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겨레출판 문학팀장 김준섭
편집자가 『월간 채널예스』를 읽는 방법은 보통의 애독자와 조금 다를지도요.
가장 크게 다른 점이라면 일단 거의 다 읽는다는 것 아닐까요?(웃음) 저 또한 한 명의 잡지 독자로 종종 잡지를 구입하지만, 처음부터 끝까지 읽는 경우는 많지 않아요. 그런데 『월간 채널예스』는 모든 꼭지를 읽어요. 어떤 페이지를 읽을 때는 마음을 졸이기도 하고요. 이를테면, ‘MD 리뷰 대전’! MD님들 제가 늘 잘 챙겨보고 있습니다, 제가 만든 책도 다정히 대해주세요. 아, 편집 후기 꼭 봐요. 편집과 후기가 만나니 눈물이 글썽글썽, 괜히 마음 찡해져서 찬찬히 읽곤 합니다.
출판사들은 『월간 채널예스』를 어디쯤에 꽂아둘까요? 늘 궁금했어요.
저희 회사 입구에 잡지와 신문이 정리되어 있어요. 『월간 채널예스』도 회차별로 쭉 진열돼 있어서 그 앞을 지나치다 선 채로 보곤 합니다. 가장 먼저 보는 꼭지는 커버 스토리고요. 6월호에 실린 강화길 작가님 인터뷰도 잘 보았습니다. 한겨레문학상 작가이시니 한 문장, 한 글자까지 눌러 읽었습니다.
편집자 김준섭에게 가장 강렬한 『월간 채널예스』의 추억은 무엇일까요? 후일담은 언제나 재미있으니까요.
본격적으로 제가 『월간 채널예스』에 집착하게 된 건 장강명 작가의 『5년 만에 신혼여행』과 강병융 작가의 『여러분, 이거 다 거짓말인 거 아시죠?』 출간을 앞두고 『월간 채널예스』와 인터뷰가 잡힌 후부터예요. 인터뷰를 지켜보면서 이런 생각이 들었거든요. 저 사람이 내가 만든 책을 좋아하게 하고 싶다! 그때 그 기자가 엄지혜 편집장이에요. 제대로 준비한 자만이 할 수 있는 인터뷰였어요.
편집자는 늘 좋은 글을 갈망합니다. 연재 칼럼 중 눈여겨본 칼럼이 있었나요?
가장 좋아하는 칼럼은 '박선아의 ( ) 산책'이었어요. 끝난 지 1년이 좀 넘은 것 같은데 후속 칼럼을 기다리는 중이죠. 언젠가 박선아 작가의 책을 만들 날을 기대하면서요.
눈독을 들였지만 놓친 칼럼, 필자와 인연이 된 칼럼 등 재미있는 뒷담화도 있을 것 같아요.
박연준 시인 인터뷰를 읽다가 한 문장에 꽂혀버렸어요. “여든이 넘었을 때 ‘짧고 진한’ 연애소설을 한 권 쓰고 싶어요. 아주 야하고, 아주 슬프게 쓸 거예요.” 몇 날 며칠을 끙끙 앓다가 결국 이메일을 썼죠. 그게 불과 보름 전이에요. 결과요? 아쉽게도 거절당했어요. 그런데 거절의 말들이 너무 따뜻했어요. 서운함이 사라질 정도로.
편집자라는 업을 내려놓고 순결한 독자의 마음으로 읽게 될 때도 있나요?
그런 순간이 더 많아요. 좋아하는 칼럼을 이 자리에서 다 이야기해도 될까요? ‘유희경의 이달의 시집 서점’ 좋아하고, ‘장강명의 소설가라는 이상한 직업’ 좋아하고, ‘김지은의 모두 함께 읽는 책’을 좋아해요. 하나만 더 뽑자면 ‘노지양의 번역 한 줄’을 좋아해요. 두어 해 전에는 ‘이슬아의 매일 뭐라도’를 좋아했고, ‘김현의 더 멀리’를 좋아했고, ‘박연준의 특별한 평범함’을 좋아했어요. 칼럼은 아니지만 ‘프랑소와 엄의 북관리사무소’도요. 가장 설레는 순간은 새로 도착한 『월간 채널예스』를 펼칠 때였죠. 표지를 젖히자마자 나오는 글귀 때문이에요. 어느 날은 시의 한 구절이고, 어느 날은 산문의 한 문장이던….
『월간 채널예스』를 통해서 ‘발견’한 것이 있을까요?
『월간 채널예스』를 볼 때마다 이 생각을 하는데 ‘발견’이라고 할 수 있을지는 모르겠습니다. ‘내가 책을 사랑하기도 하고 미워하기도 하는구나.’ 책에 감정을 품고 있다는 건 발전적인 일일 수도 있겠네요. 어쩌면 그게 잡지의 역할이라는 생각도 듭니다. 저 안에 들어 있는 책들에게 감정을 갖게 되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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