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처 : ⓒ Albiru Muriel Photography
제7회 대한민국발레축제의 기획공연으로 6월 19~20일 예술의전당 CJ 토월극장에서 현 스페인 국립무용단의 수석무용수 김세연이 안무가로서 <죽음과 여인>으로 첫 데뷔무대를 가졌다. 유독 남성 안무가들의 작품이 많은 올해 축제에서 김세연 안무작은 신선한 기대를 하게 한다. 해외유수발레단을 거쳐 무용수로 오랫동안 활동해온 그녀의 안무가로서의 전향과 신작에 대한 이야기를 들어봤다.
2013년 국립발레단의 <로미오와 줄리엣> 이후 4년 만의 국내 공연 소식을 듣고 반가웠어요. 그간 근황은 어떠셨어요?
2013년 국립발레단 <로미오와 줄리엣>으로 무대에 올랐을 당시 제가 스페인에 간 지 얼마 되지 않을 때였어요. 그 후 스페인이란 나라와 스페인 국립무용단이라는 새로운 환경에 적응하는 시기였던 거 같아요. 스페인에서 공연 중 사고로 발목과 무릎 두 번의 수술을 받으며 무용수로서는 한 번의 고비를 넘겼다고 생각합니다. 30대 후반의 무용수가 은퇴에 대해 생각하는 것이 드물지 않은 일이었기 때문에, 이때 스페인 국립무용단에 은퇴에 대한 의사를 밝히기도 했습니다. 예술 감독 호세 마르띠네즈(Jose Martinez, 전 파리 오페라 에투왈 무용수)가 “경험에서 나온 조언인데, 부상으로 은퇴한다는 것은 맞지 않는다”며 저를 기다려 주셨어요. 다행히 현재는 전보다 훨씬 좋은 컨디션으로 춤출 수 있게 되었습니다. 그간 내 몸에 대해 알아가는 중요한 시기였습니다.
스페인 국립무용단에서도 최고의 무용수 직위인 프리메라 피규라(Primera Figura)인데 이제 신인 안무가로의 시도를 하고 있다고 생각이 듭니다. 안무가로의 발돋움, 자연스러운 과정이었나요?
‘프리메라 피규라’라는 직위는 분명 영광스러운 직위인 것이 확실하지만 그것 이 공연 캐스팅 등에 영향을 주지는 않아요. 우리 무용단에는 50명 정도의 개성이 강한, 특히 컨템포러리 스타일의 탁월한 무용수들이 있어요. 대부분 창작 활동을 활발하게 하는 것을 지켜봤기에 이번에 제가 안무를 하는 것도 아주 자연스러운 일이라 생각됩니다.
<죽음과 여인>, 어떤 작품인가요?
<죽음과 여인>은 한국적 요소를 갖추고 있고, 다수 관객이 공감할 수 있으면 좋겠다는 의도로 만들어가고 있습니다. 아주 상세한 대본이 있는 것은 아니지만, 시작과 줄거리와 끝이 있는 작품입니다. 그 줄거리를 구체적으로 나열하기보다는 제가 이야기하고자 하는 것들을 이미지를 엮어 춤동작으로 풀어봤습니다.
어디서 모티브를 찾았나요?
누구나가 공감할 수 있는 주제를 생각했어요. 모두가 한번쯤은 겪는 사랑, 시간의 흐름에 따라 죽음으로 연결되는 숙명. 제가 가진 죽음에 대한 막연한 두려움에 대한 생각을 기본으로 윤단우씨가 드라마트루기를 맡아주면서 그것들을 구체화했습니다. ‘죽고 싶어 안달 난 여자’와 ‘죽음에서 벗어나고 싶은 여자’라는 캐릭터를 설정했고, 그녀들의 공간과 주변 인물들을 만들어 냈습니다.
1930년대 한국의 근대음악을 사용하신다고요.
제 음악적 취향이 축음기에서 나오는 잡음 섞인 음감을 좋아합니다. 굳이 한국적인 요소를 어느 시대에서만 찾고 싶지 않았습니다. 이 작품 안에는 클래식, 근대가요, 일렉트릭 등의 음악을 삽입했고요. 음악은 시인이자 뮤지션인 성기완 씨가 맡았습니다.
출연진도 눈길을 끄는데요.
네. 선배들이자 동료이고 제가 사랑하는 무용가 임혜경, 엄재용 씨 그리고 김성민 씨도 출연합니다. 그 외 성신여대의 무용 전공생 8명과 스페인에서 활동하는 4명의 남자 무용수들이 내한하는데, 예산안에 모든 비용을 포함할 수는 없기 때문에 우정 출연으로 도움을 받았습니다. 스페인 국립무용단, 취리히 발레단, 베자르 발레단의 수석무용수 출신이고, 저에게는 그 누구와도 바꿀 수 없는 완벽한 출연진인 거죠.
두 나라를 오가며 연습하기가 쉽지 않으시겠어요.
가장 중요한 점은 제가 건강해야 하는데, 시차나 환경 때문에 몸에 무리가 오더라고요. 여유 없이 바쁘게 일하는 것도 창작 활동에 저해가 될 수 있기 때문에 일정을 잘 조절하려고 합니다. 저희 팀은 현재 서울, 마드리드, 취리히, 빌바오 등 무용수들이 모두 흩어져있는 상태로 작업이 진행되고 있습니다. 요즘은 이메일, 인터넷 등을 활용하여 쉽게 소통이 가능하기 때문에, 제가 수시로 상황을 업데이트해주고 있습니다.
무용수의 역할과는 다른 부분이 있죠?
그럼요. 안무가는 전체 프로덕션을 끌고 가야 한다는 걸 몸소 느꼈습니다. 무용수는 자기 자신의 몸과 마음을 가장 먼저 생각해야만 최선을 다할 수 있는 직업이라 정반대인 면이 있더라고요. 그래서 이번엔 저는 출연하지 않아요.
서울메이트라는 단체도 창단하셨죠? 창단 계기나 간단한 소개를 해주세요.
서울메이트는 이번 대한민국 발레축제를 계기로 만들게 됐습니다. 이 단체를 무용단/발레단의 목적으로 창설한 것은 아니고요. 국내외 여러 장르의 예술가들이 ‘서울’이라는 도시에 모여 협업할 수 있는 작품을 만들자는 취지에서 만들었습니다. 이번 작품을 서울에서 나아가 세계무대에 올릴 목표도 가지고 있습니다.
언제쯤 한국으로 완전히 귀국 후 안무자로서의 활동을 기대해 볼 수 있는 건지요?
사실 완전한 귀국은 아직 모르겠어요. 어디 사는지가 그다지 중요하지 않은, 자유로운 방향의 작업을 계획하고 있고요. 이제는 안무가로서 좋은 작품을 만들어서 전 세계 많은 무대에 제 작품을 올리고 싶습니다.
글 윤단비(click_dance@naver.com)
http://ch.yes24.com/Article/View/337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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