풋풋한 소녀를 거쳐 자신의 가치관을 당당히 말하는 주인공까지. 아리아나 그란데는 발매하는 앨범마다 고스란히 성숙의 발자국을 담아왔다. 그러나 마치 'thank you, next'를 14곡으로 늘려 매만진 듯, 전체적으로 디스코그래피를 그려봤을 때 이번 음반
앨범 제목대로 그의 '위치'가 바뀌었다. 남성의 것과 같았던 머니/섹스 토크를 여성의 영역으로 가져온
주춤한 가사와 달리 잘 세공된 보컬은 호재로 작용한다. 애인과의 행복한 시간을 보내면서 얻은 몽글몽글한 감정을 목소리에 온전히 실었다. 흘러가는 물처럼 표현하는 창법의 다른 곡과 달리, 비트를 강조한 'Obvious'와 'Pov'는 감칠맛을 살려 쫀쫀함을 담은 흥미로운 구간이다. 도자 캣의 든든한 피처링으로 시너지를 만든 'Motive'와 알앤비 사운드 속 휘슬을 능수능란하게 해내는 'My hair'도 근사한 결과물이다. 따스한 사랑 아래 절제된 정서와 지루함을 덜어주는 스킬이 적절하게 버무려져 있다.
영리하고 민첩하게 움직여온 아티스트다. 트레이드 마크였던 힘 있는 고음과 한 방을 노리는 선율 대신 스트리밍 시대 유행에 발맞춘 미니멀 사운드로의 집중을 견고히 다진다. 듣고 즐기기에 무리는 없으나, 노랫말로 인해 앨범은 모호한 색깔을 띤다. '34 35'의 “난 이미 네 아내지만, 날 내연녀처럼 대해도 좋아(Even though I'm wifey, you can hit it like a side chick)”를 통해 아리아나가 '누군가의 여자'로 돌아섰음을 알 수 있다. 진솔함과 의존성, 그 사이에서 갈팡질팡하기에 조금은 아쉬운 작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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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즘
이즘(www.izm.co.kr)은 음악 평론가 임진모를 주축으로 운영되는 대중음악 웹진이다. 2001년 8월에 오픈한 이래로 매주 가요, 팝, 영화음악에 대한 리뷰를 게재해 오고 있다. 초기에는 한국의 ‘올뮤직가이드’를 목표로 데이터베이스 구축에 힘썼으나 지금은 인터뷰와 리뷰 중심의 웹진에 비중을 두고 있다. 풍부한 자료가 구비된 음악 라이브러리와 필자 개개인의 관점이 살아 있는 비평 사이트를 동시에 추구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