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이 가장 불편해 할 소설 1위
『마릴린과 두 남자』 는 한국전쟁 당시 무명의 신인배우 마릴린 먼로를 세계적 대스타로 만들기 위해 주인공 중 한 명인 칼 마이어스가 기획한 기상천외한 발상으로부터 사건은 전개된다.
글ㆍ사진 출판사 제공
2018.01.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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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이 가장 불편해 할 소설 1위!’라는 다소 자극적인 카피를 내건 장편소설. 지상 3만 피트 상공에서 완벽히 타인의 눈으로 한국전쟁을 조망한 정전 65주년 기념작이라는 타이틀을 내 건 『마릴린과 두 남자』의 작가 전경일을 만났다.

 

마릴린 먼로의 진짜 모습은 무엇일까?

 

작가가 되겠다고 결심하게 만든 책이 있다면?

 

펄벅의 『대지』를 까까머리 시절 3일 밤낮을 새워 읽었던 경험은 내게 두 가지 결심을 가져왔다. 그 철없던 시절 내가 부끄럽게 여기기까지 하였던 농투성이인 부모님에 대한 깊은 이해를 넘어 엄청난 자부심을 갖게 하였던 것과, “내 언젠가는 이 작가보다 더 큰 대작을 쓰리라!”는 결심이 그것이다. 그러나 나는 성장해서도 밥벌이를 핑계로 그 얼마나 많은 시간을 탕진하고 소모해 버렸던가. 그러다 마침내 내 인생의 초가 다 타버리기 전에 내 부모님의 살과 피와 같은 이 민족의 이야기를 다뤄보려 결심하였다. 그것은 오래도록 내 마음 속에 웅크린 채 기다리고 있던 나의 커다란 애정이자, 야심이자, 빚이다.

 

인문학, 특히 역사에 관한 글을 많이 써왔는데 쓰게 된 동기는?

 

인문학, 특히 역사는 그 기록 자체로 거대한 스토리이다. 씨줄 날줄을 꿰면 특별한 부채의식을 갖지 않고도 내 것이 되게 할 수 있는 편리성과 근접성이 있다. 하나 그 속에 습융된 이야기가 단순히 스토리를 넘어 민중이 흘린 거대한 피의 레퀴엠이자, 광휘로 타오르던 찬란한 불꽃이자, 참담한 굴곡에 맞서는 분투임을 알 때 그 주제는 다루는 것 자체로 작가에게는 가장 큰 도전이 된다. 인문, 역사에 나타난 원천 소스를 잡아 소의 뼈와 살을 바르는 백정처럼 제대로 다뤄내 독자에게 내놓는 것이 글쟁이의 역할이자 소임이라 생각한다. 내가 쓴 <남왜공정-일본 신(新) 왜구의 한반도 재침 음모>은 나의 조부와 부친 모두 일제 강점기 징용에 끌려 가셨는데, 그들 삶의 역사성을 획득하기 위해 쓴 것이다. 또한 지금 시대의 <징비록>을 남기고자 해서였다. 내가 하고자 하는 주요한 메시지가 글의 양식으로써 인문, 역사 장르가 가장 적확했기 때문이기도 했다.

 

살아 있거나 죽은 작가 중에 만나고 싶은 사람이 있는지?

 

당연히 거장 톨스토이다. 대작은 어쨌든 캔버스가 커야 하지 않은가. 더 꼽으라면 헤밍웨이. 멋진 문장의 작자 아닌가. 하나는 장중해서 좋고, 하나는 간결해서 좋다. 한 사람 더 꼽으라면 역시 위고를 들겠다. 누가 프랑스 혁명 전야의 그 아름다운 이야기를 그 큰 화폭에 때론 거친 붓으로 때론 세필로 온전히 그려낼 수 있겠는가. 이 위대한 작가들이 내 선생이다.

 

있다면, 만나서 무얼 물어보고 싶은지?

 

위대한 생과 문학을 얘기한다면 뭔 말을 지껄인들 다 말이 되지 않겠는가. 묻기보다는 무슨 말이건 경청하고 싶다. 시간이 된다면 질문 공세를 퍼붓는 것도 의미 있으리라. 예컨대, 톨스토이에겐 그대는 성인의 반열에 오를 만 하지 않았던가. 현실에서 이상을 구현하였던 그 결단은 어디서 나온 것인가? 헤밍웨이에게는 오늘날에도 인류는 얼마나 많은 아이들을 탯줄에 감긴 채 태어나게 하는가? 위고에게는 그 두 젊은 남녀에게 더 아름다운 프랑스 혁명의 축복을 내려달라고 부탁하고 싶다. 남녀가 만들어 내는 사랑은 생의 전부가 아닌가.

 

한국전쟁에 천착하게 된 계기는?

 

나와 같은 피의 동족이 우리 측 공식 기록으로만 99만 명, 다른 기록들에선 남북 합해 200만, 300만, 500만 명까지 거론되는 이 엄청난 동족 간 학살극을 다루지 않는다면 작가로서 무엇을 다루겠는가. 극히 사소하고 소소한 이야기에 파고들어 뭘 얻겠는가. 세계사적 악, 민족사적 대 장송곡, 식민지 시대 청산을 둘러싼 극단의 모순과 대립, 강대국이 개입한 전쟁으로써 동족이 피를 흘린 전쟁이자, 현재까지 이어져오고 있는 전쟁, 더구나 끊임없이 시달림 받고 있는 이 가위눌린 공포의 역사... 이 주제는 작가로서 다루지 않을 수 없는 문제이다. 아픔, 상처, 비애, 고통을 다룰 때 우리는 치유하는 법도, 화해하는 법도 알게 된다.

 

독자들을 위해 간략히 줄거리를 소개한다면

 

『마릴린과 두 남자』 는 한국전쟁 당시 무명의 신인배우 마릴린 먼로를 세계적 대스타로 만들기 위해 주인공 중 한 명인 칼 마이어스가 기획한 기상천외한 발상으로부터 사건은 전개된다. 한국전쟁에 참전한 전 세계 젊은이들 머리위로 그녀의 누드사진을 살포하는, 당시로써는 상상할 수 없는 기괴하고 기상천외한 마케팅 방식을 생각해 낸 것. 실제로도 이 발상은 대성공을 이루어 마릴린을 세계적 대스타가 되게 된다. 그로 인해 한국전쟁에 참전한 장병들로부터 그녀를 향한 연정의 팬레터가 1주일에 최소 3천통에서 수만 통까지 도달하게 된다.

 

칼은 처음의 치기어린 생각과 달리 군수병참기지인 일본과 한국의 전쟁터에 가서 전쟁의 참상과 무제한 공중공폭의 참상을 보며 전쟁을 바라보는 인식이 완전히 달라진다. 그로 인해 그는 <라이프>지의 같은 종군기자 하워드와 전쟁을 보는 인식차로 극심한 갈등을 빚게 되고, 드디어 1급 군사 작전기밀을 유출한 혐의로 군 정보 당국에 의해 영창에 가게 되는 위기에 빠진다.
 
이 위기를 피하고자 칼은 진눈깨비가 퍼붓는 야밤에 도주함으로써 결국 군 당국 기록에는 공식적으론 사망한 것으로 처리된다. 사건은 이것으로써 종결되는 듯이 보인다. 그런데 그로부터 50년 후 어느 날, 미국 뉴저지 옥수수 농장에서 생활하는 90세 노인 하워드에게 날아든 칼의 유해 발굴 소식을 계기로 그 전장에서 칼과 끈질기게 대립 관계를 유지하던 주인공 하워드 워드는 한국전쟁을 회고하게 되고 급기야 유골인수식에 참석하고자 한국에 날아가기까지 한다.
 
그때 그에게 은밀히 접근한 AP 기자가 흘리는 정보는 그야말로 믿을 수 없는 것이었다. 칼이 중국 어딘가에 아직 살아있다는 생존 소식을 접한 것이다. 해서 결국 하워드는 AP기자와 함께 북경으로 날아가게 되고 마침내 칼과 50년 만에 운명적으로 재회하게 된다.

 

이 모든 이야기가 하워드 워드의 노르망디 상륙작전에서부터 한국전쟁, 베트남 전쟁까지 이어지는 회상과 그의 불행한 가정사, 연애 편력기, 그리고 다시 시점을 2004년으로 돌려 현재의 이야기, 그리고 칼 마이어스와의 대화로 이어지는 스펙터클한 이야기를 이루고 있다.

 

하지만 여기서 주목해야 할 것은 작가의 의도가 흥미 위주의 이야기를 하기 위해 작품에 마릴린 먼로를 등장시키고 한국전쟁을 대입시킨 게 아니라는 점이다. 전쟁 속 인간, 이념적 갈등 하의 인간, 인간 본연의 욕구인 사랑과 애증, 원망과 희구를 드러내는 인간 보편적 이야기가 역사의 포연 속에 고스란히 녹아 있다는 점입니다. 이 점이 인간과 역사가 상호 쟁투를 일으키는 인간 문제에 대한 문학적 답변이라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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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을 쓰는 데 걸린 기간은?

 

초고가 완성된 게 2013년 6월 28일이니 그 이태 전에 쓰기 시작했다. 그 뒤 지겹게 고치는데 4년을 더 썼다. 소설의 기둥과 서까래는 물론 기초까지 다시 허물고 새로 시작했다. 하물며 조사 쓰임, 미세한 묘사도 수십 번 고쳐 썼다. 전체를 대략 스무 번 가량 고쳤을까. 이 작업에서 원고지 700매 정도를 덜어냈다. 징할 정도로 진을 빼는 작업이었다. 특히 나 같이 길게 쓰는 작가에겐. 앞으론 좀 줄여야겠다. 300쪽짜리 각기 다른 이야기 두 권을 2019년 벽두와 여름에 내놓을 생각이다. 100전 그 해나 지금이나 너무 의미 깊지 않은가.

 

이 책을 쓰기 위해 읽었던 책 중 최고의 책은?

 

외람되다. 그러나 답을 하자면, 한국전쟁에 관한 기록을 상당량 훑었다. 단행본 높이만 재어보니 2미터 50센티다. 파일 형태도 너무 많다. 최고의 책은 한국전쟁에 참전하였던 미 장성들의 회고록과 민중들의 6.25 경험담, 그리고 돌아가신 내 부친의 기록과 구두 증언 등이다. 특히 라이프 지의 화보는 전쟁 속 중군기자 활동을 알게 하는 전체 그림을 그리는데 도움이 됐다. 사진 이론에 관한 책들도. 더할 나위 없는 것은 마릴린 먼로에 관한 다양한 기록과 릴로 남아 있는 동영상이다. 방대한 자료 섭렵은 작품의 사실성에 중대 영향을 미친다. 내 경우 자료 자체가 작가의 사고 및 집필 방향에 큰 영향을 미친다. 나는 사실을 채굴해 거기에 작품의 리얼리티를 배가하고 상상력을 추가하는 식으로 작품을 쓴다. 상상력은 구체적 사실에 대한 작가의 세계 해석의 차원에서 동원되는 차원을 지닌다.


소설이란 도구로 한국전쟁을 조명하는 데 불멸의 아이콘 마릴린 먼로라는 인물을 내세운 이유는?

 

그녀는 한국전쟁이 끝난 뒤 7개월 후인 1954년 2월 아직 한국에 남아 있는 참전 장병들을 위해 위문공연을 왔었다. 야구와 조 디마지오와 일본 도쿄로 신혼여행을 오면서였다. 그녀가 위문공연을 온 이유는 뚜렷하다. 한국전쟁 중 그녀의 그 악명 높은 <나체사진>이 대거 뿌려지면서 한국전쟁에 참전한 병사들로부터 팬레터가 일주일에 수천 통에서 수만 통 씩 그녀에게 당도했기 때문이다. 요즘 식으로 획기적인 ‘마케팅’인 셈인데, 누가 그 방법을 생각해 낸 것일까? 전 세계 젊은이들이 모인 한국전쟁은 그녀를 세계적 스타로 만들었고, 그녀가 그 보답 차원에서 위문공연을 온 것이라는 데에는 의심의 여지없다. 그 후 그녀에겐 무슨 일이 일어났는가? 다음해 그녀는 후버와 매카시가 기세등등하게 설쳐대던 냉전이 최고조로 흥행에 오르던 시기에 소련에 비차 신청을 했다. 또 그녀가 죽기 직전엔 멕시코에서 실질적으로 망명 생활을 하던 프레더릭 밴더빌트 필드를 찾아갔다. 그와 얘기할 때 중국 공산 정권에 대해 그녀는 찬양했다.

 

그녀는 <인민>과 <진보>라는 단어를 종종 입에 담았다. 이 모든 건 그녀 사후 FBI 파일이 풀리면서 알게 된 바이다. 그렇다면 이 여우(女優)는 무엇 때문에, 누구로 인해, 또 어떤 사건의 영향으로 인식의 변화를 겪게 된 것일까? 이게 내가 관심가진 바다. 그녀는 이 작품에서 대단히 중요한 역할을 수행한다. 우리가 모르던 마릴린의 모습을 나는 이 작품에서 복원해 내고자 했다. 더구나 불멸의 아이콘이 반골적 기질까지 있었다면 더 매력적이지 않은가. 마릴린은 지식인이자 여성?사회 혁명가였다.

 

외부 시선으로 한국전쟁을 다룬 거의 첫 소설입니다. 이런 독특한 독서체험으로 독자들에게 꼭 전달됐으면 하는 메시지가 있다면?

 

진실을 보되 전체 진실을 보려 하지 않는다면 누군가는 그대 머리에 왜곡된 인식의 뿌리를 깊게 내릴 것이다. 평생 그걸 진실로 믿고 살다 죽는다면 그대 자신의 인생은 무엇이며, 또 이 세계에 미친 그대의 족적은 무엇인가? 이 점을 사유하길 바란다.

 

우리는 한국전쟁하면 복받쳐 오르기부터 한다. 우리가 겪은 대사변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그 눈물이 무엇을 해소하였던가? 나는 아주 냉철하게 그 슬픔의 샘을 보고자 하였다. 슬픔과 비탄을 잘못 꿰면 눈물이 흐른 곳에 증오가 자리 잡는다. 민족사적 슬픔 앞에 더 이성적이어야 한다. 감정을 승화시키기 위해서도 한국전쟁과 지금의 남북 대립도 눈물 한 방울 나지 않는 이성으로 대하여야 한다. 제3자 시각은 이 점에서 채용됐다.

 

그 전쟁과 분단이 너무 오래되다보니 우리는 우리의 정체성마저 손상 받고 있다.


책 서두에서도 밝혔듯 생각해 보라.

 

“동족에게
당신들은 어쩌다 형제의 심장을 향해
총을 겨누게 되었는가?”

 

그러니 누가 우리를 싸움 붙이려 하는지 보라. 누가 전쟁을 함부로 입에 올리는가? 왜 이 땅의 지식인들은 전쟁을 말하는 자를 꾸짖지 않는가? 왜 민족의 생존 문제에 대한 발언에 눈치를 보는가? 전쟁이 나면 누가 이득을 볼지 생각해 보라, 그들이 바로 한반도에서의 전쟁 가능성을 입버릇처럼 되뇌이고 있는 자들인 것이다.

 

세계 악을 냉철하게 꿰뚫어보고, 보다 슬기롭게 대처할 수 있어야 한다. 이성적인 사고를 할 때라야 이 위대하며 수없는 외침을 당해 온 가련한 민족이 영구히 존속할 수 있다.

 

내겐 이 소설을 쓴 뚜렷한 목적이 있다. 또한 발언하고자 한 바가 있다. 서문에서 밝힌 바다. 그거면 충분한 것 같다.

 

“이 민족에겐 단연코 지금보다 더 이성적인 시대를 열어나갈 책무가 주어져 있다. 평화를 위한 한반도인의 의무가 해태되었을 때, 이 땅은 물론 세계는 다시 피비린내 나는 전쟁을 겪을 우려가 있다. 세계가 다시 전화(戰火)에 던져지는 일이 있어서는 안 된다. 그러해야 할 뚜렷한 이유는, 인간의 피로 물든 대지에서는 누구도 복되지 않기 때문이다. 전쟁 없는 세계를 꿈꿔 온 인류의 오랜 희구는 이 땅에서 현실로 나타날 수 있다.”

 

 

 


 

 

마릴린과 두 남자 1~3 세트전경일 저 | 다빈치북스
사랑과 배신, 질투와 이해가 등장인물들이 겪는 운명의 씨줄이라면, 한국전쟁을 바라보는 양심에 관한 문제는 날줄 구조를 이루며 이야기가 짜여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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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에서 제공한 자료로 작성한 기사입니다. <채널예스>에만 보내주시는 자료를 토대로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