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생처음 책을 샀다”, “앉은자리에서 다 읽은 책은 평생 처음이다”, “예전부터 좋아했는데 더 좋아하게 됐다.” 서점에 안 가는 사람들을 서점으로 이끈, 책을 끝까지 다 못 읽는 사람을 끝까지 읽게 만든, 안 그래도 인기 좋은데 더 인상을 좋게 한 책. 『웰컴 나래바!』
요즘 가장 핫한 연예인 박나래(이하 나래님)의 소속사를 찾아간 것은 재작년 12월이었다. 이미 전화상으로 몇 차례 대화를 나눴기에 소속사 미팅은 절차일 뿐 계약을 한 것이나 진배없다고 판단했다. 소속사 실장과 만나 30여 분 대화를 나눴는데 헤어질 즈음 “다른 출판사들도 만나보고 결정해서 연락 드리겠습니다.”는 마무리 멘트를 들었다. 면접을 보고 나온 기분이 들었다. 그럼 그렇지 내가 어떻게 스타의 책을 내겠냐.
한 달간의 끈질긴 구애(?) 끝에 나래님을 만났다. 미팅 전날까지 IPTV 다시보기로 무수히 봤던 연예인. 연예계에 해박한 동료들에게 나래님의 좋은 점을 수없이 듣고서 만난 자리여서 긴장했는데, 몇 마디 대화를 나누다 보니 자연스레 긴장이 풀렸다. 첫인상은 예상과 달리 겸손하고 말수가 적고 따뜻한 사람이었다. 첫 메일을 주고받았을 때도 단정하고 차분한 느낌을 받았다. 틈틈이 원고를 써서 메일로 보내오면 편집하고 또 본문 디자인이 나오면 직접 만나서 보여주는 방식으로 일을 진행했다. 완벽주의자의 면모를 봤다. 단어 하나, 사진 한 장, 캡션 하나에도 꼼꼼하게 체크하고 의견을 제시했다. 밤 8시에 만나 자정이 넘을 때까지 자세 한 번 안 바꾸고 본문을 체크했다. 제목도 저자가 직접!
여러 연예인들을 만나봤지만, 나래님처럼 자기를 낮추고 상대의 의견을 경청하고 조심스럽게 자신의 의견을 이야기하는 스타일은 처음이었다. 내가 만난 사람이 TV에 나오는 그 사람이 맞을까하는 의심이 들 정도였다. 스타랍시고 안하무인, 자기 이야기만 하고 하대하는 경우를 종종 경험해봤기 때문이다. 나래 님이 자신의 인스타그램에 『웰컴 나래바!』 예약 판매 소식을 올렸을 때 의심을 끝냈다. 아 진짜가 맞구나……
책 작업이 마무리되어갈 무렵 혹시나 더 재밌는 이야기들이 숨어 있지 않을까 해서 오랫동안 나래님과 호흡을 같이했지만 근래에 그만둔 매니저를 따로 연락해 만났었다. 곁에서 봤을 때 ‘재미난 실수’나 ‘감동’적인 부분 있으면 얘기 좀 해달라고. 차마 나래님께 써달라고 얘기하지는 못해서 책에 실리지는 않았지만, 지금 생각나는 매니저의 몇 마디로 나래님의 인품을 알 수 있다.
“잠이 많아 나래 누나의 스케줄을 놓친 적이 몇 번 있었는데, 누나 혼자 택시 타고 미용실 가고 무대로 갔던 적이 있어요. 회사에서 혼낼 것을 예상했지만 누나가 미리 다 막아두셨더라고요. 그래도 몇 마디 할 줄 알았는데, 전혀 없었어요. 정말 뒤끝이 없는 사람이예요”,
“매니저로서 마지막 스케줄은 MBC <나 혼자 산다> 나래 누나의 동생 결혼식 편이였어요. 결혼식이 끝나고 선배 개그맨들과 누나 어머니 댁에서 회식을 했었는데, 나를 따로 불러 울적이며 봉투를 줬어요. 짧지 않은 기간 일했던 회사의 퇴직금보다 훨씬 많은 돈이 들어 있어 놀랬어요”, “뭘 하든 하면 제대로 하는 스타일, 배우는 것도 많고 스케줄도 정말 빡빡한데 거기다 책까지 자주 읽어요. 대단하다는 생각을 했어요.”
『웰컴 나래바!』 10쇄를 찍으면 비키니를 입고 서점에서 사인회를 하겠다고 공약을 내건 기사가 많이 나왔다. 출간 기념 기자간담회에서의 박나래 저자의 발언이다. 여러 매체에서 온 인터뷰 요청에 일일이 응할 수 없으니 기자 분들을 한자리에 모시면 어떻겠냐고 제안했고 바쁜 스케줄을 뚫고 시간을 내어 흔쾌히 받아들였던 것이다. 그날 나는 한 시간 반 간격을 두고 같은 식당에서 점심을 두 번 먹었다. 앞에는 행사 준비를 하는 마케팅팀과 뒤에는 기자간담회를 마친 나래님과. “만날 때마다 밥과 차를 얻어먹었는데, 이번만큼은 출판사에서 사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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웰컴 나래바 Welcome Narae Bar!박나래 저 | 싱긋
나래바는 어떻게 만들어졌고, 단골은 누구인지, 또 어떤 음식을 만들어 먹고 어떤 술을 마시며 어떻게 노는지 방송에서 미처 보여주지 못한 부분까지 나래바의 모든 것을 탈탈 털어 보여준다.
신정민(싱긋 편집자)
기분 좋은 책만 만듭니다. 기분 좋은 사람만 만나고 다닙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