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구나, 언젠가, 한번쯤 퇴사준비생이 됩니다”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다. 모든 직장인에게 퇴사는 ‘아직 오지 않은 미래’다. 회사 안에서 상상하는 퇴사는 짜릿하지만, 회사를 나서는 순간 그것은 녹록지 않은 현실이 된다. 그래서 퇴사준비생에게는 취업준비생에 버금가는 준비와 실력이 필요하다. 아이디어와 통찰력은 필수적으로 갖춰야 할 요소다. 벤치마킹할 대상을 찾는다면 과정은 훨씬 수월해진다. 『퇴사준비생의 도쿄』가 선진 도시 도쿄로의 여행을 제안하는 이유다.
『퇴사준비생의 도쿄』는 차별화된 철학과 스타일로 독자적인 영역을 구축한 도쿄의 가게들을 소개한다. 커피를 공짜로 제공하면서도 돈을 버는 ‘시루 카페’, 경매라는 독특한 방식으로 특수부위를 판매하는 고깃집 ‘호우잔’, 취향에 따라 조합할 수 있는 맞춤 시계를 판매하는 ‘Knot’ 등 25개의 핫스팟이다. 이들이 걸어온 길을 살펴보면서 『퇴사준비생의 도쿄』는 “10년이 흘러도 변하지 않을 5가지 키워드”를 발견했다. 언젠가, 한번쯤, 퇴사를 경험할 당신이 주목해야 할 ‘성공하는 비즈니스의 비결’이다.
이 책의 저자들 역시 한때는 ‘퇴사준비생’이었다. CJ E&M, 현대카드, 홈플러스, GS칼텍스 등 대기업에서 근무했고 퇴사의 관문을 거친 후 ‘트래블코드’에서 새로운 자신의 일을 찾았다. 여행 콘텐츠 기획사인 ‘트래블코드’는 고객들이 자신의 관심사, 취향, 가치관에 맞춰 여행을 떠날 수 있도록 다양한 상품과 콘텐츠를 기획하고 제안한다. 『퇴사준비생의 도쿄』 역시 ‘비즈니스 인사이트를 찾아 떠나는 여행’을 고안하는 과정에서 탄생했다. 채널예스와 만난 ‘트래블코드’의 이동진 대표는 자신들의 여정이 런던과 뉴욕 등 또 다른 선진 도시로 이어질 것임을 예고했다.
퇴사에 필요한 건 담력 아닌 실력
‘퇴사준비생을 위한’ 비즈니스 트립을 제안하신 이유가 궁금합니다.
첫 번째 이유는 저희 스스로가 퇴사준비생이자 퇴사생으로 도쿄에서 비즈니스 아이디어와 인사이트를 얻고 싶다는 생각이 있었고요. 두 번째 이유는 퇴사를 보다 건설적인 방향으로 이야기하면 좋을 것 같다는 바람 때문이었습니다. 요즘 퇴사가 화두잖아요. <요즘 젊은 것들의 사표>라는 다큐멘터리도 그렇고, 주변 친구들이나 선후배들을 봐도 퇴사에 대한 고민과 갈증이 있는 것 같아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뭔가 건설적이지 못하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퇴사를 해야 될 이유, 퇴사를 하겠다는 의지에 대해서는 많이 이야기하는데, 실제로 퇴사를 하려면 어떤 고민과 준비가 필요한지에 대한 논의는 별로 없는 거예요. 그러다 보니까 결국에는 쳇바퀴 돌 듯 회사로 돌아가는 모습들도 발견되거든요. 그런 부분들을 조금 더 건설적으로 바꿔봤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실제로 퇴사를 하기 위해서 어떤 고민과 준비가 필요한지 생각해 보자는 취지에서 퇴사준비생의 관점에서 바라보기로 한 거죠.
퇴사 유경험자의 눈으로 볼 때, 퇴사를 위해 필요한 건 무엇인가요?
가장 필요한 건 담력이 아니라 실력이라고 생각했어요. 사람들은 용기 내서 사표를 내면 된다고 이야기하는데, 실제로 해본 사람의 입장에서는 담력으로 퇴사를 해서는 조금 위험하다고 생각해요. 퇴사를 한 후에도 자신이 하는 일을 바탕으로 경제생활을 할 수 있을 만큼의 실력이 있어야 되는 거죠. 그 출발점은 비즈니스적 관점과 인사이트를 갖는 거라고 생각해요. 사업 선정부터 시작해서 운영 방식에 이르기까지, 총체적으로 보는 과정에서 필요한 기초적 핵심 역량이니까요. 그것들을 키우기 위해서 선진 도시들을 들여다보면 좋겠다고 생각했어요. 우리나라와 국민경제소득 차이가 있기 때문에, 그로 인해서 발생할 수밖에 없는 새로운 라이프스타일이나 소비문화가 존재하거든요. 어떻게 보면 가까운 미래를 볼 수 있는 거죠. 그러면서 새로운 비즈니스 아이디어와 인사이트를 얻을 수 있지 않을까 생각했어요.
첫 목적지로 도쿄를 선택하신 이유가 있나요?
도쿄는 트렌드가 앞서 있는 도시이기도 하지만, 잘 들여다보면 트렌드뿐만 아니라 업의 본질에 대한 깊은 고민을 하고 있어요. 비즈니스 모델을 재해석하는 능력도 가지고 있고요. 깊이 있는 장인 정신도 가지고 있죠. 그런 것들을 벤치마킹하면 아이디어를 얻을 수 있다고 생각했어요. 서울과 도쿄 사이에는 시차가 없지만, 실제로 가보면 시차를 발견할 수 있어요. 전통과 미래를 넘나드는 도시라서 서울과는 다른 시간 차이가 느껴지거든요. 그리고 서울과 도쿄는 문화적으로도 가까우니까 벤치마킹할 것이 많을 것 같았어요.
왜 퇴사를 결심하셨어요?
사실 회사를 다니는 게 그렇게 싫거나 재미없지는 않았어요. 그런데 전략기획 관련된 업무를 하면서 갈증을 느꼈던 부분이 있었어요. 『미생』의 언어를 빌리자면 ‘사업 놀이’라는 개념인데요. 신사업 부서라든지 전략기획 부서는 새로운 일을 만들기 위해서 최선을 다해서 기획안을 만들잖아요. 그러면 재무 부서에서는 최선을 다해서 ‘왜 이 사업에 지금 투자를 하면 안 되는지’에 대해서 이야기해요. 현업 부서에서는 지금 하고 있는 일에 최선을 다하고 있기 때문에 새로운 일을 할 여력이 없다고 이야기하고요. 회사에 있는 모든 부서들이 최선을 다하고 있는데 새로운 일을 할 수 없는 구조인 거죠. 그런 것들에 있어서 갈증을 느끼고 있었어요.
계기가 된 사건이 있었나요?
그러던 차에 도쿄에 출장을 갔다가 너무 가보고 싶었던 ‘츠타야 티사이트’를 찾아갔어요. 그런데 그곳이 주는 영감이 너무 좋은 거예요. ‘죽기 전에 이런 공간을 하나 만들고 죽을 수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한국에 돌아오자마자 벤치마킹을 하려고 마스다 무네아키의 책들을 보기 시작했죠. 그 중에 『라이프 스타일을 팔다』라는 책이 있는데, 그 중에 인상 깊은 내용이 있었어요. 마스다 무네아키도 회사를 다니고 있었는데, 회사에서는 자기가 생각하는 새로운 기획들을 할 수 없다는 걸 깨달았다는 거죠. 그래서 자신의 기획을 비즈니스로 구현해 보려고 회사를 그만두고 ‘츠타야’를 만든 거예요.
당시 작가님이 느꼈던 갈증과 다르지 않았네요.
마스다 무네아키가 30년 전에 도쿄에서 느낀 걸 지금의 서울에 있는 저도 느낀 거죠. 공간과 시간을 떠나서 회사를 통해서 새로운 것들을 하는 건 쉬운 일이 아니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 책을 보면서 마음의 결심을 굳히게 됐어요. 물론 누군가는 회사를 통해서 새로운 일들을 할 수 있고 새로운 기회를 만들어갈 수 있겠지만, 저에게 허락된 기회는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래서 새로운 것들을 선보이기 위해서 비즈니스를 만들어야겠다는 생각으로 회사를 그만두게 된 거예요.
‘퇴사 전에 이것만은 꼭 준비하라’고 조언해 주고 싶은 게 있다면요?
불편할 걸 각오하고 회사를 나오는 게 필요하다는 이야기를 하고 싶어요. 쉽게 말하면 마음의 준비인 거죠. 과거보다 소득이 줄어드니까 소비생활이 바뀌면서 불편한 부분도 당연히 있고요. 시스템적으로도 불편해요. 회사 다닐 때는 아무것도 아닌 것들, 예를 들면 포스트잇이나 펜 같은 작은 것들도 어떻게 보면 큰 혜택이거든요. 그런 것들도 불편해지죠. 그리고 회사를 직접 운영하다 보면 일과 생활의 경계가 없어져요. 시간을 뜻대로 활용할 수 있는 부분도 분명히 생기지만, 의도하지 않아도 시간을 투자해야 하는 불편함이 있을 수 있어요. 그런 것들도 어느 정도 감안해야 하는 것 같아요. 또 회사에서는 자기 일만 하면 되잖아요. 부서별로 나눠져 있으니까요. 그런데 회사에서 나오면 그런 구분이 명확하지 않아요. 거기에서 오는 불편함도 있죠. 반대로 보면 즐거움일 수도 있어요. 다양하게 경험해볼 수 있는 거니까요. 이런 모든 것들에 대한 마음의 준비를 하는 게 필요하지 않을까 싶어요.
회사를 그만두면 일하는 시간도 줄어들고 ‘저녁이 있는 삶’을 살 것 같은데, 실제로는 더 무서운 전쟁터로 뛰어드는 거군요.
맞습니다. 그러니까 저는 자기 시간을 더 갖겠다거나 조금 더 편하게 생활하겠다는 생각으로 회사를 그만두는 건 바람직하지 않다고 봐요. 기반이 잡힐 때까지는 의도하는 결과를 쉽게 낼 수 없는 것 같거든요.
벤치마킹, 본질과 원리를 이해해야
‘발견, 차별, 효율, 취향, 심미’의 다섯 가지 기준으로 25개 스팟을 소개하셨습니다. 다섯 가지 키워드는 어떻게 고르셨어요?
제가 ‘timeless’, 시간이 지나도 변치 않는 가치에 대해서 관심을 가지고 중요시 여기기도 하고요. 아마존 CEO 제프 베조스가 한 이야기 중에 ‘많은 사람들이 10년 뒤의 변화에 대해서 예측하려고 하는데, 예측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더 중요한 건 10년 뒤에도 변하지 않는 가치에 대해서 고민하는 것’이라고 이야기했잖아요. 저는 그 이야기에 굉장히 공감해요. ‘그러면 변하지 않는 키워드들이 뭘까’를 생각해 봤죠. 모든 기업들이 새로운 시장을 발견하려고 하고, 경쟁자와 차별화되려고 하고, 효율적인 방식으로 운영하려고 하고, 고객의 취향을 이해해서 니즈를 맞추려고 하고, 이왕이면 심미성을 추구하려고 하는 것 같아요. 제가 볼 때는 그게 모든 기업들이 추구하는 방향성이지 않을까 싶어요. 그래서 이 키워드들을 중심으로 도쿄를 취재한 거죠.
25개의 스팟은 어떤 기준으로 결정하셨나요?
처음에는 목적지 100곳 정도를 추렸어요. 책, 잡지, 인터넷 사이트를 통틀어서 한국어로 된 자료, 영어로 된 자료, 일본어로 된 자료를 총망라했죠. 그걸 바탕으로 해서 인테리어만 화려하거나 유행을 탈 것 같거나 북적대기만 한 곳들은 제외했어요. 그러니까 50곳 정도가 남더라고요. 지난해 11월에는 현장 답사를 가서 직접 봤는데, 실제로 가보면 기대했던 것과 다른 곳이나 실제로 봐도 괜찮지만 콘텐츠로 만들기에는 스토리텔링이나 메시지가 충분하지 않은 곳들은 제외했어요. 그렇게 해서 최종적으로 선택한 곳이 책에 소개된 25곳이에요.
가장 인상적이었던 곳은 어디였나요?
책에 담은 모든 곳들이 인상적이었지만, 꼭 한 곳을 꼽으라고 하신다면 ‘호우잔’을 이야기할 수 있을 것 같아요.
경매를 통해서 고기를 판매하는 가게죠? 깊은 인상을 받으신 이유가 궁금한데요?
저희가 목적지를 사전 조사할 때, 어떤 메시지와 스토리텔링이 가능할지 가설적으로 예측한 부분이 있었거든요. 다른 곳들은 그 예상이 어느 정도 일치했는데 ‘호우잔’은 완전히 다른 모습이었어요. 경매라는 게 재미를 위해서 하기도 하지만, 한정된 재화를 가장 비싼 가격에 판매해서 이윤을 극대화하기 위해서 하는 거잖아요. ‘호우잔’도 당연히 그럴 줄 알았어요. 특수부위라는 한정된 제화를 경매를 통해서 가장 비싼 가격에 팔 거라고 생각했죠. 그런데 가보니까 완전히 다른 거예요. 처음에 1/10 가격에서 경매를 시작해요. 그리고 호가를 하다가 30~40% 가격에 낙찰이 되고요. 이게 어떻게 된 거지, 하고 조사를 해보니까 경매를 하는 이유가 이윤의 극대화가 아닌 고객 만족 극대화에 있더라고요. 그렇다면 경매를 할 때마다 손해를 보는 거 아닌가 하는 생각을 할 수도 있는데, 조사를 해보니까 그 안에는 치밀한 전략이 숨어있었어요.
경매가 시작되기 전에 판매하는 일반 메뉴와 차이가 있나요?
일반 메뉴로 판매하는 고기는 정가가 상대적으로 비싼 편이에요. 다른 가게보다 5% 정도 비싼 가격에 팔아요. 그런데 경매에 참여해서 (저렴한 가격에) 특수부위를 먹게 되면, 고객 입장에서는 더 싸게 먹는 거거든요. 경매 전에는 조금 더 비싼 가격에 먹다가 경매를 통해서 특수부위를 확 싸게 먹는 거예요. 결과적으로 고객 입장에서는 이득을 보는 거죠. ‘호우잔’ 입장에서는 경매 전에 조금 더 많은 이윤을 남긴다는 장점이 있고요. 그리고 경매를 통해서 판매가의 30~40%만 받고 팔아도 원가는 보전이 되거든요. 이윤은 남지 않지만 매출을 올릴 수 있는 수단이 되는 거예요. 그리고 경매를 하는 시간이 절묘해요. 보통 7시부터 저녁을 먹잖아요. 그러니까 8시에, 손님들이 어느 정도 식사를 한 후에 경매를 시작하는 거죠. 대부분의 사람들이 어느 정도 배가 부른 상태에서 경매에 참여하니까, 아무리 싸더라도 많이 먹지는 못해요. 입가심, 맛보기 정도로만 먹는 거죠.
잠재 고객을 확보하기 위한 아이디어도 있더라고요.
맞아요. 경매를 30분 동안 6번 정도 하니까, 한 경매당 5분 정도 소요하는 거거든요. 그런데 5분 동안 계속 호가를 하는 게 아니에요. 3~4분 정도는 특수부위에 대해서 설명을 해줘요. 어떤 부위이고, 어떤 특징이 있고, 어떻게 먹을 때 제일 맛있는지, 설명해 주는 거예요. 어떻게 보면 고객을 교육시키는 하나의 과정이라고 생각할 수 있죠. 사람들이 그런 정보를 인지하고, 또 경매를 통해서 맛을 보면, 다음에는 돈을 주고 사먹을 수도 있잖아요. 경매 자체가 단기적으로 손해지만 다음번을 위한 투자라고 볼 수 있는 거예요. 그리고 경매라는 특수한 시스템을 도입하다 보니까 언론에 소개되면서 홍보도 되고요. 스피커를 통해서 경매 과정을 중계하면서 가게 밖에 있는 사람들의 흥미를 유발하기도 해요. 그들을 잠재 고객으로 만들 수도 있죠. 그런 부분들이 굉장히 인상적이었어요.
비즈니스 트렌드 등 한국과 일본이 서로 다른 점도 있을 것 같아요.
제가 봤을 때는 판매하는 방식에 가장 큰 차이가 있는 것 같아요. 예를 들면, 똑같은 아웃도어 의류를 판매하더라도 우리나라에서는 지금 이 제품이 유행이라거나 할인 중이라거나 신상품이라는 걸 내세운다면 도쿄에서는 기본적으로 라이프 스타일을 제안하는 거예요. 물론 우리나라와 같은 방식도 있겠지만요. 이를테면 겨울에 산행을 좋아하는 고객과 바다낚시를 좋아하는 고객에게 맞춰서 필요한 제품을 제안하는 거죠. 이 제품을 사용해야 되는 컨텍스트를 이야기해주고 ‘그런 라이프 스타일을 즐기기 위해서는 이 제품이 필요합니다’라고 넌지시 이야기하는 거예요. 동일한 선상에서 놓고 봤을 때 가장 극명하게 드러나는 차이가 이 부분인 것 같아요. 책에서 소개한 ‘츠타야 가덴’의 경우도 토스터기를 판매할 때 새로 나왔다거나 할인 중이라는 걸 내세우는 게 아니라 ‘토스트를 먹는 31가지 방법’을 제안하는데요. 이런 것들은 소비자들의 소비 성향이 고도화될수록 필요한 판매 방식이 아닌가 생각돼요.
‘쿠시야 모노가타리’의 경우 국내에도 이 튀김 가게를 벤치마킹한 곳들이 있더라고요. 도쿄만큼 반응이 뜨겁지는 않은 것 같은데, 양국 소비자들의 성향이 달라서 그렇겠죠.
기본적으로 소비자들이 성향도 다르고 소비문화도 다르기 때문에 그런 것 같아요. 아무리 같은 동양권이고 문화적으로 유사성이 있다고 하더라도, 도쿄에 있는 브랜드나 아이템을 그대로 가지고 왔을 경우에는 성공하지 못할 가능성이 높다고 생각해요. 그래서 기존의 브랜드나 아이템을 그대로 가지고 오실 생각으로 도쿄를 벤치마킹하시거나 이 책을 보시는 방식은 권유하고 싶지 않고요. 본질과 원리를 이해해야 되는 것 같아요. 그 업체가 그 아이템을 그런 방식으로 판매하는 이유, 그것을 추구하는 원리를 보고 벤치마킹하고 인사이트를 얻어야 된다고 생각해요. 그걸 응용해서 한국의 소비자와 소비문화에 맞는 방식으로 바꿔서 비즈니스를 만들어야 성공할 수 있죠.
‘시루 카페’는 대학생들에게 무료로 커피를 제공해요. 유지비는 기업들이 부담하고요. 최근 일본에서는 기업들이 대졸자를 모셔가는 상황이라고 들었는데, 그렇기 때문에 가능한 비즈니스 모델 아닐까요?
맞아요. 사실 ‘시루 카페’에 대한 반응이 엄청나요. 독자 분들의 반응을 봐도 그렇고, 제가 블로그에서 ‘시루 카페’에 대한 포스팅을 했을 때 공유되는 횟수를 봐도 그래요. 그런데 말씀하신 대로 환경적인 차이를 고려해야 되거든요. 일본의 경우에는 구인난을 겪고 있잖아요. 회사가 사람을 구하지 못해서 발을 동동 구르는 상황인 거예요. 그에 반해 우리나라는 아직까지 구직난이잖아요. 취업하기 어려운 상황이죠. 그런 기본적인 차이가 있어요. 이런 환경의 차이 속에서 ‘시루 카페’라는 모델을 그대로 들여오기는 어려울 거예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고객에게 팔던 제품을 기업에게 판매하는 방식’은 벤치마킹할 만한 모델이라는 거죠. 이걸 우리나라 실정에 맞게 바꾸는 방법을 고민하고 판단해야 할 것 같아요. 잘 변형시킬 수 있다면 충분히 성공 가능한 모델이라고 봅니다.
누구에게나 계기가 있습니다
국내에도 있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한 가게가 여럿 있었어요. 그 중 하나가 ‘카노야 애슬리트 레스토랑’인데요. 앱을 통해서 매장에서 판매하는 음식의 재료와 칼로리를 공개한다는 점이 마음에 들더라고요.
앱을 통해서 자신이 먹은 음식의 칼로리와 영양 성분을 확인할 수 있죠. ‘카노야 애슬리트 레스토랑’에서는 ‘타겟을 좁혀서 오히려 타겟이 더 넓어지는’ 역설이 생겼어요. 대부분 기업이나 매장을 운영하시는 분들이 ‘어떻게 하면 더 넓은 타겟을 정해서 소구할까’를 고민하시는데, 그러다 보면 다 놓칠 수도 있거든요. ‘카노야 애슬리트 레스토랑’의 경우에는 명확하게 운동선수들을 위한 식단으로 시작했어요. 그런데 사실 운동선수가 많지는 않으니까 대중화하기에는 조금 어려운 타겟이라고 생각했죠. 웰빙족은 너무 넓은 타겟이고요. 중간에 연결고리로 찾은 게 조깅족이었어요. 생활체육인들을 대상으로 식단을 만들고 제공하기로 한 거죠. 정기적으로 조깅을 하는 사람은 건강한 음식을 먹을 것 같잖아요. 그런 인식을 토대로 포지셔닝을 한 거죠. 실제로 가게에 가보면 조깅족들도 많이 오지만 양복 입은 사람들이 훨씬 더 많아요. 건강식을 먹고 싶어 하는 회사원들이 많이 오는 거죠.
‘마루노우치 리딩 스타일’은 책을 중심으로 하는 편집숍입니다. 편집숍의 특성상 프랜차이즈처럼 확장하기가 어려운데요. 충분한 수익이 나올 만한 구조일까요?
두 가지 측면에서 접근해야 할 것 같아요. 첫 번째로, 패러다임이 바뀌고 있다는 거죠. 과거에는 전국적으로 많은 매장을 오픈하는 식의 규모의 경제를 통해서 큰 수익을 추구하는 구조였어요. 그런데 이제는 고객들의 니즈가 점점 세분화되고 추구하는 바가 다 다르기 때문에, 하나의 모델을 똑같이 복제해서 많은 매장을 운영하는 시대는 점점 지나고 있어요. 도쿄만 하더라도 ‘마루노우치 리딩 스타일’ 외에도 엄청나게 많은 편집숍이 있거든요. 그런데 프랜차이즈 형태로 운영되는 게 아니라, 각자의 지역과 커뮤니티를 가지고 자기만의 비즈니스를 만들어가요. 하나의 동일한 모델로 여러 매장을 운영하는 것보다 각각의 특색 있는 모델을 다양하게 선보이는 추세로 바뀌는 것 같아요. 또 하나의 측면은, 수익에 대한 기대 수준이 낮다는 건데요. 큰 기업들은 일정 수준의 이익이 발생해야 수요자를 만족시킬 수 있겠지만, 작게 편집숍을 운영하는 사람들은 ‘이걸 통해서 큰돈을 벌겠다’는 생각을 하지는 않아요. 일정 수준의 경제생활을 할 수 있고, 자신이 제안하는 걸 통해서 커뮤니티가 형성되고 제품이 판매되는 걸 보면서 기쁨을 느끼기 때문이에요. 그래서 매장이 대단히 커야 된다거나 전국적으로 많은 수가 있어야 된다는 생각을 하지 않죠.
‘비즈니스 트립’의 다음 목적지는 어디인가요?
런던을 생각하고 있고요. 이미 취재를 한 번 다녀왔어요. 8월부터 콘텐츠 제작을 시작하려고 준비 중이고요. 세 번째 도시는 뉴욕을 생각하고 있습니다. 크게 봤을 때 대륙을 기준으로 선정한 거예요. 도쿄는 아시아의 선진 도시로써 들여다본 거고요. 런던은 서유럽의 선진 도시로, 뉴욕은 미주의 선진 도시로 선택한 거죠. 모두 선진 도시라는 공통분모는 있지만, 각 문화권에 따라서 달라지는 여러 형태들이 있을 수 있으니까요.
도쿄, 런던, 뉴욕 등의 선진 도시들과 비교했을 때 한국의 경우는 어떤 것 같으세요? 퇴사 이후의 창업은 대부분 치킨집으로 이어지는 게 현실이기도 한데요.
그 현상을 폄하하고 싶은 생각은 없어요. 사회 구조적으로 리스크에 취약하기 때문에 ‘어떻게 하면 안정적인 비즈니스를 추구할까’라고 생각하는 경향은 있을 수 있다고 봐요. 분명한 건, 건강한 사회는 아니라는 거죠. 우리나라도 조금 더 다양성이 필요한 시기에 왔다고 생각해요. 도쿄, 런던, 뉴욕과 서울을 동일선상에 놓고 비교하기는 힘든 것 같아요. 우리나라의 경우는 식민지배도 받았고 전쟁도 경험했기 때문에 역사의 단절이 분명히 존재하잖아요. 전쟁 이후 폐허에서 시작하기도 했고요. 런던이나 도쿄처럼 역사가 깊은 도시와 일대일로 비교하기에는 어려운 부분이 분명히 있어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필요한 변화가 있겠죠?
저희 아버지 세대는 먹고 사는 게 어려웠기 때문에 비즈니스를 하면서 철학이나 스타일을 고민할 겨를이 없었어요. 그런데 이제는 먹고 사는 건 어느 정도 수준에 올라왔잖아요. 그러니까 지금의 세대는 조금 더 철학과 스타일을 가지고 비즈니스를 만들면 좋겠어요. 개성 있고 다양하게 만들어가는 과정들이 필요하다고 생각해요. 일부의 지역, 기업, 매장에서 그런 것들을 추진하는 모습이 보이고 있다고 생각하고요. 조금 더 활성화되고 보편화되면 좋을 것 같습니다. 그러면 서울 시민들의 라이프 스타일도 더 다양해지고 삶의 질이 올라갈 것 같아요.
‘리스크를 감당할 수 있는 힘’이 중요한 것 같은데요. 책에 소개된 사례들에서도 초기 자본금을 낮추기 위해 고민한 흔적들이 보여요.
시계를 맞춤제작 하는 가게인 ‘Knot’의 경우도 그랬죠. 처음부터 매장을 오픈한 게 아니었어요. 크라우드 펀딩을 통해서 인터넷 매장을 열었고, 어느 정도 반응을 얻은 후에 다시 한 번 크라우드 펀딩을 해서 오프라인 매장을 열었어요. 초기 비용이라든지 리스크를 최소화하기 위해서 첫 매장은 기치조지에 있는 외진 곳에 오픈했고요. ‘파이트 클럽 428’의 경우도 그렇죠. 크라우드 펀딩을 활용하는 등 초기 리스크를 최소화하려는 노력들이 곳곳에 있죠.
가게가 외진 곳에 있으면 사람들을 찾아오게 만들어야 되잖아요. 그러니까 아이템을 고민하게 되고, 결국 선순환이 이루어지는 것 같아요.
그렇죠. 과거에는 자본력을 가지고 그냥 목 좋은 데에 매장을 열면 됐거든요. 그게 가장 큰 경쟁력이니까요. 만약 그럴 수 없다면 조금 더 외진 곳으로 들어가되, 그걸 상쇄할 만한 아이디어와 컨셉만 있으면 충분히 가능하다는 거예요. 게다가 요즘은 SNS나 지도가 잘 발달돼 있기 때문에 매장이 외진 곳에 있더라도 사람들이 찾아가죠. 컨셉과 아이디어만 괜찮다면요. 그런 점에서 보면 환경적으로 많이 바뀐 것 같고, 과거처럼 중심 상권이나 노른자 땅을 고집하지 않아도 될 것 같아요.
『퇴사준비생의 도쿄』가 어떤 책으로 기억되길 바라세요?
지금처럼 퇴사가 화두일 때, 불평불만만 할 게 아니라 조금 더 건설적으로 대안을 찾고 고민을 하고 준비를 하는 계기가 되면 좋지 않을까 생각해요. 에필로그에도 썼지만, 제가 좋아하는 말 중에 하나가 “누구에게나 계기가 있습니다”라는 거예요. 퇴사를 고민하는 사람, 또는 미래에 대해서 고민하고 있는 사람들에게 이 책이 ‘해보고 싶다, 해볼 만 하다’라고 생각하는 계기가 되면 좋겠습니다.
임나리
그저 우리 사는 이야기면 족합니다.
자신감회복
2017.07.2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