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는 중견 걸그룹? 걸스데이
전반적으로 산만한 타이틀곡보다 차분한 톤의 다른 수록곡들이 더 매력적으로 들리는 앨범이다.
글ㆍ사진 이즘
2017.04.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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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로 활동 7년 차에 접어든 이들에겐 나름대로 의미가 큰 앨범이었을 것이다. 남다른 팀워크로 큰 내홍 없이 도달한 중견 걸그룹의 위치에서 자신들만의 영역을 확고하게 굳혀야 할 때다. 그런 목적에서였는지 타이틀곡 「I’ll be yours」에선 그룹이 그동안 시도했던 여러 경향 중 「기대해」로 대표되는 록 톤의 작법으로 스타일을 다잡은 느낌이 든다. 예전부터 걸그룹 시장에서 이런 곡은 주로 이들의 역할이기도 했으니 방향 설정은 나쁘지 않다.

 

그러나 1년 8개월만의 복귀치고는 음악적 완성도가 조금 아쉽다. 「여자 대통령」의 시원시원한 록 사운드에 「Something」의 빈티지 감성을 조금 섞고 빅 밴드 사운드를 덧입힌 타이틀곡 「I’ll be yours」는 소진과 민아의 가창력을 전면에 내세워 귀가 시원해지는 느낌을 주지만, 집중력을 흐트러뜨리는 ‘주거니 받거니’ 구성은 지나치게 퍼포먼스를 염두에 둔 작법이 아닌가 하는 의심이 들기도 한다. 흡입력을 가질 수 있었을지도 모를 파트들이 한 가지 목적에 희생된 인상이다. 덤으로 촌스러운 멜로디 진행도 몰입을 계속 방해한다.

 

오히려 앨범의 다른 수록곡들이 더 매력적으로 들린다. 「Shape of you」의 성공을 의식한 듯 트로피컬 비트를 입힌 「Thirsty」는 런던 노이즈(LDN Noise)의 세련된 사운드 감각과 캐치한 훅으로 그룹의 색다른 면모를 보여주는 곡이다. 기타 한 대와 함께한 발라드 「Love again」도 어느 정도 전통적인 정서에 호소하는 면이 있다. 민아가 직접 작사한 솔로 곡 「Truth」는 뻔한 사랑 타령에서 벗어나 자아에 대한 이야기로 앨범에 입체감을 준다.

 

타이틀곡을 제외하면 전체적으로 차분한 톤의 앨범이다. 재킷도 그들의 발랄한 이미지와 달리 정적인 느낌을 주는데, 정작 대표곡은 산만할 정도로 정신 없이 몰아치며 전체적인 구성을 망친다. 이제는 어엿한 선배 걸그룹으로 경험과 역량을 쌓았지만 여전히 말초적 쾌락을 자극하는 기획에 갇혀 있는 느낌이다. 걸스데이만의 매력이 반감된 아쉬운 ‘겉핥기’ 앨범.


조해람(chrbbg@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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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즘

이즘(www.izm.co.kr)은 음악 평론가 임진모를 주축으로 운영되는 대중음악 웹진이다. 2001년 8월에 오픈한 이래로 매주 가요, 팝, 영화음악에 대한 리뷰를 게재해 오고 있다. 초기에는 한국의 ‘올뮤직가이드’를 목표로 데이터베이스 구축에 힘썼으나 지금은 인터뷰와 리뷰 중심의 웹진에 비중을 두고 있다. 풍부한 자료가 구비된 음악 라이브러리와 필자 개개인의 관점이 살아 있는 비평 사이트를 동시에 추구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