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병호 기자 “우리는 서방 매스컴의 시각으로 보고 있다”
책에 등장하는 나라들을 우리는 서방 매스컴의 시각으로 보고 있거든요. 독재 정권이고, 민주화가 안 된 곳이다, 라고요. 하지만 그렇지만은 않아요. 나라마다의 사정이 분명히 있고요.
글ㆍ사진 신연선
2018.03.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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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푸틴을 위한 변명』 , 『올리가르히』, 『우크라이나, 드네프르강의 슬픈 운명』 등을 쓰고 현재 매일경제신문 차장 기자로 있는 김병호 저자는 2016년 8월부터 1년간 해외연수의 기회를 갖는다. 그가 선택한 곳은 카자흐스탄. <연합뉴스> 모스크바 주재 특파원(2004-2007)을 지내기도 했고, 대학과 대학원에서 러시아를 전공했던 그가 러시아와 중앙아시아, 캅카스, 더 나아가 동유럽 등에 관심을 둔 것은 어쩌면 자연스러운 일이었을 것이다. 김병호 기자는 연수 기간 동안 아제르바이잔, 조지아, 헝가리, 몰도바, 벨라루스, 루마니아, 터키 등 18개국을 다니며 각 나라가 처한 정치와 경제 상황을 살펴보았다. 광장의 시민들과 인터뷰를 하고, 정치인, 교수, 기자 등을 직접 만나 이야기를 들었다. 『유럽 변방으로 가는 길』 은 “서방 매스컴의 시각”이 아닌 바로 우리의 시선으로 바라본 ‘유럽 변방’의 맨얼굴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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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라에도 운명이 있는 것 같아


‘해야만 한다는 심정’으로 책을 집필했다고 적었습니다. 이 사명감은 어디서 비롯된 걸까요?

 

2016년 8월부터 1년 간 해외연수를 가게 됐어요. 대부분 미국, 중국, 일본 정도를 가는데요. 저는 러시아 쪽 전공도 했고, 관련 책도 쓰고 해서 중앙아시아 쪽에 관심을 두게 됐어요. 그래서 카자흐스탄에 가기로 한 것이고요. 카자흐스탄만으로는 범위가 너무 협소하다는 생각이 들어서 주변 가까운 국가들을 봤죠. 대개 이쪽 국가들을 많이 모르는 것 같아요. 국내에도 여행기 정도는 있지만 그 나라의 정치, 사회, 경제 사정을 다룬 책들은 많이 없는 것 같고요. 특히 아쉬운 게 이런 지역을 다룬 서적을 보면 외국 서적을 번역했거나 하는 경우가 많았다는 거예요. 직접 가서 사람들을 만나고, 평가한 책이 적었어요. 결국 이것을 내가 해보면 좋겠다고 생각한 거죠. 직접 사람들을 만나 한국에 잘 알려지지 않은 지역을 소개하면 좋겠다고요. 또 직업이 기자다보니까 해야겠다는 생각도 했어요. 우리에게도 그런 책이 필요하다면 기회도 있고, 시간도 있으니 내가 해봐야겠다고 생각했죠.

 

쉽지 않은 작업이었을 것 같아요.


힘들었어요. 인터뷰 섭외를 하고, 만나고 하는 일정들이 많아서요. 사람 찾느라 힘들었는데요. 제가 간 많은 국가들이 언론 자유가 많지 않은 곳이었거든요. 그러다보니까 인터뷰에 사람들이 익숙하지가 않아요. 인터뷰를 해야 하니까 대사관 통해 연락처를 알아내기도 하고, 구글에서 연구 논문을 검색해 해당 연구자 연락처를 수소문하기도 했어요. 정말 맨바닥에서 했죠.

 

개중에 협조적이었던 취재국은 어디였나요?


헝가리 같은 경우는 냉전 시대 때 소련 블록 중 하나였다가 가장 먼저 뛰쳐나온 국가 중 하나인데요. 헝가리 사람들은 연락을 하면 답변이 다 돌아왔어요. 다른 곳은 메일을 보내도 무시해버리는 경우가 많았거든요. 헝가리는 인터뷰가 안 될 때도 이러한 사정으로 인터뷰가 어렵다, 고 답변을 다 해주더라고요. 요즘 기사를 보시면 알겠지만 헝가리가 빅토르 오르반(Viktor Orban, 1998년-2002년, 2010년-현재까지 헝가리 총리직을 맡고 있는 인물) 총리라고 해서 철권통치를 하는 사람 밑에 있거든요. 그래서 아무래도 언론의 자유가 위축되어 있을 줄 알았는데 의외로 그렇지 않았어요. 현장에서도 그랬죠. 지식인들이 정부에 대한 비판을 서슴없이 말하더라고요. 인상적이었어요. 여전히 많은 나라들이 취재하기 쉽지 않은 나라들인데요. 다만 과거 소련 사회에서 벗어나 유럽으로 가고 있는 곳들이라 변화는 있는 것 같아요. 제도적인 한계는 있지만 말이에요.

 

책에서 다룬 여러 국가들의 언론 자유 문제, 독재나 정치권 부패 문제 등 각 나라마다 안고 있는 사회문제들을 지켜보면 한국 사회에 대한 시각까지도 넓어져요.


기성세대로서, 젊은 분들의 한국 사회에 대한 불만을 이해할 수 있어요. 취업도 어렵고, 집구하기도 힘들고, 기본부터 어렵잖아요. 얼마나 화도 나고 짜증나요. 다 이해하죠. 그런데 이 나라들을 돌아다녀보니까요. 우선 한국을 잘 알더라고요. 많이 좋아하고요. 내부에서는 비판을 하지만 바깥에 가보면 한국에 대한 인상이 좋구나 생각했죠. 이런 면도 있어요. 카자흐스탄은 국민의 85%가 ‘행복하다’고 하거든요. 그런데 우리는 그렇지 않잖아요. 10%도 안 될 것 같은데요. 우리의 기준으로 카자흐스탄을 보면 ‘이 나라가 행복해?’라고 생각할 수 있어요. 민주주의 수준도 그렇고, 인프라도 그렇고 말이죠. 그런데 그 사람들은 그렇게 느끼지 않거든요. 그만큼 우리의 행복의 기준이 높아졌다고 볼 수도 있을 거예요.

 

책에서 짚기도 했지만 한국은 공교롭게도 강대국으로 둘러싸여 있잖아요. 이러한 지리적 속성도 있겠죠?


그럼요, 한국은 따져보면 큰 나라예요. 일본, 중국만 생각하면 그렇지만요. 한편으로는 그런 안타까움도 있어요. 작년에 외국에 있을 때 계속 한국에서는 ‘최순실 사태’ 때문에 시끄러웠잖아요. 그때 북한은 계속 미사일 쏘고 그랬거든요. 한국의 에너지를 다른 좋은 데 쓸 수도 있는데 그렇지 못했으니까요. 거기에 쓸 에너지를 다른 데 돌리면 좀 더 해볼 수 있을 텐데, 하고 생각했어요. 어쨌든 나라에도 운명이 있는 것 같아요. 우리가 작지 않은 나라지만 주변 강대국에 둘러싸여 있잖아요. 저는 그런 생각도 들더라고요. 조상들이 고구려 시대 같은 때에 좀 더 위로 땅을 넓혔으면 어땠을까 하고요.(웃음) 영토라도 크면 다르지 않을까 하는 건데요. 우리는 사실은 뻗어나갈 데가 별로 없잖아요. 책에 나온 나라들과 우리의 공통된 숙명이지만 주변 국가들 안에서 생존과 안보를 고민해야 하겠죠.

 

이 국가들을 지켜보면서 새삼 생각하게 된 것이 국가 안보의 중요성이라고 평가하기도 하셨잖아요.


소련이 무너진 후, 동유럽 많은 국가들이 유럽에 편입되고, 나토(NATO, North Atlantic Treaty Organization, 북대서양조약기구)에 가입하면서 안보 우산이 튼튼해졌죠. 그러니까 그 힘을 경제나 사회 발전에 더할 수 있는 여력이 생기고 있잖아요. 그런데 한국은 안보 불안이 여전히 지속되고 있어요. 좀 더 발전할 수 있는 여지를 잃고 있는 것이 조금 안타까웠어요.

 

국가 안보라는 면에서 한국 사회에 시사점을 주었던 나라가 있었다면 어느 곳이었나요? 


루마니아에 대해 우리가 알고 있는 것은 과거 독재자였던 니콜라에 차우셰스쿠(Nicolae Ceausescu)잖아요. 24년을 지배하다가 황망하게 죽었죠. 그 비극적인 부분만 생각하는데요. 공부를 해보니 그 나라가 나름대로 소련의 영향 아래에서도 독자적인 노선을 취했더라고요. 미국, 중국과 수교하는 과정에서도 소련의 압제에도 불구하고 차우셰스쿠라는 사람은 독자적인 노선을 걸었어요. 차우셰스쿠는 대내적으로는 국민을 핍박했지만 대외적으로는 나름대로 국가의 자존심을 세우면서 독립적인 활동을 많이 했더라고요. 소련의 지배에 있었지만 미국과도 외교를 하고 말이죠. 현재도 마찬가지예요. 루마니아는 나토와의 협력에서 가장 교두보가 되는 곳이거든요. 그것을 빌미로 다국적 기업도 많이 유치했고요. 외교적 자주성을 통한 그런 긍정적인 면이 보였어요. 우리도 그런 면이 필요할 것 같긴 한데요. 상황은 다르죠. 북한이라는 존재도 있긴 하고요.

 

 

부분적으로 배울 것들


공통적으로 ‘다변화’라는 점이 중요하게 읽혔어요. 외교관계는 물론이고, 경제 문제에 있어서도 다변화는 위기관리에 아주 중요한 요소예요.


헝가리 사람들은 자기네 정부에 대해 비판을 많이 하더라고요. 소련에서 비슷하게 먼저 탈출한 폴란드나 체코에 비해 경제도 뒤져있고, 정부는 독재고, 기업을 억압하고 그렇다고요. 하지만 오르반 총리가 유럽 무대에서도 목소리를 내고, 러시아와도 균형을 유지하지 않느냐고 제가 반문하기도 했거든요. 저는 나라의 당당함을 보여준다는 측면에서 긍정적인 점이 있다고 봐요. 우리도 주변국 사이에서 중개자 역할을 독자적으로 할 수 있을 텐데 다소 수동적이랄까요. 기대는 면이 있는 것 같아요. 하지만 전통적인 측면에서 그렇게 하지 못하는 어려움은 있을 수 있겠죠. 비교하기는 쉽지 않은 것 같아요. 책에 등장한 나라들의 모델을 차용할 수 있는 면은 별로 없을 거예요. 다만 부분적으로 배울 것들은 있을 겁니다.

 

안보위기, 미국과 중국, 러시아와 같은 대국과의 외교적 관계 등 한국 사회에 시사점을 주는 대목들이 많이 있어요.


몰도바와 트란스니스트리아를 보고 참 놀랐어요. 1992년 즈음까지는 몰도바와 트란스니스트리아가 싸우고 그랬어요. 몰도바는 소련으로부터 독립한 후 그 악령 때문에 러시아와 멀어지려 했고요. 트란스니스트리아는 여전히 러시아 사람들이 많으니까 러시아와 협력하려고 했죠. 그래서 전쟁도 하고 했는데요. 지금은 서로 왔다 갔다 하기도 쉽고요. 서로에 대해 체제 강요도 안 해요. 굳이 통일하려고도 하지 않고요. 그걸 보면서 남북 사회의 통일 문제를 생각하게 됐어요. 궁극적으로는 통일을 어떻게든 해야 하고, 주변국에 맞서 큰 나라로 도약해야 하지만 괜히 서둘러서 부작용을 만들 필요는 없겠다, 싶더라고요. 물론 사정은 다르지만 서로를 인정하면서 지내는 것도 생각만큼 큰 문제는 아닐 거란 생각이 들었어요. 가서 보니 참 편안했거든요. 평화롭게 지내고, 왕래를 할 수 있는 것만으로도 얼마나 대단한 거예요.

 

몰도바-트란스니스트리아와 상반된 사례가 나고르노-카라바흐 사례죠.


그곳은 지금도 전쟁을 해요. 역사적 배경이 있는데요. 제 판단에 그 지역은 아르메니아의 전통적인 땅이었어요. 아르메니아의 고문서에도 등장하거든요. 그런데 소련이 나라를 병합하면서 편의적으로 아제르바이잔에 떼어준 거죠. 이 지역에 아르메니아 사람이 90% 이상을 차지함에도 불구하고 말이에요. 아르메니아 사람들은 그것에 굉장히 불만이 있었고, 폭동도 일으키고, 소련에 항의문서도 전달하고 그랬어요. 그것이 다 묵과되었다가 소련 해체 후에 분쟁지역이 된 거죠. 당시 국제법은 소련 시절의 국경으로 나라를 유지한다고 되었었거든요. 그래서 아제르바이잔에 들어갔고, 그때부터 계속 전쟁을 했죠. 하도 피해가 많으니까 1994년에 국제 사회의 중재로 휴전 상태가 되면서 이 지역이 아르메니아가 됐어요. 그런데 지금도 아제르바이잔은 자기들 땅이라고 얘기하면서 간헐적으로 전투를 벌이고요.

 

그곳과 더불어 터키를 중심으로 한 중동 정세에 대해 우려를 표하기도 하셨어요.

 

터키가 당분간 세계에서 가장 위험한 국가라는 꼬리표를 떼기는 쉽지 않을 것이다. 시리아 내전을 틈타 IS 지지자들의 충성 테러가 빈발한 탓도 있지만 반감이 커진 쿠르드인들의 활동도 늘어날 것이기 때문이다.(중략) 터키 동남쪽의 나고르노-카라바흐 분쟁까지 합세한다면 터키와 그 밑단(캅카스, 시리아, 이라크)은 여전히 휘발성이 강한 대규모 폭발 지대로 남을 것이다.(487쪽)

 

터키의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Recep Tayyip Erdogan) 대통령이 서민을 위한 정책이기도 한 이슬람화 정책을 강하게 추진했어요. 그래서 유럽과도 멀어졌죠. 또한 지정학적으로도 굉장한 요충지에 있잖아요. 유럽으로 가는 관문에 있기 때문에 난민 문제도 있어요. 테러도 많이 발생하고요. 에르도안이 철권통치를 하면서 소수민족을 탄압했거든요. 쿠르드 사람들을 축출해내면서 갈등이 빚어지고 테러 위험도 많죠. 미국이나 유럽과도 계속 각을 지고 있으니까 위험 요소가 워낙 많아요. 예컨대 터키가 이 상태로 러시아나 이란, 중국과 새로운 연대를 구축하면 국제사회에 큰 파장이 일어날 수 있거든요. 여러 면에서 터키 변수가 많이 있는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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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로 뛰고, 직접 만나는 책


‘유럽 변방’이라고 통칭한 이 나라들, 저마다의 사회적 맥락이 물론 있습니다만 공통적인 특징이 있다면 어떤 점일까요?


책에 나오는 18개국을 관통할 수 있는 제목이 나와야 해서 제목 정할 때도 출판사와 상의를 많이 했어요. 그래서 결국 ‘변방’이라는 단어가 나온 건데요. 이 나라들은 정통 유럽 사회라고 할 수 있는 영국, 프랑스, 스페인, 이탈리아 등 서유럽 중심의 본류에서는 떨어져 있는 동유럽 국가들이죠. 중앙아시아 국가 역시 유럽은 아니지만 유럽과 어떻게든 협력해보려고 하는 국가들이고요. 러시아, 터키, 이란도 마찬가지예요. 유럽과 대립하는 면도 있지만 여전히 유럽과의 협력을 원해요. 터키도 여전히 유럽 연합에 들어가려고 하고요. 러시아는 자기들을 유럽 사람이라고 하잖아요. 블라디보스토크의 사람들조차 그렇게 말하거든요. 이란도 미국에 맞서 유럽과 협력을 해보려고 하고요. 그런 면에서 공통점이 있는 것 같아요.

 

이 책이 로버트 카플란의 『타타르로 가는 길』에 영향 받았다는 점을 분명히 밝히고 있는데요.


그 책을 읽었을 때 굉장히 신선했어요. 미국에서조차 잘 알려지지 않은 중앙아시아, 동유럽 등의 나라들을 다니면서 현지인과 자유롭게 인터뷰하는 모습이 말이죠. 로버트 카플란의 저서가 몇 권 국내에도 번역되어 있는데요. 대부분 그런 식이더라고요. 우리에게도 필요한 시각이라고 생각했어요. 발로 뛰고, 직접 만나는 책이 필요하겠다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또한 개인적인 관심도 있었죠. 러시아 전공을 했고, 모스크바에 3년 정도 있었고요. 그러면서 국내에 대중이 읽을 만한 러시아 책들이 별로 없다면 나라도 쉽게 써보자는 생각을 한 거죠. 지금까지 쓴 책들은 거의 그런 생각으로 쓴 책들이에요.

 

이번 취재 과정에서 특별히 기억에 남은 에피소드가 있나요?


아제르바이잔과 아르메니아가 사이가 안 좋잖아요. 아제르바이잔 먼저 갔다가 아르메니아를 나중에 갔는데요. 아르메니아에서 취재 섭외를 할 때 그 나쁜 감정을 이용했어요.(웃음) 아제르바이잔을 갔더니 당신네들 욕을 너무 하더라, 중립적인 입장에서 당신들의 이야기를 듣고 싶다, 라고요. 그랬더니 인터뷰할 사람을 엄청 많이 보내왔어요. 나고르노-카라바흐는 분쟁지역이어서 들어가기가 어려운데 정부에서 가이드까지 붙여줬고요. 통역까지 구해줬죠. 그걸 통해서 아르메니아 사람들의 적대감, 울분 같은 것들을 더 크게 느끼기도 했어요.

 

이런 작업을 한 번 더 해보라면 선뜻 하기는 어려울 것 같다고 하셨는데요. 앞으로 해보고 싶은 작업이 있으신가요?


사실 이런 스타일의 책을 많이 쓰고 싶어요. 직접 다니면서 보고요. 하지만 직장인이라 시간적인 여력이 많지 않아요. 쉽지 않죠. 또 여러 곳을 다니려면 공부도 많이 해야 하는데 그것도 힘들고요. 당장 쉽지는 않은데요. 이런 방향으로 다니면서 쓰겠다는 생각은 가지고 있어요. 요즘은 극동 러시아에 관한 책을 구상하고 있거든요. 현 정부에서도 ‘북방경제협력위원회’라고 해서 뭔가 해보려고 하고 있잖아요. 4강국 중 러시아와의 협력이 제일 뒤처지니까요. 러시아와 관계가 썩 만족스럽지 못한데 이것에 대해 원인 분석을 해보려고 해요. 러시아와 협력을 추진했던 사람들도 만나고, 현지에 살고 있는 사람들도 만나고 하면서요.


우리가 진출할 수 있는 가장 가까운 경제 영토는 극동 러시아 지역인 것 같아요. 그곳을 우리 기업이 진출하고, 국가 자본이 진출해서 부가가치를 창출할 수 있는 지역을 만들면 우리의 국부를 늘릴 수 있는 면이 있거든요. 그래서 요즘 이쪽에 관심을 많이 갖고 있어요.

 

그 문제에서는 북한이 큰 요인 중 하나일 것 같아요.


북한이 한국-러시아 협력에 큰 걸림돌이죠. 예전에 러시아 천연가스를 북한 땅을 거쳐서 들여오려는 계획도 있었거든요. 그런 것들이 전부 북한이라는 불확실성 때문에 장애가 되었던 것은 사실이죠. 그러니까 북한 변수는 우리가 늘 가지고 가야 하는 것이고요. 하지만 주변 국가를 통해 부가가치를 창출할 준비를 해야 한다고 생각하고 있어요.

 

이 책이 독자에게 어떤 도움이 되길 바라세요?


요즘 해외여행 굉장히 많이 하시죠. 세계 구석구석을 다니시고요. 이 책에 소개한 나라들도 한국 사람들이 많이 가게 될 거예요. 여행을 가기 전에 블로그도 많이 참고하고, 여행 책도 참고하게 되겠지만요. 이런 책도 참고하고 가면 좋을 거예요. 단순한 여행 정보뿐 아니라 지금 이 나라가 고민하고 있는 정치, 사회, 경제적 상황을 알고 가면 현지에서 볼 수 있는 것이 더 많을 거라고 생각하거든요. 또 이 책에도 여행 정보가 있거든요. 제가 이동한 경로도 표기해두었고요. 책에서 다룬 나라들이 가기 어려운 나라가 아니에요. 또한 굉장히 아름다운 곳이니까요. 여행을 계획하는 분들이 보시면 좋을 책이에요.

 

마지막으로 꼭 강조하고 싶은 말씀이 있다면 들려주세요.


그 이야기를 하고 싶어요. 책에 등장하는 나라들을 우리는 서방 매스컴의 시각으로 보고 있거든요. 독재 정권이고, 민주화가 안 된 곳이다, 라고요. 하지만 그렇지만은 않아요. 나라마다의 사정이 분명히 있고요. 민도가 낮기 때문일 수도 있지만 정권에 대한 불만도 생각보다 크지 않아요. 국민 스스로 행복하다고 생각하고요. 벨라루스 같은 경우도 바깥에서는 ‘유럽의 마지막 독재자’라면서 비판하지만요. 알렉산드르 루카셴코(Alexander Lukashenko) 대통령은 소련 공화국 출신 국가들 중 부정부패가 제일 적은 지도자예요. 단지 오래 근무했다는(웃음) 이유로 비판을 하고 있거든요. 이곳은 급격한 민영화도 별로 없었어요. 다른 국가들은 민영화 과정에서 지도자와 주변인물들이 재산을 늘렸지만 벨라루스는 그렇지 않았어요. 그러니 빈부격차도 적죠. 그런 것은 긍정적으로 봐야할 거예요. 다 다르다, 서구 매스컴의 시각에 좌우될 필요는 없다, 이런 이야기를 하고 싶어요.


 

 

유럽 변방으로 가는 길김병호 저 | 한울
유럽 변방국들의 모습이 주변 4대 강국 및 북한에 둘러싸인 한국의 지정학적 숙명과 닮았다고 지적한 저자는 유럽 변방국들이 찾은 생존법에서 한국이 나아갈 길을 찾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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