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통 사람들의 전쟁』 은 기술 혁명의 심장부인 미국에서 벌어지고 있는 보통 사람들의 일자리 전쟁을 추적 정리한 심층 보고서다. 지난 10년간 10만 개의 일자리 창출을 목표로 미국 여러 도시에서 신규 기업 창업을 도왔던 앤드루 양이 직접 발로 뛰며, 인류 역사상 가장 큰 경제적 변화인 기술 혁명과 노동 시장의 변화를 디테일하게 추적해 기술한 책이다. 그만큼 이 책에 등장하는 데이터는 섬뜩하고, 일자리를 잃어버린 사람들의 삶은 고통스럽다.
처음 번역 원고를 받고 프롤로그를 읽다가 가슴이 턱 막혀버렸다.
“‘능력 위주의 사회’라는 논리는 우리를 파멸로 이끈다. 그 말에서 이미 우리 모두가, 자동화와 혁신의 소용돌이에 휘말려 경제적 곤경에 빠진 수백만 명의 목소리를 무시할 준비가 되어 있기 때문이다. 우리는 그들이 패배자라서 불평을 하고 있다거나 고통을 받고 있다고 생각한다. 더 늦기 전에 이런 시장 논리를 깨뜨려야 한다.”
그렇다. 그간 자본주의는 효율성이라는 잣대로 모든 것을 평가하고 줄 세워왔다. 사람도 자본도 노동도 투입 대비 산출이 많아야 적합하게 여겨진다. 이런 자본주의에 길들여진 대중 또한 은연중에 더 많은 돈을 버는 사람을 최고로 꼽고, 가난한 사람들은 게으르고 능력 없는 존재로 무시해왔다. ‘나는 그런 선입견에서 자유로운가?’ 스스로 되돌아보지 않을 수 없었다. 나 또한 보통의 존재이면서도 보통 사람을 자본주의의 논리로 평가하고 있었던 것은 아닌가. 그래서 프롤로그의 마지막 문단이 아프고도 희망적으로 다가왔다.
“우리 모두가 지금보다 나은 삶을 살기 위해 서둘러 사회를 바꿔야 한다. 시장이 우리 각자에게 부여한 가치와 상관없이 사회가 돌아갈 수 있도록 새로운 방식을 찾아야 한다. 우리는 월급봉투에 적힌 금액으로 평가받아서는 안 되는 가치를 지닌 사람들이다. 그 사실을 하루 빨리 증명해야 한다.”
기계가 인간의 노동을 대체하고 있는 현실에서 효율성만을 내세우는 자본주의는 사람을 죽이는 늪이 될 것이다. 특히 월급에 기대 살아가는 우리, 보통 사람들의 삶은 실직과 함께 나락으로 떨어지게 될 것이다. 그러나 아직까지는 특정 직업이 하루아침에 사라지는 일은 벌어지지 않은 탓에, 택시업계처럼 강하게 저항하기도 쉽지 않다. 그러나 언제부턴가 신입사원을 덜 뽑고, 직장인들은 조기 퇴직을 하며, 일자리가 없어 비자발적 실업에 놓인 사람들이 지속적으로 증가하고 있다. 또한 실업률의 증가와 맞물려 소득 불평등과 경제적 양극화 또한 점점 더 심화하고 있다. 이런 까닭에 평범한 보통 사람들의 삶은 언제든 빈민으로 추락할 수 있는 상황에 놓여 있다. 이것이 이 책의 제목이 ‘보통 사람들의 전쟁’인 이유다.
이 책은 풍부한 통계 자료를 인용해 현실을 냉정히 바라보는 데서 시작한다. 모든 비즈니스의 로봇 의존도는 앞으로 더욱더 커질 것이 명확하다. 현재도 일자리는 계속해서 줄어들고 있다. 사람의 임금도 더 줄어든다. '보통 사람', 즉 평범한 소득, 평범한 학력의 사람은 변화를 거스를 수 없다. 똑똑한 사람이라고 예외는 아니다. 금융업, 의료업 등 최고로 꼽히는 직업군 역시 자동화의 흐름에서 벗어날 수 없다. 결국 모든 사람은 평생 직업 경쟁에서 살아남기 위해 전력을 쏟아야만 하는 비참한 현실에 내몰리고 있다.
이 책에서 추적해 기술한 기술 혁명 대국 미국의 현실은 암담하다. 미국인의 무려 75퍼센트는 통장에 단 400달러도 없는 불안한 생활을 하고, 일자리가 없는 사람들은 결혼을 기피하며, 편모 가정 자녀가 급증한다. 한때 제조업으로 번영했던 도시는 모조리 쇠락해 베스트셀러 『힐빌리의 노래』 에 등장한 암울한 공동체의 모습이 진실임을 증명한다. 교육 수준이 낮은 백인 남성의 기대수명은 이제 흑인 남성과 비슷해졌다. 빈곤과 불안함과 분노가 사람들을 좀먹어 극우적 사고가 사람들을 좀먹고 있다. 사회가 무너지고 있는 것이다. 이것은 정확히 오늘날 한국에서 일어나는 일과도 일치한다.
이것만 봐도 자본주의에 기술혁명까지 더해진 미래 사회는 인간이 살아갈 수 없는 디스토피아일 수밖에 없음이 명확하다. 이렇게 미래를 놔둘 순 없다. 이런 현실을 변화시키기 위해 앤드루 양은 경제적으로는 일과 돈이 꼭 연계될 필요가 없는 미래를 주장한다. 이 비전의 근저에 자리 잡고 있는 것이 보편적 기본소득이다. 전 국민에게 보장 소득을 지급하자는 보편적 기본소득 개념은 앞날을 걱정하는 정치인과 경제학자를 중심으로 급속히 확산하고 있다. 앤드루 양은 보편적 기본소득이 지속가능한 새로운 경제를 향해 나아가기 위한 필수적 수단이라고 말한다. 그는 이 새로운 경제를 ‘인간적 자본주의’라고 부른다. 스스로를 ‘열렬한 자본주의자’라고 부르는 저자는 “지금처럼 인간이 시장을 위해 일할 것이 아니라 시장이 인간을 위해 일하도록 만들어야 한다”고 주장한다.
추천사를 부탁드렸던 세 분의 인플루언서(정재승 카이스트 교수, 이원재 LAB2050 대표, 김민섭 작가)는 원고를 읽고 극찬을 보내주셨다. 특히 정재승 교수님은 추천사를 보내며 쓰신 메일에 “재미있게 읽었습니다. 아주 재미있었습니다. 눈 밝은 독자들에게 널리 읽히기를 바랍니다”라고 이례적인 칭찬을 해주셨고, 김민섭 작가님은 기본 소득의 당위성에 대해 잘 알지 못했는데, 이 책을 통해 완벽하게 이해하게 되었다며, 일반 독자들의 가슴을 울릴 수 있는 책이라고 평해주셨다. 이원재 대표님은 한겨레신문에 특별히 칼럼을 실어주기도 하셨다.
추천사를 부탁드리며 엄청난 타이틀은 없지만, 의미와 가치는 훌륭한 책이라고 설명했던 기억이 난다. 기술 혁명이라는 엄청난 파고 앞에 개인이, 그것도 아무런 힘이 없는 보통 사람이 무엇을 할 수 있겠느냐고 반문할 수도 있다. 하지만 그저 자본주의의 논리대로 인간으로서의 존엄마저 지키기 어려운 사회를 묵과해서는 안 된다. 개인은 약해도 한데 모이면 사회를 바꿀 수도 있는 것이 민중의 힘이 아니던가. 모두가 우리의 삶과 아이들의 미래를 위해 이 책을 읽고 무엇을 선택해야 하는지를 생각해볼 기회를 가져봤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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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통 사람들의 전쟁앤드루 양 저/장용원 역 | 흐름출판
인간의 삶이 제대로 이어지도록 만드는 중요한 요소임을 증명하고, 이를 통해 지금보다 더 기계화된 세상을 살아가게 될 아이들을 위해 우리가 무엇을 선택해야 하는지를 설명한다.
장보금(흐름출판 편집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