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나치게 명랑한 사람을 경계하라. 지나치게 팽팽한 풍선은 위험하다.
(이규리 지음, 『돌려주시지 않아도 됩니다』 103쪽)
오래 전 한 잡지에서 “걸음걸이는 그 사람의 매력을 판단하는 척도”라는 글을 읽은 적이 있다. ‘아, 걸음걸이가 이렇게나 중요하다니’ 처음 듣는 이야기였다. 나의 엄마는 어릴 적부터 “무릎을 스치듯이 걸으라”고 말했다. “11자로 걸으라”는 잔소리는 현재 6살인 아들에게 내가 하고 있는 말이기도 하다. 성격 급한 나는 평소 종종걸음으로 걷지만, 그래도 조금은 걸음걸이에 신경 쓰고 있다. 그리고 다른 사람의 걸음걸이도 눈여겨본다. 시원시원한 걸음걸이를 좋아한다. 엉덩이를 씰룩씰룩 대면서 걷는 사람은 방정맞아 보인다. 지나친 팔자걸음도 품위 없이 보인다. 적당한 속도로 우아하게 걷는 사람을 보면, 앗! 호감이 인다.
사람 보는 눈이 까다로운 나는 사실 걸음걸이보다는 목소리로 호감을 갖고, 또 호감을 버린다. 지나치게 큰소리로 말하는 사람, 주위를 지나치게 의식하는 소심한 사람은 자신감이 없어 보인다. 반면 주변 분위기는 전혀 아랑곳하지 않은 채, 자기 할 말은 기어코 하고야 만다는 태도를 볼 때, 나는 멀찍이서 그에게 호감을 버린다.
이규리 시인의 『돌려주시지 않아도 됩니다』 를 읽는 중이다. 아포리즘을 즐겨 읽는 나. 제목부터 반해버린 에세이를 천천히 읽는 중인데, 103쪽에 눈이 머물렀다. “지나치게 명랑한 사람을 경계하라. 지나치게 팽팽한 풍선은 위험하다.”
TV에서 신문에서 책에서 현실에서 지나치게 명랑한 사람을 볼 때마다 나는 불안하다. 그 명랑함이 너무 지나쳐 에너지가 금세 소진되지 않을까 불안불안하다. 고독함이라곤 전혀 찾아볼 수 없는 지나친 명랑 속에 그가 가진 불안이 읽혀 썩 유쾌하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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돌려주시지 않아도 됩니다이규리 저 | 난다
어떤 사유에든 톡톡 튀는 문장으로 가벼운 발놀림을 가졌으며 어떤 사유에든 쓰는 이와 읽는 이의 호흡이 비슷해야 한다는 배려로 악수하듯 쓰였다는 점을 들 수가 있겠다.
엄지혜
eumji01@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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