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우정아의 음악적 역량은 넓다. 그는 감정의 폭을 노래로 정확히 그려내는 보컬리스트이자 대부분의 곡을 직접 작사 작곡하는 싱어송라이터이기도 하다. 자기 것을 진두지휘 하는 것에서 나아가 대중 가수와의 협업도 많다. 투애니원, 아이유, 토이 등과 함께 작업했고 최근에는 음악 예능 프로그램 <복면가왕>, <놀면 뭐하니>, <사운드 오브 뮤직 : 음악의 탄생> 등에 출연하며 얼굴을 알리고 있다.
시행착오도 있었지만 그는 결코 대중에게서 멀어진 적이 없다. 음악에 담긴 솔직함 덕택이다. 연일 바쁘게 작업실과 공연장을 오가는 와중 얼마 전 그의 정규 3집
지난 2016년 이즘 인터뷰 이후 3년 반 만에 다시 만났다. 바뀐 게 있다면?
방송을 많이 하게 됐고 주류 미디어에 노출도 많이 됐다. (원치 않았는데 생긴 것도 있느냐 물으니) 감사하게도 많지 않은 거 같다. 단순하고 금방 사라진 불만들은 조금 있지만 오래 붙잡아두고 아파할 고민들이 (지금 당장은) 없다. 감사할 일이다.
요즘 활동 궤적만 놓고 보면 완전한 상승세다. 그런데 발매된 음반
욕심 때문인 것 같다. (웃음) 나도 내가 왜 이런 걸까 스스로에게 많이 질문한다. 일도 잘 되고 좋은 무대에도 자주 서는데 왜 이렇게 불만이 많고 불안한 걸까? 고민을 곱씹어 보며 내가 아직까지 현실적으로 이뤄낼 수 있는 것 이상의 것들을 계속 꿈꾸고 있기 때문이란 결론을 내렸다. 이상과 현실의 괴리. 여기서 오는 마찰도 종종 느낀다.
그런 점에서 많은 주목을 받았던 정규 2집
시쳇말로 이번 작품에 더 꼬여있는 내가 담겨 있다. 원래 앨범 제목도 세레나데가 아니었다. 음반 작업을 시작하면서 내 안에 얽히고설켜있는 복잡한 감정들을 많이 느꼈고 그런 쪽의 우울한 모습을 숨김없이 표현하려고 했었다. 그러던 중 'Serenade'를 완성했다. 이 곡을 다 만들고 가사, 멜로디 등을 보니 오히려 새롭게 환기시킬 지점들이 보이더라. 그래서 전반적으로 분위기를 조금 더 밝게 끌어왔다. 결론적으로는 어느 정도 밝고 어두움의 균형을 맞췄다고 생각한다.
본격적으로 앨범 작업에 돌입한 시기는 언제인가?
'쌤쌤'을 쓰면서부터였으니 2019년 1월쯤이다. 그 노래를 만들고 '이제 정규 3집을 낼 수 있겠다'는 확신이 섰다. 사실 내게 미발매 곡들이 정말 많다. '배신', '생애' 등은 20대 초, 중반에 적은 노래다. 그렇게 일기장 쓰듯 쌓인 것들이 많았고 아까 말했듯 그 안에는 정말 개인적인 아프고 외로운 소회들이 대부분이었다. 이번 작품은 '나', '선우정아'에서 출발해 결국 '대중'에게 들려주고 싶은 것으로 향했다. 발매 과정이 아니라 '과정을 발매'한 거다.
수록곡이 많은 이유는 뭔가?
이번 음반의 첫 번째 규율은 '수록곡을 많이 넣자' 였다. 내가 내 곡에 대한 집착이 좀 있다. (웃음) 내 노래들을 내가 너무 사랑하는 거다. 그러다 보니 활동하는데 있어서 선우정아의 것에 역으로 갇히는 경우도 있고 한계에 젖어 드는 것 같은 느낌을 받을 때도 있었다. 아웃풋이 있어야 새로운 인풋도 생기지 않나. 나의 일부를 털어내고 싶었다. 또 다른 시작을 위한 해소가 필요했다.
수록곡 얘기를 해보자. 사람들에게 가장 들려주고 싶은 곡을 하나만 뽑는다면?
'Serenade'다. 음반에서 유일하게 남을 위해 썼다. (웃음) 30대가 되고 주위를 둘러보니 어제까지만 해도 비슷한 위치에 있던 친구들과 서 있는 계단, 활동하는 공간이 많이 달라져 있음을 느꼈다. 어떻게 보면 내가 누군가에 비해 빨리 조명을 받은 것도 있고 또 그러다 보니 함부로 위로의 말을 건네기 힘든 상황들이 종종 있었다. 나를 미워하는 사람도 내가 좋아하는, 좋아했던 사람도 “그냥 모두 다 잘 잤으면” 좋겠다는 염원을 담았다.
반대로 완전히 개인적인 곡도 궁금하다.
살면서 아주 가끔씩 빠져나올 수 없게 우울해질 때가 있다. 그날이 딱 그랬다. 나의 과거, 현재, 미래에 대한 긴 인터뷰를 하게 되었는데 잠도 못 자고 마음도 푸석한 게 말이 제대로 나올 리가 없었다. 정말 횡설수설 하다가 끝이 났다. 근데 또 역설적으로 그 인터뷰의 반응이 정말 좋았다. 차라리 내 꾸며진 모습을 대중이 좋아해줬다면 심적으로 편했을 텐데 나의 꺼내고 싶지 않은 빈틈이 보여 졌을 때 누군가가 열광한다는 게 솔직히 편안하지만은 않았다. 'Interview'에 그때 느낀 감정이 잘 정리되어 있다.
스스로를 어떤 사람이라고 생각하나?
어려서부터 늘 자존감이 낮았다. 그래서 학창시절에 죽어라고 열심히 했다. 끊임없이 나를 증명하려 하려 했고 '저 다 잘해요' 하며 칭찬을 (장난스런 표정을 지으며) 갈구했다. (웃음) 특히 20대 때 그런 나쁜 열정이 정점을 찍었는데 그래서 힘든 것도 있었고 또 그래서 성장한 부분도 있었다.
독립적인 사람이라고 보면 될까?
나쁘게 표현하면 회피형 인간이다. (웃음) (이유를 묻자) 내가 겁이 많다. 'To zero'를 들어보면 안다. 살다 보면 상처와 잡음들을 우리가 껴안을 수 있는 범위를 넘어서 이고 져야 할 때가 있다. 그건 싫은데 그렇다고 만남을 그르칠 수도 없고 그냥 우리 서로의 좋은 점만 기억하며 헤어지자. 그리고 다시 시작하는 건 어떨까 상상하다가 그 노래를 썼다.
콜라보도 회피한 건가?
대중 활동이 많아졌으니 자연스레 한 두 곡쯤 피처링을 쓸 줄 알았다.내가 음악 말고는 할 줄 아는 게 없다. 특히 사람들과 관계 맺는 게 너무 힘들다. 차라리 내가 힘든 건 참을 수 있는데 누군가에게 실례가 되는 건 견딜 수 없다. 내가 미련한 거다. 하하하. 그래도 꼭 필요하다면 다른 사람의 목소리를 넣었을 꺼다. 다만 이번 음반은 시작점 자체가 내 내면의 깊은 한 구석에 찍혀있어 단독으로 가는 게 나았다. 이렇게 된 바에야 완전 내 이야기, 해보고 싶은 나만의 이야기를 실컷 해보자 하며 혼자 꾸렸다.
음악 안에 담긴 자신 만의 이야기. 바로 거기에서 대중들이 열광하는 게 아닐까?
그렇게 생각해주니 고맙다. 내 큰 욕심 중 하나도 이와 비슷하다. 남녀노소를 따지지 않고 최대한 많은 사람들에게 위로 전하기. 감사하게도 공연을 하면 다양한 나이대의 분들이 현장을 찾아와 준다. 얼마 전에는 바이올린을 공부하는 10대 아이가 부모님과 함께 공연을 보러 오기도 했다. 나이가 지긋하신 분들도 있었고. 그럴 때면 도대체 내가 뭐라고 이런 사랑을 받나 싶기도 하다. 그렇기 때문에 매번 더 진실 되게 노래를 쓰고 부르려 노력 중이다.
작곡가로서의 행보도 놓칠 수 없다. 최근 아이유를 필두로 이문세, 박정현 등 다른 뮤지션들에게 곡을 많이 주고 있는데 내 곡과 타인의 곡을 나누는 기준이 있다면.
솔직함의 정도 차에 따라 나뉘는 것 같다. 정규 1집
어떻게 보면 데뷔 작
1집을 발매했을 때가 21살 22살 즈음이었다. 그때는 아무 것도 몰랐다. 앨범을 내자고 하니까 일단 시작했고 그러면서 휘뚜루마뚜루 휩쓸린 것도 많았다. 그 앨범을 내고 7년 정도 (웃으며) 수행을 했다. 크고 작은 공연도 많이 하고 다채로운 음악도 많이 시도했다. 어떻게 보면 그 긴 무명의 시간이 오늘 내 음악의 가장 큰 자양분이 됐다.
그렇게 이번 정규 3집까지 왔다. 음악적 지향점대로 잘 흘러가고 있는 것 같나?
앞으로 내가 어떤 음악을 하게 될지 나도 잘 모르겠다. 그러니까 지금 잘 가고 있는 지를 섣불리 판단할 수는 없는 거다. 한 가지, 감사한 상황인 건 확실하다. 이번
2020년의 선우정아는?
대중 예술은 늘 어렵다. 돈을 받고 음악을 만든다. 혹은 음악을 만들고 돈을 번다는 구조 자체에서 어떤 딜레마를 느낀다. 그래도 내 작품을 통해 선우정아라는 사람이 이렇게 생각하고 흔들리며 살고 있구나 보여주며 위로를 주고 싶다. 내가 그렇게 받아왔으니 주는 방법도 내게 온 것처럼 나갈 수밖에 없다. 재밌는 프로젝트들을 많이 준비 중이다. 녹슬지 않고 자주 찾아 오겠다. (웃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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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우정아 3집 - Serenade선우정아 노래 | 비스킷 사운드 / 매직스트로베리사운드
올해 총 세 번에 나누어 3집을 발매하고 있는 선우정아, 그 완전체 정규 3집 앨범이 올 연말 발매됩니다. 이번 정규 3집은 기존 EP 발매곡에서 6트랙의 신곡이 추가 수록되어 총 16개 트랙이 수록되어 있습니다
이즘
이즘(www.izm.co.kr)은 음악 평론가 임진모를 주축으로 운영되는 대중음악 웹진이다. 2001년 8월에 오픈한 이래로 매주 가요, 팝, 영화음악에 대한 리뷰를 게재해 오고 있다. 초기에는 한국의 ‘올뮤직가이드’를 목표로 데이터베이스 구축에 힘썼으나 지금은 인터뷰와 리뷰 중심의 웹진에 비중을 두고 있다. 풍부한 자료가 구비된 음악 라이브러리와 필자 개개인의 관점이 살아 있는 비평 사이트를 동시에 추구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