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극 <아마데우스>에서 한층 성숙해진 배우 이충주를 만나다!
살리에리의 고뇌나 상황을 보여줘야 하는데 가끔 너무 설명만 하고 있는 거예요. 균형을 잘 맞춰야 하는데, 그 지점을 찾는 게 힘들었어요.
글ㆍ사진 윤하정
2018.03.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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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마데우스]2차 캐릭터 포스터_살리에리_이충주.jpg

 

 

한 시대를 풍미한 음악가, 살리에리와 모차르트의 이야기를 담은 연극 <아마데우스> 가 국내 무대에 올랐습니다. 지난 1985년 개봉한 동명의 영화로 익숙한 이야기죠. 하지만 연극은 영화에 앞서 1979년 영국 내셔널씨어터 올리비에홀에서 초연돼 많은 사랑을 받았고, 극작가 피터 셰퍼가 타계한 이후 2016-17년 재공연돼 전 회차 전석 매진의 기록을 세우기도 했습니다. 국내에서 초연되는 연극 <아마데우스> 에는 조정석, 한지상, 김재욱 씨 등이 캐스팅돼 더욱 화제가 됐는데요. 그 가운데 이 배우의 출연에 놀란 관객들도 많지 않을까 합니다. 일단 그가 연극을 한다는 것에, 공연을 본 뒤에는 연기를 매우 잘해서 말이죠. 바로 살리에리 역의 이충주 씨인데요. 살리에리와 꽤 닮은 배우 이충주 씨를 공연이 시작되기 전 직접 만나봤습니다.  

 

 

[아마데우스]공연사진_이충주_01.jpg

 

 

“체력적으로나 정신적으로 너무 힘든데, 목에서 피맛이 느껴질 정도거든요. 그런데 그만큼 행복해요. 지금까지 제가 했던 모든 극과 인물을 담고 있는, 배우로서 무척 감사한 무대예요.”

 

<아마데우스> 는 연극인데도 대극장에서 공연되는 데다 러닝 타임도 깁니다. 게다가 극에서 내레이터까지 맡고 있는 살리에리는 대사량 자체가 어마어마해서 무척 힘들 것 같아요.


“공연이 끝나면 분장실에서 거의 기어 다녀요, 너무 힘들어서. 의상에 조끼가 있는데 다 땀으로 젖을 정도거든요. 1막 때는 퇴장이 아예 없고요. 공연 중에 대사 많은 작품들이 있는데, 그 어느 것에도 지지 않을 거예요. 연극 <도둑맞은 책>도 2인극이라서 대사가 정말 많았는데,  <아마데우스> 는 1막 대사가 <도둑맞은 책> 전체와 맞먹어요.”
 
그렇게 많은 대사를 한 번도 틀리지 않던데요!


“신경을 많이 쓰는 편이에요. 내레이터가 실수를 하면 다른 역할에 비해 데미지가 클 것 같아서. 그런 거 하나하나가 쌓여서 제가 표현하는 살리에리가 만들어지는 거니까요. 그런데 사람인지라 앞으로 실수할 수도 있겠죠, 아직까지는 운이 좋았어요(웃음).”

 

한 번쯤 틀리면 관객들이 오히려 반가워 할 것 같아요(웃음). 이번 작품 준비하면서 가장 어려웠던 점은 뭔가요?


“대사가 많아서 외우는 부분도 힘들었지만, 작품의 성쇠가 살리에리한테 달려 있는 것 같아서, 이 역할을 제대로 하지 못하면 극이 지루해질 수도 있겠더라고요. 또 극에서 내레이터로 보일 건지, 극에 존재하는 역할로 보일 건지... 살리에리의 고뇌나 상황을 보여줘야 하는데 가끔 너무 설명만 하고 있는 거예요. 균형을 잘 맞춰야 하는데, 그 지점을 찾는 게 힘들었어요.”

 

이충주 씨는 2009년 뮤지컬 <스프링 어웨이크닝>으로 데뷔했는데, 당시 주연이 조정석 씨였습니다. 이번에 살리에리와 아마데우스로 다시 만난 만큼 부담이 컸을 텐데요. 영상으로 직접 확인해 보시죠!

 

 

 

 

 

 

쟁쟁한 선배들과 함께 무대에 서고 있지만, 클래식 음악가들의 이야기라서 전반적인 작품의 배경이나 대사 등은 편했을 것 같아요. 대학에서 성악 전공하셨잖아요.


“연출님도 제가 잘 표현할 수 있을 거라고 하셨어요. 관객들에게도 더 신뢰가 있을 거라고. 저는 좋았죠. 저희 작품에서 다루고 있는 음악이 오페라가 많은데 모두 아는 오페라이고, 음악의 배경도 알고 있으니까 여느 작품과는 다른 재미가 있었어요.”

 

 

[아마데우스]공연사진_이충주_02.jpg

 

 

살리에리라는 이름의 유명세에 비해 대중에게 알려진 음악은 없는데, 음악대학에서는 어때요?


“그게 참 아이러니하죠. 당대에는 유명한 음악가였고, 많은 음악가들의 선생님이었으나 후세에 남아 있는 음악은 없고... 음악대학에서도 마찬가지예요. 살리에리 음악은 전혀 안 배웠고, 살리에리 음악을 다루는 사람들도 많지 않아요. 그래서 저도 살리에리에 대해서는 사람들이 알고 있는 정도, 영화에서 접한 대로 늘 2인자에 질투가 많은 사람으로 알고 있었어요.”   

 

그럼 이번 작품에서는 살리에리를 어떻게 표현하고 있나요?


“살리에리가 자기는 불쌍한 사람이라고 하는데, 처음에는 그 대사가 부딪혔어요. 그런데 계속 연습을 하다 보니 너무 불쌍한 거예요. 그래서 모차르트를 악의 구렁텅이에 빠트린 나쁜 사람으로만 묘사될까봐 걱정되더라고요. 연민이 느껴지는 인물로 표현하고 싶었거든요. 주옥같은 대사가 정말 많은데, 마지막에도 ‘내가 평범한 사람들의 수호자가 되어 주겠다’고 하잖아요. 사실 살리에리는 당시 부귀영화는 다 누렸고, 모두가 그의 음악을 좋아했고, 단지 본인이 자신의 음악에 만족하지 못했던 거죠. 반면 모차르트는 가난하게 살다 죽었고요. 어떤 삶이 더 나은지, 많은 질문을 갖게 하는 작품이에요.”

 

너무 극적인 인물들이지만, 굳이 나누자면 이충주 씨는 모차르트 쪽에 가깝지 않나요(웃음)?


“그렇지 않아요, ‘특 살리에리죠’(웃음). 사실 작품을 대하고 무대에 서는 제 힘의 원천은 열등감이에요. 무대에서 활동하면서 매순간 반짝반짝 빛나는 많은 배우들을 만나는데, 저는 연기를 전공한 것도 아니고. 저도 모차르트였으면 좋겠는데, 저를 부채질하는 원동력은 열등감이에요. 대학 갈 때도 피나는 노력을 했어요. 고등학교 때 노래 등수가 안 나와서 전교 꼴등도 했거든요. 뮤지컬을 계속 할 수 있을까 걱정도 돼요.”

 

이충주 씨는 가장 큰 무기가 가창력이라고 할 수 있는데, 꾸준히 연극 무대에 서는 이유도 같은 건가요?


“요즘은 제 노래가 무기인지도 모르겠어요. 정말 잘하는 사람이 너무 많아요. 그렇다고 연기가 쉽다는 건 아니고요, 오히려 더 무섭죠. 그런데 연기에 대한 목마름이 있고, 연극을 해봤더니 정말 재밌더라고요. 뮤지컬과는 다른 재미가 있고. 뮤지컬에서는 시대극을 많이 하고 비현실적인 인물을 많이 연기했는데, 연극에서는 좀 더 현실적인 인물이니까 그동안 느끼지 못했던 재미가 있었어요. 무대의 크고 작음을 떠나 연극은 계속 하고 싶어요. 연극을 해왔기 때문에 <아마데우스>도 할 수 있었다고 생각하고요.”

 

<팬텀싱어>에도 참여했고, 영화나 드라마 연기에도 관심이 있는 거죠?


“하고 싶죠. 그 현장에서는 다시 신인이니까 많이 깨지겠지만 도전하고 싶어요. 비단 <팬텀싱어> 하나만 봐도 방송의 영향력을 실감하게 됐거든요. 저를 많이 알아봐주시고, 보러 와주시고. 배우가 무대 위에서 뭔가 하고 있다는 걸 사람들이 알아주는 건 굉장히 큰 무기더라고요. 그런 걸 떠나서라도 매체에서 연기는 해보고 싶어요. 노래를 떼 놓고도 연기를 하고, 연기 잘한다는 말을 듣고 싶거든요. 이충주가 노래를 안 한다는 것에 많이 놀라는데, 실망감이 아니라 만족감을 안고 돌아가실 수 있도록 꾸준히 노력할 거예요.”

 

<아마데우스> 라는 작품의 영향인지, 지금까지 걸어온 시간 때문이지 예전에 만났을 때보다 많이 성숙해진 것 같아요. 어른이 된 느낌이랄까요(웃음)?


“그런가요? 아마도 여러 모난 부분이 깎여서겠죠(웃음). 예전과 달라졌다면 아주 작지만 주관 같은 게 생겼다고 할까요. 그 고집이 없으면 살리에리 같은 역할을 무대에서 해내기가 힘들어요. 예전에는 맞겠거니, 맞을까, 아니면 그런 생각조차 못했는데, 지금은 제가 하는 연기의 주인 의식이 생긴 것 같아요. 과거에는 늘 다른 사람과 비교했는데, 이제는 다른 사람이 아니라 내가 표현하고 싶은 것에 대해 고민하고요. 비교 대상이 안으로 들어왔는데, 아직도 멀었죠. 사실 저는 지금도 이 작품을 할 수 있다는 게 믿기지 않아요(웃음).”

 

기자가 이충주 씨 무대를 처음 본 것이 2015년 초 뮤지컬 <셜록홈즈 : 앤더슨가의 비밀>이었으니 꼭 3년 흘렀네요. 짧다면 짧고 길다면 긴 시간인데, 어느덧 배우로서 성장한 이충주 씨의 모습을 보고 있자니 3년은 꽤 긴 시간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과거 이충주 씨가 역할을 수행하는 게 가장 큰 목표였다면 이제 배우라는 이름에 책임을 지고 있고, 과거 이충주라는 배우가 멋있어서 공연을 봤던 관객들도 이제는 극중 인물로 그를 바라보고 있지 않을까요. 그래서인지 오래 전 영화로 봤던 <아마데우스> 와 달리 연극에서는 살리에리가 안쓰럽게 느껴지네요. 한층 성숙해진 배우 이충주를 확인할 수 있는 연극 <아마데우스> 는 4월 29일까지 광림아트센터 BBCH홀에서 공연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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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하정

"공연 보느라 영화 볼 시간이 없다.."는 공연 칼럼니스트, 문화전문기자. 저서로는 <지금 당신의 무대는 어디입니까?>, 공연 소개하는 여자 윤하정의 <공연을 보러 떠나는 유럽> , 공연 소개하는 여자 윤하정의 <축제를 즐기러 떠나는 유럽>, 공연 소개하는 여자 윤하정의 <예술이 좋아 떠나는 유럽> 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