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잎과 연꽃씨
8월 하늘은 가을을 준비지만 여름의 열기로 달궈진 땅은, 그보다 천천히 여름을 지워가는 때가 이즈음이다. 이 시기에는 사람도 여름의 열기를 식혀가는 것이 좋다. 하지만 서두르면 탈이 나는 법. 천천히 그리고 은근히 여름 동안 달아오른 몸과 마음을 식혀야 한다. 이럴 때는 연(蓮)이 제격이다.
*연잎저육찜, 연은 무엇 하나 버릴 게 없는 여름 끝의 선물이다.
연잎저육찜
더위에 땀도 흘리고 진액의 소모도 많았으니 성질이 서늘한 돼지고기를 푹 삶아 열을 식히고 소모된 음혈을 채운다. 연잎 우린 물로 삶으면 그 향이 고기에 배여 풍미를 더하고, 육류 섭취로 인해 속에 습열이 쌓이는 염려를 덜 수 있어 좋다.
연잎저육찜 조리법
아름답고 무성했던 여름을 담은 꽃과 잎 그리고 그 열기로 빚어낸 열매와 뿌리로 연 잔치를 벌이며 뜨거웠던 여름을 추억해보자.
*연꽃차는 내 마음속 뜨거웠던 여름에 보내는 미소다
연꽃차
더위를 잘 견뎌낸 몸을 위한 음식을 먹었으니, 이제 마음을 살피자. 여름날 정성스레 따서 잘 말려둔 연꽃을 연잎을 우려낸 따뜻한 물에 띄워 다시 한번 피워낸다. 『동의보감』에 연꽃은 성질이 따뜻하고 독이 없는데, 마음을 안정시키고 몸을 가볍게 하며 얼굴을 늙지 않게 한다고 했다.
연꽃차 조리법
몸과 마음이 편안해지니 얼굴에 주름이 늘지 않는다는 의미일 것이다. 잎과 꽃의 기운을 듬뿍 머금은 차를 얼음으로 식혀 마시면 지난여름의 기억들이 마음속에 피어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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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의적절 약선음식고은정, 김형찬 저/류관희 사진 | 홍익출판사
지리산에서 제철음식 학교를 운영하고 청와대 관저의 전통 장을 담당하고 있는 요리연구가 고은정의 오랜 노하우가 곳곳에 묻어 있기에, 제철 식재료의 매력을 더욱 잘 느낄 수 있다.
고은정
여름아부탁해
2019.08.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