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루 서리(30)의 멤버들은 힙합 신에 잘 알려진 이름들이다. 쿤디 판다(Khundi Panda)와 디젤(dsel), 손 심바(Son Simba), 오하이오래빗(OHIORABBIT)으로 구성된 래퍼진과 프로듀서 비앙(Viann), 그리고 그래픽 아티스트 그냥 희수를 중심으로 결성됐다. 최근 새 멤버 씨제이비95(cjb95)와 니완(Niwann)의 합류로 공세는 더욱 거세졌다. 발매 전부터 국내 래퍼들의 상찬을 얻으며 힙합 애호가들의 기대를 한 몸에 받은 이들의 첫 정규 앨범
콘셉트는 자신감, 근거는 실력이다. 커버에서 알 수 있듯 음반은 역량이 떨어지는 래퍼들을 공격 대상으로 설정하고 자신을 그들을 가르치는 선생에 빗대어 '불량한 태도 바로잡아주는 학생주임 랩'('Ye chef')으로 상대를 호되게 나무란다. 빼어난 실력자들이 뭉친 그룹이기에 자연스럽게 설득력이 부여되는 자만이다. 실제로 이들의 퍼포먼스는 본작에서도 빈틈이 없는데, 빽빽하게 마디를 메우다가도 음절을 일관되게 맞추는 안정적인 플로우, 각개 비트의 무드에 일조하면서도 자신의 색을 잃지 않는 래핑, '고드름 세례' 등에서 드러나는 탄력 있는 후렴구로 팀이 다져온 탄탄한 기본기를 증명한다.
비앙과 씨제이비95의 지원사격도 존재감을 숨기지 않는다. 두터운 킥과 베이스로 귀에 착 달라붙는 붐뱁 기조를 통일성 있게 유지하면서도 사운드의 에너지를 전면에 피력해 프로덕션에 승부수를 두기도 한다. 분주한 드럼과 시크한 신시사이저가 속도감 있게 내달리는 '凸'과 '골로가 모텔'은 대표적이다. 트렌디한 일렉트로닉 사운드를 맛깔나게 구현한 '호랑이레슨'으로 정석적인 붐뱁 전개를 거부하며 음반에 신선함을 보태는 구성 역시 긍정적이다.
반면 실력 과시의 일관된 내용 전개는 오히려 큰 감흥을 만들어내지 못한다. 네 래퍼의 개인 활약을 욕심껏 눌러 담아 50분의 짧지 않은 재생 시간이 완성됐는데, 다수 청자에게는 공감의 폭이 좁은 주제일뿐더러 모든 수록곡이 비슷한 테마 아래에 있어 피로감이 남는다. 간결하게 각인되는 무게감 있는 언어보다 재치 위주의 언어유희와 인터넷 밈을 다수 착안한 가사도 흥미롭기는 하나 오래 기억될 생명력까지 담보하지는 않는다.
메시지의 울림보다 랩과 사운드의 타격감이 두드러지는 작품이다. 개개 구성원의 역량과 크루로서의 좋은 합으로 단단한 응집력과 청각적 쾌감을 일궈냈다는 점만으로도 첫 정규작의 걸음을 뗀 크루에게 충분한 의의를 제공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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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즘
이즘(www.izm.co.kr)은 음악 평론가 임진모를 주축으로 운영되는 대중음악 웹진이다. 2001년 8월에 오픈한 이래로 매주 가요, 팝, 영화음악에 대한 리뷰를 게재해 오고 있다. 초기에는 한국의 ‘올뮤직가이드’를 목표로 데이터베이스 구축에 힘썼으나 지금은 인터뷰와 리뷰 중심의 웹진에 비중을 두고 있다. 풍부한 자료가 구비된 음악 라이브러리와 필자 개개인의 관점이 살아 있는 비평 사이트를 동시에 추구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