있는 것 같아요. 그렇게 부담감 없이 다양한 추억들을 만들다 보면 1억 원은 없겠지만 더 큰 무언가가 생길 것 같아요. 그 무언가의 힘으로 또다시 누군가를 위한 행복의 글을 써 내려가겠죠. 그럼 스스로에게 내내 고마워하지 않을까요?! 그 고마움을 이번 책 『100 나에게 건네는 말』에 적어보는 것도 좋을 것 같네요.
|
『없어도 괜찮아』의 공동 저자이자 부부인 나와 백종민씨는 ‘돈’에 관해서는 터무니 없을 정도로 낙관적이다. 적어도 5년 안에 인세로 1억 원을 벌 수 있으리라 기대하며 이미 구체적인 사용처까지 계획해 놓았다. 4권의 책이 나왔고 현실은 점점 시궁창이지만 당연히 우리는 아직 포기하지 않았다. 요즘 우리의 가장 큰 고민은 ‘돈을 많이 벌어도 지금과 같은 삶을 유지할 것이냐’이다. 그러니까 부부의 최소 생활비인 한 달에 100만 원으로 적게 소비하고 원하는 글을 쓰며 시간을 온전히 내 것으로 만드는 삶 말이다. 고백하건대 돈이 많든 적든 우리는 이 삶을 계속 유지하고 싶다. 돈을 불리기 위해 어디에 투자하고 집을 넓히기 위해 애를 쓰는 대신 우리 자신에게 ‘기본소득’을 제공하여 인간다운 삶을 보장하고 원하는 일을 하며 살 수 있도록 하겠다. 1억 원의 인세를 우리 부부의 한 달 생활비인 100만 원으로 나누면 총 8년하고 4개월의 시간 동안 ‘기본소득’이 보장된다. 애마모리 도루(기본소득일본네트워크 사무국장)는 노동을 다음과 같이 구분했다. 보수를 받으며 사회에도 필요한 노동, 보수를 받으며 사회에는 필요하지 않은 노동, 보수를 받지 않지만 사회에 필요한 노동, 보수를 받지 않으며 사회에도 불필요한 노동이다. 글을 쓰는 행위는 ‘보수를 받으며 사회에도 필요한 노동’이라고 생각하지만 우리 사회는 좋아하는 일을 하며 사는 이들에게 엄격하고 까다로운 잣대를 들이대며 ‘노동’으로 인정해 주지 않는 경향이 있다. 그래서 우리 스스로라도 인세 1억 원을 ‘기본소득’으로 정해 적어도 8년 4개월의 시간 동안은 ‘세차 알바’와 원치 않는 자리에 나선다거나 생계에 위협을 받지 않으면서도 자유롭게 원하는 글을 쓰고 싶다.
채널예스
채널예스는 예스24에서 운영하는 콘텐츠 플랫폼입니다. 책을 둘러싼 다양한 이야기를 만나 보세요.
동글
2017.04.05
북뉴스조나단
2017.04.03
lyj314
2017.04.0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