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경록 “은퇴 앞둔 사람들이 가장 걱정하는 것은”
50대 후반 정도에 접어들면 사회에서 가지고 있던 지위들, 사회적 관계들이 다 떨어져나가게 됩니다. 마치 나무에서 잎이 우수수 다 떨어지고 가지와 둥치만 남은 것 같이 벌거벗게 된다는 것입니다. 그런 게 두려운 거죠.
글ㆍ사진 임나리
2020.01.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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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벌거벗을 용기』 는 한겨울의 참나무에 대한 이야기로 시작된다. 무성했던 잎을 다 떨구고 둥치와 줄기만 남아있는 그 모습에서 노년의 삶을 엿본다. 인생의 후반전은 꽃과 잎을 자랑하며 살 수 없는 시기이고, 그렇기에 “벌거벗은 모습이 아름다워야 할 때”라는 깨달음을 전한다. 겸허한 수용이되 낙담은 아니다. 겨울의 앙상한 나무도 봄이 오면 꽃을 피우듯, 잘 준비된 노년기에는 ‘다시 한 번 나를 꽃피울 수 있는’ 기회가 찾아오는 까닭이다. 그때를 위해 지금의 우리가 갖춰야 할 삶의 근간은 무엇인가. 『벌거벗을 용기』 는 성찰, 관계, 자산, 업(일), 건강의 5가지 요소를 꼽는다. 그것들을 견고하게 만듦으로써 벌거벗은 몸이 아름다울 수 있는 방법에 대해 말한다.

 

김경록 저자는 '미래에셋 은퇴연구소'를 이끌며 고령 사회, 노후 자산 관리에 대해 연구해왔다. 보고서와 강의, 교육, 유튜브, 팟캐스트 등을 통해 연구 결과를 알리고 있다. 동시에 경제학자이자 은퇴 연구 전문가로서 각종 언론 매체에 글을 쓰고 자문을 하고 있다. 미래에셋자산운용 채권운용최고책임자, 미래에셋캐피탈 대표이사, 매레에셋자산운용 경영관리부문 대표를 역임했으며, 지은 책으로 『인구구조가 투자지도를 바꾼다』 , 『폭발하는 글로벌 중산층, 투자의 지도를 바꾼다』, 『1인1기』 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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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퇴 앞둔 사람들이 가장 걱정하는 ‘이것’


노년을 ‘벌거벗는 시기’로 보셨는데요. 무엇을 벗는다고 생각하세요?


우리 존재에 있어서 비본질적인 거라고 생각하시면 됩니다. 건강이라든지 가족과의 관계, 사람들과의 관계는 본질적인 것이라고 할 수 있고요. 사회에서의 지위나 엄마로서의 지위 같은 것들은 비본질적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50대 후반 정도에 접어들면 사회에서 가지고 있던 지위들, 사회적 관계들이 다 떨어져나가게 됩니다. 자녀들이 독립하면서 엄마로서의 지위도 떨어져나가고요. 한편으로는 책임에서 해방된 것 같지만, 텅 빈 것 같은 허전함을 느끼게 됩니다. 마치 나무에서 잎이 우수수 다 떨어지고 가지와 둥치만 남은 것 같이 벌거벗게 된다는 것입니다. 그런 게 두려운 거죠. 그렇지만 명예, 지위, 사회적 관계들을 벗어버릴 수밖에 없습니다. 그런 비본질적인 것들에 가려져서 지금까지 살아왔다면, 이제는 자신의 본질만 남게 되는 겁니다.

 

미래에셋은퇴연구소에서 조사한 바에 따르면, 대부분 자신의 예상보다 일찍 은퇴를 맞았다고요.


네, 2~3년 정도 빨리 은퇴를 합니다. 54~55세 정도인데요. 시간이 흐른 뒤에는 지금과 다를 겁니다. (현재 은퇴 시기에 있는) 베이비부머들은 인구수가 많습니다. 1955년생부터 베이비부머 세대로 보기도 하고 1958년생부터 보기도 하는데요. 거의 천오백만 명 정도입니다. 1974년생까지 있는데, 1974년생이면 올해 마흔일곱이 됩니다. 이 사람들이 퇴직하고 나면 진짜 텅 비게 돼요. 게다가 요즘 구조조정으로 퇴직하는 40대가 많다고 하잖아요. 그 사람들까지 조정되고 나서 세월이 흐르면 회사의 윗자리가 많이 비게 됩니다. 그렇지만 잘 적응해서 생존하면 훨씬 롱런할 수 있습니다.

 

지금의 베이비부머 세대는 이전의 노년 세대와 굉장히 다르다고 하셨어요.


1930~1940년대에 태어난 노년 세대의 경우에는 한국 전쟁도 겪고 정말 파란만장한 삶을 산 세대들입니다. 살아남은 것 자체만으로 행운이라고 생각하는 세대가 지금의 80대인 것이고요. 지금의 50~60대는 1980년대 중후반부터 회사에 들어가기 시작했거든요. 그때부터 우리나라가 고성장을 하게 됩니다. 집값도 막 오르게 되고요. 아무래도 이전 세대보다는 부를 많이 축적할 수밖에 없습니다. 다만 양극화되어 있습니다. 그리고 베이비부머 세대는 양적인 숫자도 훨씬 많고 질적으로도 교육 수준이 훨씬 높습니다. 지금 60대 이상의 인구에서는 대졸자가 많지 않은데, 40대 같은 경우에는 거의 절반 정도의 비중입니다. 베이비부머는 30% 정도 됩니다. 앞으로 베이비부머 세대가 세상을 많이 바꿀 겁니다. 좋은 방향으로 바꿀지 나쁜 방향으로 바꿀지는 모르겠습니다. 저를 포함해서 베이비부머 세대의 큰 책무 중에 하나는 사회를 좋은 방향으로 바꾸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은퇴를 긍정적으로 바라볼 필요가 있다”고 쓰셨어요. 대부분의 사람들이 은퇴를 떠올릴 때 느끼는 감정은 ‘불안’이 아닐까 싶습니다.


당연히 불안해합니다. 저는 너무 한쪽으로 치우쳐져 있는 것을 다른 쪽으로 조금 옮겨가자는 뜻이지요. 은퇴라는 것이 정말 환영할 만한 것이고 직장 다닐 때보다 훨씬 좋은 세상이라는 이야기는 아닙니다. 사람은 어차피 이 시기를 맞아야 됩니다. 어떤 자세로 맞느냐가 중요하다는 것이죠. 은퇴 후의 삶이 객관적으로 너무 좋은 것이라고 말하는 것은 아닙니다. 왜냐하면 육체적으로도 취약해지는 시기이고, 사회적 관계도 많이 흩어지게 되고, 정신적으로도 약해지거든요. 일이라는 것이 사람을 다이내믹하게 해주는데 그런 것들도 많이 떨어져나가고요. 전체적으로 사회에서 소외당합니다. 그래서 은퇴 후에 정말 좋은 세계가 펼쳐진다고 말하는 것은 기만인 것이고요. 그래도 우리가 맞아야 될 시기이니까 긍정적으로 맞아보자는 것입니다.

 

은퇴를 앞두고 사람들이 가장 걱정하는 것은 무엇인가요? ‘돈’인가요?


맞습니다. 그 다음이 건강이고요. 본질적으로 남는 것들이지요. ‘돈’이라고 하니까 탐욕이라고 생각되지만 그게 아닙니다. 자신의 생존을 걱정하는 것입니다. 사자가 잡아먹는 토끼를 잡아먹는 것과 같은 것이지요. 건강도 마찬가지입니다. 나의 생존과 직결되는 것입니다. 그리고 사람은 사회적 동물이니까 사회적 관계를 가져야 되는 것이고, 또 행복해야 되는 것이지요. 이런 본질적인 것들을 고민하게 됩니다.

 

책에서 돈이 아닌 성찰에 대한 이야기부터 시작하셨어요. 이유가 있나요?


성찰을 통해서 인생의 의미를 찾아야 된다는 생각 때문이었습니다. 나이가 들면 사람들이 괴팍스러워집니다. 거의 2100년 전에 키케로도 노년에 대해서 ‘성마르고, 화 잘 내고, 괴팍스럽고, 인색하다’고 썼습니다. 지금도 똑같습니다. 성찰을 통해서 그런 것들을 바꿔야 합니다. 나이가 들면 옆에서 지적해줄 사람이 없습니다. 그러니까 자기도 모르게 궤도를 이탈하고, 그렇게 10년 20년이 지나면 괴팍한 노인이 돼 있는 겁니다. 화도 벌컥벌컥 내고요. 그러다 보니까 주변에 사람들이 안 모이고 외롭게 되는 것이죠. 스스로 돌아보고 자신에게 이야기를 해줘야 됩니다. 그래서 성찰이 중요한 것이지요.

 

지금까지 살아온 시간을 되돌아볼 때에도 성찰이 필요할 것 같습니다.


인생 후반기가 되면 살아오면서 쌓아 놓은 데이터를 해석하게 되는데요. 결국 데이터를 해석하는 것은 성찰입니다. 옆에서 볼 때 괜찮은 삶을 산 것 같은데도 ‘내 인생은 참 엉망이었다’고 해석하는 사람이 있고, 남들이 볼 때는 어려운 시간을 살아온 것 같은데 ‘참 감사한 삶을 살았다’고 해석하는 사람도 있습니다. 자신이 살아온 인생에 대해서 긍정적으로 바라봐야 후반전도 기쁘게 되는 것이지요. 전반전 슬프게 바라보면 후반전도 계속 꼬이고 외롭고 괴롭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성찰이 중요한 것이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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퇴직 후 재취업 하려면 전문성 갖춰야


노년의 일에 대한 이야기도 인상 깊었습니다. 소득이 있고 연금을 받아도, 일을 하지 않으면 불행하다고 느낀다면서요?


네, 독일에서 조사한 결과인데요. 실업 급여를 받는데도 불구하고 실업 상태에 있는 것이 불행하다고 합니다. 일을 하면 뭔가를 창조하고 만들어낸다는 기쁨을 느낄 수 있고, 몰입을 하면서 잡념이 없어지고 행복해지거든요. 그리고 일을 하면서 관계가 만들어집니다. 노년기에 일을 그만두면 사회적 관계망이 다 없어지고 새로운 관계망을 만들어야 하는데, 그걸 제일 잘 만들 수 있는 게 일입니다. 그런 면에서 사람들은 일을 하면서 행복감을 느끼는 것 같습니다. 그런데 젊을 때는 일을 하면서 책임감을 느끼지 않습니까? 먹고 살아야 되고, 가족을 부양해야 하고, 노후를 준비해야 된다는 생각 때문에 일이 부담으로 다가올 때도 많습니다. 그런 부분이 노후에는 많이 덜어집니다. 그래서 사회적 책임과 관련된 일을 할 수도 있고 다양한 일을 할 수 있습니다.

 

일을 통해서 자기효능감을 확인하는 경우도 있는 것 같습니다. 그래서 은퇴 후에 자신이 쓸모없는 사람이 된 것처럼 느끼기도 하고요.


우리나라 사람들이 너무 부지런하고 어릴 때부터 도덕적인 교육을 많이 받아서 일을 하지 않으면 쓸모없다고 생각하는 면이 강하기는 합니다. 프랑스 같은 경우에는 빨리 은퇴하고 좋아하는 일을 하려고 하는데, 우리는 일을 안 하면 자신이 책임을 다하지 못하는 것처럼 생각하는 경향이 있는데요. 그런 강박관념은 조금 버리실 필요가 있습니다. 자신이 좋아하는 일, 평생 해보고 싶었는데 하지 못한 일, 자신이 가지고 있는 장점을 가지고 할 수 있는 일을 추구해보는 것은 괜찮을 것 같습니다. 장수 사회에서는 생을 하나 더 준다고 볼 수 있습니다. 60세가 되더라도 건강하게 20년 정도 살 수가 있거든요. 가끔 ‘이번 생은 정말 재미없었는데, 다음 생에 태어나면 다른 일을 해볼 거야’라고 이야기하는 분들을 만납니다. 그러면 저는 ‘이번 생에서 덤으로 생을 하나 더 줬으니까 지금 해보시라’고 이야기합니다.

 

노년에 일자리를 얻더라도 노동 환경이 좋지 않은데요.


기대를 조금 낮춰야 할 것 같습니다. 사회가 고성장을 하다가 멈췄기 때문에 그런 부분은 받아들여야 됩니다. 사회가 나한테 뭘 해줄 거라는 기대를 낮춰야 됩니다. 그 기대폭을 낮추는 것이 성찰 중에 하나이거든요. 그렇게 해야 행복해지는 거고요. 정말 어려운 일인 건 맞습니다. 지금까지 사회에서 받았던 대접에 적응하고 있다가 퇴직하자마자 기대를 낮추는 게 쉽지 않습니다. 저도 마찬가지이고요. 얼마나 많은 방황과 갈등을 겪는다고요. 저는 그걸 ‘사추기’라고 이야기하는데, 50대에 퇴직하고 나면 사추기를 겪습니다. 그때 ‘나는 왜 이럴까’ 생각하지 말고, 기대를 조금 낮추고 잘 견뎌내고 새로이 적응하는 것이 필요합니다. 젊을 때처럼 좋은 일자리가 생겨나지는 않습니다. 다만 장점은 있습니다. 젊을 때는 직장에 매여야 하지만, 노년에는 매이지 않고 자신이 주도할 수 있습니다. 사회적 책임과 관련된 일을 해도 그렇고, 봉사활동을 해도 그렇습니다.

 

은퇴 후 재취업을 위해 ‘나만의 기술을 가져야 한다’고 강조하시더라고요.


예, 전문성을 가져야 한다는 것인데요. 제 친구들 중에도 자격증을 따서 취업한 사람도 있고, 아파트 관리소장을 하는 친구도 있고, 타일 기술을 배우는 친구도 있고, 다양합니다. 그렇게 적응하는 것이고요. 전문성은 정말 다양합니다. 최근에는 전국에서 ‘이야기 할머니’를 뽑는다는 기사를 봤는데요. 이야기를 잘하는 것도 자신의 전문성입니다. 앞으로 그런 다양한 일들이 생겨날 겁니다. 많이 물어보고 많이 찾으면 하나하나 찾아가실 수는 있을 것 같습니다. 젊을 때처럼 대기업에서 일하는 것에 대한 기대는 벗어던져야 되고요.

 

퇴직 후에 소자본 창업을 하는 경우가 많은데요. 성공하는 비율이 낮죠. 50% 정도 되나요?


50%도 안 됩니다. 3~5년이 지나면 70%가 문을 닫습니다. 다른 사람이 나를 고용하지 않기 때문에 스스로를 고용하는 것이 자영업자입니다. 다른 사람이 나를 고용할 때는 경쟁력을 보고 고용하는데, 자기 스스로를 고용할 때는 그런 게 없습니다. 경쟁력이 없어도 그냥 하는 것이지요. ‘나는 성공할 것이다’라고 생각하고 소자본 창업을 할 텐데, 통계의 법칙이라는 게 참 우습습니다. 나는 퇴직 안 할 거라고 생각해도 어느 나이가 되면 휩쓸려서 같이 가야 되고, 나는 안 죽을 거라고 생각해도 어느 나이가 되면 다 죽듯이, 마찬가지입니다. ‘나는 성공하는 30%에 꼭 포함될 것이다’라는 희망으로 시작하지만 70%가 사라집니다. 소자본 창업을 해서 실패하면 노후 자금이 없어진다는 게 문제인데, 기술을 배워서 자격증을 얻어서 일을 하면 자본이 안 들어가도 됩니다. 그래서 전문성이라는 건 시간이 지날수록 효과를 발휘하게 되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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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연금, 늦게 받으면 좋을까요?


종신연금을 활용하라는 조언도 해주셨는데요. 가장 많은 사람들이 혜택을 받는 종신연금이 국민연금이잖아요. 어떻게 이용하면 좋을까요?


국민연금은 의무화 돼서 가입하지 않을 수도 없지만, 부부가 같이 납부하면 각각 받게 되고 그 금액이 꽤 큽니다. 또 중간 중간 납입하지 못한 기간은 채워 넣으시는 게 좋습니다. 취업한 후에 거꾸로 불입할 수가 있거든요. 그리고 가입 기간이 길수록 좋으니까 일찍 시작하시는 게 좋습니다. 연금을 받는 시기를 연기할 수도 있는데요. 매년 연기할 때마다 수령액이 7.2%씩 늘어납니다. 어떤 분들은 자신이 빨리 죽으면 손해라고 생각해서 연기를 안 하시는데요. 80세 정도가 되면 손익분기점이 거꾸로 돼서, 오래 살수록 그렇지 않은 사람들에 비해서 많은 돈을 받게 됩니다. 그래서 저는 ‘자칫하면 빨리 죽을 수도 있는데’ 하고 생각하시지 말고 ‘나는 오래 살 것이다’라고 긍정적으로 생각하시고 연기하시라는 말씀을 드립니다.

 

저자님도 연기할 계획이신가요?


최대 5년 연기가 가능한데요. 현재 생각으로는, 기본적으로 3년은 연기하려고 합니다. 우리나라 나이로 65세부터 받으니까, 3년 연기하면 68세가 되는 것이지요. 생을 길게 봐야 된다는 생각으로 최소 3년 정도는 연기하려고 하고요. 몇 년 후에도 건강하다면 5년을 연기할지도 모르겠습니다.

 

자산의 대부분을 부동산에 묻어두는 경우가 많은데요. 노년에는 현금 자산도 가지고 있어야겠죠?


지금 국가에서 주택연금을 통해서 부동산을 유동화 시켜줬습니다. 아주 좋은 제도이고, 그래서 저는 항상 주택연금을 적극적으로 활용하자고 합니다. 그것보다 걱정이 되는 게 ‘하우스 리치, 캐쉬 푸어(house rich, cash poor)’입니다. 노후에 집 한 채는 가지고 있어야 하지만, 엄청나게 비싼 집을 한 채 가지고 있으면서 현금 자산이 없는 것은 좋지 않다는 것이지요. 유동성이 없고 집값이 떨어지면 자산도 많이 흔들리게 되니까요. 현금 자산 없이 집만 두 채, 세 채 가지고 있으면서 임대업을 하겠다고 하시는 경우도 있습니다. 그래도 괜찮기는 하지만, 보통 집을 살 때 돈을 빌려서 삽니다. 부채가 있는데 주택 가격이 떨어져버리면 힘들어지지요. 그런 부분에서 부동산을 너무 믿지 말라고 말씀드리는 것입니다.

 

‘모아놓은 자산도 없고, 투자 경험도 없는데, 노후 자금을 어떻게 마련해야 할까?’ 고민하시는 분들도 계실 것 같아요.


투자에 관한 설명을 하러 가서 많이 듣는 이야기가 그것입니다. ‘돈이 있어야 투자를 하지’라고 말하시는 거지요. 모아놓은 자산도 없고 자녀 교육에 다 써버렸다고 하는데, 그게 많은 사람들의 현실입니다. 그래서 제가 말씀드리는 건, 자산을 가만 가만 뽑아 보시라는 겁니다. 일단 주택 자산이 있을 테니까 주택연금 같은 방법을 잘 활용하면 한 달에 50~100 만원의 연금은 나오게 되고요. 무엇보다 중요한 자산은 자기 자신입니다. 자신에게 투자도 하고, 자격증도 얻고, 그렇게 해서 ‘일을 해서 소득을 버는 나’를 만들어놓아야 합니다. 그리고 50대 중후반 분들에게는 ‘자녀 교육하는 데에 지출하시는 건 괜찮은데, 결혼 시킬 때 체면 때문에 돈을 왕창 쓰시는 건 제발 하시지 말라’는 말씀을 드립니다.

 

마지막 장의 제목이 “웰다잉의 출발점”입니다. 노년기에 생각하지 않을 수 없는 주제이죠.


사람들이 웰다잉에 대해서 ‘이런 죽음은 좋은 것이고, 이런 죽음은 본받지 않아야 한다’고 해석하는 경우가 있는 것 같습니다. 예를 들어서, 끝까지 살고 싶다는 생각으로 항암 치료를 받고 병원비를 쓰면서 사는 것은 추악한 죽음이라고 생각하고, 시한부 선고를 받고 가족과 만나 삶을 정리하면서 여행을 떠나는 죽음은 멋있다고 생각하는 것이지요. 삶이라는 것이 그렇듯이 죽음이라는 것도 개인의 실존의 문제입니다. 그것을 가지고 ‘이런 것은 좋은 죽음이고, 이런 것은 안 좋은 죽음이다’라는 이야기는 하지 말아야 한다는 생각입니다. 웰다잉을 확대 해석하지 말라는 것이지요. 그러려면 ‘다잉’에 대한 개인적인 성찰이 있어야 됩니다. 삶도 남을 따라서 살 필요가 없듯이, 죽음도 자신의 성찰을 거쳐 판단을 내리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에필로그에서 ‘prosper’, ‘flourish’에 대해 말씀하셨어요. ‘prosper’는 물질적 성공을 ‘flourish’는 생물의 성장을 의미한다고요.


벌거벗을 용기를 가진 다음에 발전적으로 해야 되는 일이 ‘자신을 꽃피우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그것을 ‘flourish’라는 용어로 표현해봤습니다. ‘prosper’는 우리가 젊을 때 추구했던 것입니다. 직위도 가지고 돈도 벌어야 하는 것인데, 나이가 들어서도 ‘prosper’를 추구하는 건 조금 안 맞는 것 같고요. 노년은 자신이 하지 못했던 일들, 내 안에 씨앗처럼 심어져 있는 잠재성을 ‘flourish’ 하는 기간으로 삼으면 좋을 것 같습니다. 장수가 준 기회를 그런 데에 활용해 봤으면 하는 마음입니다.

 

 

 


 

 

벌거벗을 용기김경록 저 | 흐름출판
‘고령화, 저성장, 저출산’이라는 우리 사회의 변화 속에서 성공적인 인생 후반전을 이끌 리노베이션 전략을 소개한다. 성찰, 관계, 자산, 업(일), 건강 등 다섯 가지 영역에 걸쳐 제시하는 구체적인 방법들은 생의 전환점을 맞이한 이들에게 큰 힘이 되어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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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경록 작가 #은퇴 #50대 #벌거벗을 용기 #eBoo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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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나리

그저 우리 사는 이야기면 족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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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경록

30년간 투자 전문가, 경제학자, 그리고 은퇴설계 전문가로 거시 경제의 흐름과 사람들의 삶을 읽어 왔다. 미래에셋은퇴연구소장, 미래에셋자산운용 관리대표이사, 미래에셋자산운용 채권운용 CIO를 거쳐 현재 미래에셋자산운용 경영자문을 맡고 있다. 서강대학교에서 경제학을 공부하고 서울대학교에서 경제학 석사, 박사 학위를 받았으며 서강대학교 경영전문대학원에서 생애자산관리를 강의한다. 첫 직장이었던 장기신용은행 경제연구소에서 채권 리서치를 담당하다가 1997년 미국 출장지에서 IMF 구제금융 사태를 맞았다. 미래에셋으로 자리를 옮긴 후에도 대우 사태, 카드채 사태, 서브프라임 위기, 유럽 재정위기, 코로나 팬데믹 등 굵직한 충격을 헤쳐 나오며 30년 넘게 현장을 지켰다. 평소 투자 전문가의 관점뿐 아니라 경제학자의 눈으로 거시경제를 바라보며 특히 인구 구조의 변화가 불러올 부의 이동에 관심이 많다. 2004년 우리나라 최초로 인구구조와 투자시장의 기회에 대한 자산 배분 포럼을 열었으며 2013년부터 미래에셋은퇴연구소 소장을 맡아 고령화와 노후 자산 관리에 대해 연구했다. 장기적으로 고령화와 제조업의 함정이 우리나라의 피할 수 없는 미래라고 전망한다. 이를 극복할 대안으로 고령화와 기술 혁신의 만남이 만들어 낼 새로운 메가 트렌드, 데모테크에 주목하고 있다. 지은 책으로 『데모테크가 온다』 『60년대생이 온다』 『벌거벗을 용기』가 있다. 옮긴 책으로 『뮤추얼펀드산업 핸드북』 『포트폴리오 성공운용』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