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고리즘 세상에서 나를 지키려면?
알고리즘은 우리 삶을 편리하게 만든다. 얻는 것이 있으면, 잃는 것도 있는 법. 편리함과 이익만 보여주는 알고리즘의 이면을 우리는 알아야 한다.
글ㆍ사진 오세용(글 쓰는 감성 개발자)
2019.05.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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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고리즘이 욕망하는 것들』, 한빛미디어

 

 

잠자리에 들기 전 알람을 맞춘다. 내가 사용하는 알람 앱은 수면 중인 사용자의 뒤척임을 감지해 소리의 강도를 조절하고, 사용자가 지정한 시간에 따라 일어나기 가장 편한 시간에 깨워준다. 눈을 비비며 일어나 날씨 앱을 확인한다. 오늘은 일교차가 심하니 겉옷을 가져가야겠다. 샤워 후 집을 나선다. 지하철 앱을 켜 3분 뒤 도착하는 열차를 확인하고는 역을 향해 달린다. 간신히 올라탄 열차 내에서 유튜브가 추천해주는 음악을 켜고, 웹툰을 본다.

 

사무실 건물에 도착해 아이스 아메리카노 한 잔을 카페에서 주문하고, 엘리베이터 버튼을 누른다. 엘리베이터는 총 3대, 버튼을 1개 누르면 적절한 엘리베이터 1대가 응답한다. 지문을 찍고 사무실 문을 열었다. 자리에 앉아 아이맥을 켰다. 메일함을 확인하고, 중요한 메일이 스팸함에 빠지진 않았는지도 확인한다. 지난밤 이슈는 없었는지, 동료들과 나눌 소소한 뉴스는 없는지 훑어본다. 업무 시간이 시작됐다. 이제 업무에 집중한다.

 

아침에 일어나 사무실에 출근해 업무를 시작하기까지 우리는 몇 가지 소프트웨어를 활용했을까? 알람, 날씨, 지하철, 음악, 웹툰, 엘리베이터, 애플워치, 메일, 뉴스. 글쎄, 이것뿐일까? 날씨 정보를 불러오기 위해 실제 날씨를 관측해야 했을 것이다. 지하철 노선과 승객 수에 따른 배차 간격, 음악을 만드는 데 사용했던 소프트웨어며, 카페에서 사용한 포스기, 뉴스를 작성하기 위해 기자가 사용한 소프트웨어까지. 자연스럽게 아침에 일어나 사무실에 출근하기까지 우리가 사용한 소프트웨어를 몇 개나 의식했을까?

 

"이제는 이 계산 시스템을 단순히 사용하는 것을 넘어 시스템이 어디를 가고 누구를 만나고 무엇을 생각할지 알려줄 거라고 신뢰하는 지경에 이르렀다."
『알고리즘이 욕망하는 것들』

 

당연하게 접하는 많은 화면 속 정보를 우리는 신뢰해도 괜찮을까? 어떤 정보를 신뢰해야 할까? 신뢰할 수 없는 정보는 어떻게 대응해야 할까? 신뢰란 뭘까?

 

"우리 대부분은 알고리즘 실용주의자들이 만든 세상에 살고 있다. 실제로 구글 같은 기업이 추구하는 목표와 스케일을 보면, 무엇이 문제인가 그리고 어떻게 해결할 것인가로 정의하는 알고리즘의 개념이 세상을 완전히 바꿀 수 있다고 믿는 것 같다."
『알고리즘이 욕망하는 것들』

 

이 글에서는 우리가 맹목적 신뢰를 보내는 알고리즘에 대한 이야기를 나눠본다.

 

 

우리가 만나는 알고리즘 그리고 데이터

 

알고리즘(algorithm)은 9세기 페르시아의 수학자인 무하마드 알콰리즈미(Muhammad al-Kwarizmi)의 이름을 라틴어화한 algorismus에서 따온 말이다.

 

알고리즘은 간단히 "어떤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절차, 방법, 명령어들의 집합" 정도로 설명할 수 있는데, 로켓을 쏘아 올리는 거대한 알고리즘부터 구글의 검색 알고리즘, 페이스북 타임라인 알고리즘, 네이버 실시간 검색어 알고리즘 등 사람이 계산할 수 없는 문제를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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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JTBC 치킨집 창업 알고리즘. / JTBC

 

 

하지만 꼭 대단한 계산만을 알고리즘이라 하진 않는다. 치킨 배달을 A, B, C 고객에게 할 경우 최단 거리를 계산하는 것도 알고리즘이라 할 수 있고, 당장 오늘 점심으로 뭘 먹을지 계산하는 것도 알고리즘이라 할 수 있다. 오늘 먹을 저녁 식사를 미리 정해뒀다면, 자신의 저녁 식사 선택 알고리즘이 구동된 결과라고 볼 수도 있다.

 

많은 비즈니스 맨이 알고리즘을 활용해 사업화에 나섰다. 잘 짜인 알고리즘은 막강한 힘을 가지며, 더 나은 선택을 가능케 한다. 알고리즘을 활용한 혁신 기업으로 <넷플릭스>를 꼽지 않을 수 없다.

2016년 1월 6일, 리드 헤이스팅스 넷플릭스 CEO는 130개 국가 대상 글로벌 스트리밍을 개시해 '새로운 글로벌 인터넷 TV 네트워크'를 서비스한다고 발표했다.

 

"이 서비스가 개시됨으로써, 싱가포르에서 세인트피터즈버그에 이르기까지, 샌프란시스코에서 상파울루에 이르기까지, 전 세계 고객들은 TV 쇼와 영화를 기다릴 필요 없이 동시에 즐길 수 있게 됩니다. 인터넷에 힘입어 우리는 언제 어디서나 어떤 기기에서든 시청할 수 있는 권한을 고객의 손에 쥐여주게 됐습니다."
『알고리즘이 욕망하는 것들』

 

넷플릭스를 강하게 만든 것은 알고리즘 그리고 알고리즘을 만든 것은 바로 데이터다. 넷플릭스는 스트리밍 서비스로 인해 고객이 특정 콘텐츠를 어떻게 시청하는지, 선택하는 데 얼마나 많이 망설이는지, 얼마나 자주 멈추거나, 앞으로 돌리거나 뒤로 돌리거나 하는지까지 상세하게 알 수 있다. 이 데이터가 넷플릭스를 강하게 만들었다.

 

넷플릭스는 데이터를 활용해 사용자 원하는 콘텐츠를 추천하고, 심지어 콘텐츠를 만들었다. 넷플릭스는 데이터로 사용자를 노트북 앞에서 벗어나지 못하게 했다. 방대한 데이터로 서비스 앞에 묶어뒀다. 그게 넷플릭스의 목적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넷플릭스가 다른 목적을 가지게 되면 어떻게 될까? 데이터를 가진 자가 다른 생각을 하면 어떻게 될까?

 

 

알고리즘의 무서움, 페이스북의 영향력

 

스마트폰에 푹 빠져 멍하니 쳐다만 보는 아이를 본 적이 있을 것이다. 그 시간을 활용해 허겁지겁 식사하는 부부를 보자면 안쓰럽지만, 가벼운 걱정이 빠르게 스쳐 지나간다. '저 아이, 벌써 스마트폰에 빠져도 괜찮은 걸까?'

 

"인간이 정신을 기계에 맡긴 역사는 오래전에 시작됐으며, 생각과 기억을 바위에 새기는 것에서부터 파피루스, 석판, 밀랍 판, 사진, 하드 드라이브를 거쳐 이제는 인터넷 가상공간 저장 서비스를 이용하는 데까지 이르렀다. 인간의 기억을 기술 차원으로 확장함으로써 과거 어느 때보다도 훨씬 더 많이 '기억'할 수 있으며 실제로 인간의 생물학적 기억력을 기술로 대체함으로써 정보 자체보다 정보에 접근하는 방법에 집중할 수 있게 됐다."
『알고리즘이 욕망하는 것들』 중

 

플라톤은 기억력과 이해력 대신 쓰는 것에 의존하면 정신적 역량이 감소할 수 있다며 문자를 비판하기도 했다. 소프트웨어 알고리즘을 편히 사용하며 귀찮은 많은 걱정을 생각하지 않아서 좋긴 하지만, KT 아현 화재 사건 등을 경험할 때면 우리가 경험하는 많은 것이 어쩌면 한 순간에 사라질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바이첸바움은 사람들이 유효 계산 가능성의 범주에 들어오는 것은 무엇이든 완전히 파악하려는 데 집착해 그 뒤에 무엇이 있는지 보지 못할 뿐 아니라 계산의 결함을 이해하거나 논의할 역량도 약화됐다고 말한다. 진정한 깨달음을 얻고자 지식을 추구하던 목적론을 더 부차적인 차원의 계량화와 예측 가능성에 대한 추구로 대체한 나머지, 지식과 의미, 절차와 목적을 혼동한다."
『알고리즘이 욕망하는 것들』

 

소프트웨어 전문지 <마이크로소프트웨어> 기자로 일하며 개발자 수백 명을 만났다. 좋은 필자를 찾고, 정보를 들으려면 그들과 늘 연결돼 있어야 했다. 그런 면에서 내게 SNS는 정말 감사한 도구였다. 특히, 페이스북을 무겁게 사용했는데 스스로 페이스북 활동이 업무라 생각하며 열심히 활동했다.

 

그러던 중 지난해 말 극심한 스트레스에 눌렸다. 알람을 꺼뒀는데도 10분이 멀다 하고 쌓이는 SNS 반응을 확인하지 않으면 안 되는 상황이었다. 타임라인에 올라오는 정보 하나, 하나를 놓칠 수 없었고 나는 늘 온라인에 있었다. 그들의 타임라인에 내 모습이 보이도록, 그래서 <마이크로소프트웨어>가 그들의 곁에 있도록 하고 싶었다. 페이스북 알고리즘의 어깨에 올라타 그들의 곁에 머무르고 싶었다.

 

"알고리즘, 즉 코드가 의도한 의미가 있다는(그래서 어떤 식으로든 알 수 있다는) 사실로 인해, 때때로 우리의 경험은 프로그램에 맞게 구조화된다. 게임을 할 때 우리는 게임의 알고리즘을 리버스 엔지니어링 하는 셈이라고 할 수도 있으며 최소한 그 프로그램에 우리의 행동을 맞추려 하게 된다."
『알고리즘이 욕망하는 것들』  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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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페이스북 앱을 지우고…2주 동안의 변화. / 오세용닷컴

 

 

극심한 스트레스에 시달린 나는 결국 페이스북 앱을 아이폰에서 지웠고, 노력 끝에 페이스북 알고리즘의 영향력에서 벗어날 수 있었다. 페이스북은 필자들과 한 공간에서 연결되기에 정말 좋은 공간이다. 하지만 그 편리함 이면의 단점이 너무도 컸다.

 

좋은 필자를 구하기 위해 많은 필자와 연결되는 것은 좋은 선택이지만, 모든 예비 필자와 연결된다고 해서 좋은 필자를 구할 수 있는 것은 아니었다. 나는 페이스북 포스팅이 아닌 기사로 필자들과 연결되기로 했고, 온라인에서 여러 명보다 오프라인에서 한 명에 집중하기로 했다. 편리함을 잃었지만, 필자를 만날 수 없던 것은 아니다.

 

페이스북은 한 가지 예일 뿐, 스스로가 어떤 알고리즘에 중독되고 있는지 유의할 필요가 있다.

 

 

생각해볼 문제

 

삶 깊숙이 들어온 알고리즘을 떨쳐내기란 쉽지 않다. 더욱이 인프라가 잘 조성된 우리나라에서는 더더욱 힘들다. 어쩌면 그저 순응하고 이를 이용하는 게 현실적인 방법일지도 모른다.

 

"사람들은 기계에 대고 말할 때 평소와 다르게 말하고 기계가 더 잘 이해할 수 있는 방식으로 해시태그를 업데이트하고 자기 일에 대해 설명할 때 검색하기 쉬운 용어를 사용하려는 경향이 있다."
『알고리즘이 욕망하는 것들』  중

 

하지만 아직 우리에겐 기회가 있다. 많은 정보와 제안이 쏟아지지만 결국 선택은 우리의 몫이다. 알고리즘이 제공하는 많은 정보를 많은 사람이 제공하던 정보와 비교하면, 사실 세상은 크게 달라지지 않았을지도 모른다. 자연이 보내던 신호가 디지털 신호로 바뀌었을 뿐일지도 모른다.

 

앞으로의 세상을 내가 바꾸긴 어려울지도 모른다. 하지만 앞으로의 나는 내가 지켜나갈 수 있지 않을까?

 

 

* 참고자료

 

● 알고리즘이 욕망하는 것들, 한빛미디어
https://ko.wikipedia.org/wiki/알? 리즘
https://terms.naver.com/entry.nhn?docId=3597402&cid=58598&categoryId=59316
http://ohseyong.com/?p=1933

 


 

 

알고리즘이 욕망하는 것들에드 핀 저/이로운 역 | 한빛미디어
알고리즘의 기원부터 알고리즘적 상상력, 알고리즘의 미학까지, 수학 논리로만 생각했던 알고리즘을 인문학적 관점에서 살필 수 있다. 우리 사회에 널리 퍼져 있는 알고리즘의 의미를 탐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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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고리즘 #알람 #선택 #시스템 #eBoo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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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세용(글 쓰는 감성 개발자)

6년간 안드로이드 개발자로 일했다. 도밍고컴퍼니를 창업해 뉴스 큐레이션 서비스 <도밍고뉴스>를 만들었다. 소프트웨어 전문지 <마이크로소프트웨어>에서 개발하는 기자, ‘개기자’로 일했다. 지금은 백엔드 개발자로 일하고 있다. <따뜻한 커뮤니티 STEW>에서 함께 공부한다. http://bit.ly/stewor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