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년 차 초등 교사가 5년 동안 분석한 부모 필독서 30권의 핵심과 교육 방법을 담은 『엄마의 책갈피 인문학』이 출간됐다. 책 속에는 아이들을 지도한 풍부한 경험을 바탕으로 한 현실적인 자녀 교육 방법과 초등 학부모가 가장 궁금해하는 질문 TOP5, 인기 팟캐스트 <초등 사이다> 미공개 교육법까지 수록되었다. 코로나 19로 자녀교육을 어떻게 해야 할지 고민하는 학부모에게 좋은 길잡이가 되어줄 것이다. 현재 교사로 재직하고 있는 초등교육 전문가 김선호 저자에게 자녀 교육의 길을 물어보았다.
먼저 책 출간을 진심으로 축하드립니다! 이번에 출간한 『엄마의 책갈피 인문학』은 어떤 책인가요?
초등 학부모에게 도움이 되는 심리, 인문, 교육서 30권을 소개함과 동시에 각각의 도서에서 말하는 주제를 정리하고 적용 방법을 정리한 책입니다. 그간 많은 강연 중에 자녀교육에 앞서 반드시 약 30권 정도의 관련 도서를 읽으라고 권장해드렸습니다. 학부모님들도 필요성에 동의하시며, 어떤 책을 읽으면 좋을지 질문을 많이 하셨습니다. 그 질문에 대한 답을 이 책 한 권에 담았습니다. 사실, 요즘 부모님들 많이 바쁩니다. 그 바쁜 시간을 의미 있게 채워드릴 책입니다. 비록 1권이지만, 30권의 무게감을 느끼실 수 있습니다.
코로나19로 인해 어느 때보다 가정 내 교육이 중요해졌습니다. 작가님이 생각하는 학교 교육과 가정 교육의 차이는 무엇인지, 무엇에 중점을 둬야 하는지 알려주세요.
자녀교육에서 0순위는 무조건 ‘가정’입니다. 이걸 꼭 염두에 두시기 바랍니다. 가정이 최고의 학교입니다. 특히 자녀가 어릴수록 중요하며, 적어도 초등시기까지는 그렇습니다. 학교는 보조입니다. 중등교육에 가서 이제 자기 스스로 교육이 시작됩니다. 그땐 가정과 학교 구분 없이 자신이 원하는 곳 어디서든 습득이 이루어져야 합니다. 초등시기에는 가정에서 무엇을 어떻게 가르칠지를 늘 고민하시기 바랍니다. 그 시기가 아이들에게 가장 크게 영향력을 작용할 때입니다. 학교는 가정에서 잡아준 방향에 대해 아이들이 적용해 보면서 저변을 확대해 나가는 활동무대입니다. 학교 교육과 가정 교육의 가장 큰 차이는 학교는 여러 아이를 교육하고, 가정은 내 아이를 교육한다는 점입니다. 아이가 느끼는 교육의 몰입도가 다릅니다. 가정에서 체계적으로 교육을 받은 아이는 학교에서 많은 것을 수확해 갑니다. 그렇지 않은 아이들은 학교에서 많은 것들을 놓고 갑니다.
많은 부모들이 다양한 자녀 교육서를 읽고 있지만 막상 교육에 적용하려고 하면 참 막막해합니다. 그런 부모들을 위해 조언을 해주신다면요?
방법론에 몰입하면 그렇게 됩니다. 간단히 말씀드려서 학급에서도 지난해에 아주 좋았던 교육 방법이 올해에는 전혀 효과가 없는 경우도 많습니다. 이유는 아이들마다 발달과정이 다르게 적용되기 때문입니다. 다양한 방법들이 있지만 우리 아이에게 적용할 방법은 하나이기 때문에 그것을 찾는 것은 무척 어렵습니다. 그래서 막막한 거지요. 적용하는 방법을 찾으려 하지 말고, 적용할 ‘원칙’을 찾으려고 애쓰시기 바랍니다. 방법은 원칙을 따라옵니다.
원칙도 아이가 성장함에 따라 업그레이드되어야 합니다. 업그레이드는 독서와 동시에 잠시 쉬면서 사유에 잠기는 시간에 이루어집니다. 컴퓨터가 업데이트되는 동안 모든 기능이 잠시 정지됩니다. 우리도 마찬가지입니다. 독서를 충분히 하시고, 중간중간 성찰의 시간을 가지시기 바랍니다. 꼭 며칠씩 어디를 여행하는 것을 의미하지 않습니다. 하루에 자신만의 쉼을 위한 시간과 공간을 확보하시면 좋습니다. 안타깝지만 많은 어른들이 그 시간과 공간을 담배를 태우거나 혼술을 하며 보내지요. 단 5분도 좋습니다. 아무것도 하지 않는 업데이트 시간과 공간을 각자의 방식대로 만드시기 바랍니다.
책 속에서 “독서는 엄마의 불안을 멈추게 한다”라고 하셨는데 그 이유를 좀 더 구체적으로 말씀해 주시면 좋을 것 같습니다.
그냥 독서가 아닙니다. 최소 30권의 독서입니다. 자녀교육서 1권에는 약 40개의 목차가 있습니다. 각 목차에는 보통 최소 1명의 사례가 나옵니다. 결국 1권의 교육서를 통해 40명 다양한 아이들을 만나볼 수 있습니다. 30권이면 약 1,200명이 되지요. 담임교사로서 최소 30년간 근무해야 만날 수 있는 아이들입니다. 이 정도 데이터를 가지고 있으면 자녀교육에 대한 거시적인 안목을 얻을 수 있습니다.
‘불안’이란 지금 내가 어디쯤 있는지 모르고, 또 어디로 가야 할지 모를 때 생기는 겁니다. 자녀 교육에 대한 거시적 안목은 현재 위치와 가야 할 방향을 알게 해줍니다. 그래서 불안을 멈추게 합니다. 더욱 세밀히 말씀드리면 불안을 감당할 수 있게 해줍니다. 자녀교육서, 심리서, 인문서 등을 읽으면서 부모가 아닌 독립된 어른이 되시길 바랍니다. 그럼 엄마의 불안뿐만 아니라, 삶에 대한 불안들도 직면할 용기가 생길 겁니다.
‘사춘기가 일찍 온 아이에게 일방적인 간섭은 독’이라고 말씀하셨습니다. 그렇다고 자녀를 마냥 놔줄 수도 없기에 어디까지, 그리고 언제까지 놓아주면 좋을지 말씀해 주세요.
사춘기뿐 아니라 교육 전반에서 일방적인 간섭, 억압, 통제는 좋지 않습니다. 이에 못지않게 좋지 않은 것은 ‘방임’이고요. 언제까지 놓아주면 좋을지는 없습니다. 관여를 하지 않는다고 해서 그냥 놓아두는 것은 아닙니다. 늘 관찰하고 관심을 가지셔야 합니다. ‘바라봄’은 관여를 하지 않는다고 해도 아이들이 느낍니다. 그러한 걸 ‘관심’이라고 하지요. 관심이 없는 상황에서는 ‘안정감’이 낮아지고 결국 아이 스스로도 ‘불안’하게 됩니다. 관심을 두고 있으면 언제 개입을 해야 할지 판단하기 수월합니다. ‘사춘기이기 때문에 하루를 기다려라, 이틀을 기다려라’ 이렇게 정해서 말할 수 없습니다. 우리 아이만의 고유한 발달과정과 패턴, 상황은 다 다릅니다. 결론은 지속적 관심을 놓지 말고 계시기 바랍니다. 그리고 자녀교육 관련 공부를 지속해서 하시기 바랍니다.
작가님께서 평소에도 책을 많이 읽으신다고 알고 있습니다. 양질의 독서를 위해서 책 선택의 노하우나 기준이 있나요? 특히 자녀 교육서 선택 기준이 궁금합니다.
양질의 책은 양질의 책 속에 있습니다. 책 속에는 많은 참고 서적들이 있습니다. 참고 서적들을 적어두었다가 그중 내게 필요한 책들을 골라 읽습니다. 그렇게 하다 보면 책을 읽을수록 알게 되는 양질의 도서가 많아집니다. 개인적으로 같은 종류의 책을 지속해서 읽으면 뇌가 지루해한다는 느낌을 받습니다. 그래서 한 권을 읽을 때마다 종류를 바꿉니다. 심리 서적을 읽었으면 다음에는 철학서를 읽고, 철학서를 읽었으면 수필이나 시를 읽고 또 교육서를 읽고 이렇게 돌아갑니다. 소설은 방학 때 시간적 여유가 많을 때 몰아서 읽습니다. 소설에 빠지면 나오기가 쉽지 않아서요. 학부모님들께 추천 방법은 인터넷 서점에서 교육 저서를 검색하시면 됩니다. 그중에서 1위에서 100위 안에 책 목록을 보시고, 관심 가는 제목부터 시작하시기 바랍니다.
마지막으로 코로나19로 인해 불안해하고 있는 부모님들과 힘들어하고 있는 아이들에게 한 말씀해주세요.
불안은 전이가 빠릅니다. 아이들은 그 불안을 잘 받아들입니다. 불안해하시기보다, 뭔가 행동으로 옮길 것을 찾아보시기 바랍니다. 행동하는 순간 불안감은 낮아집니다. 가정에서 긴 시간 함께해야 한다는 부담을 가지지 말고, 적은 시간이라도 작은 놀이와 배움을 함께해보시기 바랍니다. 같이 무언가를 같이 몰입해서 하는 순간이 중요합니다. 하루 한 가지만큼은 우리 아이와 몰입해서 무언가를 해보세요.
*김선호 초등교육 전문가. 작은형제회 수사였으며, 가톨릭대학교에서 신학과 철학을 공부했다. 부산교육대학교에서 초등교육을 전공하고 현재 서울 유석초등학교 교사로 재직하고 있다. 한겨레신문 교육칼럼리스트로 활동하고 있으며, 매주 토요일, KBS1 라디오 〈라디오 매거진 위크 앤드〉 ‘마음이 자라는 교실’ 코너에서 초등학생 자녀 교육 방안을 제시하고 있다. 최근에는 유튜브 채널 〈김선호의 초등 사이다〉를 통해 ‘초등 학부모가 알아야 할 100가지 이야기’를 전하고 있다. 지은 책으로 『초등 자존감의 힘』, 『초등사춘기, 엄마를 이기는 아이가 세상을 이긴다』, 『초등직관수업』, 『내 아이는 괜찮을까』, 『조금 달라도 괜찮아』 등이 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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