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동영의 읽는인간] 외로울 때 읽으면 좋을 책
‘책책책’이라는 코너는 세 명이 각자 영업하고 싶은 책을 소개하는 코너인데요. 다시 한 번 말씀드리지만 책을 소개하는 코너 아니고요, 영업하는 코너입니다. 그러니까 청취자 분들께 한 권이라도 팔려고 하는 거예요.
글ㆍ사진 신연선
2018.02.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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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랑소와 엄 : ‘책책책’ 2회인데요. 두 분, 2주 동안의 독서생활은 어땠는지 궁금하네요.

 

생선 : 집이 스튜디오가 있는 예스24 중고서점 홍대점과 가까워서 그 동안 세 번 정도 왔었어요. 중고책을 엄청 많이 샀어요. 요즘 관심 있는 책들이 인문학이나 빨래에 관한 책 같은 실용서예요. 그런 책을 좀 샀습니다.

 

캘리 : 저는 요즘 전자책에 빠져있어요. 태블릿PC가 최근에 생기면서 이걸로 책을 볼 수 있는 게 편하고 좋더라고요. 가볍고, 편안하게 읽을 수 있어요. 전자책을 뒤지며 지내고 있습니다.

 

 

프랑소와 엄이 추천하는 책


『오늘처럼 인생이 싫었던 날은』
세사르 바예호 저/고혜선 역 | 다산책방

 

이번 주제 ‘외로울 때 읽으면 좋을 책’을 받고 딱 떠오르는 책이 있었어요. 제목이 굉장합니다. 『오늘처럼 인생이 싫었던 날은』 인데요. 딱 마무리가 되는 문장이 아니잖아요. 여기에서 여러 이야기가 나올 수 있겠죠. 사람이 외로우면 인생이 좀 싫어져요. 고독해지고요. 그런데 저는 외로울 때 더 깊게 나를 외롭게 만들면 오히려 외롭지가 않더라고요. 그래서 가지고 왔습니다.

 

이 책은 세사르 바예호라는 페루 시인의 시선집입니다. 시인들이 좋아하는 시인으로 유명하죠. 제 대학교 선생님도 이 시인을 엄청 좋아하셨어요. 그래서 일부러 안 읽은 시인 중 한 명이에요.(웃음) 거리를 뒀던 시인 중 한 명인데요. <채널예스> ‘내가 만든 책’이라는 편집자 후기 코너에 이 책의 담당 편집자 분이 책 만들게 된 과정을 써주셨거든요. 그 글을 읽고 ‘아, 이 책은 정말 읽어봐야겠다’ 생각하고 읽게 되었어요. 게다가 장정이 굉장히 대단해요. 엄청 예뻐요. 예전에 한 시인 분을 인터뷰 하는데 각 출판사에서 나오는 시집 시리즈에 맞춰 시집이 나오니까 약간 아쉽다고 말씀하신 적이 있거든요. 그런 걸 생각하면 이 책은 정말 다르죠. 선물하기도 좋고요. 저는 책에 밑줄도 많이 긋고, 엄청 지저분하게 보는 편인데요. 이 책만큼은 더럽히고 싶지 않아서 포스트잇을 아주 살살 붙였어요.

 

이 책은 1998년 문학과지성사에서 『희망에 대해서 말씀드리지요』라는 제목으로 나온 적이 있는데요. 이게 절판이 되고 중고 시장에서도 이 책을 구하고 싶어하는 분들이 많았다고 하거든요. 추천사 리스트도 굉장하죠. 뒷표지에도 문정희 시인, 김선우 시인의 글이 있어요. 편집자 분이 이 책을 추천하셨던 분들의 글을 많이 찾아보셨대요. 정현종, 문정희, 진은영, 김선우, 임솔아, 김한민 등 굉장히 많은 작가들이 바예호의 시를 좋아한다는 이야기를 하셨고요. 무척 흥미롭죠. 하지만 너무 시집 얘기를 많이 하면 진지해질 수 있으니 좋아하는 시 구절을 읽으며 마무리하겠습니다.

 

나의 아픔은 너무나 깊은 것이어서 원인도 없지만 그렇다고 완전히 원인이 없는 것도 아닙니다. 그 원인이 무엇일까요. 아무것도 그 원인이 아닙니다만 아무것도 원인이 아닌 것 또한 없습니다. (「희망에 대해 말씀드리지요」 일부, 『오늘처럼 인생이 싫었던 날은』 , 191쪽)

 

억울한 누명으로 감옥도 가고, 은둔 생활도 하고, 40대에 세상을 떠난 시인이에요. 정말 외롭고, 나만 혼자인 것 같고, 내 인생 정말 풀리지 않는 것 같고, 싫다는 생각이 들 때 이 시집을 읽어보시면 좋을 것 같아요. 그리고 책장에 이 책 한 권 딱 꽂혀있으면 굉장히 폼이 납니다.(웃음) 소장 가치가 있어요. 
 

생선이 추천하는 책


『내 속엔 미생물이 너무도 많아』
에드 용 저/양병찬 역 | 어크로스

 

저도 외로우면 외로움으로 더 파고 들어가는 스타일이에요. 외로울 때 글이 진짜 잘 써져서 글을 많이 쓰는데요. 생각해보니까 외로움은 고독함과는 또 다른 것 같아요. 외로움은 누군가가 필요한 거고, 고독함은 누군가가 있어도 헛헛한 마음인데요. 주제가 ‘외로울 때’니까요. 그건 누군가가 필요하다는 얘기죠. 흔히 우리는 우리 존재가 동떨어져 있는 것 같고, 혼자인 것 같고, 우리 존재가 미천하고 그래서 누군가와 더불어 살아야 한다는 생각을 가지고 있는 것 같은데요. 이럴 때 저는 에드 용의 『내 속엔 미생물이 너무도 많아』  를 추천하고 싶습니다.

 

독서 모임에서 읽은 책이거든요. 그 동안 소설책 주로 읽다가 과학책을 처음으로 읽어본 거예요. 작가부터 특이해요. 에드 용은 과학자나 미생물 전문가가 아니고요. 그냥 과학 블로거예요. 그런데 인기가 너무 좋은 거예요. 매년 주제를 바꿔서 자신이 연구한 것을 개인적으로 올렸는데 몇 년 전에 미생물을 연구한 거죠. 그게 『내 속엔 미생물이 너무도 많아』  로 나왔습니다. 제목에서 말해주는데요. 우리는 혼자라고 생각하지만 우리 피부 반경 1cm 안에는 수만 마리의 미생물이 살고 있다고 해요. 칼 세이건의 말도 생각 나죠. 이 광활한 우주에 우리만 있다고 생각하는 건 얼마나 공간 낭비인가, 라고 했던 것처럼 우리 몸에 우리가 모르는 다른 존재들이 엄청 많다는 겁니다.

 

이 책은 미생물로 어떻게 인류가 진화해왔는지 알려주고 있어요. 미생물이라고 하면 ‘병균’을 떠올리잖아요. 나쁜 것, 없애야 할 대상으로 생각하기 쉬운데요. 사실 미생물이 없으면 인간은 살아갈 수 없어요. 외부 침입균도 막아주잖아요. 흥미로운 건 미생물들이 우리 몸에 맞지 않는 것들을 방어하는데 그게 우리를 위한 게 아니라는 거예요. 자신들이 살아남기 위해서 방어를 하는 거거든요. 그렇게 이 작가는 미생물 하나에 존재 의미를 부여해요. 첫 장은 미생물 전반을 설명하는데 다음 장부터는 미생물의 시선으로 우리 몸과 자연계를 바라봅니다. 진화론을 보면 미생물이 진화해서 고등동물이 된 거잖아요? 그런데 미생물도 자신들이 존재하기 위해 나름대로 진화해왔다고 책은 설명하고 있어요. 외부에서 들어온 병균과 싸우는 것도 자신들의 생존을 위한 것인데 본의 아니게 우리 몸을 도와주게 됐다는 겁니다.

 

과학적이고 지적인 책인데요. 주제에 맞게 말씀을 드린다면, 여러분은 혼자 있을 때도 혼자가 아닙니다.(웃음) 팁 하나를 드리자면요. 생활에 관련된 과학 지식 궁금하신 분들, 매주 카이스트에서 보내주는 뉴스레터가 있거든요. 카이스트 홈페이지에 가보시면 연구자 분들이 굉장히 쉽게 써서 보내주시는 글들을 받아 보실 수 있어요. 알파고, 지구온난화 등 재미있는 주제의 글이 많아요. 한 번 보세요.

 

 

캘리가 추천하는 책

『고맙습니다』

올리버 색스 저/김명남 역 | 알마
 

제가 소개할 책은 올리버 색스의 『고맙습니다』 입니다. 2016년 알마 출판사에서 출간한 책인데요. 아시는 분도 계시겠지만 올리버 색스가 2015년 8월, 82세의 나이로 세상을 떠났죠. 이분이 2014년 12월에 자신을 괴롭히던 암이 간으로 전이되었다는 사실을 알게 되는데요. 이후 죽기 전까지 약 8개월의 시간 동안 글을 씁니다. 그 중 '나의 생애'를 <뉴욕타임스>에 기고했는데요. 이 글이 엄청나게 사랑을 받아요. 이 시기에 쓴 네 편의 에세이를 모은 책이 이번에 제가 소개할 책 『고맙습니다』 입니다.

 

올리버 색스는 유명한 뇌신경학자였고요. 동시에 환자들의 사연을 담은 책이나 고백적이고 문학적인 글을 써서 대중적으로도 많은 사랑을 받았던 작가이기도 해요. 『아내를 모자로 착각한 남자』 , 『화성의 인류학자』 , 『깨어남』  같은 올리버 색스의 책들은 국내에도 여러 편이 번역되어 있거든요. 관심 있으신 분들은 찾아보셔도 좋을 것 같습니다.  

 

이 책은 수첩 같은 얇은 책인데요. 약간의 사진과 굉장히 가독성 좋은 본문 편집이 눈에 띄죠. 가격도 6,500원, 10% 할인하니까 5,850원. 아주 저렴하죠? 저도 이 작가의 책을 몇 권 갖고 있는데요. 그 중에서도 저는 이 『고맙습니다』 라는 책을 가끔 꺼내 읽어요. 가볍기도 하고요. 특히 외로울 때는 '나의 생애'라는 글을 자주 읽거든요. 이 글을 너무 좋아해서 필사를 한 적도 있어요. 필사를 많이 하는 편은 아닌데 이 책은 좋아해서 몇 번 했어요. 그 중에서도 제가 정말 좋아하는 부분을 여러분께 읽어드리고 싶어서 가져왔습니다. 조금 긴데요.(웃음) 집중해서 들어주세요.
 
"우리가 다 사라지면, 우리 같은 사람들은 더는 없을 것이다. 하기야 어떤 사람이라도 그와 같은 사람은 둘이 없는 법이다. 죽은 사람들은 다른 사람들로 대체될 수 없다. 그들이 남긴 빈자리는 채워지지 않는다. 왜냐하면 저마다 독특한 개인으로 존재하고, 자기만의 길을 찾고, 자기만의 삶을 살고, 자기만의 죽음을 죽는 것이 우리 모든 인간들에게 주어진-유전적, 신경학적- 운명이기 때문이다. 두렵지 않은 척하지는 않겠다. 하지만 내가 무엇보다 강하게 느끼는 감정은 고마움이다. 나는 사랑했고, 사랑받았다. 남들에게 많은 것을 받았고, 나도 조금쯤은 돌려주었다. 나는 읽고, 여행하고, 생각하고, 썼다. 세상과의 교제를 즐겼다. 특히 작가들과 독자들과의 특별한 교제를 즐겼다. 무엇보다 나는 이 아름다운 행성에서 지각 있는 존재이자 생각하는 동물로 살았다. 그것은 그 자체만으로도 엄청난 특권이자 모험이었다." (29쪽)

 

너무 좋죠!(웃음) 저는 이 부분을 읽을 때마다 닭살이 돋습니다. 가격도 저렴하고 선물하기에 딱 좋은 책인데요. 가격이나 책 두께에 비해 이 한 권에 담긴 삶에 대한 통찰과 죽음을 앞둔 한 어른의 고백은 그 자체로 엄청난 가치가 있다고 생각해요. 저는 이 책을 읽고 있으면 약간 흩어진 마음이 모이는 느낌이 들거든요. 여러분들도 외로울 때 꼭 읽어보셨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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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연선

읽고 씁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