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부산 핫플레이스로 떠오르는 서점
서점에 갔다. 공간을 서성이며 책들을 둘러 보았다. 빠져 나와보니 예스24 F1963점을 비롯해 모두 5곳의 서점을 읽어 내려간 기분이었다.
글ㆍ사진 기낙경
2018.03.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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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스24 F1963점: 재생의 의미를 묻고 답하다(Recycle):

 

책을 찾아 떠나는 여행은 어느덧 책을 파는 공간을 찾아 떠나는 여행이 되었다. 저려오는 다리를 바꿔가며 서 있던 자세, 책 읽기의 풍경이 꼿꼿한 직립에서 벗어난 지는 한참이고 오래된 일이다. 우리는 서가 앞을 서성이며 책을 고르지만 일단 고른 책을 들고선 바로 편안한 자세를 취할 수 있다. 더러 고개를 숙이고 더러 등을 기댄다. 귓등으론 음악이 흐르고, 페이지마다 커피향이 떠다닌다. 시선이 닿은 곳엔 천정까지 책이 꽂혀 있기도 하고 전등 빛의 어룽거림에 눈맞추기도 한다. 책과 함께 공간이 다가오고, 책은 공간과 짝이 되어 맞붙어 있다. 동네마다 들어선 책방의 얼굴이 다르고, 냄새가 다르고, 온도며 기억이 다른 이유, 모두 이 공간의 다름 때문이다.

 

부산과 예술의 조우


부산에 있는 예스24 F1963점은 여러모로 책을 만나는 공간에 방점을 찍은 곳이다. 우선 지리적으로 부산이라는 지역이 그렇고, 와이어공장을 개조한 복합문화시설인 F1963이라는 공간적 특성이 그렇다. 남쪽의 쪽빛 바다를 품은 부산, 기차를 타고 떠나는 도시가 주는 상징은 지리할 수 있으니 덮어두자. 대신 F1963이라는 이름엔 공장을 뜻하는 ‘F(factory)’와 ‘1963년’이라는 숫자가 만났다. 1963년은 부산의 토종 기업 고려제강이 수영구 망미동 자리에 공장을 지은 해다. 그 해부터 회사의 서울 이전으로 문을 닫은 2008년까지 망미동의 공장은 45년간 쉴새 없이 기계를 돌렸다. 거대한 다리를 들어올리는 철사를 만드는 게 일이었고, 여기서 만들어진 11,544가닥의 와이어는 지금도 광안대교를 떠받치고 있다.

 

서울로 갔던 기업이 다시 고향으로 되돌아오고 비어 있던 공장이 탈바꿈한 것은 2016년의 일이다. 기존 공장의 형태와 골조는 그대로 둔 채, 문화공간이라는 DNA만 곳곳에 숨어들었다. 재생건축으로 이름 난 조병수 건축가의 입장은 분명했다. 공장 지붕을 받치던 나무는 벤치가 되고, 공사 과정에서 나온 돌들은 훌륭한 오브제가 되어 사람들을 맞았다. 구석구석 빛 바랜 페인트와 기름 때 묻은 바닥이며 벽의 골조가 드러나는 것 역시 부러 그런 것이다. 다만 지붕을 드러낸 중정에선 바람이 드나들고 햇빛이 머문다. 때가 되면 공연이나 전시도 열려 사람들도 드나든다.(참고로 F1963 내의 또 다른 전시 공간인 석천홀에선 영국의 팝 아티스트 <줄리앙 오피 전>이 3월 24일부터 6월 24일까지 열린다.) 모두 지금도 흐르는 옛 것, 옛 것 위에 깃든 새로움을 만끽하고 다녀간다. 이 재생의 토대 위해 부산비엔날레가 꽃을 피웠고 커피공장의 느낌이 물씬 나는 테라로사, 지역의 쌀과 누룩으로 전통주를 빚어내는 복순도가, 옛 수도원의 방식으로 맥주를 만드는 브루어리와 펍이 공존하는 프라하993이 자리를 잡았다. 정원과 텃밭 가꾸기의 매력을 만날 수 있는 뜰과숲원예점, 곧고 부드러움이 와이어와도 닮은 대나무 숲길은 또 다른 덤이고 선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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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으로 연결하는 시간

 

다시 태어나기! 이 ‘재생’의 깃발에 힘을 보탠 것이 바로 예스24 F1963점이다. ‘중고서점’의 역할이란 게 바로 그것 아니던가. 책장을 넘기던 지문, 글자를 읽어 내려가던 시간, 눈동자로 시작해 심장에 이르던 길, 이 모든 걸 이어주는 게 곧 중고서점의 일이니 말이다. 무더기의 옛일들이 모여 침묵으로 수런거리는 곳, 이 곳곳의 침묵을 응시하고 내 것으로 만드는 현재, 그리고 무수한 기억과 공감들이 연대하는 미래. 작가의 노고를 벗어난 책의 인생은 중고서점에서 흘러오고 흘러간다. ‘재생’의 물결이 선하고 빛깔 고와 보이는 이유다.

 

누군가가 넘기고 간 시간의 바통을 잇는 곳으로서 예스24만의 방식은 특별하다. 중고책이라는 낡은 상품과 첨단의 기계를 공존시켜 조화롭게 부려 놓았다. 서점에 들어서자마자 눈길을 끄는 오래된 활자주조기가 그렇고 그 뒤로 큼지막하게 표현한 전자책 단말기 안에 원고지무늬를 그려 넣은 ‘크레마월’ 역시 마찬가지다. 온라인 플랫폼이라는 예스24의 DNA는 물론 가 어디에서 오고 어디로 향하고 있는지를 보여 주면서 자연스레 그 길을 따라 걷게 만드는 것이다. 옛공장의 느낌을 버리지 않은 공간의 분위기, 중고서점으로는 국내 최대라는 500평의 너른 규모가 모두 이 분위기를 돕는 것은 물론이다. 보유한 책만 해도 20만 권이 넘는다. 아이들의 안전을 위해 시야도 확보해주고 충돌방지 기능을 갖춘 전동카트도 있고 스스로 책을 수거하는 로봇도 돌아다닌다.

 

모든 연결의 중심엔 책이 있고 이를 사람이 능동적으로 누릴 수 있게 했다. 이 점은 공간을 구성하는 데도 마찬가지. 도서 갤러리의 비스듬히 기울어진 의자는 그림 감상하듯 책을 바라보라는 배려이며, 키즈존의 편안하고도 움직일 수 있는 의자들은 놀이처럼 책을 즐기는 아이들을 위한 것이다. 책은 높은 천정까지 뻗어 있지만 보관용 재고도서를 제외한 모든 책은 손을 뻗어 꺼낼 수 있는 높이에 마련되어 있다. 분야별로 책꽂이의 재질과 모양도 달리했고, 책은 물론 예스24만의 아기자기한 굿즈도 만날 수 있는데 이건 하루종일 놀아도 지루하지 않도록 단조로움을 피하기 위한 시도다. 넓은 목재를 활용한 책상과 의자, 테라로사의 커피를 맛날 수 있는 카페는 물론 좀더 느긋하게 머물라는 말일 것이다.

 

여기에 자연광을 비추는 폴리카보네이트 소재의 난간이 3층까지 이어지는 파빌리온의 레이어, 높은 천정에 매달린 붉은색 판넬의 강렬함, 고즈넉한 분위기에 5m가 넘는 서가가 펼쳐진 중정의 풍경 등, 공간마다 채워진 아이디어는 모두 책으로 사람을 연결한다. 너무 무겁지도 가볍지도 않게 책을 중심에 놓고 무심한 듯 세심하게 사람의 그림자를 받아들이는 식이다. 공간이 시간을 기우고 연결하는 방법, 이 우아하고도 희망적인 실타래가 그곳에 있었다.

 

삶을 껴안은 책세상


지금 예스24 F1963에서는 부산에서 열리는 <라이프 사진전>과 관련한 포스터와 엽서 에코백 등을 판매하고 있다. 벽면 가득 오래된 문짝과 창문 등을 붙여 놓은 공간도 있다. 더불어 창 너머의 풍경을 담은 사진과 함께 책 속 구절을 연결한 액자들도 걸어 두었다. 비 오는 날 서점을 찾은 누군가가 있다고 치자. 그는 막 빗물 흐르는 우산을 접어 둥지를 찾듯 ‘책공장’의 문을 열었다. 서가 앞을 서성이던 그는 이내 담배를 입에 문 채 젖은 뉴욕의 거리를 걷는 제임스 딘의 사진을 보게 될 것이다. 퇴색한 문의 손잡이를 부여잡고 싶을 것이며 ‘여기서 행복할 것’의 줄임말이 ‘여행’이라는 액자 속 문장 앞에서 서성일지도 모르겠다. 커피 향에 이끌려 서점 안의 카페로 향하겠지, 따뜻한 한 모금을 넘기고선 다시 책을 찾아 나설 것이다. 잠깐 해가 비친다면 길게 뻗은 책상 위로 긴 해그림자가 비칠 것이다. 건너편 책과 함께 뒹구는 아이들의 소란도 잠시 그 빛과 어울려 논다. 읽고 싶은 책을 고르고 또 그저 넘기고 싶은 책도 고르고, 커피를 마시거나 그저 멍하니 있거나, 이 쪽 끝에서 저쪽 끝까지 긴 책터널을 걷고 있는 사람이 있다. 그가 만난 세상은 이곳에서 다시 누군가를 향해 있을 것이다.

 

위치 부산시 수영구 구락로123번길 20 F1963 내
이용시간 (평일) 오전 11시부터 오후 8시 / (주말) 오전 11시부터 오후 9시까지
문의 1566-429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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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크(Parrk): 이유 있는 산책자(Walker)

 

공원을 마주하고 있는 서점은 다른 말로 나무들이 빚어내는 사계절의 풍경과 만난다는 말이다. 새순을 올리는 봄의 나무를 비롯해 녹빛으로 어룽거리다 이내 색색으로 낙하하는 여름과 가을의 나무, 삐죽한 우듬지를 내보이는 겨울나무까지, 어쩌면 나무의 시간을 대면한다는 말이기도 하다. 강남의 복판, 도산공원이 내려다보이는 퀸마마마켓 3층에 자리한 서점, 파크(Parrk)가 바로 그런 곳이다. 시작부터 이곳은 공원과 마주한 서점을 염두에 둔 곳이었다. 한 면 가득 너른 창을 내고, 포스트포에틱스와 땡스북스가 함께 머리를 맞댔다. 힘을 보탠 것은 두 서점만이 아니다. 책이 살아 갈 공간인 가구는 모두 일본 디자이너 마키시 나미의 작업으로 이루어졌다. 모듈 형태로 만들어진 그녀의 가구는 어떻게 쌓고 구성하느냐에 따라 천정까지 뻗은 책장이 되기도 하고, 진열대와 수납장이 되기도 한다. 지금 파크에는 포스트포에틱스가 골라낸 700여종의 해외 서적과 땡스북스에서 선보이는 2000여 종의 국내 서적이 경계 없이 어우러져 있다. 주로 건축, 디자인, 예술 관련 책들이 자리하고 있고 기존의 포스트포에틱스에서는 찾기 힘들었던 요리나 여행을 주제로 한 책도 눈에 띈다. 책장의 책들을 형상화한 패턴이 인상적인 책갈피나 에코백, 선물 패키지 등 이곳만의 제품들도 조용히 모습을 드러냈다. 서점의 또 다른 컨셉은 ‘어른들을 위한 서점’. 성인들만 드나들라는 의미가 아니다. 원하는 책을 자신만의 기준과 취향대로 고르라는 것인데, 공원으로 향하던 어느 산책자가 슬며시 들러 마음에 뜨이는 책 한 권 펼쳐 들고 자신만의 세계에 빠져든다면 딱 맞는 풍경이다.

 

위치 서울시 강남구 압구정로46길 50 3층
이용시간 (화~토) 오전 10시 30분부터 오후 8시까지, (일)12시부터 8시까지, 매주 월요일 휴무.
문의 070-4281-337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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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터널 저니: 궁극적인 당신의 여행(Journey)


여행지에서 만나는 서점, 기장의 푸른 앞바다를 배경으로 펼쳐진 ‘아난티 코브’에 가면 오롯이 여행을 주제로 한 서점을 만날 수 있다. ‘영원한 여행’이라는 이름처럼, 서점은 500평이 넘는 너른 규모에 약 2만권의 책들이 있지만 곳곳이 헐겁고 여유롭다. 바다 내음을 찾아 떠나온 여행이니 서두를 필요도 없다. 밀려오고 밀려나는 파도만큼의 보폭, 바다새 만큼의 느긋함으로 발걸음을 옮기면 그뿐, 곳곳에 마련된 고풍스러운 테이블과 의자 위에 덩그러니 섬 인양 머무르면 된다. 습관처럼 베스트셀러를 찾거나, 괜스레 도서검색대를 찾아 헤매면 곤란하다. 여행지의 서점에 틀에 박힌, ‘목적 있는’ 안내들이 있을 리 만무하다. 무목적으로 눈길 닿는 책과 조우하면 그뿐이다. 곧 알아채겠지만 서가의 책들은 틈틈이 비워져 밀도를 낮추었고 대신 음악이 흐르고 커피향이 맴돈다. 흘깃 보는 것만으로도 책의 얼굴을 확인할 수 있고 손쉽게 꺼내 펼쳐볼 수 있게 한 배려다. 이내 5초 혹은 10여 초 멈춰 서게 되겠지만, 눈에 띄는 글자들은 이런 식이다. ‘고독’ ‘부산’ ‘핑크’ ’바다’, 고독을 탐하는 다양한 책들이 어깨를 맞대고 있고 소금기 가득한 바다책들이, 핑크색 표지라는 이유만으로 화사한 책들이 함께 자리를 폈다. 책장의 책들은 이렇게 50여 개의 크고 작은 주제로 모이거나 흩어진다. 바뀌는 주기는 3개월에서 6개월이라고 한다. ‘새로나온 책’이나 ‘작가들의 책’처럼 자리를 지키고 있는 주제들도 있다. 이 중 ‘작가들의 책’은 출판사를 통해 작가들이 직접 추천해준 책들로 꾸몄다. 서점 한 켠에는 당연한 듯 오픈형 카페가 있어 책과 함께 즐길 수 있다. 프로그램도 다양하게 운영되는데, 저자 강연, 북토크는 물론 밤 9시부터 다음 날 새벽 6시까지 작가와 직접 이야기를 나누는 심야책방 시간도 있다. 그저 모든 것이 여행지스러운 곳이다.

 

위치 부산시 기장군 기장읍 기장해안로 268-31
이용시간 (평일) 정오부터 밤 9시 (주말) 오전 9시부터 오후 9시까지.
문의 051-604-72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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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카드 쿠킹 라이브러리: 체험의 방(Room)


‘생활의 기술’을 발휘하라는 카드회사가 도서관을 만들었다. 이른 바 ‘책 읽는 기술’까지 발휘하라는 의미인 듯하다. 서울에만 4개의 공간을 책으로 꾸몄는데, 각각 디자인라이브러리, 트래블라이브러리, 뮤직라이브러리, 쿠킹라이브러리다. 책을 읽고 소비하는 ‘기술적인’ 방법? 요컨데 이렇다. 차고 넘치는 디자인 책을 북촌의 한옥, 제비꼬리마냥 흘러내리는 기와 지붕 아래 부려 놓거나, 아날로그의 짙은 음색을 내뱉는 LP판을 들으며 음악관련 전문 도서를 경청하거나, 떠나고 싶은 여행지를 활자로 만끽하다 이내 구글어스의 입체적인 화면으로 두 눈 똑똑히 확인하는 경지까지. 그야말로 책의 현현이고 감각이다. 그렇다면 마지막 책의 방, 쿠킹 라이브러리는 어떤 곳일까? 먹고 또 먹고, 먹는 사람의 냉장고까지 뒤져 요리하고 또 먹어 보이는 ‘먹방 화면의 시대’에 쿠킹 라이브러리는 감각의 깊이를 재현해 주고 체험하게 해준다. 우선 라이브러리 1층의 오픈 키친에서는 요리가 완성되는 전과정을 후각과 시각으로 경험하게 하고, 2층의 인그리디언츠 하우스엔 190여종의 향신로를 두어 직접 만지거나 맛볼 수 있게 했다. 서가에서 발견한 레시피가 궁금하다면 그 방식 그대로 셀프 쿠킹을 시도해볼 수 있고, 유명 셰프와 푸드스타일리스트에게 배우는 쿠킹 클래스 강좌도 마련되어 있다. 책의 목록도 다양하다. 세계적인 쿡북 어워드의 수상작과 셰프들의 책은 물론 지역과 식재료, 조리 방법 등에 따라 분류한 책들이 빼곡하게 책장을 차지하고 있다. 그야말로 먹는 다는 행위에 대한 궁리, 요리에 대한 궁리, 미각에 대한 모든 궁리가 서가 안에서 이뤄지고 있다. 책으로 둘러싸인 방안에서 ‘맛있는 세상’은 그렇게 완성된다.

 

위치 서울 강남구 압구정로46길 46
영업시간 (화~토) 정오부터 오후 9시까지, (일) 정오부터 6시까지. 매주 월요일은 휴무.
문의 02-513-2900 / 현대카드 회원만 입장 가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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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보문고 합정점: 사람들의 도시(City)


광화문 네거리에 자리 잡은 교보문고를 만든 사람은 교보생명의 창업주인 신용호 회장이다. 독립 운동가의 후손으로 어려운 시절 자력갱생을 위한 보험사업을 시작한 그는 서울 한복판에 세운 사옥을 만들며 지하에 서점문을 열었다. 책으로 “청소년을 위한 멍석을 깔아주자”라는 의지의 발로였고 "사람은 책은 만들고, 책은 사람을 만든다." 는 오랜 신념의 결과였다. 그보다 먼저 책에 대한 믿음과 책을 읽고 자라날 세대에 대한 희망이 먼저였을지도 모르겠다.

 

합정역 ‘딜라이트 스퀘어’ 지하에 교보문고가 들어선 것도 같은 이유다. 새로 생긴 교보문고 역시 도시의 어느 꼭지점, 사람들 속에 자리잡았다. 2호선과 6호선이 만나는 자리, 주상복합 아파트 지하의 상권, 젊음의 거리 홍대 입구와도 가깝고 물론 새로 뜬 동네인 상수동과 망원동을 잇는 지리적 위치까지 더할 나위 없는 조건이다. 서점 공간은 크게 두 곳으로 나뉘었다. 지하철을 나와 가장 먼저 만나는 곳은 ‘예움’ 공간으로 여행과 예술, 디자인 서적, 예술관련 용품으로 채웠으며, 안쪽의 ‘키움’ 공간은 만화책을 비롯해 어린이, 청소년책, 문학과 인문사회서적들로 채웠다. 핫트랙스 역시 키움 공간에 있다. 2000평이 넘는 전체 매장 중 두 공간이 차지하는 700평 정도만 서점으로 꾸미고 나머지공간은 리빙과 뷰티 관련 매장, 키즈카페와 애니메이션 마니아들을 위한 애니플러스 매장 등을 들여 라이프스타일 전반을 누릴 수 있도록 했다.

 

결과적으로 보유한 책의 권 수는 줄어 들었지만 즐길 것은 풍성해 진 셈, 무엇보다 예술관련 서적이 특화된 ‘예움’ 공간의 매력은 뚜렷하다. 예술의 색체가 짙은 주변 상권과 취향이 분명한 젊은 고객층을 의식해서일까? 예움의 내부는 네온사인으로 빛나는 아트웍을 당당히 끌어들였고, 책표지를 시원스레 보여주는 진열 방식으로도 눈길을 붙잡는다. 갤러리에 머물 듯 예술을 만나고 느끼라는 배려도 곳곳에서 묻어난다. 관련 서적은 물론 보유한 화구며, 문구의 수준도 높고 다양해서 전공자들조차 일부러 들러 찾아볼 정도다. 책만 있는 것이 아니라 책과 함께 ‘다른 무엇’도 즐길 수 있는 동선을 만드는 것! 지금 이 도시의 트렌드인 ‘라이프스타일’을 반영한 교보문고의 미션은 언제나 ‘도시’에 있다.

 

위치 서울 마포구 월드컵로3길 14 딜라이트스퀘어 지하 2층
이용시간 오전 10시 30분부터 오후 10시까지.
문의 1544-1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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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낙경

프리랜스 에디터. 결혼과 함께 귀농 했다가 다시 서울로 상경해 빡세게 적응 중이다. 지은 책으로 <서른, 우리가 앉았던 의자들>, <시골은 좀 다를 것 같죠>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