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은경 “프로 작가가 되고 싶으면, 이것만큼은”
오해 없는 문장을 쓰는 비법은 멀리 있지 않습니다. 내 의사를 전달하기 위해 꼭 필요한 요소들만 남기면 돼요. 즉 기본을 잘 지키는 거죠. 이건 문장을 쓸 때뿐 아니라 모든 분야에서 마찬가지일 겁니다.
글ㆍ사진 출판사 제공
2019.07.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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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을 읽는 사람은 점점 줄고 있지만 내 이름 석 자가 박힌 책을 내고 싶어 하는 사람은 더 늘고 있다. 그중에서도 진짜로 ‘저자’가 되는 사람 또는 이른바 ‘작가’로 성공하는 사람은 소수. 각자에게 책을 낼 기회가 언제 찾아올지 모르지만 그 기회 앞에 쫙 펴진 레드카펫을 깔아주는 것은 단연코 글의 내공이다. 이제, 당신 글의 내공을 차근차근 쌓아 올려줄 신간  『내 문장은 어디서부터 고쳐야 할까?』 , 그리고 이 책의 저자이자 많은 예비 작가들의 ‘문장 코치’ 김은경 작가를 만나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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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세이를 써보고 싶으세요?』  에 이어 두 번째 책을 쓰셨는데요. 이번 책은 어떤 책인지 아주 주관적인 소개 부탁드릴게요.

 

『내 문장은 어디서부터 고쳐야 할까?』  는 셀프로 문장을 다듬는 팁들을 담은 책입니다. 글을 쓸 때 ‘로서’와 ‘로써’, ‘되다’와 ‘되다’ 등 맞춤법이 중요하다는 이야기들을 많이 하는데 편집자의 시선으로 문장을 보면 맞춤법보다는 구조가 더 문제일 때가 많거든요. ‘맛춤법’ 같은 단순 오타는 사전만 찾아보면 올바르게 고칠 수 있고, 보는 사람도 저것이 ‘맞춤법’의 오타라는 걸 쉽게 눈치채지만 문장 자체가 문제라면 소통이 안 되니까요.

 

문법 설명도 최소한으로 넣었어요. 글쓰기 강사로 활동하다 보니 수강생분들에게 문법을 알려드린 적이 있는데 그렇게 가르쳐드려도 한계가 있더라고요. 우리는 정말 다양한 문장을 쓰니까 배운 걸 내 문장에 즉시 적용하기도 어렵고, 정작 필요할 때는 기억이 안 나기도 하고요. 그러다 보니 암기용 문법을 알려주는 것보다 이 문장이 왜 어색한지 같이 추론하고, 이렇게 저렇게 고쳐보면서 문장 보는 안목을 키워드리는 게 장기적으로 훨씬 도움이 된다는 것을 깨달았습니다. 그래서 ‘조사’, ‘부사’ 등 복잡한 문법 이야기는 최대한 생략하고 문장 중 어느 부분을 유심히 봐야 하는지, 그리고 그것을 어떤 식으로 고쳐야 하는지를 적었어요.

 

문법을 몰라도 좋은 문장을 쓸 수 있다니, 솔깃해지는데요. 어떤 식으로 설명하신 건지 궁금해요. 몇 가지 예를 들어주실 수 있나요?

 

예를 들어 ‘건물 밑에서 쓰러진 사람을 발견했다’라는 문장은 언뜻 틀린 구석이 없어 보이지만 저대로 그림을 그려보면 의외의 장면이 나올 거예요. ‘건물 밑’이라는 건 ‘건물 지하’라는 뜻이거든요. 이 문장대로라면 사람이 건물 지하에 매몰되어 있는 거예요. 매몰된 사람을 발견할 일은 살면서 거의 없겠죠. 아마 ‘건물 앞에서 쓰러진 사람을 발견했다’ 뭐 이런 것을 쓰고 싶었을 텐데 글자를 하나 잘못 쓰는 바람에 의도한 바와 완전히 다른 문장이 되었죠. 이렇게 미묘하게 틀어진 문장을 읽으면 누군가는 분명 헷갈릴 겁니다. 또 마트에서 물건을 고르다 보면 ‘OO 성분이 모발의 손상을 보호해준다’라는 제품 소개도 종종 보는데 이것도 미묘하게 잘못된 문장이에요. 이 문장대로라면 ‘손상모를 보호해주는 제품’이라는 뜻인데 어떤 기업에서도 손상모를 유지, 보호하기 위해 제품을 만들지는 않겠죠. ‘OO 성분이 모발의 손상을 막아준다’ 뭐 이런 걸 의도했을 텐데 한국인이라는 이유로 의심 없이 자신만만하게 쓰면 이런 치명적인 결과를 낳기도 한답니다.

 

이런 미묘한 오류를 저절로 알아채기는 쉽지 않으므로 예문을 최대한 많이 넣어서 잘못된 부분을 같이 예상해보도록 구성했어요. 이렇게 한 권 내내 문장을 의심하고 고치는 연습을 하면 자신이 쓴 문장에서도 어디가 잘못되었는지 보일 테니까요.


이 책에서 가장 중요하게 여기는 부분이 있나요? 또는 ‘이 얘기만은 꼭 하고 싶었다’ 하는 부분은?

 

‘쓸데없는 것을 모두 삭제한다.’

 

편집자라면 누구나 이 말을 알 거예요. 교정 교열의 가장 기본 원칙으로, 실제로 우리가 쓰는 문장에는 군더더기가 꽤 많거든요.

 

이런 디테일이 제품을 살려주는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다.


이런 디테일이 제품을 톡톡히 살려주고 있다.

 

어떻게 이런 일이 가능할 수 있었을까.


어떻게 이런 일이 가능했을까.

 

위 예시를 보면 두 번째 문장이 더 쉽고, 빠르게 이해할 수 있잖아요. 오해 없는 문장을 쓰는 비법은 멀리 있지 않습니다. 내 의사를 전달하기 위해 꼭 필요한 요소들만 남기면 돼요. 즉 기본을 잘 지키는 거죠. 이건 문장을 쓸 때뿐 아니라 모든 분야에서 마찬가지일 겁니다. 쓸데없는 잡념에 휩싸여 있으면 정작 집중해야 할 것을 놓쳐버리잖아요. 글쓰기에 관심이 없는 분들이라도 저 문장을 기억하고 계시면 좋을 것 같아요. 위기 속에서 눈이 번쩍 뜨이는 순간이 올 겁니다.


이야기를 들어보니 디테일이 굉장히 살아 있는 책이라는 생각이 드는데요. 집필이 쉽지만은 않으셨을 것 같아요. 특히 어려웠던 점이 있다면 어떤 것들이었나요?

 

크게 두 가지가 있는데 하나는 예시로 쓸 틀린 문장을 찾는 것이 정말 어려웠어요. 혼자서 이렇게도 틀려보고 저렇게도 틀려보다가 그게 잘 안 되니 아파트 공지사항도 보고, 마트에 가서 제품 설명서도 읽고, 글쓰기 수업에 오신 수강생분들께 부탁해서 이 문장을 샘플로 써도 되냐고도 여쭤봤죠. 또 전반적으로 쉽게 가자고 책 콘셉트를 잡았으니 간단하고 명쾌하게 모든 걸 설명해야 하는데 그 과정에서 근본적인 법칙들이 왜곡되면 안 되니까요. 잘못 이야기한 건 없는지, 이 예문에 틀린 부분이 없는지 헷갈리는 것들을 모아서 국립국어원에 전화했던 기억이 나요. 하루에 서너 번씩 전화한 적도 있는데 언제, 무슨 내용을 묻든 정말 친절하시더라고요. 국립국어원에 계신 여러분, 정말 감사하고 또 존경합니다.


지난 1년 동안 강의를 정말 많이 하신 것 같아요. 작가님 강의는 그냥 듣기만 하는 게 아니라 작가님이 직접 수강생의 글을 첨삭해주는 등, 꼼꼼한 가르침을 받을 수 있다고 들었는데요. 강의를 하시면서 인상 깊었던 순간이나 수강생 이야기가 궁금해요.

 

요즘은 고등학교에서도 강의를 하고 있는데 학생들 수준이 높아서 매 시간 놀라요. ‘우리는 왜 관심받기 위해 남을 비난하는가’, ‘나는 인간이 되기를 꿈꾼다’ 등 생각지도 못한 주제와 문장 들이 줄줄 쏟아져 나오는데 그걸 듣고 있으면 ‘아, 어쩌면 이 교실에서 내가 제일 못난 사람일지도 모르겠다’ 하는 생각이 듭니다. 그런 생각을 하면서도 기분이 좋아요. 좋은 생각을 하고 좋은 글을 쓰는 사람들과 함께 있는 거니까요.

 

또 작년 여름 글쓰기 워크숍에서 만난 분이 있는데 처음에는 글에서 본인을 드러내는 걸 어려워하셨거든요. 그러다 보니 글 자체도 약간 희미했는데 서로가 쓴 글을 보며 웃고 떠들다 보니 그분 글이 점점 선명해지는 거예요. 4주간의 워크숍을 마치고도 중간 중간 제가 하는 다른 강의에 와서 피드백을 받아 갔는데 최근 기회가 생겨서 같이 글을 써보니 1년 전과는 완전히 다르더라고요. 누구도 따라 하지 못할 본인만의 문체와 주제를 완성한 거죠. 출판사에 있는 지인에게 소개했더니 바로 출판 계약을 해서 아마 내년쯤 책이 나올 예정이라고 합니다.


『에세이를 써보고 싶으세요?』  라는 책이 나오고 출판사 편집자에서 프리랜스 작가, 강사로 많은 변화가 있으셨는데요. 극적인 변화를 이루신 만큼 후일담이 궁금해요. 작가님처럼 활동하고 싶어 하는 많은 독자님들을 위해 한 말씀 부탁드릴게요.

 

일단 회사를 그만두기 전 시점부터 이야기해야 할 것 같아요. 되게 롱롱 스토리인데 제가 ‘김 대리’이던 시절, 한 작가님 소개로 부천의 작은 서점 ‘오키로미터’에서 글쓰기 강의를 시작했거든요. 새로운 뭔가를 시작한다는 게 좋아서 워크숍을 마치고 집에 와서도 강의 내용을 중얼거렸던 기억이 나요. 그래도 회사에 묶인 몸이니 나름 명분이 필요해서 “내가 만든 신간을 서점에 입고해준다면 강의를 하겠다”고 서점에 제안해서 당당하게 투잡을 뛰었어요. 회사를 그만두고 나서는 IT 회사로 이직을 준비했어요. 갑자기 회사를 그만둔 바람에 통장 잔고가 그리 넉넉하지 않았는데 취미 같았던 저 강의가 당시 유일한 수입처였기 때문에 폐강되면 정말 위험한 상황이었어요. 그래서 홍보 차원에서 제 SNS에 글쓰기 팁들을 하나씩 올리기 시작했는데 그 글들이 훗날 『에세이를 써보고 싶으세요?』의 샘플 원고가 되었죠. 신기하죠?

 

책을 내고 나니 더 많은 일들이 일어났어요. 일단은 예스24 팟캐스트 <책읽아웃>과 백영옥 작가님 라디오에도 나가고, 당인리책발전소, 문토, 창비학당, 카카오임팩트, 카우앤독, 각종 도서관과 초중고 등 정말 많은 곳에 강연을 다녔어요. <대학내일>에도 몇 회인가 글을 썼고, 올해 초에는 제6회 브런치북 프로젝트 심사도 했어요. 최근에는 다른 공모전 심사를 하나 더 마치고 그간 중단했던 글쓰기 워크숍들을 다시 시작했습니다. 아, 에어비앤비랑도 연이 닿아서 같이 뭔가를 해볼 예정이에요. 회사에 다니던 김은경에게는 오지 않았을 기회들이죠. 왜 이렇게 긴 이야기를 했느냐 하면, 이 모든 것은 회사를 다니면서 일탈 차 도전했던 글쓰기 워크숍에서 시작되었다고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그때 ‘에이, 귀찮은데 뭐 이런 걸 해’, ‘내가 이런 걸 할 수 있을까?’ 하고 거절했다면 아마 지금의 저는 없었을 거예요. 저처럼 활동하고 싶은 분이 있을지 모르겠지만 다른 미래를 꿈꾸고 싶다면 본인의 메인 활동 외 지금 할 수 있는 것을 조금씩 시작해보세요. 시작은 미약할지라도 반 스텝만 더 나가면 생각지도 못한 뭔가를 만나게 될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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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와. 정말 멋진 일들이 많이 일어났네요. 이번에 출간한 책 『내 문장에는 어디서부터 고쳐야 할까? 이후에도 더욱 활발하게 활동하실 것 같아요. 이번에는 어떤 변화를 예상하시는지, 그리고 끝으로 글 쓰는 독자님들께 응원의 한 말씀도 부탁드릴게요.

 

아무것도 예상하지 않습니다. 전작을 쓸 때 ‘이 책을 내면 작은 서점들을 돌아다니며 강의를 하겠지’라고 어렴풋이 예상했는데 위에도 적었듯 늘 그걸 뛰어넘는 행운들이 찾아왔으니까요. 그러니 무언가를 예상하기보다 지금은 눈앞에 닥친 것들을 열심히 하고 훗날 짠 나타난 뭔가를 기쁘게 받아들이려고요.

 

몇 년 전, 김하나 작가님이 술자리에서 이런 얘기를 하셨어요. “책은 배와 같으니 다 만들면 결과에 연연하지 말고 일단 흘려보내라. 그러면 결국은 누군가가 그 배를 타고 오더라”라고요. 아니, 술을 마시고도 저런 멋진 이야기를 하다니! 당시에는 그냥 되게 멋진 말이라고만 생각했는데 책을 내고 보니 저 말이 진리라는 것을 깨달았습니다. 물론 책이 아니어도 마찬가지일 거예요. 이 인터뷰가 저에게 누군가를 데려와줄지도 모르죠.

 

글 쓰는 독자님께도 저 말을 해드리고 싶어요. 자신이 즐거운 글을 쓰면서 이 글이 가져다줄 다음 스텝을 기쁜 마음으로 기다리시면 좋을 것 같습니다. 저도 간간이 외부 편집자로 일하고 있으니 언젠가 제가 여러분이 만든 배를 타고 다가온다면 반갑게 맞아주시기 바랍니다.


 

 

내 문장은 어디서부터 고쳐야 할까?김은경 저 | 호우
내 글을 좀 더 예쁘고 군더더기 없이 담백하게 다듬는 방법을 이야기한다. 내가 쓴 글이 어딘지 어색해 보이는 사람 등, 자신의 글과 문장을 무럭무럭 자라게 하고 싶은 독자들에게 따뜻한 햇볕 같은 책이 되어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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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에서 제공한 자료로 작성한 기사입니다. <채널예스>에만 보내주시는 자료를 토대로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