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준일의 미소 - 겸손하되 비굴하지 않고 자존감이 높되 모두에게 친절한
오랜 세월 그를 기다려 온 팬들은 예전부터 알고 있었던 사실을, 당대에 그를 발견하지 못했던 이들은 유튜브와 <슈가맨>를 통해 뒤늦게 발견했다. 그리곤 생각했을 것이다. 왜 저런 사람을 이제야 알게 된 거지?
글ㆍ사진 이승한(TV 칼럼니스트)
2020.01.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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냉정하게 이야기해 볼까. 3번째 시즌을 맞이한 JTBC <투유 프로젝트: 슈가맨>에 출연했던 1990년대 스타 중, 노래로든 춤으로든 양준일보다 더 주목할 만한 무대를 남겼던 사람들은 많다. 그 사실은 양준일도 그의 팬들도 모두 알고 있으리라. 그렇다면 사람들은 왜 그렇게 양준일에게 환호한 걸까? 사람들이 새삼 발견한 건 ‘싱그러운 행복’이었다. 각이 날카롭게 살아있다고 생각하는 순간 다시 물처럼 유연하게 흐르며 틀을 깨고 나가 느낌대로 움직이는 팔다리의 선이나, 무대 위에서 춤을 추면서 너무도 기쁘게 웃는 앳된 미소 같은 것들은 확실히 보는 이의 눈을 잡아 끈다. 베스트가 아니면 좀 어때. 자기가 자기 느낌대로 나름의 무대를 꾸미며 저렇게 생생한 행복을 뿜어 내는데. 춤과 노래가 재능과 노력을 모두 필요로 하는 것과 달리 기쁨과 행복을 전염시키는 능력은 온전히 타고난 재능의 영역이다. 오랜 세월 그를 기다려 온 팬들은 예전부터 알고 있었던 사실을, 당대에 그를 발견하지 못했던 이들은 유튜브와 <슈가맨>를 통해 뒤늦게 발견했다. 그리곤 생각했을 것이다. 왜 저런 사람을 이제야 알게 된 거지?
 
그것뿐이었다면 사람들이 이처럼 양준일에게 열광하는 일은 없었을 지 모른다. 방송 후 잠시 반짝하고 실시간 검색어 순위에 오르내리다 금방 다른 이슈들로 관심을 돌리는 세상의 변덕 앞에서 슬그머니 잊히는 수순을 밟았겠지. 사람들이 양준일에게 확실하게 매료된 건 기쁨을 송두리째 빼앗기고도 무너지지 않은 그의 강인함을 보았기 때문이다. 양준일은 가수로 평가받을 기회를 잃은 뒤에도 행복해지길 포기하지 않았다. JTBC 특집 슈가맨 <양준일 91.19>에서, 양준일은 집안 형편이 어려워지고 자신도 가수 활동을 계속할 수 없게 되었던 시절 미국에서 옷을 떼어 와 한국에서 팔았던 시절을 회고했다. 자본이 없어 다른 브랜드들처럼 물량을 한 번에 대량으로 확보할 수 없었다고 겸허하게 말하면서도, 자신이 옷을 보는 안목이 예리해서 조금씩 보낸 옷들이 매번 압구정동 백화점에서 불티나게 팔렸다는 사실을 굳이 숨기지 않는 모습은 그가 인생을 대하는 태도를 함축한다. 양준일은 세상의 평가와 삶의 고난 앞에서 겸손함을 잃지 않는 사람이지만, 그렇다고 자긍을 버리고 자기 자신의 값어치를 부정하는 사람은 아니다. 그는 불행 속에서도 자신을 사랑할 이유를 찾아낸다. 자존감이 높으면 무례하기 쉽고, 겸손하면 비굴해지기 쉽다. 겸손하되 비굴하지 않고 자존감이 높되 모두에게 친절하다는 이 보기 어려운 조합이 바로 양준일인 것이다.
 
사람들은 여러 가지 이유로 연예인과 사랑에 빠진다. 춤 솜씨, 아름다운 외모, 훌륭한 패션감각, 듣기 좋은 노래… 그러나 이 모든 것들은 세월이 지나면 자연스레 시들기 마련이다. 모든 게 예전 같지 않게 된 순간 마지막까지 남는 건 ‘사람’이다. 이 사람이 얼마나 따뜻하고 향기로운 사람인가. 얼마나 사랑할 만한 가치가 있는 사람인가. 2019년 말 대한민국이 양준일에게 열광한 건 바로 그에게서 ‘사람’을 보았기 때문이었다. 그러니, 양준일의 이번 컴백은 아마 그와 우리 모두의 예상보다 더 오래 가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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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준일 #겸손 #자존감 #슈가맨
21의 댓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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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rokey79

2020.03.04

yes24양준일초판본 제품포장이 쓰레기d^^b 피해 보상도 엉망 김석환 대표 직접 사과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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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oondong

2020.02.11

우리가 양준일님에게 빠지는 매력일거같아요. 사람의 매력.
노래, 춤과 같은 연예인의 매력에 아름다운 사람이구나 싶은 양준일 사람에 대한 매력.
사람들의 마음을 울리는 거 같습니다.
좋은 글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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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mj761

2020.02.04

절대적으로 공감이 가는 글입니다. 제가 느끼는것과 똑같은....거품이 아니고 롱런했으면 좋겠다는 생각입니다. 요란하지 았고 수명이 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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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승한(TV 칼럼니스트)

TV를 보고 글을 썼습니다. 한때 '땡땡'이란 이름으로 <채널예스>에서 첫 칼럼인 '땡땡의 요주의 인물'을 연재했고, <텐아시아>와 <한겨레>, <시사인> 등에 글을 썼습니다. 고향에 돌아오니 좋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