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어린이는 물론이고 어른들까지 깊이 공감할 수 있는 그림책을 소개하려고 합니다. 특히 아이와 어른이 함께 읽으면 더 좋은 책. 같이 읽어도 각자의 입장에서 각기 다른 깨달음과 울림을 얻을 수 있는 책. 읽고 난 뒤에는 서로 이야기할 거리가 넘쳐 나는 그런 책들이죠. 혼자 보기 아까워 진심으로 추천하는 유아 신간 소식, 지금 시작합니다!
“착한 아이는 말썽을 부리지 않아. 유진은 원래 착하니까.”
“다들 나쁜 아이라고 하는데, 굳이 착하게 굴 필요가 있나요?”
로렌 차일드 글그림/장미란 역 | 책읽는곰
유진은 누구나 인정하는 착한 아이예요. 먹기 싫은 브로콜리도 싹싹 먹어 치우고, 꼬박꼬박 제시간에 잠자리도 들고, 동생 제시랑 번갈아 하기로 한 토끼장 청소도 도맡아 하지요. 제시는 아무도 못 말리는 악동이에요. 먹기 싫은 브로콜리는 절대 안 먹고, 밤늦게까지 과자를 먹으며 텔레비전을 봐요. 어느 날, 유진은 무언가 불공평하고 억울하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착한 아이로 살아 봤자 좋을 일이 하나도 없는 것 같았거든요. ‘나도 늦게까지 안 자고 초코 과자 먹으면서 텔레비전 보고 싶어. 왜 나만 토끼장을 청소해야 돼? 나도 브로콜리 엄청 싫어해.’ 무엇보다 이런 생각이 들었어요. ‘착한 아이가 되어 봤자 좋을 게 뭐람?’ 유진은 마침내 착한 아이 배지를 떼어내 버리고, 더는 착한 아이로 살지 않기로 합니다.
『착해야 하나요?』는 누구나 인정하는 착한 아이 유진과 아무도 못 말리는 악동 제시 남매를 통해 나답게 사는 일의 중요성을 일깨워 주고, 부모와 교사들에게는 양육의 좋은 길잡이가 되어주는 그림책입니다. 대부분의 부모들은 아이에게 착해야 한다고 가르치지만, 시키는 대로만 하는 ‘착한 아이’가 되는 것이 정말 옳은 걸까요? 부모의 입장에서 읽는 내내 뜨끔하면서도, ‘혹시 우리 아이가 읽고 나답게 산다는 것을 하고 싶은 대로 다 해도 된다는 뜻으로 오해하면 어쩌지?’하며 조마조마했던 게 사실입니다. 만약 이야기가 그렇게 끝이 났다면 아마 저의 반성과 깨달음은 뒤로한 채, 아이에게 이 책을 내밀 용기는 내지 못했을 테지요. 하지만 케이트 그리너웨이상 수상 작가, 로렌 차일드는 그런 저의 기우를 부끄럽게 만들 정도로 멋지게 이야기를 마무리합니다. 그럼 제가 꼽은 『착해야 하나요?』 속 최고의 문장을 함께 만나볼까요?
착한 아이라고 해서 늘 착할 수만은 없어. 그래도 착한 일을 하면 기분이 좋아지는 것 같아.
우리는 착한 아이도 나쁜 아이도 아니에요! 제시는 가끔 못되게 굴고, 어떨 땐 아주 못되게 굴었지만 대개는 착해지려고 애썼어요. 그런 노력이 중요하지요. 유진은 착할 때도 있고 덜 착할 때도 있고, 안 착할 때도 있어요. 이제 부모님은 유진이 착한 행동을 하면 고마워했어요. 고마워할 줄 아는 것이야말로 가장 중요한 게 아닐까요?
우리 지금 이대로 행복한가요?
강경수 글그림 | 창비
하얗고 빛나는 털을 가진 북극곰 ‘눈보라’는 눈이 몰아치던 날 태어났습니다. 하지만 매년 따뜻해지는 북극에서 빙하가 얼지 않아 바다로 사냥을 가지 못한 눈보라는 점점 더 말라 갔습니다. 굶주림에 시달리던 눈보라는 결국 먹을 것을 구하러 사람들이 사는 마을까지 찾아가지만, 그를 기다리고 있는 것은 북극곰을 두려워하는 사람들의 고함과 날아오는 돌, 위협적으로 번뜩이는 총구일 뿐입니다. 쓰레기통에서 음식 찌꺼기를 뒤지던 눈보라는 사람들에게 사랑받는 판다의 사진을 우연히 발견하게 되는데… 눈보라는 살아남기 위해 과연 어떤 선택을 하게 될까요?
『눈보라』는 바로 우리 앞에 닥친 기후 위기의 현실을 경고하는 한편, 지금 우리가 함께 지켜 내야 할 소중한 것이 무엇인지 깨닫게 해줍니다. 또한 돌을 던지던 마을 사람들이 판다같이 꾸미고 나타난 눈보라를 환대하는 모습을 통해 거짓에 환호하는 사회의 일면을 날카롭게 풍자해 보입니다. 2011 볼로냐 국제 어린이 도서전 논픽션 부문 라가치 상 우수상 수상, 강경수 작가만의 호소력 짙은 이야기를 만나보세요!
같은 하루, 네 가지의 목소리. 각자의 관점에서 완전히 달라지는 이야기
(앤서니 브라운 글그림/공경희 역 | 웅진주니어)
도시 외곽의 평범한 공원에서 네 사람이 마주칩니다. 매사에 걱정 많은 어머니와 외로운 남자아이, 경제적인 어려움으로 울적한 아버지와 그런 아버지를 사랑하는 여자아이. 넷은 같은 시간, 같은 공간에서 한때를 보내지만 모두 그날을 완전히 다르게 기억합니다. 그날 공원에선 대체 무슨 일이 있었던 걸까요? 『공원에서』는 네 명이 각자의 입장에서 사건을 설명하는 독특한 구성의 작품입니다. 독자는 1인칭으로 이어지는 이들의 목소리를 모두 듣고 나서야 공원에서 무슨 일이 있었는지 비로소 이해하게 되지요. 앤서니 브라운은 각각의 이야기를 사려 깊게 풀어놓으며 독자가 인물에게 공감할 수 있도록 이끄는 탁월한 재능을 보여줍니다. 더욱이 등장인물의 감정 변화에 따라 달라지는 계절과 풍경, 장면 곳곳에 숨겨진 익숙한 명화와 상징들은 책 읽는 재미를 더해주지요. 주제와 표현 면에서 앤서니 브라운의 특징을 잘 보여주는 그림책으로, 글과 그림이 모두 뛰어난 작품에 수여하는 커트 마쉴러 상을 받은 작품이기도 합니다.
어른과 아이, 그리고 각자 처한 상황에 따라 완전히 다른 관점으로 기억하는 하루는 우리에게 많은 것을 생각하게 하는데요, 앤서니 브라운의 말을 통해 이 책을 추천하는 이유를 대신합니다.
“공감하는 능력은 모든 어린이가 배우는 중요한 생활 기술이다.
이것이 바로 내가 〈공원에서〉를 만든 이유 중 하나이다.”_앤서니 브라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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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현주(도서MD)
노골적인 눈물주의보 혹은 달달한 로맨스보다, 명료하고 속시원한 책을 좋아하는 단호박 같은 사람. 하지만 사실 <시튼의 동물 이야기>를 보며 눈물을 쏟는 폭풍 감성을 숨기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