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 말고 도서관이 주목받으면 좋겠어요
도서관 여행을 하니 부럽겠다는 말도 이따금 듣곤 하는데, 그럴 때마다 이렇게 반문합니다. “넌 네 해외여행 일정 며칠 빼서 도서관 갈 수 있어?” 그럼 다들 슬그머니 꼬리를 내립니다.
글ㆍ사진 출판사 제공
2019.06.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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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 말고 도서관이 주목받았으면 좋겠어요.” 저자의 사진이 필요하다는 말에 끝끝내 자기 사진 대신 도서관 사진을 내놓는 저자가 있다. 도서관 덕후, 자칭 한국도서관계의 F4이자 도서관책을 편집하고 발행한 출판사 대표, 지난달부터는 도서관책의 저자가 된 임윤희 나무연필 대표다. 이 책의 독자들은 한결같이 “책을 보고 도서관에 대해 다시 생각하게 되었어요”, “도서관에 대한 고정관념을 버리게 해 준 책입니다”와 같은 반응을 보인다. 아직 저자의 자리가 어색하다는 그는 책 덕분에 누군가가 도서관에 관심을 가지게 되었다면 그걸로 충분하다고 말한다.

 

외국 여행 중에 우연히 들어간 공공도서관에 반해 20여 년째 도서관 여행을 하고 있다는 그는 전 세계 다양한 도서관을 견학하고 주변 도서관을 살피며 느낀 도서관에 대한 여러 가지 생각을 차곡차곡 정리해  『도서관 여행하는 법』  이라는 작은 책을 써 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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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주 이용하는 도서관이 더 좋아지는 것

 

편집자로 책을 만들다가 저자로서 책을 낸 소감이 궁금합니다. 어떻게 출발한 책인가요?

 

조성웅 대표의 제안으로 시작된 일입니다. 제가 마감이 없으면 못 쓴다고 버텼더니 『시사인』에 연재를 꽂아 주어서(!) 매주 원고를 썼습니다. 연재를 끝낸 뒤 출판사의 속을 썩이며 원고를 뭉개고 있다가 더 이상 미룰 수 없겠다 싶었을 때 간신히 원고를 넘겼습니다. 표지에 이름이 걸리는 필자의 자리보다 판권면에 이름이 적히는 편집자 혹은 발행인의 자리가 저로서는 더 오래 해 온 일이고 나름 자부하는 일이기도 합니다. 그러니까 필자 자리에 앉아 좌불안석하며 초짜 티를 팍팍 내고 있는데, 과연 여기에 적응할 수 있는 사람일지 저 스스로가 심히 의심스럽습니다.

 

책을 낸 후, 독자에게 가장 많이 들은 이야기는 무엇인가요?

 

출간 후에 사람들의 반응을 거의 듣지 못했습니다. 독자에 대한 불신이 아니라 그런 걸 확인하는 것 자체가 쑥스러워서 찾아보거나 하지 않았습니다. 다만 『시사인』에 연재할 때 줄곧 들었던 말이 생각납니다. “내가 만난 사서 선생님은 이상하던데? 내가 다니는 도서관은 네가 말하는 도서관이랑 완전 달라.” 그럴 때마다 웃으면서 답했습니다. “그런 경우를 내가 더 많이 봤겠니, 네가 더 많이 봤겠니? 내가 그래도 나름 도서관 덕후인데 말이야.”

 

좋지 않은 에피소드도 많이 품고 있지만, 더 생각해 보고 싶고 함께 나누고 싶은 이야기에 집중해서 쓴 글입니다. 그러니까 이 책은 사실에 기반했지만 프로파간다의 성격도 어느 정도 있습니다. 지금은 아직 어설프고 부족한 도서관일지 모르지만 나아질 수 있다는 생각을 하고 싶었습니다. 제가 “도서관의 세계에는 멋진 꿈이 있었다”라고 썼는데, 여기에서의 ‘꿈’이 바로 이런 거리감을 에둘러 표현한 단어일 겁니다.

 

해외여행을 많이 다닌다는 말을 들으실 것 같은데요?

 

도서관 여행을 하니 부럽겠다는 말도 이따금 듣곤 하는데, 그럴 때마다 이렇게 반문합니다. “넌 네 해외여행 일정 며칠 빼서 도서관 갈 수 있어?” 그럼 다들 슬그머니 꼬리를 내립니다.

 

제 해외 여행 횟수는 일반인에 비해 많은 편이긴 합니다. 해외에 거주하는 가까운 지인들이 많고, 동생 가족이 미국에 거주하고 있는지라 해외 방문이 잦습니다. 그럴 때 우선 그 동네 도서관과 대학 도서관을 이용하고요. 동생 가족이 여행을 좋아해서 낯선 곳에 함께 가는 경우가 많은데, 그럴 때마다 그 지역 도서관을 찾아본 뒤 구미 당기는 곳이 있으면 그곳에 저를 풀어 놓아 달라고 부탁합니다. 가족들은 책 만드는 사람은 으레 그런 줄 알고 있습니다. 그 외에 잠시 여행이나 출장을 갈 때 그 지역 도서관을 찾는 편입니다. 일부러 도서관만을 둘러보기 위해 여행한 것은 딱 한 번뿐입니다.

 

그 한 번의 경험도 궁금한데요.

 

저희 출판사의 필자 중 한 분이신 서경식 선생님이 현재 일본의 도쿄게이자이대학교에서 도서관장으로 재직 중이십니다. 제가 도서관에 관심이 많은 걸 아시고 작년에 선생님이 도서관에 초청을 해 주셨습니다. 그 김에 제가 선생님께 역제안을 해서 자칭 한국 도서관계의 ‘F4’를 모아서 도쿄에 방문했습니다. 저로서는 처음으로 시도해 본 도서관 단체여행이었는데, 매우 즐거웠습니다. “‘도서관’이라는 말을 꺼내면 500원씩 벌금을 내자”는 농담을 했는데, 그랬다가는 가산을 탕진할 분들과 도쿄 도서관을 둘러보았지요. 이와 관련한 책은 꼭 내 보고 싶습니다. 저를 빼고 모두 전문가들이 포진한, 일종의 도서관 여행 실전편이라 할 수 있을 겁니다.

 

도서관에 가서 무얼 봐야 할지 모르겠다는 분들께 조언을 해주신다면요.

 

“아는 만큼 보인다”는 말이 있지요. 17년 전 도서관에 들렀다가 메모해 둔 글을 최근에 다시 읽을 기회가 있었는데, 그때는 저 역시 아는 게 별로 없었더군요. 물론 지금도 모르는 게 많지만요. 이번 책은 이론편에 가깝습니다. 근데 이론을 알아도 다른 지식이 부족하면 도서관 여행의 재미가 없을지도 모릅니다. 실제로 『시사인』에 연재할 당시 제 원고의 담당기자가 일본 여행을 갔다가 도서관을 둘러봤는데, 반응을 보니 꽤나 밋밋했던 모양입니다.

 

돌이켜보면 제가 도서관을 둘러보면서 안목을 키울 수 있었던 것은 책과 사서 덕분이었습니다. 특히 사진이 많이 수록된 도서관 관련 책들을 오랫동안 꾸준히 읽었습니다. 제 질문들에 답해 주고 저를 안내해 준 사서 선생님들을 만나게 된 것도 큰 도움이 되었습니다. 요즘은 시대가 좋아져서 도서관 홈페이지 견학(!)도 자주 합니다. 너무 재미난 게 많아서 시간 가는 줄 모르고 하염없이 서핑을 하는 날도 있습니다. 물론 여기에 실전 경험이 보태질 때, 뭔가 보입니다. 정말 보입니다.

 

책을 추천한다면 조금주 선생님의  『우리가 몰랐던 세상의 도서관들』  을 권하고 싶습니다. 제가 만든 책인지라 좀 쑥스러운 자천이긴 하지만, 세계 도서관의 최신 흐름을 가장 잘 담고 있는 책이라고 자부합니다. 제가 많이 돌아다녔던 미국 도서관의 실제를 보고 싶으시다면,  『공공 도서관』  이라는 책도 추천합니다. 미국 도서관에 대한 사진과 역사가 가득 담겨 있는 멋진 책입니다.

 

책에서 사서에 대해 거듭 강조하신 게 인상적입니다. 한국 사서분들께 꼭 해 주고 싶은 이야기가 있다면 말씀해 주세요.

 

번데기 앞에서 주름 잡아서 죄송합니다. 저로서는 제일 민망한 독자가 사서입니다. 업계에서는 다 아는 이야기를 풀어 놓고서 괜스레 제가 주목받을까봐 몸 사리고 있습니다.

 

저는 사서와 편집자가 친연성이 있다는 생각을 자주합니다. 사서가 없으면 도서관이 안 굴러가듯이, 편집자가 없으면 책은 만들어지지 않습니다. 사서가 알고, 편집자가 압니다. 남들은 잘 모르지만요. (웃음) 사서 선생님들에게 종종 이런 얘기를 듣습니다. “쉴 때 도서관에 가면 마치 일하러 간 것 같아서 별로예요.” 편집자들도 쉬는 날 책 읽으면서 오탈자가 보이면 대체 내가 왜 이러고 있나 싶습니다. 하지만 이용자로서의 경험을 포기하지 않으시길 바랍니다. 저는 그게 더 좋은 도서관을 만드는 데 좋은 동력이 될 거라고 생각합니다. 물론 책 만드는 사람으로서 저도 책 읽기를 포기하지 않을 생각입니다.

 

마지막으로 이제까지 둘러보신 여러 도서관 중에서 가장 좋아하는 도서관에 대해 이야기해 주세요.

 

좋아하는 도서관을 말하라면 정말 한 군데를 꼽기 어렵고요. 책에는 밴쿠버 공공도서관이라고 써 놓았지만, 이게 시시때때로 바뀝니다. (웃음) 게다가 도서관 여행의 특징이기도 한데, 도서관은 계속 변화, 발전합니다. 최근에도 한 도서관을 2년 만에 방문했다가 정말 깜짝 놀랐습니다. 원래 좋았는데 2년 만에 이렇게 더 많이 좋아졌다니, 대체 얼마나 더 좋아질 수 있는 거야 싶었습니다.

 

결국 제가 바라는 것은 제가 가장 자주 이용하는 도서관이 더 좋아지는 것입니다. 그것이 내 삶을 나아지게 할 뿐만 아니라 나와 같은 지역에 살아가는 이들의 삶을 나아지게 할 겁니다. 다만 그 나아짐이 ‘나 좋자고’에만 갇혀 있지는 않길 바랍니다. 직접적으로 나에게 도움되는 서비스는 아닐지언정 내가 함께 살아가는 다른 이들을 위한 서비스가 강화될 때, 도서관이 그런 시각으로 현재와 미래를 준비할 때 격려하고 응원해 주는 도서관 이용자가 늘었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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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벤쿠버 공공도서관

 

나에게는 첫사랑 같은 도서관, 캐나다에 있는 밴쿠버 공공도서관. 밴쿠버의 메인 스트리트에 있는 이 도서관은 콜로세움을 닮은 외관이 독특해서 자연스레 관광객의 눈길을 끈다. 이 건물을 설계한 건축가 모셰 사프디가 지은 또 다른 도서관인 솔트레이크시티 공공도서관도 가 보았는데, 정말 이 도서관과 이란성 쌍둥이 같은 느낌마저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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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워쇼 카운티 도서관

 

미국 네바다주 리노의 다운타운에 있는 워쇼 카운티 도서관. 공원 안에 있는 쾌적한 도서관을 꿈꿨던 건축가 휴이트 웰스는 이 도서관을 설계하면서 부지의 특성상 그 꿈을 이룰 수 없게 되자 도서관 내부를 공원처럼 만들어 버렸다. 수백 그루의 크고 작은 식물이 가득 들어찬 이 독특한 도서관은 리노의 명물로 자리 잡았다. 사진을 보여 주었을 때 가장 많은 사람들이 탄성을 자아냈던 도서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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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타마미술대학 도서관

 

일본 도쿄의 타마미술대학 하치오지 도서관. 내가 유일하게 도서관만을 둘러보기 위해 여행 갔다가 만난 곳이다. 프리츠커상을 수상한 건축가 이토 토요가 설계했는데, 예술대학의 도서관답게 자유로운 풍취가 물씬 느껴진다. 사진의 모습은 1층의 전시 공간인데, 한 학생이 누워서 생각에 잠겨 있다. 이런 데 누워 있다 보면 멋진 예술품이 절로 구상될 것만 같지 않은가.

 

 

*임윤희

 

도서관 열혈 이용자. 문헌정보학 전공자나 전문가는 아니지만, 외국에 나갈 때마다 생선 가게를 지나치지 못하는 고양이마냥 도서관을 기웃거리는 일을 20여 년 해 왔다. 물론 한국 도서관도 좋아하는데, 그중 제일 좋아하는 곳은 지금 살고 있는 동네의 도서관이다. 평범한 도서관이지만 제일 정들었고 가장 마음 쓰는 곳이다. 현재 지역 도서관의 운영위원으로 활동하면서 좋은 도서관을 만드는 데 아주 조금 힘을 보태고 있다.

 

본업은 책 만드는 일로, 나무연필이라는 작은 출판사를 운영하면서 논픽션을 펴내고 있다.

 

 


 

 

도서관 여행하는 법임윤희 저 | 유유
지역 도서관의 운영위원이 된 ‘도서관 덕후’가 전 세계 다양한 도서관을 여행하고 변화하는 주변 도서관을 살피며 느낀 도서관에 대한 여러 가지 생각을 담아낸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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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에서 제공한 자료로 작성한 기사입니다. <채널예스>에만 보내주시는 자료를 토대로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