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기와 양육자를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되는 육아 실용서 『엄마 나는 자라고 있어요』, 매일 밤 시를 베껴 쓰는 삶에 대한 소설 『우리의 정류장과 필사의 밤』, 재활용품 수집 노인들의 가난을 들여다 본 『가난의 문법』을 준비했습니다.
톨콩(김하나)의 선택
헤티 판 더 레이트, 프란스 X. 프로에이, 자 비에라 플라스-프로에이 저
유영미 역/김수연 감수 | 북폴리오
지금까지 <삼천포책방>에서 소개한 책 중에 가장 특이하다고 할 수 있는 책을 가지고 왔습니다. 2020년에 <산후조리원>이라는 드라마를 보면서, 그리고 친구들과 여러 가지 이야기를 나누면서 ‘정말 사회가 임신, 출산, 육아에 대해서 알기 어렵게 해뒀구나, 우리가 그에 대해서 너무 모르고 있구나’ 하는 것을 크게 깨달았어요. 그래서 육아에 대해서 뭔가 읽어봤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육아를 하는 사람이 아니라 하더라도 육아의 단계가 어떻게 되는지, 엄마아빠들이 어떤 것을 겪고, 아이들은 어떤 발달 단계로 성인이 되어가는 것인지, 이걸 책으로라도 읽어봐야겠다고 생각하고 있던 차였어요. 그러다 저희 집에 아기 엄마인 친구가 잠깐 들렀어요. 제가 ‘육아 책을 한 번 읽어볼까 싶어요’ 했더니 친구가 추천해 줄 책이 있다고 두 권을 이야기해줬고, 그 중에 한 권이 『엄마 나는 자라고 있어요』라는 이 책인데요. 다른 한 권의 제목은 『김수연의 아기발달 백과』입니다.
『엄마 나는 자라고 있어요』는 육아 실용서입니다. 책 안에 커다란 체크리스트가 있어요. 한 주 단위로 0~84주 동안의 여러 시기들이 다 표시되어 있어요. 주마다 아이들이 어떤 행태를 보이고, 엄마아빠들이 도와줘야 하는 것은 무엇이며, 아이의 발달 단계 상태에서 벌어지는 일은 대체 무엇인가를 볼 수 있습니다. 실제로 아이들을 키우는 집에서 상비해둔다면 아이를 키우면서 겪는 여러 마음을 다스리기에도 좋고 아이를 이해하는 데에도 실질적인 도움이 되겠구나, 싶었고요. 저는 약간 상식 차원에서 쭉 책을 읽듯이 읽었는데, 저에게는 너무 흥미로운 텍스트였어요.
아기들을 이해하는 데 정말 큰 도움이 되었고, 아기였던 우리들을 이해하는 데에도 큰 도움이 되었고요. 학술적인 게 아니라, 실제 아이들의 사례와 양육자들의 목소리와 함께 읽을 수 있어서, 저는 아주 재밌게 읽었습니다.
그냥의 선택
김이설 저 | 작가정신
예전에 김이설 작가님의 소설집을 굉장히 인상 깊게 읽었어요. 다음 작품이 나오면 꼭 읽어봐야겠다고 생각하고 있었는데 올해(2020년) 두 권이 출간됐더라고요. 『우리의 정류장과 필사의 밤』과 함께 소설집 『잃어버린 이름에게』가 나왔습니다.
주인공 ‘나’는 목련빌라라고 하는 오래된 건물에서 가족들과 살고 있어요. 70대의 부모님, 여동생, 여동생의 두 아이들과 살고 있습니다. ‘나’는 40대에 접어든 지 얼마 안 된 사람이고, 여동생이 집으로 돌아온 지는 3년 정도가 되었습니다. 여동생은 투잡을 뛰면서 생활비를 벌고 있고, 어머님 아버님도 일을 하시면서 생계를 같이 책임지고 계세요. 그러다 보니까 집안에 머물고 있던 ‘나’가 육아를 전담하게 돼요. 아이들과 가족들을 보살피기 위해서 많은 일들을 하고 하루 일과를 마치고 나면, 온 가족이 잠든 고요한 시간에 ‘나’는 필사를 합니다. 식탁에 앉아서 시를 베껴 쓰는 거예요.
‘나’는 어린 시절에 하고 싶은 일, 잘하는 일이 딱히 없는 아이였어요. 그러다가 스물다섯이 지난 후에야 ‘시’를 공부하기 시작해요. 여동생의 도움으로 야간대학에 문창과에 진학하게 되고요. 졸업할 때쯤 신춘문예에 도전했지만 결과는 좋지 않았고, 이후에도 매년 신춘문예에 도전하고 있는 중이었어요.
그러다가 여동생과 그 아이들과 같이 살게 되었고, 전담 육아를 하다 보니 시를 쓸 수가 없는 거예요. 쓰고 싶은 것은 많은데 도저히 물리적인 시간과 여유가 없는 거죠. 그래서 계속 쓰지 못하면서도 매일 밤 ‘오늘은 쓸 수 있을까?’ 생각하면서 혼자 식탁에 앉습니다. 그리고 매일 한 줄이라도 읽거나 쓰지 않으면 견디지 못하겠다는 생각으로 삶을 지속하고 있어요.
단호박의 선택
소준철 저 | 푸른숲
사회학자가 쓴 문화기록지 같은 책이라고 할 수 있을 것 같아요. 이 책에 나오는 등장인물은 허구의 인물이에요. 연구자가 ‘1945년생 윤영자’라는 가상의 인물을 세워서 자신의 연구 결과를 이야기하고 있는데요. 소준철 저자는 “도시의 통치술과 하층민의 생계 사이의 관계”를 연구해요. 결국에는 국가와 사회와 한 개인의 생활이 어떻게 연결되어 있는지를 연구하는 걸 텐데요. 이 분이 윤영자라는 가상의 인물은 흔히 ‘폐지 줍는 노인’으로 불리는 사람이에요. 여기에서는 ‘재활용품 수집 노인’이라는 표현을 씁니다. ‘폐지 줍는 노인’이라는 인물군이 폐지만 줍지는 않아요. 돈으로 환산될 수 있는, 재활용이 가능한 용품들을 수집하는데, 우리가 보통 그런 사람들을 ‘폐지 줍는 노인’이라고 통칭하고는 하죠.
『가난의 문법』은 가난의 전체적인 양상을 다룬 게 아니고, 재활용품을 수집하는 노인들의 가난의 양상을 다룹니다. ‘세분화된 가난’인 셈이기는 하죠. 붙임에 보면 윤영자라는 가상 인물의 생애 가계도를 그려놨어요. 1945년에 전라남도 해남군에서 태어난 사람이고요. 1962년에 아버지가 서울로 이주하면서 자신도 서울로 오게 됩니다. 1965년에는 공무원이었던 스물다섯의 김정웅 씨와 결혼을 하게 돼요. 슬하에 3남 3녀를 두셨고요. 여러 가지 삶의 부침이 생겨요. 어느 날 남편이 인니(인도네시아)로 출장을 가서 일하게 되고요. 돌아와서는 가게를 차립니다. 가게가 잘 되지 않아서 옷가게로 바꾸게 되고, 나중에는 그 옷가게도 잘 되지 않아요. 남편은 나중에 개인 택시 면허를 따서 택시 운전사가 됐다가 또 실직을 하게 되고, 셋째가 갑자기 사업을 시작한다든지, 둘째가 결혼을 하면서 돈이 필요하다든지 하는 식으로 윤영자 씨의 현금 자산이 점점 줄어드는 사건이 계속해서 일어납니다.
(저자가) 가상 인물을 통해서 자신의 연구 결과를 드러낸 이유로 두 가지를 이야기하는데요. 첫 번째는, 저자가 얻을 수 있는 자료가 파편적이었다고 해요. ‘내가 가진 자료만으로 사실을 적시하면 전체적인 생활을 볼 수 없겠다’는 생각이 들어서, 일부분을 따와서 가상 인물을 만들었고요. 두 번째로는, 아무래도 자신이 연구한 사람들의 개인 정보 보호를 위해서 어느 정도는 허구를 섞은 내용이 있다고 합니다. 이 책을 통해서 저자는, 재활용품을 수집하는 노인들이 그렇게 수집을 하게 된 원인이 개인의 잘못만은 아니고 재활용 정책이나 산업이나 사회가 어떻게 변해왔는지에 따라 이런 활동을 하게 되었다는 걸 밝혀주고 싶었던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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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나리
그저 우리 사는 이야기면 족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