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리포터』, 『트와일라잇』, 『잘못은 우리 별에 있어』(영화 <안녕, 헤이즐> 원작 소설)… 이 소설들의 공통점은? 유명 영화 원작 소설? 그것도 맞지만, 더 정확하게 말하자면 영화로도 제작될 정도로 널리 사랑받은 영어덜트 소설이라는 점입니다. <퍼블리셔스위클리>에 따르면, 영어덜트 소설은 원래 12세부터 18세까지의 청소년 독자층을 위한 장르지만, 18세 이상의 성인 독자층이 절반 이상일 정도로 청소년부터 성인까지 넓은 연령대에 인기 있는 장르입니다.
영어덜트 장르는 그동안 국내에서는 생소했지만, “한국형 영어덜트 소설의 등장”이라는 호평을 받은 손원평 작가의 소설 『아몬드』가 몇 년째 베스트셀러에서 내려오지 않는 대성공을 거두며 점점 영어덜트 소설에 한국 독자들의 관심도 올라가고 있습니다. 오늘은 이런 독자분들을 위해 청소년과 젊은 청년들이 주인공으로 등장하여 자아와 세상을 탐구하며 성장하는 과정이 잘 드러나는 매력적인 영어덜트 소설들을 추천해드리려 합니다.
#흑인인권 #BLM #용기
앤지 토머스 저/공민희 역 | 걷는나무
“용감하다는 게 두렵지 않다는 뜻은 아니란다, 스타. (…)
그 말은 두려워하면서도 해쳐 나간다는 의미야.” (337쪽)
『당신이 남긴 증오』는 20세기 폭스사가 배급하여 영화화되기도 한 화제작인데요, 경찰 폭력으로 소꿉친구를 잃은 스타가 주인공으로 등장합니다. 스타는 백인 중산층 학생이 대부분인 사립 학교에 다니며 흑인 인권에 관해 거침없이 말하지 못하고 위축되기도 하지만, 결국 두려움을 이겨내고 세상에 자신의 목소리를 냅니다.
소수자에게 정체성이란 때로는 타고나는 약점처럼, 때로는 피하고 싶은 숙명처럼 느껴지기도 합니다. 그럼에도 나와 타인을 속이지 않고 솔직하고 당당하게 살아가고 싶어 매일매일 전쟁을 치르는 이들에게 “두려워하면서도 헤쳐나가”는 스타의 이야기는 용기가 되어줄 것입니다. 또한, Black Lives Matter 운동이 어떤 맥락에 놓여있는지 더 섬세하고 생생하게 알고 싶은 독자들에게도 추천합니다.
#퀴어소설 #정체성 #사랑
벤하민 알리레 사엔스 저/곽명단 역 | 돌베개
“나는 말하고 싶었다. 지금껏 나는, 친구가, 진짜 친구다운 친구가 없었다고.
단테가 나타나기 전까지는.” (373쪽)
『아리스토텔레스와 단테, 우주의 비밀을 발견하다』는 54세에 커밍아웃한 작가의 퀴어소설로, 2013년 ‘스톤월 도서상’ 수상작입니다. 주인공 아리는 자신이 왜 괴로운지도 잘 모른 채 냉소적으로 지내는 소년입니다. 이런 아리가 새들의 아름다움마저 포착하는 섬세함을 지닌 단테를 만납니다. 『아리스토텔레스와 단테, 우주의 비밀을 발견하다』는 여름, 수영장에서 시작된 우정을 통해 그들이 속한 우주의 비밀을 이해해가는 이야기입니다.
점점 퀴어인 인물이 주인공인 소설이 늘어나고 있긴 하지만, 청소년 성소수자가 깊게 이입해서 볼 만한 작품을 만나기는 쉽지 않습니다. 자신의 감정이 무서워서 억누른 데 익숙해진 아리가 단테를 만나 마음을 열게 되는 이야기는 동일시할 수 있는 이야기를 찾던 청소년 퀴어 독자들에게 오아시스와도 같이 다가올 것입니다.
#가족 #사랑 #입시경쟁
심윤경 저 | 한겨레출판
“그들은 각각 최고의 것을 눈앞에 놓고도 그건 하나도 좋은 게 아니라고 손발을 내저었다.
가족이란 내가 결코 이해할 수 없는 이상한 세상이다.” (177쪽)
눈 내리는 어느 겨울날, 음식물 쓰레기 속에서 발견된 아이 설이. 부모의 사랑은 설이가 가진 근원적인 결핍입니다. 『설이』는 완벽한 가족을 꿈꾸는 설이가 명문 사립 “우상초”에서 일어난 사건을 계기로 평소 이상적인 아버지로 꿈꿔왔던 소아과 의사 곽은태 선생님네 가족과 함께 살게 되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를 그렸습니다.
자아를 탐구하다 보면 가족과의 관계가 모든 문제의 근원이었다고 생각하게 되는 시점이 옵니다. 완벽한 부모의 사랑을 받지 못했다는 생각에 괜히 원망, 미움, 부러움의 감정들이 들기도 하죠. 『설이』는 한국에서 치열한 입시 경쟁을 거치며 사랑 ‘따위’는 나중으로 제쳐놓으라는 부모의 말에 상처받아본 적 있는 젊은 영혼이라면 누구나 가슴 깊이 와 닿을 이야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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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민하(예스24 서포터즈 11기)
살아있는 한 매일 새로운 것을 배워가고 싶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