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분의 짧은 러닝타임을 아르바이트라는 주제 아래 저마다의 내용으로 가득 채웠다. 각 트랙이 각개 위치에서 뚜렷한 역할을 하고 있어 말끔하게 이어지는 전개 과정이 음반의 핵심. '테이블 닦이'와 '암낫욜쏜'으로 근무에 대한 고충을, '영업종료'로 동료 직원과의 로맨스를 전하다가 집으로 돌아가는 퇴근길을 묘사한 '퇴근길' 이후에는 정서에 변조를 가하며 해가 지고 몸이 나른해진 저녁 분위기를 생생하게 눈앞에 펼쳐놓는다. 담백한 문장으로 녹여낸 노랫말이기에 지닐 수 있는 높은 흡인력이다. 애증의 가족사를 날 선 감정으로 들려주는 '세 가족'에서 하루 끝을 묵직한 사색으로 물들이는 그의 모습도 짙은 잔향을 남긴다.
음악은 훨씬 듣기 편하고 경량화됐다. 알앤비에 뿌리 내린 음향의 넓은 활동량에 반해 보컬 멜로디는 눈에 띄게 단순해져 귀에 잘 들어온다. 관악기와 합창을 등에 업고 새 직장을 향한 갈구를 발랄하게 그려낸 '구인구직'은 간소한 랩과 중독성 있는 후렴으로 고갯장단을 짓게 하고, 작정하고 발칙함으로 밀고 나가는 '암낫욜쏜'은 흡사 비틀스의 'Eleanor rigby'가 연상되는 캐치한 멜로디 아래 '반말 까지 마 / 침 뱉을 테니까'라는 재치 있는 반항으로 무례한 손님을 풍자한다. 작품 전반에 깔린 정갈한 기타 연주와 스스로 주조한 프로덕션도 앨범의 진행에 따라 절묘하게 표정을 바꾸어 나가며 곡들의 무드를 효과적으로 보좌한다.
워낙 간략한 구성이라 내뿜는 에너지가 그리 강하지는 않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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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즘
이즘(www.izm.co.kr)은 음악 평론가 임진모를 주축으로 운영되는 대중음악 웹진이다. 2001년 8월에 오픈한 이래로 매주 가요, 팝, 영화음악에 대한 리뷰를 게재해 오고 있다. 초기에는 한국의 ‘올뮤직가이드’를 목표로 데이터베이스 구축에 힘썼으나 지금은 인터뷰와 리뷰 중심의 웹진에 비중을 두고 있다. 풍부한 자료가 구비된 음악 라이브러리와 필자 개개인의 관점이 살아 있는 비평 사이트를 동시에 추구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