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읽아웃] 읽는 기쁨이 속속들이 배어있는 책
시작은 책이었으나 끝은 어디로 갈지 모르는 코너, 삼천포책방입니다.
글ㆍ사진 임나리
2021.04.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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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완서 타계 10주기 헌정 개정판 『그 많던 싱아는 누가 다 먹었을까』『그 산이 정말 거기 있었을까』, 사진으로 보는 역사 속 숨겨진 이야기 『사진이 말하고 싶은 것들』, 돈의 탄생에 관한 넓고 얕은 지식 『돈의 탄생 돈의 현재 돈의 미래』를 준비했습니다. 

 


톨콩(김하나)의 선택 

『그 많던 싱아는 누가 다 먹었을까』,  『그 산이 정말 거기 있었을까』

박완서 저 | 웅진지식하우스



박완서 선생님의 타계 10주기를 맞아서 웅진지식하우스에서 새로이 만든 책입니다. 첫 번째는 『그 많던 싱아는 누가 다 먹었을까』, 두 번째는 『그 산이 정말 거기 있었을까』입니다. 이런 말씀을 드리고 싶어요. ‘나는 소설을 잘 못 읽는다, 또는 나는 책을 멀리한 지가 오래됐다’ 그런 분들께 한국어로 쓰인 소설의 제 맛을 단박에 깨우치게 해드리려면, 저는 『그 많던 싱아는 누가 다 먹었을까』를 쓱 들이밀면 끝난다고 생각합니다. 이 책은 너무 무시무시한 책입니다. 내용이 무시무시하다기보다 이 필력이라고 하는 것에 휘말려 들어가게 됩니다. 저는 이 책의 첫 문장만큼 잊기 힘든 첫 문장도 없다고 생각하는데 “늘 코를 흘리고 다녔다.” 콧물에 대한 묘사가 첫 번째 단락의 내용을 차지하고 있는데요. 콧물로 시작해서 첫 번째 챕터를 읽고 나면, 이 책을 집어든 여러분은 끝까지 달려갈 외에는 달리 도리가 없습니다. 유년기의 기억부터 시작해서 너무나 많은 경험과 기억들이 독자의 경험과 기억을 엄청나게 환기시키고요. 어쩌면 이렇게 모든 문장이 재밌고 그러면서도 완벽하게 짜여있고 그러면서도 리듬감이 이렇게 탁월한지... 읽는 기쁨이 너무 속속들이 배어있는 책이죠. 

『그 많던 싱아는 누가 다 먹었을까』는 자전적 소설인데 맨 마지막에 보면 스무 살, 스물한 살 의 완서가 다들 피난을 가고 아무도 없는 골목을 내려다보면서 너무너무 이상한 느낌이 드는 거죠. 이렇게 쓰여 있습니다. “그래, 나 홀로 보았다면 반드시 그걸 증언할 책무가 있을 것이다. 그거야말로 고약한 우연에 대한 정당한 복수다.” 그러면서 이 책이 끝이 나는데요. “언젠가 앞으로 글을 쓸 것 같은 예감이었다. 그 예감이 공포를 몰아냈다.” 이 글로 끝이 나고 ‘『그 산이 정말 거기 있었을까』로 이어집니다’라고 적혀있죠. 여기까지 읽은 분들은 『그 산이 정말 거기 있었을까』로 넘어가지 않을 수 없습니다. 



그냥의 선택 

『사진이 말하고 싶은 것들』

김경훈 저 | 시공아트



김경훈 저자는 2002년부터 지금까지 로이터 통신에서 사진기자로 일하고 있고, 2019년에 한국 기자 최초로 퓰리처상을 수상했습니다. 『사진이 말하고 싶은 것들』은 김경훈 기자의 두 번째 책이고요. 앞서 쓴 『사진을 읽어 드립니다』도 독자들의 많은 사랑을 받았습니다. 

『사진이 말하고 싶은 것들』에 실린 사진은 보도 사진이고, 상당수가 퓰리처상을 수상했습니다. 저자 본인이 촬영한 사진도 있고요. 제목처럼 ‘사진이 말하고 싶은 것들’이 있다면, 그 자신(사진)이 가지고 있는 서사일 수 있을 텐데요. 사진에는 담겨 있지만 사람들은 잘 모르는 이면의 이야기이기도 할 것 같아요. 오해됐거나 이용된 부분들도 있을 거고요. 이 책에는 그런 부분들에 대한 이야기가 실려 있습니다. 사진을 촬영한 기자와 피사체였던 인물에 얽힌 이야기도 있고요. 그 이야기들을 따라가다 보면 결국 사진의 본질에 대해서 생각하게 돼요. 저자는 사진을 시에 비유했는데요. 상징, 은유, 함축 같은 것들이 시에도 있고 사진에도 있다는 거예요. 그만큼 해석의 여지가 많다는 뜻이고, 그래서 강렬한 감정을 불러일으키기도 하지만 동시에 오해나 악용이 끼어들 가능성도 있는 거죠. 그것이 사진의 숙명과도 같은데, 그로 인해서 이 사진들이 세상에 나올 때는 어떤 일들이 벌어졌고 지금 우리가 볼 때는 어떠한지 이야기하고 있습니다. 

이 책은 사진으로 보는 미시사도 흥미롭고요. 사진이 가진 속성에 대해 새삼 생각해보게 됐어요. 그것을 오용, 악용, 오해하는 것에서 비롯되는 많은 일들을 되짚어보는 것도 의미 있었고요. 



단호박의 선택 

『돈의 탄생 돈의 현재 돈의 미래』

제이컵 골드스타인 저/장진영 역 | 비즈니스북스



부제는 ‘돈은 어떻게 세상을 지배하게 되었는가’이고요. 띠지에는 “화폐 탄생부터 비트코인 광풍까지 단숨에 펼쳐지는 탐욕과 교훈이 만든 부의 드라마!”, “250만이 열광한 미국판 지대넓얕”이라고 쓰여 있습니다. 예전에 제가 소개했던 『필요의 탄생』과 비슷하게 ‘돈이 어떻게 탄생되었는가’를 다루는 책인데요. ‘미국판 지대넓얕’이라는 말처럼 넓고 얕게 돈의 역사를 따라가는 책이에요. 요새 재테크가 유행이기 때문에 다들 돈에 대해서 관심이 많으신 걸로 알고 있는데, 이 책에는 돈을 어떻게 많이 버는가에 대한 이야기는 없기 때문에 지식적, 인문교양적 측면에서 봐주시면 좋을 것 같습니다. 

제이컵 골드스타인 저자는 헬스케어를 전문으로 취재하던 기자였어요. 자신도 돈에 대해서 잘 몰랐는데, 우연히 팟캐스트 ‘플래닛 머니 Planet Money’에 출연하게 되면서 돈에 관심을 갖게 됐고, 이 팟캐스트가 인기를 얻으면서 돈의 교양을 쌓아서 이런 책을 쓰게 됐다고 합니다. 

돈이 어떻게 발명되었는가를 쭉 다루고 있는데요. 화폐가 물물교환 시스템에서 탄생했다는 걸 보여주는 역사적 증거는 지금까지 나온 적 없다고 해요. 조개껍데기 같은 것은 초기 화폐에 해당하고, 지금 우리가 쓰고 있는 화폐 시스템이 거기에서 파생됐다는 증거는 없다고 합니다. 조가비처럼 초기 화폐에 해당하는 것들이 많았다고 하는데요. 멧돼지 이빨을 뽑아서 쓰기도 했다고 하고요. 그런데 멧돼지 엄니라는 것이 곡식을 호환하기 위해서 쓰인 게 아니라, 당시 그 문화권에서는 멧돼지 엄니를 제물용으로 썼대요. 그러다 보니까 하나의 귀한 물건이 된 거죠. 화폐처럼 쓰였다고 합니다. 

두 번째 가설로는 공물을 받기 힘들어서 만들었다는 설이 있어요. 사람들 사이의 평등한 물물교환이 아니라, 구체적인 권력자나 권력집단이 있고 사람들한테 한꺼번에 뭔가를 걷으려고 하니까 힘들어서 만들었다는 거예요. 물물교환과는 조금 다른 개념인 거죠. 

가장 큰 가설은 영국에서부터 금 세공업자가 확인증을 주면서 시작됐다는 건데요. 당시에는 금과 은으로 물물교환을 하고 거래를 했는데, 금이 무겁다 보니까 사람들이 세공업자한테 금을 맡기고 확인증을 받아서 그걸로 거래를 하기 시작한 거예요. 그런데 세공업자가 생각한 거죠. ‘사람들은 내가 금을 얼마나 갖고 있는지 모르잖아?’ 그래서 대출해가는 사람들한테 차용증을 막 써주기 시작해요. 예를 들면 금 1kg을 갖고 있으면서 시중에 10kg에 해당하는 차용증을 푼 거죠. 그러다 보니까 현대의 ‘뱅크 런’이 일어나게 된 거예요. 지금의 은행이 그때 금 세공업자들이 했던 거랑 똑같은 일을 하고 있는 거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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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나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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