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게 다 황정은 작가님 때문이에요.” 대학 시절 읽은 소설 『백의 그림자』 판권을 들여다본 게 시작이었다. 작가와 작품에 푹 빠졌고, 그런 이유로 판권에 실린 편집자와 마케터 이름까지 몹시 부러웠다. 판권의 같은 자리에 자신의 이름이 인쇄되면 더할 나위 없을 것 같았다. 팬심 불변, 목표도 불변. 요즘 말로 황정은 작가 ‘찐팬’을 자처하는 박중혁의 마케터 입문 스토리다. 올해로 6년 차. 박중혁 마케터의 근황은 은근하면서 또 ‘핫’하다. 몸담은 흐름출판을 비롯해 개인 계정 ‘출판사 박대리’(@parkdaerii)를 운용 중인데, 특유의 솔직하고 발랄한 문법이 출판계 안팎으로 번지면서 팔로어를 늘려가는 중이다. 슬쩍 들여다봐도, 젊은 독자와의 소통에 관한 한 펄떡이는 감수성의 소유자인 건 분명해 보인다.
B급과 병맛
‘출판사 박대리’ 계정 소개글에 ‘B급과 병맛을 담당하고 있습니다’라고 적혀 있다. 출판계 이미지와는 거리가 먼 캐릭터라 낯선 느낌도 있다.
그런 점도 없지 않지만, 사실 B급 캐릭터로 독자들과는 한결 가까워졌다. 있어 보이는 레스토랑보다 분식집 같은 느낌이랄까. 처음에는 우려하는 사람이 많았는데, 요즘은 그러려니 한다. 출판계 얘기를 솔직하게 적으면서 독자들이 출판계에 인간적인 매력을 느꼈으면 하는 의도였다.
인스타그램 게시물 제목이 눈에 띈다. ‘출판사 직원들이 작가님에게 많이 하는 거짓말 5’, ‘독자는 신경 쓰지도 않지만 출판사만 유독 예민해하는 고민&고집 TOP 4’ 등등. SNS 운용 가이드라인이 있나?
무조건 재미다. 인스타 플랫폼이 비주얼 측면이 강하지만, 난 반대로 운용한다. 출판계 정보와 드립을 적절히 섞어 긴 글로 풀어내려 노력한다. 지루해하지 않을까 걱정했는데, 다행히 많은 분이 좋아해주신다. 제목을 첫 페이지에 넣은 건, 넘치는 피드 중에서 눈에 쉽게 띄게 하려는 방법이다.
제목과 내용에서 수위가 아슬아슬한 지점도 있던데?
취지는 재미를 위한 건데, 쓰다 보면 수위가 높아질 때가 많다. 요즘은 팔로어가 늘면서 글 하나하나에 책임감이 더해지는 느낌이다. 재미는 재미대로 추구하면서 출판계 문제나 방향성에 대해선 할 말은 하려고 한다.
캐릭터 유지를 위해 참고하는 계정이 있나?
유튜브 채널 <워크맨>과 <구라철>. 선을 넘을 듯 넘지 않는 센스 학습용이다.
#책내놔이벤트
‘책의 날’ 기념으로 진행한 ‘책내놔’ 이벤트가 인상적이다.
뻔한 이벤트는 재미없지 않나. 포맷은 ‘새책 줄게 헌책 다오’였다. 택배비까지 직접 부담하는 이벤트에 생각 외로 많은 독자가 응모해 놀랐다. 개인적으로 뭔가 훅이 더해진 스페셜한 이벤트를 진행하려 노력하는데, 반응이 좋아서 기뻤다.
‘사장님 몰래 하는 이벤트’는 또 뭔가?
결이 맞는 신간을 낸 출판사와 함께 진행하는 이벤트였다. 동시 신간에 대한 상생 전략이랄까! 흐름의 『클린 미트』, 문학테라피의 『1389번 귀 인식표를 단 암소』를 놓고, 동일한 홍보 문구를 각각 공식 계정에 올린 뒤 댓글이 많은 출판사가 이기는 룰로 진행했다. 패배한 출판사가 책 배송을 모두 책임지는 방식인데, 총 네 번 진행한 출판사 컬래버에서 패한 기억이 없다.(웃음)
발상을 트는 아이디어는 어디서 얻나?
처음 아이디어를 떠올린 건, 출판 마케터 모임에서였다. 실제로 만나면 재미있고 아이디어도 많은 마케터들이 출판사 분위기에 눌려 기회를 못 잡는 경우가 많더라. 그럴 거라면 내가 한번 해볼까 싶어서 전화를 돌린다.
그야말로 이벤트 게릴라 같은 느낌인데, 마케터 입장에서 가장 기억에 남는 사례가 있다면?
지난해 도서전에서 진행한 ‘선물충’ 이벤트다. 영화 <기생충>을 패러디한 제목인데, 내 인상착의를 알려주고 도서전 현장에서 알아 보면 책을 선물하는 이벤트였다. 실제 독자들과 만나는 거라 개인적으로 너무 즐거웠다.
출판계의 펭수
전해 듣기론, ‘출판계의 펭수’라는 닉네임이 따라다닌다는데?
그런가?(웃음) 독자들께서 DM을 많이 보내긴 한다. 어제 새벽에도 ‘만약 박대리가 책을 낸다면 무조건 사겠다’며 돈을 먼저 송금하겠다는 내용도 있었다. 기프티콘, 과자 선물에 청을 담가 보내는 독자도 있다.
독자를 불러 모으는 ‘출판사 박대리’의 마술피리가 궁금하다.
독자들이 궁금해할 만한 출판사 이야기를 B급 정서에 담아 세게 적는 것. 그리고 형식적인 소통은 하지 않는다는 것. ‘독자가 읽어야 비로소 책이 완성된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소통에 진심을 담으려 노력한다. 모든 댓글에 답을 달고, 독자들이 쓴 만큼 혹은 그것보다 더 길게 답을 쓰려고 한다. 어떤 대화를 나눴는지 기억하는 것도 중요하다. 6년 전 첫 출판사에서 인연을 맺은 서포터즈들과 지금도 연락하고 개인사를 나누는 게 가능한 것도 그런 이유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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